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만의 냄새>> 안미란 글/ 윤정주 그림/ 사계절
2024년 10월 30일 발제 장호정
* 작가소개 : 안미란
1969년생
경북 김천의 작은 과수원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고, 동국대학교에서 철학을 공부했다.
‘씨앗을 지키는 사람들’로 2000년 제5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 창작부문 대상을 받았다. 그 밖의 작품으로 ‘너 먼저 울지 마’ ‘철가방을 든 독갭이’ ‘나 안 할래!’ 등이 있다.
* 발제
나, 너 그리고 우리라는 작가의 말로 책은 시작되었다.
나, 너, 우리의 세상과 삶에 대하여 떠오르는 것들이 담고 있는 냄새들은 전혀 낯설지 않았다.
하지만 관계라는 건 오묘하고 복잡해 보였다.
거친 할머니의 말에도 “나쁜 마음으로 그러시는 게 아냐. 외로워서 그러겠지.” (21p) 라고 말하는 엄마.
“어디 다치셨어요?” (22p) 물어 봐 주는 관심에 신세타령을 늘어놓고, 무릎이 아프다며 엄살을 부리고, 밥 짓기도 벅차다는 요점도 남기는 박카스 할머니.
어쩌면 감나무는 시단 아저씨의 위로였을까?
아이가 감나무를 좋아한다는 말에 처음으로 웃음을 보였고, 낯설고 공격적이던 관계도 밥 한 끼와 속마음을 얘기함으로 이웃이 되니, 대화와 관계의 중요성이 이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절대로 해 줄 수 없는 게 있었다. 바로 ‘사람과 관계를 맺는 일’이었다. (4p)
그렇다. 관계의 시작에서 누군가가 도움은 줄 수 있겠지만 결국 맺음은 내가 하는 것.
쥐돌이와 고양이는 서로가 진심을 맺었으니, 여기서는 세상에 그 어떤 적도, 사냥꾼과 먹이의 관계도 없었다.
“오늘 힘들었구나, 이리와. 내 옆에 누워.” 고양이는 자기가 한 말에 놀랐다. 내가 생쥐를 품어 줄 수 있을까. (43p)
강자라고 약자를 쉽게 품을 수 있는 건 아닌가 보다.
품어내기 위해 둘 다 용기가 필요하지 않았을까?
어렵게 열린 둘 사이의 마음이 다시 닫힐까 봐 두려웠다.(45p) 관계란 지키고 싶은 것,
“꼬리에 하얀 점이 있는 쥐를 보거든 잡아먹지 마. 우리 엄마야.” (46p) 이 또한 관계란 지켜주는 거라고 생각되는 부분이었다.
“왜 내 눈에는 자꾸 불쌍한 사람만 보이냐.” (68p)
아픈 사람은 아픈 사람을 알아보고 외로운 사람은 외로운 사람을 알아본다. 사람은 자기와 비슷한 사람을 알아본다. (5p)
하지만 김노인은 결코 불쌍한 사람이여서 불쌍한 사람만 보이는게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다.
개미도 죽이지 못하는 착한 심성, 수염 노인도 친구로 만들고, 고양이도 복덩이로 만드는 남을 헤아리는 사람이다.
퀴퀴한 오징어 냄새가 나는 김여사에게도 아들 이야기를 할 때면 온몸에 힘이 넘치고 빛나는 사람이라는 것을 볼 줄 아는 눈을 가졌고, 그의 자식을 같은 부모의 마음으로 아파하며 올린 기도로 익지도 않은 돌배에서 향내를 나게 하는 김노인이야말로 가장 따스한 사람이 아닐까?
비릿한 쇠 냄새가 나는 목줄을 찬 독구, 그것을 이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나만의 것’이라고 표현했다.
사랑을 받는 게 어떤 건지는 잘 모르지만, 쥐포 냄새의 반가움과 곁을 지켜주는 배우 총각을 사랑하는 설렘은 알았다.
마침표를 찍을 때 행복하려던 독구가 도착한 꿀벌 나라에는 향기가 가득해서 다행이다.
담장 하나는 촉각과 시각의 부분으로 보았다.
어쩌면 우리의 오감은 연결된 감각이기에 자연스레 후각에 이어 따라오는 부분으로 생각한 것 같다.
“찬 새벽에 가야 뜨신 물이 시원한 거야.” (95p) 라는 온도의 표현은 나도 이제는 이해가 가는 나이인건가? 라는 생각과 함께 촉각의 요소로 와 닿았다.
할아버지 두 분이 나란히 탈의실 평상에 쪼그려 앉아 요구르트 빨대만 쪽족 빠는 모습, 교감 할아버지 볼도 발씸발씸, 우리 할아버지 볼도 발씸빌씸. (100p) 은 유쾌한 시각적 요소였다.
말싸움을 하고 같이 녹다운이 되는 관계, 결국은 서로가 함께 해야 한다는 진리를 두 할아버지를 통해 볼 수 있었다.
생명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가 진정한 관계 맺기의 출발점이다. (5p)
“엄마 제비가 또 결혼했니?”
“몰라.”
“첫 남편 제비하고 이혼한 거지?”
“몰라.”
“새 남편 말날 때 자기 아기들 데리고 갔을까?”
세 번째 질문에 모른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그냥 아무 말 안 했다. (120p)
우리의 대화에서 모른다는 말과 침묵은 무례함일 수 있겠지만, 서울 아이에서 보여주는 대화는 서로에 대한 지킴과 보호이자 예의로 다가왔다.
까마중을 통해 추억을 간직하는 법과 헤어짐을 나중이라는, 만남으로 기약하는 둘의 모습도 예쁘고 소중했다.
마지막으로, 나는 그동안 좋은 것은 향기, 좋지 않은 무언가는 냄새라고 표현해왔다.
하지만 <너만의 냄새> 7개의 단편에는 냄새와 향기는 좋고 나쁨의 차이가 아니었다.
“네 냄새는 무서워. 그래도 따뜻해.” (45p) 쥐돌이가 상처 입은 고양이의 냄새를 적이 아닌 친구의 것으로 기억하고 떠나는 장면이 가장 강열함으로 남는다.
‘코가 아닌 마음에도 닿을 수 있는 거’
‘오래도록 간직하고픈 무언가’ 그게 후각이고 냄새일까? 라는 생각을 해 본다.
그렇게 냄새라는 궁금증으로 가볍게 책을 펼쳤고, 관계라는 마무리로 묵직하게 책을 덮었다.
* 함께 나누고 싶은 이야기
1. <<너만의 냄새>> 7개의 단편 중에서 가장 마음에 닿은 냄새는 무엇일까요?
2. <<너만의 냄새>>는 관계의 중요성을 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러분은 관계 맺음에서 가장 중요시 여기는 부분이 무엇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