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사람이 좋은 인공지능을 만들고, 나쁜 사람이 나쁜 인공지능을 만든다. 좋은 사람이 인공지능을 좋게 사용하고, 나쁜 사람은 인공지능을 나쁘게 사용한다!
말과 뜀박질 경주를 하면 인간은 100전 100패다. 말에 올라타야 이긴다. 그런데 올라타기만 하는 것으로는 안 된다. 제갈물리고 고삐를 잡고 원하는 방향으로 달려야 인간이 말보다 나아지는 것이다.
이어령 고슈는 인간이 만든 인공지능을 인간이 과연 올라탈 수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하지, 인공지능이 인간보다도 머리가 우수해지면 인간이 망한다는 논리는 맞지 않는다고 했다. 그것은
마치 "말이 인간보다 빨리 뛰니까 인간이 망한다" 라는 얘기와 똑같은 논리라는 것이다.
그래서 인공지능 자체보다 '사람'이 중요하다. 인공지능을 선하게 사용하며 선하게 제어할 수 있는 좋은 사람이 중요하다. 분명 기술 자체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반성이 필요하지만, 그보다 더욱 집중해야 할 것이 '사람'이다.
이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중국 청나라로 떠나보자.
중국 청나라 최고의 황제 중 하나인 건륭제는 앞선 명나라 왕조의 한 장수와 관련해 이렇게 말했다.
"천고기원(千古奇轅)!"
'천고에 워통한 사건!'이었다는 탄식이다. 그 주인공은 원숭환(原崇煥)이다. 그는 명청 교체기에 명나라를 사수한 마지막 명장으로, 우리나라의 이순신 장군 같은 존재였다. 그런 그가 왜 중국 역사에 가장 억울한 죽음을 당한 사람이 되었을까.
훗날 청나라가 되는 후금의 건국자 누르하치는 수백 번의 전투에서 한 번도 패하지 않은 전쟁의 신이었다. 특히 유명한 사르후(sarhu) 전투에서 조선과 명나라의 연합군을 격퇴한 그는, 정예군 20만 명을 이끌고 명나라 본토로 들어가는 길목인 영원성(永遠性)으로 진군한다. 그러나 겨우 1만 명의 군사를 이끌고 있던 명나라의 원숭환에게 생에 처음으로 뼈아픈 패배를 당한다. 원숭환은 네덜란드에서 들여온 막강한 화력의 홍아포를 성곽에 배치하고, 밀집대형으로 공격해오는 누르하치의 군대를 집중 포격하여 격퇴한다. 누르하치의 뒤를 이은 후굼의 태종 홍타이지 또한 걸출한 인물인데 그도 영원성에 쳐들어갔지만 원숭환에게 패한다. 이에 후금이 영원성을 우회하여 서쪽으로 수천 킬로미터를 달려 북경을 위협하자 원숭환은 전방의 군대를 끌과 와 사투 끝에 또 후금군을 몰아낸다. 사정이 이와 같으니 태종 홍타이지에게 원숭환은 정말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다. 그를 제거하지 않고는 명나라를 손에 넣을 수가 없었다. 이에 그 유명한 반간계(反間計)를 쓴다. 즉 , 포로로 잡은 명나라 환관에게 청군 지휘관들이 원숭환과 내통하고 있는 듯한 거짓정보를 흘리고, 이 환관이 탈출하게끔 해준다. 환관은 황제에게 달려가 원숭환이 적과 한패라고 고한다. 명나라 마지막 황제인 숭정제는 시기심과 의심이 많은 데다 나라가 어려워지자 더욱 사람들을 믿지 못했다. 거기에 명나라 멸망의 원흉으로 지목받는 환관 페거라인 엄당(奄黨)의 계속된 모함으로, 원숭환은 끔찍한 능지형을 당해 죽게 된다. 원숭환이 죽자 그의 부하 조대수는 병력 1만 5,000명을 이끌고 청나라에 투항하고, 이때 홍이포의 제작기술까지 청에 넘어간다. 이는 명나라 국운을 가른 사건이었다. 이로부터 15년 후, 명나라는 멸망하고 숭정제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만다. 최고의 장군 원숭환과 최고의 무기 홍이포가 있어도 명나라는 망했다. 마찬가지다. 솔로몬, 삼손과 같이 최고의 재능과 환경을 가지고 있어도, 그것을 관리할 자가 절제력이 없으면 멸망할 수 있다. 더 범위를 넓혀, 국가와 인류도 그러하다. 최고의 기능을 가진 인공지능 AI와 그것을 움직일 수 있는 최고의 인재들이 있어도, 죄악에 빠져 선용(善用)하지 않고 악용(惡用)한다면 가장 큰 재앙이 된다. 결국은 기술의 문제를 넘어 그 기술을 다루는 '사람의 문제'다.여기에 그리스도인들의 중요한 사명이 있다. 사람들이 큰 죄악에 빠지지 않도록, 그리하여 하나님이 주신 최고의 선물들을 선용할 수 있도록 이 땅에서 소금의 역활을 다하는 사명이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을 처음 사용한 클라우스 슈밥 역시 "제4차 산업혁명의 최종 목적지는 결국 그 잠재력이 최대의 발휘될 수 있도록 만드는 우리의 능력에 달려 있다" 라고 말했다. 마이크로소프드의 CEO이자 최고 법무책임자인 브레드 스미스도 기술의 시대에서 "기술혁신이 느려지는 일은 없을 것이며, 기술을 관리하기 위한 노력이 속도를 내야 한다." 라고 했다. 역시 기술 그 자체보다 그 기술을 관리하는 사람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칼이 어머니의 손에 들려 있을 때나 맛난 요리를 하고, 강도의 손에 들려 있을 때는 사람을 해치는 도구로 사용된다. 도구의 문제라기보다 그 도구를 사용하는 사람의 문제다. 기술이 너무나 발전하여 인간을 불멸의 수준까지 업그레이드하고 마음과 욕망까지도 통제하고 조작할 수 있게 될 때, 그것으로 무엇을 할지 알지 못하고 이러한 흐름을 멈추게 할 브레이크조차 존재하지 않을 때, 인간은 소외되고 말할 수 없는 위기를 맞게 될 것이다.
출판사 :규장
지은이 한재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