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산식당은 1976년 이순이(76)씨가 열었다. '지리산의 봄을 밥상 가득 올리겠다'는 뜻을 담았다.
정식은 30여가지의 찬이 나오는데 3인분 이상만 주문 가능하다네요. 식당에서 일하는 '할매'는 "삼천포가 멀지 않다"고 했다.
경상도 사람들은 맛을 모른다고들 하는데, 이 식당만큼은 예외로 해야겠다.
모든 음식이 간이 충분히 배 있으면서도 짜지 않다. 균형이 절묘하다.
전라도처럼 화려하게 멋 부리진 않았지만, 정갈하고 우아한 기품이 있다.
모시 적삼 갖춰 입고서 허리를 꼿꼿이 편 종갓집 종부 같은 맛이다.
비빔밥에는 달걀 지단과 각종 나물, 다진 쇠고기 따위가 고추장과 함께 새하얀 밥에 얹혀 나온다.
고명도 고명이지만 밥이 기막히다.
고슬고슬 엉기지 않아 다른 재료들과 쉬 섞인다.
쫄깃하달 정도로 차지고 달다. 이 식당에서는 산청 '탑라이스(Top Rice)'만을 사용한다.
탑라이스는 산청의 쌀 브랜드.
탑라이스 생산단지 회장 오대환씨는 "완전미(完全米) 비율이 95% 이상인데다,
단백질 함량이 6.2% 이하에 불과하다"고 설명한다.
완전미란 깨지지 않고 온전한 모양을 유지한 쌀이란 뜻.
쌀에 깨진 부분이 있으면 익히는 과정에서 전분이 흘러나와 밥맛이 나빠진다.
영양학적으로는 아무 문제 없지만, 단백질이 많으면 밥맛이 떨어진다. 국
내산 쌀은 대개 완전미 비율은 85% 정도이고 단백질 함량은 7%가량이다.
흑돼지양념구이도 훌륭하다. 산청에서 키운 흑돼지의 삼겹살을 살짝 데쳐뒀다가,
주문이 들어오면 고추장 양념에 버무려 식당 앞 연탄 풍로에 구워서 상에 올린다.
꼬들꼬들한 껍데기가 붙은 돼지고기와 달콤매콤한 양념이 아주 어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