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준비생 아들에게
모처럼 미세먼지도 없는 쾌청한 날씨라서 세종 호수공원에 갔었다. 제법 많은 사람들은 제각기 마스크를 썼고 유모차에 누워 나비잠을 자고 있는, 돌쟁이쯤 보이는 아기가 쓴 마스크를 보는 순간 내 마음이 먹먹했어. 어른인 나도 불편한데 말 못하는 아이가 얼마나 답답할까. 이런 날들을 하루빨리 벗어나고 싶구나.
아들아! 취업준비 하느라 많이 힘들지? 밤낮으로 입사지원서를 작성하는 너를 볼 때마다 엄마는 그냥 모르는 척 하지만, 때론 네 표정에서 안타까워하는 것을 엿 볼 수 있었다. 항상 잘 될 거라고 준비 잘 해놓고 도전해보라고 격려도 했지만, 점점 실망하는 모습에 엄마 마음이 무겁구나.
대학졸업을 하면 전공분야에 근방이라도 취업이 될 줄 알았는데, 남의 집 자식들처럼 부족함 없는 내 아들도 수월하게 취업이 잘 될 줄 알았다. 취업의 문턱이 이렇게 높은 줄 몰랐다. 그동안 무슨 일이라도 혼자 잘 해결하는 너의 성실함이 마음속으로 항상 자랑스러웠다.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많은 생각을 하게 되더구나. 네가 그토록 하고 싶었던 일을 한다고 할 때 안 된다고 못을 박았지만, 두 번 다시 말 한마디 꺼내 보이지 않는 너였다. 지금 생각하면 네가 하고 싶은걸 하게 했어야 했다는 생각이 든다.
아들아! 정말 미안해. 엄마가 세상흐름을 빨리 읽지 못하고 감이 늦은 사람이라서 정말 부끄럽구나. 많이 부족한 엄마지만 너의 취업을 시절 인연 탓으로 돌리며 엄마 마음이 조금 위로가 된다면 너는 어떻게 생각할까?
네 친구들은 벌써 결혼해서 아이아빠가 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올 때 부러워하는 마음도 내 욕심이겠지. 그 순간은 취업이 우선이라는 것도 잊는다. 결혼과 취업을 겉으로는 태연한 척하지만 엄마 마음 깊은 곳은 그렇지 않는 모양이다.
내 아들아!
네가 알바를 시작 한 지가 벌써 일 년이 지났구나. 처음에는 용돈 벌겠다고 시작한 일이 이젠 직장이 된 것 같아 요즘에는 감사한 생각이 들더구나. 코로나19로 인해서 잘 다니던 직장인들도 하루아침에 그만 둔 사람들도 제법 있더구나.
눈에 보이지도 않는 작은 바이러스 때문에 온 세상 사람들이 대 재앙 속에서 공포를 느끼면서 일상을 보내고 있구나. 하루빨리 백신이 개발되어 종식 되어야 하는데 호흡기가 약한 나도 외출하기가 겁이 난다.
마음고생이 많은 내 아들아!
사람으로 태어나서 살아가는 일이 결코 쉬운 건 아니란다. 인생사 새옹지마라고 하잖아. 힘들면 쉬어가렴. 멈추면 비로소 보인다고 하는 말이 있잖아. 취업이 안 되면 어떠니? 다른 분야를 찾아보면 되지 않겠니? 엄마는 네가 어디에 가더라도 기죽지 말고 어깨 펴고 당당하게 살면 좋겠어.
이런 말도 있단다. 자식은 이미 어릴 때 부모에게 모든 기쁨과 즐거움을 선물로 많이 했다고. 뒤돌아 생각해보니 정말 그 말이 맞는 것 같아. 애써 잘하려고 하지마라. 건강하게 잘 살고 있는 네 모습에 감사하는 마음뿐이란다.
아들아 취업이 조금 늦어도 엄마는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을게. 때가되면 좋은 기회가 올 거야, 틈나는 시간을 잘 활용해서 네가 배우고 싶은 일식 요리학원에 다니면 어떨까? 사람 일 모르는 거야. 누가 아니, 먼 훗날 유명한 일식 요리사가 될 수 있을지도.
아들아 젊은 날 에 승승장구 한다는 것도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이 세상에 더 많단다. 송충이는 솔잎만 먹고 살아야 한다는 속담이 있지만 아주 가끔은 개천에 용 나는 사람도 있더라.
요즘 너희 세대에서 곧 잘 하는 말이 있잖아. 흙 수저는 영원한 흙 수저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신조어를 들을 때 마다 왜 내 마음은 시리고 죄인처럼 느껴질까? 부익부 빈익빈, 상대적인 박탈감 때문에 젊은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말인 것 같아. 세상살이가 힘들다고 생각하면 끝이 없지만 내 자신이 행복하다고 느끼면 그게 행복이 아닐까?
아들아, 요즘 가끔 길가다 보면 예절을 모르는 사람들이 보일 때가 있더구나. 좋은 옷에 값 비싼 승용차를 타고 다니면서 본인의 잘못을 인정하지 못하고 상대방을 욕설과 삿대질 하는 몰상식한 사람들도 있더구나.
사람으로 태어났으면 기본적인 예절을 갖춰야만 하지 않겠니. 나이가 많다고 어른이 다 아니듯이 어른다운 행동을 해야지 어른 대접을 받는 거야. 요즘 사람들은 언행일치가 안 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있더라. 그럴 때 잠시 너를 생각해 본다. 어떤 상황이더라도 슬기롭게 잘 대처해 나가는 네 모습이 믿음직스럽고 자랑스럽단다.
아들아, 다 잘 될 거야 걱정하지 마라 .
씩씩한 내 아들아! 오늘도 세종의 하늘만큼 푸른 세종 호수에 물비늘들은 지나가는 사람들의 웃음소리에 자박 자박 아이들의 걸음걸이로 뒤 따라 걷는구나.
엄마가.
첫댓글 아들에 대한 위로와 절대적인 믿음이 글 속에 가득하네요ㆍ뭉클하게 잘 읽었어요
아~~ 엄마의 마음
건강하고 바른마으을 지닌 아드님에게 좋은 일들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상쇠가 되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ㅋㅋ 상쇠가 아니라 사회 요
아들을 생각하는 엄마의 진정성이 느껴지는 글이라 뭉클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