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작가 캐서린 메이(Katherine May)의 『겨울나기(Wintering)』에는 ‘The Power of Rest and Retreat in Difficult Times’라는 부제가 있습니다. 작가는 ‘당시의 나는 Wintering이 필요한 상황에 있었다 … 겨울은 세상으로부터 단절되어 거부당하거나, 대열에서 벗어나거나, 발전하는 데 실패하거나, 아웃사이더가 된 듯한 감정을 느끼게 되는 인생의 휴한기.’라고 합니다. 그에게 겨울나기(Wintering)는 날이 선 얼음조각과 같은 직관의 순간이었습니다.
겨울이 가고 우리는 새로운 봄을 맞이하였습니다. 만해萬海 한용운(韓龍雲, 1879~1944)의 <견앵화유감見櫻花有感>입니다.
작동설여화昨冬雪如花 작년 겨울 눈은 꽃 같더니
금춘화여설今春花如雪 올해 봄꽃은 눈과 같구나
설화공비진雪花共非眞 눈도 꽃도 모두 참이 아니련만
여하심욕렬如何心欲裂 어이하여 마음은 찢어지는가
추운 겨울이었으나 꽃을 보듯 눈을 보고, 따뜻한 봄날이지만 눈인 듯 꽃을 보는 심경이 어떠했을까. 눈처럼 내리는 꽃이라면 벚꽃이 분명하니 고통의 시대를 견뎌야만 했던 그 시간이 떠올라 더 많이 아픕니다.
‘꽃이 핀들 봄이런가’ 하지만, 겨울나기를 끝낸 문장文章은 갑진년 청룡靑龍처럼 비상할 것입니다. 부디 《표현》 밭에 핀 각양각색의 꽃과 더불어 진정한 봄날 되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