
송악산
바다 너머 제주에선 벌써 유채꽃이 피었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아직 2월이지만 낮 기온이 영상 10~15도에 육박하다보니 꽃망울이 서둘러 터지나 봅니다. 지금부터 늦어도 4월까지 제주도에선 노란 유채꽃의 향연을 즐길 수 있는데요. 제주에서도 유채꽃을 만날 수 있는 숨은 명소 5곳을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제주 유채꽃 하면 산방산을 떠올리는 분들이 많으실 텐데요. 저도 자주 찾았지만 입장료도 내야 하고 주차하기도 불편한데 어느 유채밭을 선택해야할지 고민되는 게 사실이더라고요. 그리고 생각보다 유채꽃이 무성하지 않아서 아쉬운 적도 많았어요. 그래서 소개하는 곳이 바로 송악산 둘레길 입구입니다. 산방산에서 차로 15분 정도면 닿을 수 있는데 무료인데다가 넓은 유채밭을 만날 수 있답니다.

송악산
송악산 둘레길 입구 유채밭의 장점이라면 산방산과 형제섬, 푸른 바다를 배경 삼아 노란 유채꽃 만발한 풍경을 즐길 수 있다는 거예요. 은근히 불어오는 바닷바람에 유채향이 코를 간질이기도 합니다. 넓게 퍼져 있는 유채꽃 사이에서 인증샷 찍기도 좋아요. 산방산을 찾더라도 송악산 유채꽃 구경을 놓치면 아쉬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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섭지코지
다른 유채꽃 명소는 섭지코지입니다. 섭지코지? 제주 동부 여행에서 섭지코지와 성산일출봉은 빼놓을 수 없는 코스인데요. 섭지코지는 좀 더 편하게 걸으며 탁 트인 바다와 기암괴석을 즐길 수 있는 곳이죠.

섭지코지
늘 보던 풍경도 유채꽃이 필 때면 노란 꽃송이로 화사해집니다. 바람이 어찌나 강한지 누운 듯 자라는 유채꽃들이 애처롭지만 이곳만의 분위기가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섭지코지 너무 식상하다 생각하셨나요.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섭지코지
섭지코지에 간다면 대부분 글라스하우스가 회귀점이 되곤 하죠. 안도 타타오가 건축한 색다른 건물이 눈길을 사로잡기도 하고 원점으로 돌아가기 좋은 랜드마크가 되어주니까요. 하지만 대부분 놓치는 곳이 하나 있으니 바로 글라스하우스 가는 길 왼편에 자리한 건물입니다.

유민미술관
바로 유민미술관인데요. 글라스하우스와 마찬가지로 안도 타타오가 건축한 이 건물을 밖에서 보면 그 정체를 알 수가 없습니다. 건축물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데다 아르누보 공예품을 전시한다는데 아르누보가 무엇인지 생소하기만 하죠. 게다가 성인 기준 입장료 1만2000원, 호기심을 해결하기엔 다소 비싼 가격이지요.

유민미술관
하지만 안 가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가본 사람은 없는 멋진 미술관이고, 지금처럼 유채꽃 필 때면 더욱 찾아야 할 숨은 명소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유민미술관
입장료를 지불하고 문이 열리면 밖에서는 보이지 않던 풍경과 공간이 눈앞에 펼쳐지기 시작합니다. 입구인데도 예쁜 정원이 반겨주더라고요. 마치 모네가 사랑한 지베르니 정원의 제주 버전 같은 느낌이었어요.

유민미술관
안도 타타오는 유민미술관이 들어선 장소의 지형을 그대로 살리면서 특유의 노출 콘크리트를 사용해 콘크리트 물성이 드러난 구조물을 세웠습니다. 인공적이지만 최대한 자연을 끌어들이는 그만의 건축 스타일을 입구에서부터 만날 수 있습니다. 미술관으로 들어가는 과정에서 제주의 물과 바람, 빛을 즐길 수 있습니다. 건축에 관심 있거나 안도 타타오를 좋아한다면 아니, 아예 그와 건축에 대해 모르더라도 신선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유민미술관
애써 찾지 않아도 미술관에서 제주의 풍경을 만날 수 있고 제주의 풍경이 자연스럽게 미술관과 어우러지는 순간을 만날 수 있어요. 특히 유채꽃이 필 때면 유채꽃이 핀 풍경이 미술관의 일부가 됩니다. 성산일출봉과 어우러진 유채꽃의 향연, 어떠세요.

유민미술관
긴 틈새로 보이는 제주의 풍경 앞에 한참이나 서서 저는 멍하게 서 있었어요. 이미 섭지코지에서 본 풍경이데도 이렇게 액자처럼 프레임에 갇히니 새롭게 다가옵니다. 어쩌면 유채꽃 덕에 설레서 더 오래 서 있었는지도 몰라요. 무심코 스쳐가던 미술관에서 이런 풍경을 만날 수 있다니 놀랍기만 했답니다.

유민미술관
서서히 미술관이 가까워질수록 길은 좁아지고 돌담과 콘크리트 사이로 깊숙이 들어가게 됩니다. 한국에서도 일본에서도 안도 타타오의 건축물을 많이 봤지만 어디든지 안도 타타오의 특유의 느낌이 있으면서 그 지역과 공간에 맞는 색다른 분위기가 있는 게 놀랍습니다.

유민미술관
깊고 어두우며 고요한 미술관 내부에는 1894년부터 20여년간 유럽에서 일어났던 공예 디자인 운동 '아르누보(artnouvou)'의 유리 공예품을 전시하고 있스니다. 중앙일보 선대회장인 유민 홍진기 선생(1917~1986)이 수집한 프랑스 낭시 지역 주요 작가들의 작품이 많습니다. 예술을 일상의 영역으로 끌어들인 아르누보 양식은 유리공예, 가구, 보석, 스테인드글라스, 포스터 등 다양한 장식 미술로 표현됐는데 자연에서 모티브 삼은 실험적이고 유연한 유리 공예품을 천천히 만나보시기 바랍니다.

유민미술관
생소하지만 새로운 예술을 만나고 공간 자체가 주는 묵직한 구도의 느낌을 즐겨보시길 바랍니다. 제주도에서 들떴던 마음이 이곳에선 차분해지는 듯한 기분을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섭지코지
한 가지 팁을 드리자면 섭지코지나 유민미술관을 찾을 때 섭지코지 주차장으로 바로 가도 되지만 휘닉스제주 섭지코지를 통하면 또 다른 유채꽃 장관을 만날 수 있다는 거예요. 휘닉스제주에서 유민미술관, 글라스하우스, 섭지코지로 가는 길에 정말 넓은 유채밭이 있거든요.

섭지코지
숙박객이 아니라도 충분히 구경할 수 있으니 노란 유채꽃 장관을 즐겨보시길 바랍니다. 무료인 건 당연하고요. 유채꽃이 키도 커서 사진 찍기에도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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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산로
유채꽃 필 때부터 벚꽃이 만발할 때까지 제주 녹산로는 절대 놓치면 안되는 드라이브 코스랍니다. 원래 녹산로가 지나는 가시리는 매년 유채꽃축제가 열리는 곳입니다. 지난해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유채밭을 갈아엎는 초강수를 뒀는데 올해는 어떻게 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굳이 유채꽃 축제가 열리지 않더라도 녹산로는 드라이브스루로 유채꽃을 즐길 수 있으니 가볍게 지나가시길 권해드려요.

서우봉
해수욕장 근처에도 유채꽃 명소가 있습니다. 바로 함덕해수욕장이에요. 함덕해수용장 동족엔 서우봉이 있는데요. 함덕해수욕장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낮은 언덕에 봄이면 유채꽃이 만발해 장관을 이룹니다.

서우봉
워낙에 바람이 센 탓인지 유채꽃이 크게 자라진 못하지만 언덕에 유채꽃이 빼곡한데 웨딩 촬영지로 인기가 많다고 해요. 날씨가 좋으면 에메랄드빛이 나는 함덕해수욕장과 함께 유채꽃을 볼 수 있는 포인트, 기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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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덩물계곡
마지막으로 추천할 곳은 엉덩물계곡이에요. 중문해수욕장 주차장에서 해변을 뒤로 한채 안쪽으로 걸어들어가면 산책로가 시작되는데 5~10분쯤 천천히 걷다보면 숨어 있는 유채꽃 장관을 만나게 됩니다. 예로부터 큰 바위가 많고 지형이 험준해 짐슴들도 엉덩이만 들이밀고 볼일만 보고 갔다고 해서 이름 붙은 곳이지만 지금은 나무 데크와 다리 등이 생겨서 어렵지 않게 닿을 수 있어요. 골짜기 사이에 피어 있는 유채꽃이 수채화처럼 펼쳐집니다. 입장료가 없고 많이 알려지지 않아서 아는 사람만 가는 곳 중 하나예요. 보기만 해도 화사해지는 유채꽃의 향연, 봄에만 느낄 수 있는 화양연화를 즐겨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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