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유산 향적봉
덕유산 등반이 예정된 바로 전날, 하필이면 많은 눈이 내렸다.
눈이 온 후 강추위가 있게 되면 등산로가 얼어서 몹시 위험하다.
포기하려 하였으나 날씨가 조금은 풀려 들뜬 마음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예정대로 간다.
어느새 등산은 내 생활에 일부가 되여 가고 점점 중독 되여 간다.
지금까지 다닌 산들은 그다지 높은 산이 아닌 700-800m 산들을 주로 다녔으나 덕유산
향적봉은 1,614m 가 되고 등산로 길이도 왕복 17km로 다녀본 중 제일 높고 제일 멀다.
주차장매표소 - 인월담 - 백련사 - 향적봉 ,등산객들이 당일 코스로 많이 이용하는데
시간은 왕복 6시간정도지만 우리야 1시간정도 더 걸릴게다.
마나님께서 워낙 걸음이 늦고 나도 이곳저곳 예쁜 사진을 찍고 가야 하니까.
높고 긴 거야 각오했지만 많이 온 눈이 못내 걱정스럽다.
생각 했던 대로 매표소에서 시작되는 길부터 발목이 쑥쑥 빠질 정도의 눈이 쌓였다.
등산객도 그리 많지 않아서 눈길도 트이지 않았다.
가다 미끄러우면 아이젠 차고가지.
그래도 위험하면 되돌아오지.
여기서 시작도 못하고 물러 날순 없지 않느냐.
한 10년, 골프에 중독 되여 정신없이 매 달려온, 배여 있는 오기가 발동하는가 보다.
이제 서서히 등산을 하면서, 이것도 인생이려니, 살아가는 지혜를 배워간다.
매표소에서 등산로를 따라 조금가면 구천동 수호비가 나온다.
6.25때 인민군들이 이곳 깊은 산악으로 숨어들어 무고한 양민들을 무차별 학살한 곳이란다.
그들을 위로하는 위령비가 구천동 수호비다.
매표소에서 백련사까지 계속해서 구천동 계곡을 따라간다.
백련사 까지는 차량이 들어갈 수 있도록 길이 넓고 평탄하다.
그러나 4.5km나 되며, 한시간이 넘게 걸린다.
시작부터 발목이 빠지니 산을 오르면 눈이 더 많을 꺼다.
그리 크지 않아 아담하고 아늑하다.
원래는 신라때 창건 했는데 6.25때 모두 불타고 근대에 새로 지었다 한다.
전쟁때는 전쟁만 하지 왜 문화재는 태우는가.
임진왜란과 6.25때 도둑맞고 불타버린 국보급 문화재가 얼마나 많은가.
이 절은 특이한게 절의 외곽 여기저기에 둥근 돌로 조각된 탑들이 많이 보이는데...
안내문을 읽어보니 부처님과 유명한 고승들의 사리가 봉안된 탑이란다.
증말로 저 탑안에 사리가 있을까?
백련사뒷길, 향적봉으로 오르는 가파르고 험한 등산로가 시작된다.
대다수의 등산객들은 백련사 까지만 왔다가 되돌아 갔다.
우리보다 먼저 몇명이나 정상으로 갔을까? 몇명 안되는 발자욱을 따라 눈길을 오른다. 백련사에서 향적봉 까지 2.5km....
두시간 이렇게 가면 정상에 오를 수 있을까? 춥지 않아서 얼지 않은게 얼마나 다행인지.....
푹푹 빠지긴해두 미끄럽지 않아 더없이 좋다. 중턱쯤 오르니 화사한 눈꽃이 만발하다.
더 위로 오르면 멋있는 설경을 맘껏 구경 할 수 있지 않을까?
덕유산 능선의 설경은 아름답기로 이미 정평이 나 있지않던가.
포기하지 않은 덕에 오늘 그 절경을 구경할 절호의 찬스를 맞았을꺼야.
가쁜 숨 몰아쉬고 옆을 돌아보니 ....
이 한겨울에, 화사한 목화꽃이 만발하다. 광주리 옆에끼고 목화따던 여인네들 모습이 아련하다.
중턱을 넘어서니 앞산의 등성이가 드러나 아름다운 설경이 펼쳐지기 시작한다.
옳거니.... 이래서 절경이라 하였드냐.
평지에서는 도저히 구경 할 수 없는 진 설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어서오르자.
이제 시작일 뿐이로다. 칠갑산...
칠갑산 산행하겠다고 문자 메세지 알림을 띄워 놓고...
전날이 되니 바람도 찬듯하고 4월의 빽빽한 스케줄 때문에
이번 산행을 접을까 싶어 취소 하려는데....
총무님 다 채워 준비가 끝나 좀 애매하다 한다.
그냥 가자고 권하기에 마음이 됐다.
이랬다 저랬다 하기엔 신뢰감을 잃을것 같고..
가치 없는 행동 같아 기로에서 갈등하던 마음 접어 동행하기로 했다.
칠갑산은 나의 고향이다.
어쩌다 칠갑산 휴게실을 지난다든지 하면 반가운 보금자리로 와 닿는다.
봄 맞으러 칠갑산으로 움직여 봤다.
아직도 순박하고 때묻지 않은 시골 같다.
산행길이라야 평평한 산허리로 산책로 같고...
아직도 작년의 갈잎수북히 쌓여 뒹구는 낙엽속에 다람쥐 움직여 꿀밤 찾고 다닐것 같은
길은 뽀송뽀송 밟는느낌 사르르 녹아 내린다.
내가 사는 이곳 경북에는 온 천지 꽃들의 웃음으로 봄 낙원이 되였건만....
칠갑산엔 아직도 봄 맞이를 못하고 있었다.
어쩌다 깊은골에 산수유가 피여 그나마 오고가는 사람들에게 봄 눈요기를 해 주는듯 ...
4월 중순이나 되여나 볼수 있을런지......
입구에서 콩밭 메는 아낙네 호미자루가 서계신 우리네 어머님 동상이 따뜻한 고향을
다독여 주었다.
내 어머니 품안에 있듯이 포근함 친근함으로 와 닿았다.
삼삼오오 오르는 등산로....
정상에서 내려다 보이는 정산. 장곡시내 조목조목 시골풍경맛을 구사해 주었고...
가던길 멈추고 따뜻한 길목 잡아 나누는 점심....
도시락 풀어 둘러 앉아 먹는 즐거움 재미가 솔솔 봄 바람 타고 날아간다.
기쁨조 아재 미니 동잔에 이슬이 한잔 꿀맛이고..푸른 삼동추 잎에 된장넣어 싸아
입에 넣어주는 이모야 손맛도 꿀맛이네..
옆에 앉아 한마디 간섞여 입담 하시는 젊은 오빠야 유머에 배꼽잡게 함도 꿀맛 같아라...
서로서로 챙기고 베려하는 푸짐한 인심...
어우러짐 더불어 사는 나누는 삶이 이렇듯 즐겁고 행복했다.
다 먹고난 식후에 커피 한잔의 깊은 맛도 산에서 마시는 차이를 더욱 의미있게 해 주었고
감로움 담고 남들보다 한발 앞서 내려오는 길에 이곳 저곳 맘가는곳 사진 한껏 담으며
사뿐사뿐 룰루랄라`~~~ 내려오다 자그만 키에 동행인을 만났다.
서울에서 오셨다나~~~
내려오며 나누는 얘기속에 풍부한 가슴으로 내다보는
안목과 세상을 바라보는 견지를 본것 같은 분...
너털 웃음을 담던 도인같던 분에 인상이 남는다.
본적 없고 만남적 없어도 어디선가 본것같고 나누는
대화속에 생각과 느낌이 통하는 인연....
시 한수 읊어델것 같은 감성....느낌이 좋았다.
봄오는 소리가 아직 칠갑산에서는 조금 길게 느껴졌지만
자연의 맛은 깊은 맛이 우러나오고 있는듯 하였다.
내려오던길에 장곡사에 들려 법당 부처님전에 삼배를 올리고..
만원짜리 한장을 꺼내 불전에 넣고.. 흰백의 백미를 부처님전에 공양 놓으며 무사함을 감사함을
놓고 나왔다.
사찰 모퉁이에 돋아나오는 돗나물과 어린싹들을 담으며 오는길 갈잎속에 피어나는
보랏빛 들꽃을 소중한 인연으로 보았다.
주차장에서 잠시 휴식하며 고향의 좁껍데기 깊은맛 의미하고 손두부에 청국장 맛....
정갈하게 진열된 산채나물들 이런 모든것들이 정감을 더해 주었다.
휘날리는 봄내음 직접 나와 보고 느끼고 맡는 향기에 기뻤다.
좀더 가까워지려는 고운 인연들...
자연은 숭고했고 자연에 순응하는 인간은 더욱 위대한듯 보였다.
우리는 배운다~~자연에서 살아가는 삶을....
"고양이에게서 겸손을 배우고..
개미에게서 정직을 배우며..
비둘기에서 자비를 배우고..
닭에게서 예절을 배우듯..."
자연에서 자연의 멋과 온기를 배운다.
자연냄새..자연의 향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