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하반기부터 기업회생절차에 대해 문의를 하는 고객들이 많이 늘고 있다. 경북 지역 제조업체들의 상황은 꽤 심각하다. 나라 최고의 철강산업단지 포항지역은 사상 최초로 적자를 기록한 포스코의 부진으로 협력업체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고, 구미 공단은 휴대전화기를 중심으로 한 삼성전자, 엘지 계열사들의 중심이동으로 인하여 수년째 침체를 면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이다. 삼성전자의 주력 생산기지는 베트남 하노이 공장으로 이동하였고, 전세계 매츨 중 국내 법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10% 이하로 떨어졌다고 한다. 구미는 또한 10여년 전 엘지디스플레이 새 세대 기술 생산기지가 경기도 파주 지역으로 이동하면서 차세대 성장동력을 잃었다고 일반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포항과 구미만의 문제는 아니다. 수년간 한국경제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대기업들이 국제경쟁력을 가지고 있으나 다수의 중소기업들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적정이윤의 실현을 하지 못하고 있고, 그 중 상당수 기업들은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
심각한 불황 국면에서 기업들이 도산의 위험에 직면하게 될 때 자구책으로 찾게 되는 수단이 기업회생절차이다. 기업회생절차는 간단히 말하면 채권자들의 희생 하에 도산의 위기에 처한 기업을 살리기 위하여 채무를 탕감하고 강제집행을 하지 못하게 하는 특별한 법적 절차이다. 다시 말하자면, 기업회생절차란 재정적 어려움으로 파탄에 직면한 채무자에게 채무를 탕감 혹은 유예하는 채무조정절차를 거쳐 채무자 기업이 갱생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법률상 절차를 의미한다. 그 근거법률로 ‘채무자회생및파산에관한법률’이라는 이름으로 통합도산법이 제정되어 시행되고 있다.
1998년 IMF 구제금융 위기 이전까지는 기업회생절차라는 것은 거의 교과서와 법전에는 있는 제도였지 기업이 실제 활용할 수 있는 무기가 되지 못하였다. 구제금융 사태를 전후로 하여 굴지의 자동차 기업인 기아자동차의 법정관리 신청, 대구지역의 대표적인 건설업체인 주식회사 우방, 보성, 청구 등의 법정관리 절차가 진행이 되면서 법정관리는 기업인들 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에게도 익숙한 용어가 되기 시작하였다. 2006년 4월 1일 통합도산법이 시행된 후부터는 법정관리 대신 ‘회생절차’라는 용어가 일반화되고 있다. 통합도산법 이전에 법정관리절차는 주로 중견기업 이상의 큰 기업들이 활용하는 제도로서 제3자 관리인이 선임되어 기존 경영자가 회사 경영권에서 배제되는 제도였고, 화의는 기존 경영자가 관리인으로 선임되는 경우로서 주로 중소기업이 선호하고 있었다. 통합도산법에 의한 회생절차에서는 기존 대표이사의 배임행위가 명백한 경우 등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기존 경영자를 관리인으로 선임하여 경영권의 연속성을 보장하고 있다.
경영자가 기업회생절차를 시작하겠다고 마음먹는 것은 상당한 정도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대부분의 성실한 중소기업인들은 자신이 가꾸어 온 기업을 스스로의 분신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자신의 기업이 어려움에 처할 경우 그 기업이 쓰러지지 않도록 온갖 노력을 다한다.
경영이 어려워진 중소기업 대주주 겸 경영자의 경우 거의 대부분 자신의 재산을 회사 운영 경비로 투입하고, 더 나아가 배우자나 친인척 혹은 친구들로부터 돈을 빌려 회사에 투입하는 행위를 한다. 이 단계에서 변호사와 상담이 이루어지면 그 기업이나 기업주는 행운이 있는 편이다. 이 경우 나는 절대로 개인 자산을 회사에 투입하는 것은 피하라고 조언을 한다. 금융기관으로부터 혹은 공개적인 투자 권유를 통해 정상적으로 자금조달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개인적으로 자금을 조달하여 회사에 넣더라도 결국 회사는 살아나지 못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그렇다는 이야기이다. 회사에 자금압박이 오는데 금융기관으로부터 정상적인 자금조달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회생절차를 고민해 보아야 한다.
리더로서 자부심과 긍지를 지닌 기업인들, 기업을 경영하여 임직원들의 생활의 터전을 마련해 주고 국가경제에 이바지한다는 자긍심을 가진 기업인들에게 있어서 회생절차로 가는 것이 두려운 일임은 분명하다. 기업회생절차는 법원의 감독을 받아서 진행되는 기업의 갱생절차로서 기존의 대표이사는 ‘관리인’이라는 신분을 가진 공적 수탁자에 의하여 대체된다고 보면 된다. 관리인은 대주주의 의사와 이해관계에 기하여 활동하는 기업의 대표자 지위가 아니라 회사의 주주, 채권자, 근로자 등 이해관계인의 이해를 공정하게 대변해야 하는 공적 업무의 수탁자이다. 그래서 주요한 자금 지출은 법원의 승인을 얻어야 하고, 모든 자금 지출과 인사문제 등 경영상황은 법원에 보고를 해야 한다.
회사가 기울어져서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내리막을 가고 있다는 판단이 서면 최대한 신속하게 변호사와 상담을 하여 회생절차에 돌입해야 한다. 수백억 매출을 하는 기업에서 평소에 수억원의 자금은 아주 미미한 것일 수 있으나, 회생절차 국면에 들어간 기업의 경우 단돈 1천만원이 아쉬울 경우가 많다. 도산의 길로 들어선다는 판단이 설 때에는 최대한 신속히 회생절차에 대한 의사결정이 필요하고, 그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순간부터 모든 자금지출은 철저히 통제를 하고 자금의 유입은 최대한으로 하여 유동성을 확보하는 것이 1차적 과제이다.
회생절차 상담을 하다 보면 중소기업의 회생절차에 필요한 변호사 비용, 법원 예납금을 마련하지 못하여 힘들어 하는 경우가 많다. 수천만원 수준에 이르는 그 비용조차 마련하는데 애를 먹을 정도로 유동성이 악화된 상황, 즉 도산의 일보 직전에 비로소 변호사를 찾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이다. 이 경우 변호사로서는 안타까움과 합께 답답한 마음이 든다. 두세달 전에만 방문하였더라도 수억원의 유동성을 가진 상태에서 변호사 보수에 대해서는 큰 부담을 가지지 않고, 더 나아가 이후 거래에서 필수적인 현금거래를 위한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어서 이후 회생절차의 진행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었는데......
대부분의 기업인들이 자신의 돈, 배우자의 자금, 친인척과 친지로부터 빌릴 수 있는 돈까지 모두 투입을 하고 나서 그래도 안 될 때 변호사를 찾게 되는 것이다. 선량한 기업인들의 일반적 행동양식이다. 기업인으로서 자긍심과 함께 사회적 책임 의식의 발로로 이해된다. 그러나 기업인은 혼자의 몸이 아니다. 생계를 같이 나누는 임직원이 있고, 그 다음으로 채권자들과 거래처의 이해도 조율해야 한다. 냉철한 판단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이다. 내가 가진 돈을 제외하고 배우자나 친지로부터 돈을 빌려와야 기업의 자금조달을 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이때는 과감히 포기를 하고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한다. 그 길을 합법적으로 보장하고 있는 것이 기업회생절차이다.
기업회생 변호사는 고민이 많다.
쓰러져가는 기업을 위해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적어도 수천만원의 돈을 내놓으라고 단호하게 말을 해야 한다. 수임료의 높낮이를 가지고 이야기가 오고 가기 마련인데, 제대로 일을 하려면 최소한 받아야 하는 금액이 있기 마련이다. 어려운 처지를 알면서 수임료가 들어오지 않으면 신청절차를 진행할 수 없다고 말을 해야 한다. 마음이 편하지 않다.
나아가서 채무는 최대한 갚지 말라고 조언을 해야 한다. 회생절차를 진행할 결심을 하게 되는 순간부터 금융기관에 대해서는 원금은 물론 이자도 넣지 말아야 한다. 서로 얼굴을 맞대는 사이일 수 있는 상거래 채권자들에게도 고통을 주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 규모가 큰 상거래채권자에 대한 채무는 변제를 못하고 화생절차로 가게 된다. 그 경우 그 채권들은 회생채권이 되어서 이후 회생계획안이 인가될 경우 그 계획에 따라 대폭 탕감되고 변제기간이 늘어나는 형태로 조정이 된다. 채권자들은 큰 손해를 보게 되는 것이다. 그렇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다만 여건이 된다면 수백만원 이하 소액 채권들의 경우 일괄 변제하여 회생채권자의 구조를 간단하게 하고 가는 것은 필요하다.
결국 회생절차 변호사는 채무자에게 채무 변제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방향으로 조언을 하는 것이다. 역시 마음이 편하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결국은 그것이 기업을 살리는 길이고, 회생기업이 살아나면 그 근로자들은 삶의 터전을 유지할 수 있게 되고, 채권자들의 경우에도 파산적 청산을 하는 경우에 비하여 조금이라도 더 변제를 받게 되어 결국은 이익이 된다. 물론 나라 전체 차원에서 산업의 구조조정을 저해하는 요소가 될 수는 있다.
즉 경쟁에 의한 자연도태라는 자본주의의 기본원칙을 거스른다는 점에서 회생절차가 부정적 역할을 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앞에서 본 긍정적인 역할이 크다. 이 점에서 회생전문 변호사의 업무는 보람 있는 일이다. 회생절차가 잘 진행되고 성공적으로 종결이 되면 회사, 채권자, 근로자, 경영자 모두에게 큰 도움이 된다.
회생절차의 두 측면, 채권자들에게 희생을 강요한다는 것과 모든 이해당사자들에게 결국에는 도움이 된다는 것, 이 둘 주에서 후자가 돋보이도록 노력하는 것, 그것이 회생전문 변호사의 사명이고, 그 속에서 항상 고민하는 것이 회생전문 변호사의 숙명이다.
오늘도 그 고민을 갖고 회생기업의 실무자를 만나 회생절차개시 신청서 작업을 하고, 새로운 회생절차 고객을 찾아서 공장을 방문한다.
법무법인우리하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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