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유진은 보고타 고등학교 12학년입니다. 어머니는 홈스테이를 하시고, 아버지는 SAT 학원을 운영하십니다. 미국에 온지 6년 되었습니다. 유진이가 MIT와 하버드에 합격했습니다. 3월 어느 날 MIT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듣고 너무 기뻐서 서로 얼싸안고 축하하고 여러 차례 밥 먹었는데, 4월 초에 하버드에서도 합격했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가족들은 기쁨이 넘쳤지만, 그래도 너무 좋은 표시 안내려고 애쓰는 표정이 역력했는데, 담임목사인 제가 더 방방 뜨고 흥분했습니다. 지난 연말 헬핑 핸드 미션 네트웍에서 주니어 리더십 어워드를 수상한 아이입니다. 교회에서는 유스그룹 리더와 프레이즈 밴드의 리드 싱어를 하고 있습니다. 제가 더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입에 거품을 물고 자랑하는 것은 아이가 합격한 데는 믿음의 승리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입니다.
하버드에 합격한 것이 믿음의 승리는 아닐 것입니다. 그러면 하버드에 합격하지 못한 것은 믿음의 패배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적어도 목사인 제 신앙의 눈으로 유진이의 하버드 합격에는 하나님이 손길이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부모님의 뒷받침도 있었겠지만, 아이도 참 열심히 공부하고 열심히 봉사하며 곳곳에서 리더십을 발휘했습니다. 사실 아이가 사는 타운에서는 아이비리그에 합격한 학생이 나온 것이 수십 년 만의 일이랍니다. 그만큼 학구적이거나, 우리가 일반적으로 좋다고 하는 학군이 아닌 곳에서 공부하면서 유진이는 AP 수업을 위해서 학교가 끝난 뒤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공부했습니다. SAT에서도 좋은 성적을 받았고, 학교에서야 당연히 일등입니다.
수학 클럽을 만들어 수학이 뒤지는 어려운 형편의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했고, 장애인들을 돌보는 스펙트럼이라는 단체에서 오래도록 봉사활동을 했습니다. 교회에서도 열심히 신앙생활하면서 유스그룹을 리드했습니다. 심지어 대학입학서류들이 오가던 2월 중순에는 지진으로 큰 피해를 당한 아이티에서 고아들의 아픔을 만져주는 봉사활동에도 참여했습니다. 도미니카를 돌아들어간 먼 길이었지만, 기쁨으로 감당했습니다.
하지만 목사로서 저는 이런 것도 생각합니다. 유진이가 하버드에 합격한 것은 새벽마다 예배의 자리에서 눈물로 기도하던 엄마의 기도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유진이에게 하나님께서 은혜를 베풀어 더 나은 세상을 향한 눈을 가질 수 있도록 좋은 곳에서 공부하게 바라던 간절함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매주 토요일 새벽예배에 나와 하나님께 감사드리고 간구하던 유진이의 기도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 언제나 우리가 처한 환경에서 가장 좋은 것을 주십니다. 혹시 그게 고난이라면 그 고난도 우리에게 필요하기 때문에 허락하신 것입니다. 지금 내가 누리고 있는 것이 불편하고 부족하더라도, 지금 내게는 그것이 가장 좋은 것이고, 필요한 것이기 때문에 허락하신 것입니다. 잘 되면 잘 되는 대로, 안 되면 안 되는 대로 감사해야 할 이유입니다.
모두가 가고 싶은 대학, 모든 부모들이 소망하는 대학이, 특히 한국 사람에게는, 하버드입니다. 하나님께서 정말 은혜로 그 대학에 합격할 수 있도록 하셨다면, 그것은 유진이에게 교만하라고 허락하신 것이 아니라, 그곳에서 더 많은 학문적 지식을 쌓고 더 많은 사람들을 위해서 살라고 하신 것일 겁니다.
유진이가 MIT에서 실시한 3박 4일의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하고 와서 참 좋은 학교라고 하더랍니다. 하버드 오리엔테이션은 이달 말에 있답니다. 그래도 나는 유진이가 하버드에 갔으면 좋겠습니다. 이유는? 그냥 하버드니까.
담임목사로 이제 제가 감사할 차례입니다. 하나님 정말 감사합니다.
믿음의 눈으로 보면 교만할 일이 하나도 없습니다. 그래도 나는 하버드 간 유진이가 기특하고, 부모가 자랑스럽고, 기쁨이 넘칩니다. 온 세상에 떠벌리고 다니고 싶습니다. 전 세계에서 2천 1백 명이 합격했다는데, 그 중에 하나가 매일 내가 기도하는 아이입니다. 할렐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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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
2010.04.14 22:2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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