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금산별곡
천년 눈비에 씻기 운 석탑
파르르 파르르르
山竹 은 바람에 떨리고
뿌옇게 달빛이 뚫리는 삼경
부엉 부엉 부엉이가
멀리 남해의 여명을 불러오면
목마른 영혼들의
전설이 묻어있는 상사 바위에
태고 적 여인 忍苦錢 손에 넣고
풋풋한 사랑을 아우른다.
해는 솟아 청솔 향 그윽하고
매화가지 벼랑에
욕망의 폭포가 꿈틀거린다.
산새 이슬 머금고 피울음 토할 때
보라 거룩한 문이 열린 다
새 아씨의 문이
보리痷 탑신은 밀알이 되어
석양에 긴 그림자를 드리운다.
여기 두고 가자 가진 것 모두
정신이 육체의 노예가 되지 않는
너만을 바라보는 진실과 함께
산 넘어 안개 속에
감추어져 있을 것 같은 그림자를 찾아
얼핏 스쳐 가는 빛을 찾아
오늘도
하늘을 쳐다보고 산과 바다를 바라본다.
2.
달아나다
삼월
너를 보내며 우리는 허수아비가 되었다
운명의 순간 뺑소니만이 유일한 목격자
아무도 모르는 사이 너는 우리 곁을 떠나고
엔진소리 사라지고 별빛만이 너의 마지막을 지켜보았겠지
삼월
너는 산골이 되어 잿빛으로 뿌려지고
너를 보내는 우리도 또 다른 뺑소니의 피해자며
너 또한 뺑소니가 되어 우리와 영원히 만날 수 없게 되었구나.
아려오는 가슴 가눌 수 없어
화사하게 피어있는 꽃길에 주저앉아
달아난 너를 보이지 않는 너를 뺑소니를 .......
3.
바람의길
보이지 않는 바람
어느 생애를 휘감고
흔적도 없이 가버렸는가
시간속의 도시락은 영혼을 담아
모바일 신호음을 뒤로하고
뚜—뚜- 떠난 그대
토기 굽는 가마 뒤 붉은 언덕
대 꽃 핀 그곳이 영혼의 쉼터인가
아 ! 돌아오지 않는 바람의 길이여........
4.
산을오르며
느티나무 울창한 수박골 지나
산모롱이 돌면
황토색 짙은 추녀 끝,
천둥 번개에 소낙비 떨어지고
하늘과 맞닿은 공간에 여름이 춤을 춘 다
연두 빛 잎들이 그물처럼 펼쳐진
청룡산 가는 길에
초롱꽃 손에 들고 말없이 걸으면
저만치 서 있는 굴참나무 가지 위에
산 까치가 여름을 노래한 다
정상은 보이는데 그리움은 멀리 있고
위선의 탈을 쓴 군상들은
부끄러움의 가지 끝에서
순간과 순간 속에 화살촉하나
여름을 뚫고서 나라갔다
5
봄
삼월의 산자락에
봄을 먹은 다람쥐 겨울을 토하고
냇가의 버들강아지
햇살 받으며 빗물 먹는 소리에
밭두렁 냉이들 기지개를 켠다.
순환도로 개나리에도
겨우내 지처 늘어진 가지들이
봄바람 맞으며 노란 옷 입는 소리에
한낮의 햇살아래 고양이도 한가롭다.
아직도
겨울의 코끝에는 고드름 달렸지만
육교 넘어 관문시장엔
냉이, 쑥, 사이 소-
아낙네 목소리가 가래떡이다.
6
쉼터
D역에 내리면
소문이 구름처럼 번진
한 여름 폭염을 감싸주는 아리크보의 문을 두드려보자
별빛이 반짝이는 무더운 밤의 열기 속
물고기는 공중에서 유영하고
밀밭은 부질없는 내 유년의 밀 사리에
입언저리는 검게 물들고
어머니의 재봉틀 소리에
한 무리의 사슴들이 목을 축이며
행복한 젊음을 노래한다.
별빛이여 물고기여 밀밭이여 재봉틀소리여
서러워 울고 있는 커피 잔을 부딪치며
우리함께
젖은 땀 은하수에 담아 흘러 보내자
7
서호의 로멘티시스트 1
허기진 무리들이 이 길을 걸어가는 최초의 길손이다 도시의 항문으로부터 쏟아져 나오는 탁수들의 아우성 캔버스에 덧칠한 색깔같이 비무장 지대를 가르듯 확연히 다르게 사문 진으로 흘러간다. 두 물이 합치면 무엇으로 태어날까 아마 거역할 수 없는 시대의 산물이 되리라 계절 따라 펼쳐가는 물밑의 공해를 지켜보며 발버둥치는 맹꽁이들의 삶과, 이 길을 열어온 밀가루 강냉이가루 보리가루 키즈들은 둑 밑에 캡슐을 묻고 거역할 수 없는 흐름의 세월에 역류의 꿈을 꾸고 있으리라 나는 배고픔을 잊고 둑길을 걸으며 맹꽁이와 물새들의 영토를 눈 안으로 흘려 넣으며 습지의 모든 것들이 햇살을 건져다 조용히 목욕을 하고 있는 삶을 보고 있다 가끔 홀로 조금씩 땀에 젖어드는 이유는 언제나 내 몸속에 강물이 흐르는 까닭이다 개구리 참외밭 지나 외할머니 만나로 가는 둑길 얼마 못가 종아리에 흙물이 묻고 파란 했던 내 유년의 기억저편 세상의 모든 평온은 저녁이 되어 여러 마리의 황소가 돌아오는 때와 고추잠자리 빙빙 돌았을 때 내면 깊숙이 이락당의 처마에 젖은 물고기 한 마리 튀어올라 오늘의 끝을 알리고 어둠이 몰려오는 물결위에 많은 영욕의 흐름을 지켜본 이 땅의 주역들 세상의 모든 둑길은 이럴 때 한 마리 새가되어 유천 교에서 강창 교까지 어둠속 어디쯤 둥지로 돌아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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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이용환 ( 李龍煥 ) 20대(좌통례공파)
아호 : 여산 (如山)
출생: 1940년 대구광역시
등단: 2001년 시와 반시 문예대학 수료
활동: 21세기 생활 문학회 고문 역임
죽림 문학회 회장 역임
한국 문인 협회 회원
대구 문인 협회 회원
달성 문인 협회 회원
E-mail : yeosan40@daum.net
주소 : 대구 달서구 중흥로 79(우편번호 42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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