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가 김성태선생은 2012년 4월 21일에 세상을 뜨셨다. 1910년생이니 102세로 장수하신 것이다. 나는 김성태선생 하면 가곡 동심초의 작곡가로 기억하고 있다 . 김성태 선생은 동심초 외에도 산유화, 이별의 노래 못잊어 등을 작곡하셨다. 가곡 “동심초”는 젊은 시절 많은 사람들이 즐겨 불렀고 지금도 많은 사람들의 애창곡이 아닌가 싶다.
약 20년 전쯤 유병례 교수의 “唐詩 30首”를 읽다가 동심초 가사의 원작자가 당나라의 여류시인 薛濤의 春望詞라는 詩 4首 중 한 수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세광출판사에서 나온 노래책을 보면 동심초가 “신사임당 작사, 김성태 작곡”이라고
되어 있다. 그 때서야 이 가곡의 작사가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이왕 잘못되었다는 안 김에 그 시를 자세히 살펴보고 싶었다.
同心草라는 노래를 부르면서 궁금하게 생각한 것이 同心草라는 풀이 있는가에 의문을 가졌다. 여러 문헌을 뒤져 봐도 동심초라는 식물이 존재하지는 않았다. 설도의 춘망사라는 제목에 담긴 뜻은 사랑을 希願하는 마음을 뜻하는 것이듯, 동심초 역시 연인을 그리며 同心結의 마음으로 풀로 매듭을 맺는다는 의미일 것이다. 연인들이 헤어지지 말자고 굳게 약속하며 동심결을 맺는 것이다. 설도는 연인이 떠나간 후 사모의 마음을 空結同心草로 표현한 것이다. 唐 玄宗과 楊貴妃의 사랑을 노래한 白居易의 長恨歌에 나오는 比翼鳥와 連理枝와 같이 우리 사랑 영원히 변치말자는 의미와 유사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설도의 춘망사(춘望詞)는 총 4首로 되어 있다. 그 4首중 제 3首를 김소월 스승 김억이 번역한 것을 김성태가 작곡한 것이다. 나는 김억이 번역한 동심초를 읽으며 느낀 것은 번역은 제 2의 창작이라는 말을 실감했다. 어쩌면 그렇게 유려하게 번역했을까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춘망사는 봄을 가는 것을 바라보며 회상에 잠겨 쓴 시이다. 아마 ‘봄이 떠나가는 것을 보며’라고 했으니 5월 중,하순경이 아니었을까 한다.
설도는 770년경에 태어나서 830년에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것을 비롯한 여러 가지 설이 있는데, 장안에서 태어난 장군이었다고도 하고, 하급관리였다고 하는 부친이 성도로 부임한 후 사망하고 나서 가세가 기울어 기녀가 되었다고 한다. 809년 설도는 원진과 사랑에 빠지게 되었는데, 이 때 설도의 나이 40세이고 원진은 10세 연하였다고 한다. 둘은 마음이 통하여 사랑하는 사이가 되었으나 원진이 떠나게 되어 둥근 벼루를 반으로 쪼개어 나누어 갖고 언제든 둥글게 합치자고 하였으나 연하인 원진이 설도를 다
시 찾지는 않았지만 설도는 평생 원진을 사랑하게 되었다고 한다.
설도의 춘망사는 봄에 느끼는 그리움을 너무나 절실히 노래하고 있다. 특히 이루지 못한 사랑을 안타깝게 여기며, 마음과 마음을 맺고자 하였으나, 그러지 못하여 한갓되이 풀잎만 맺으려는 대목에 이르러서는 안타까움이 절정에 이른다. 어쩌면, 우리의 덧없는 인생에서 사랑이 이루어짐과 이루어지지 않음은 아무런 차이가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어쩌면... 사랑을 이루고자 하는 마음 그것 자체가 진정한 사랑이 아닐까? 아파하는 마음속에 이미 사랑이 이루어져 아름답게 꽃피어 있는지도 모른다.
춘망사의 원문을 보자.
春望詞
花 開 不 同 賞 (화개부동상) 꽃이 피어도 함께 즐길 이 없고
花 落 不 同 悲 (화락부동비) 꽃이 져도 함께 슬퍼할 이 없네
欲 問 相 思 處 (욕문상사처) 그리워하는 마음은 어디에 있는가
花 開 花 落 時 (화개화락시) 꽃이 피고 지는 때에
攬 草 結 同 心 (남초결동심) 풀 뜯어 한마음으로 매듭 지어
將 以 遺 知 音 (장이유지음) 님에게 보내려 생각했건만
春 愁 正 斷 絶 (춘수정단절) 봄 시름에 속절없이 끊겨 버리고
春 鳥 復 哀 吟 (춘조부애음) 봄 새는 다시 와 애달피 우네
風 花 日 將 老 (풍화일장로) 꽃잎은 하염없이 바람에 지고
佳 期 猶 渺 渺 (가기유묘묘) 만날 날은 아득타 기약이 없네
不 結 同 心 人 (불결동심인) 무어라 맘과맘은 맺지 못하고
空 結 同 心 草 (공결동심초) 한갓되이 풀잎만 맺으려는고
那 堪 花 滿 枝 (나감화만지) 어쩌나 가지 가득 피어난 저 꽃
飜 作 兩 相 思 (번작량상사) 날리며 그리움으로 번지는구나
玉 箸 垂 朝 鏡 (옥저수조경) 옥 같은 눈물 아침 거울에 어리는데
春 風 知 不 知 (춘풍지부지) 봄바람은 아는지 모르는지
同心草歌詞
1.꽃잎은 하염없이 바람에 지고
만날 날은 아득타 기약이 없네
무어라 맘과 맘을 맺지 못하고
한갓되이 풀잎만 맺으려는고
한갓되이 풀잎만 맺으려는고
2.바람에 꽃이 지니 세월 덧없어
만날 날은 뜬 구름 기약이 없네
무어라 맘과 맘은 맺지 못하고
한갓되이 풀잎만 맺으려는고
한갓되이 풀잎만 맺으려는고
첫댓글 동심초와 *춘망사*가 예사롭지 않는 글입니다. 소제의 안목이 높아진 것 같습니디.
의미 깊은 댓글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