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순례 - 11
◆ 탄생의 룸비니
그때 숫도다나왕은 생각하기를
‘부인이 이 잉태하고서 날과 달리 찾는데도
해산을 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구나!’ 생각할 때
마침내 부인에게서 청이 들어 왔습니다.
‘왕이시여,
아기를 낳을 때가 되었습니다.
저는 이제 친정인
데바다하로 가서 그곳에서 아기를 낳고자 합니다.’
왕은 기뻐하며 기꺼이 승낙을 하였습니다.
곧 밖에 명령을 내려 룸비니동산을 깨끗이 쓸고 뿌리게 하여
다시 여러 가지아름다운 꽃과 열매를 심게 하며
흐르는 샘과 목욕하는 못을 다 깨끗하게 하였으며,
난간과 섬돌은 모두 칠보로써 장엄하고 비취翡翠,
원앙, 난새, 봉황이며 갈매기 등의 기이한 종류의 못 새들이
그 가운데서 모여울게 하며 비단 번기, 일산을 달고 꽃을 흩으며
향을 지피고 온간 음악이 올리는 마치 제석의 환희원歡喜園과 같았습니다.
룸비니를 지나던 왕비는
이곳의 아름다운 모습에 끌리어 머물고 싶어졌습니다.
왕비는 가마를 숲속으로 옮기게 하였습니다.
대신들은 가마를 메고 숲속으로 들어 갔습니다.
왕비는 가마에 내려,
많은 나무 중에서도 왕자다운 아소카나무 아래에 이르렀습니다.
왕비가 땅에 내려서 꽃이 활짝 핀 가지를 잡으려고
팔을 뻗어 올리자 가지는 스스로 내려와 왕비의 손 가까이 닿았습니다.
왕비가 그 꽃가지를 잡자 곧 산기가 일어났습니다.
시중들은 곧 왕비의 주위에 포장을 치고 그 자리에서 물러갔습니다.
이윽고 기 가지를 잡고 선 채로 오른쪽 옆구리로 왕지를 낳았습니다.
그와 동시에 청정한 마음을 가진 네 명의 대범천이
황금 그물을 가지고 와서 보살을 받았습니다.
바로 그 때 제석과 범왕이며 서천왕은
그의 권속들과 함께 모두 와서 보살을 호위하였습니다.
석제환인이 손에 보배 일산을 가지고,
대범천왕이 또 흰 불자를 가지고서 좌우에 모시고 섰으며,
난타難陀 용왕과 우바난타優波難陀 용왕이
공중에서 깨끗한 말을 뱉으면서 한 줄기는 따스하게 하고
한 줄기는 시원하게 하여 태자의 몸에 부었고,
몸은 황금의 빛깔에 서른두 가지의 모습이 되었고,
큰 광명을 내쏘아 널리 3천 대천세계를 비추었으며,
하늘과 용이며 8부 역시 공중에서 하늘의 풍악을 잡히며
노래하고 읊고 찬양하면서 뭇 이름 있는 향을 지피고
여러 가지 아름다운 꽃을 흩뿌렸고,
또 하늘의 옷과 영락을 비 내리어,
어지럽게 흩어져 떨어짐이 헤아릴 수 없었습니다.
그 때 나무 아래에는 또한 칠보로 된 일곱 성이의 연꽃이 나서
크기가 마치 수레바퀴와 같았는데 보살은 곧 연꽃 위에 떨어지면서
붙들어 모신 이도 없이 스스로가 일곱 걸음을 걸어가서
그의 오른손을 올리면서 사자처럼 외치되,
《장아함경長阿含經》에서는
“하늘 위 하늘 아래 오직 내가 존엄하다.
중생들의 생로병사를 제도코자 한다.”라 했고,
[천상천하 유아위존 요도중생 생로병사]
[天上天下 唯我爲尊 要度衆生 生老病死]
《수행본기경修行本起經》에서는
“하늘 위 하늘 아래 오직 내가 존엄하다.
삼계에 가득한 모든 고통을
내 마땅히 편안케 하리라.”라 했습니다.
[천상천하 유아독존 삼계개고 아당안지]
[天上天下唯我獨尊 三界皆苦 我當安之]
룸비니는 정말 아름다운 정원 같았습니다.
두 줄기의 강이 좌우로 흐르고
해질녁의 룸비니는
아마 오래도록 잊혀지지 않을 것만 같았습니다.
룸비니를 떠나면서
[부처님과 보살들이
몸을 분신하여 제도하는 것입니다.
남자의 몸을 나타나기도 하고,
여자의 인의 몸을 나타나기도 하고,
하늘과 용의 몸을 나타나기도 하고,
귀신의 몸으로 또한 온갖 자연의 모습으로 나타나
사람들을 이롭게 하여 제도한다고 했습니다.
제석의 몸으로,
혹은 범왕의 몸으로,
전륜왕의 몸으로,
혹은 거사의 몸으로,
그 밖의 재상,
혹은 벼슬아치,
혹은 비구 · 비구니 · 우바새 · 우바이,
성문 · 나한 · 벽지불 · 보살의 몸으로 나타난다고 합니다.
이처럼 여러 가지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32상 80종호의 거룩한 상호를 갖추신
부처님만을 찾아 헤매느랴 정신이 없어
곁에 와 계셨던 부처님을 알아보지 못하고
멸시까지 했는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우릴 일깨워주기 위해 부처님은
《금강경 법신비상분金剛經 法身非相分》에서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만약 색상으로써 나를 보려하거나
음성으로써 나를 구하거나 하면
이 사람은 사도를 행함이라 능히 여래를 보지 못하리라.”
“약이색견아 이음성구아 시인행사도 불능견여래”
“若以色見我 以音聲求我 是人行邪道 不能見如來”]
若以色見我 以音聲求我 是人行邪道 不能見如來를 다시 외워 봅니다.
녹야원의 다섯 비구와의 장소,
부처님의 열반장과,
룸비니는 이번 인도 순례의 최고의 선물 같습니다.
왜 진즉 와 보지 않았던가 하고 후회하면서
오늘의 글을 마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