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가 하나 있다면 네 가문 장손 고맙네. 조문 메시지에 올린 것은 잘 생각했어.
조카의 문자를 보니 50년이 넘은 이야기가 떠올라 생각난대로 써 보네.
내가 스므 살때 동네에 원지리 주도리 능주 건달패가 우리마을에 아침때
부터 들어와서 젊은 처녀들 새 시집오신 안 마님들께 행패를 부렸지.
1구 2구를 오르내리며 희롱하고(요즘 추행죄) 고성 방가하며 개판치고 다녔어요. 그런데 어느 누구 하나 저지를 못하고 숨어 쫄아 불안에 떨고 있었지요.
그것을 본 승제 대부(내동갑)와 이한호(내동갑 외촌) 나 셋이서 이청 아제 가계에서 소주 대병 하나를 샀어요. 그리고 큰 대접에 따라 똑같이 나누었지. 안주는 날 고구마 한 개 씹으며 셋이서 소주를 완샵했더니 천지가 빙빙 도는 거야. 때 마침 1구서 아침 때
개판치고 2구서 개판치고 마침 방앗간 지금은 논이지만 새평대부 담 밑에 노래를 부르며 내려오는 거야. 그것을 뒤에서 승제 대부가 아구통을 썬팅 하니까 바로 내가 발로 차고 한호가 휘어차니까 얼마나 급한지 논 바닦에 쓰러졌지. 군복도 양복도 미꾸라지 흙 좃이 돼 가지고 당시 양호승씨 마루 밑으로 도망하여 숨는 것을 보고 쫓아가 조근조근 해놓았지.
그때야 동네 어르신들이 기가 살아 여기 저기서 큰 소리로 개선장군처럼 환영을 하셨지요. 그런데 요놈들이 화순 경찰서에서 신고를 해 버린거야. 어느날 순사가 잡으러 왔는데 어떻게 정보를 입수했는지 승제, 한호는 바로 서울로 도망가고 나는 오고 갈 곳이 없었는데 다행히 2구 성빈 아저씨 문간방 진화 동생 집에서 이틀을 피했지.
그후에 화순군 남면 우마사 산 동네 당시 오치선씨가 태권도 사범을 하고 있는 곳으로 피신을 했어요. 그 인연으로 그곳에서 피신을 하며 자고 밥이나 얻어 먹고 지냈지. 그런데 내가 태권도 실력이 워낙 뛰어나니까 오치선이 나에게 인계를 했지요. 나는 그런 요행으로 깊은 산골짝에서 안심하고 주경야독 낮에는 공무원시험준비 밤에는 태권도 교관으로 지낼 수 있었지. 그렇게 약 7개월 거주하다가 여름 농사철이 되니 당분간 휴가를 하자고 해서 할 수 없이 집에 왔지. 그런데 또 어떻게 알았는지 갑자기경찰이 들이 닥쳐 방문을 열기에 뒷 문을 차고 다람 쥐 처럼 대밭으로 도주하여 그 길로 고향집을 떠나기로 결심을 한 거지.
배양굴(금남 서장님 아버님) 할아버지 소개로 서울 마포구 대흥동 금남 세무서 간세과장님 자택에 신세지게 되었지요. 그때 약 1개월 정도 있었는데 우리리 동네 친구들은 물론 신덕리 사람들, 한천면 사람들 여러분들이 취직 부탁으로 문전성시였어요. 그런 중에도 나는 당시 수원 간세 과장님 뻭으로 안양에서 내노라하는 삼진알미늄 포장지 회사에 기능공으로 바로 자리 잡게 되었지요.
그렇게 잘 다니던 회사를 그놈의 군 입대 때문에 또 한 번 내 운명은 바뀌었지. 그것이 남자의 타고난 팔자요 운명인 것을 어찌 거스를 수 있겠어. 흥하고 망하는 것이 다 창조주의 계획이라는 생각이 들어.
93세 최 할머님 모습이 스치기에 想章을 지목 해 보며 추모의 마음을 정리해 보았네.
첫댓글 觀空 당숙께서 입대를 앞두고 서울에서 내려오셨을 때의 일이 생각납니다. 윗목 벽 아래 놓인 상에는 책이 놓여 있었고 벽에는 시를 써 붙여 놓았지요. 그 시는 입대를 앞둔 마음을 매봉산에 호소하는 내용으로 'ooo는 매봉산아'로 시작했는데 참 명문장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당숙의 문장력을 늘 마음에 두고 있었습니다.
당숙께서 입대하신 2년 후 쯤 저도 영장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당숙의 시가 생각이 나서 저도 써보려고 했지만 한 줄도 못쓰고 포기했습니다. 그때 저는 떠오르는 생각은 많은데 글로 쓰려면 매번 얽혀서 한 줄도 쓰지를 못했습니다.
입대하여 논산훈련소 25연대에서 훈련장으로 행군할 때면 당숙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그 길을 걸으면서 당숙도 이 길을 걸으셨겠다 싶은 생각에 힘을 얻곤 했습니다. 그리고 강원도 최전방으로 자대 배치를 받고 근무를 할 때는 당숙과 편지를 주고 받으며 위로를 삼았던 기억도 새롭습니다.
그 동안 저는 당숙께서 서울에서 회사에 다니신 것만 알았지 상경하시게 된 사연은 이제야 알았습니다. 그것이 마을의 명예와 자존심을 지키기 위한 의협심이 원인이었다니 참으로 존경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