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에서 온 편지>
도가니(Melting Pot) 교회
김용운 장로
18년 동안 육신의 형제들보다 더 자주 만나며 정이 들었던 사랑하는 퇴계원 교우들을 생각하니 그리움이 쌓여갑니다.
퇴계원교회는 재림교회 가운데서도 특별한 가치와 의미가 있는 교회입니다. 각 지방에서 재림 신앙을 하는 신앙인에게는 한 번은 꼭 가보고 싶어 꿈을 꾸는 교육과 신앙의 메카, 삼육동이 있습니다. 자녀 교육 문제가 대두될 때마다 맹모삼천지교를 떠올리지 아니 하겠습니까? 기도와 믿음으로 큰 결심을 하고 중고등학교 입학에 맞추어 이삿날을 잡습니다. 어디로 어떻게 가느냐는 그 다음 문제입니다. 가정 형편과 처지를 고려하여 서울 입성은 포기하고, 통학 거리를 고려하여 선택하는 곳이 바로 물러날 퇴(退), 퇴계원입니다.
필자도 1996년 2월 마지막 주, 드디어 그야말로 빈손으로 아무 대책도 없이 오직 두 아들의 고등학교 기숙사 생활비를 감당할 수 없어 막무가내로 하나님만 믿고 올라왔던 것입니다. 저희 가정은 지금의 퇴계원교회와 함께 하나님의 축복과 은혜 속에 18년을 지내왔습니다. 올라갈 때 고등학생이었던 아이들이 학업을 마치고 결혼하여 교우들의 축복 가운데 가정을 꾸려 살아갑니다. 필자도 쉰이 다된 나이에 치과의사가 되어 일하는 복을 받았습니다. 또 일생에 처음 내 집을 마련하여 살아보았습니다. 저의 40, 50, 60대를 퇴계원교회에서 보내도록 지켜주신 하나님께 감사와 찬송을 드립니다.
새로 지은 현재의 교회에서 새 마음으로 합심하여 믿음과 은혜를 체험하며 서로 봉사하기를 먼저 하는 것을 보고 저는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뛰어난 부자도 없고, 고만 고만 배 굶지 않고 사는 중에 감사하고, 교회가 해야 할 일이면 달려들어 합력하여 선(善)을 이루어내는 모습들이 눈에 선합니다. 그 청장년들이 지금은 어르신들이 되어 든든히 평안히 서가는 교회의 기둥들이 되지 않았습니까? 년 년이 그 저력을 이어 어느 누구라도 용광로 같은 퇴계원교회에 들어서면 그 뜨거움에 스스로 녹아 겸손해지고 온유해집니다. 불타는 성령의 용광로, 모난 성격과 이기적인 마음들이 녹아져 내리는 도가니(Melting Pot) 교회가 되었습니다. 이제는 주님의 뜻을 가장 잘 성취하는 소문난 교회로서 칭찬받고, 모두의 귀감이 되는 한국 모델 교회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음을 인하여 가슴 뿌듯하고 감개가 무량합니다.
날씨가 점차 서늘해져 갑니다. 지리산 밑자락인 여기는 일찍 가을이 찾아옵니다. 지리산 봉우리가 한눈에 보이는 강가에 앉아 지난 날 신앙의 기쁨을 함께 했던 추억에 젖어 봅니다. 계절의 변화만큼이나 민감하게 다가오는, 심령을 새롭게 하는 성령의 바람에 겸허히 옷깃을 여밉니다. 어느새 보고픈 얼굴들이 그립고 아쉬운 마음으로 파고듭니다.
주는 목자, 우리는 그의 기르시는 양. 아멘! 2014. 9. 30
(퇴계원교회 장로, 남원 김치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