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재료의 기원과 성분
(1) 주재료
1) 안료
채색화용 물감은 정제한 가루 원료인 분채, 아교를 섞어 반죽해서 그대로 굳힌 봉채와 접시에 굳힌 접시채. 튜브에 넣은 튜브채 등이 있다. 전통적으로는 봉채와 접시채가 많이 쓰였다. 모두 동양화용 안료에 아교와 그 밖의 첨가제를 배합한 것으로서 약간의 물로 풀어 쓴다.
봉채는 단순한 안료가루와는 달리 쓰기 편하게 생산된 것으로 안료만이 아니고 약간의 체질분말과 다른 성분이 처방되어 있어 여기에 아교와 물을 넣어서 그린다. 튜브채는 아주 간편하게 사용할 수는 있지만 전통적인 동양화의 기법을 내기에 그리 적합하지는 않다 아교는 잠깐만 지나도 굳어 버리므로 튜브에 든 동양화물감에는 아교가 아니라 수용성 높은 수지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만일 튜브 물감으로만 그린 그림을 배접할 경우 그림이 번져서 망치기 쉬우므로 이것을 쓸 때는 아교를 섞어서 쓰는 것이 덜 번지고 배접에도 지장이 없다.
동양화의 그림막은 유화나 아크릴처럼 견고한 것이 아니므로 내구성은 안료의 품질에 달려 있다. 그러므로 반드시 퇴색시험만은 해보고 선택해야 한다. 아무리 아교로 조절을 한다 해도 작품의 내구성 약화는 거의 대부분 안료의 퇴색에서 오기 때문이다
분채는 가루로 된 물감으로 분말을 제조하는 과정에서 알맹이를 부수어 병에 담은 것이다. 분채의 특징은 밀가루처럼 입자가 고운것이고 광물성 물감이며,또한 사용상 주의할점은 색반죽을 끝낸 뒤 묽게 쓰려고 물을 넣고 저어 착색을 하면 번짐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석채는 광석을 분쇄하여 만든 물감이다. 석채의 특징은 입자가 미세한 것부터 거친 것까지 다양하다.
당채는 오채먹이라고도 한다.
자연 식물성 물감은 풀이나 꽃 등 식물을 이용하여 천연색을 만들어 내는 것을 말한다.
위로
봉채 : 가루상태의 안료나 염료를 아교물로 반죽하여 손가락 크기 정도이 막대모양으로 만들어 건조시킨 것을 말한다(그림4). 가볍고 견고하여 취급, 운반, 휴대에 간편하고 아교가 들어있기 때문에 먹처럼 접시에 갈아서 쉽게 쓸 수 있다. 수묵 담채나 소품제작 등 소량으로 쓸 때 편리하다.
안채 : 아주 미세한 가루물감을 아교물에 풀어서 사기접시에 부어 굳힌 것(그림5)으로 물 묻힌 붓으로 핥아서 사용하므로 쓰기에는 편리하나 물감 입자가 몹시 작기 때문에 피복력이 약하여 채색화에는 적당치 않다. 스케치나 수묵화에서 담채용으로 애용된다.
편채 : 봉채나 안채와 같은 안료인데, 형태만 조각으로 되어있다. 사용할 때 필요한 대로 조각을 물에 녹여서 쓴다. 수묵담채용이다.
위로
튜브들이 물감 : 모양이 수채화물감처럼 보인다. 이미 아교나 아라비아고무 등과 함께 섞여서 튜브에 들어있다. 입자가 비교적 가늘기 때문에 채색화에서는 밑색용 정도로 쓰인다. 이 안료들은 주로 식물에서 추출한 염료로 만든 것이거나 광물성이나 합성 안료라 하더라도 가장 입자가 고운 것들로 만든다. 작은 입자는 빛 반사력이 떨어지므로 여러번 겹쳐 바르면 안료 입자 하나하나의 빛 반사가 뒤섞여서 매우 혼탁해진다.
가루물감 : 정제한 안료 그대로의 가공하지 않은 상태의 물감이다. 건조된 상태의 가루로 되어있기 때문에 이렇게 부른다. 같은 가루 모양이라도 석채는 분채라고 하지 않는다. 분채란 보통 수간안료를 이르는 말이다. 사용할 때는 접시에 담은 가루를 일일이 아교물에 개어서 써야 하므로 제작준비에 소모되는 시간이 많고 계속 쓰지 않으면 접시에 말라붙는 등 불편한 점이 많다. 그러나 색상이 선명하고 입자가 굵어 피복력이 높으며 아교물의 양, 색의 농도 등 작가가 마음대로 조작할 수 있는 이유가 있어 전문가에게는 필수적인 재료이다. 또 파손의 염려가 없고, 원료 상태로서 아교 등이 첨가물이 들어 있지 않기 때문에 변질이 없어 보존, 보관이 용이하고 다량의 색을 사용할 때는 봉채 등에 비하여 오히려 노력이 적게 든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대작에 적합한 재료이다. 자연의 원료를 직접 채취하여 물에 푼 다음 수비법에 의하여 정제하여 만든 것으로 대자, 황토, 합분 등이 있는데 비교적 쉽게 안료를 얻을 수 있어 예부터 널리 쓰였다. 수간안료(그림7)는 색상에 따라 그 종류도 매우 많아서 거의 100종에 이르지만 요즘 판매되는 수간채는 흙 안료를 제외하고는 거의 합성 안료이다.
석채와 인공석채 : 우리가 석채 또는 암채라고 부르고 있는 천연석채는 말뜻 그대로 색깔있는 천연산의 광석을 빻아서 만든 돌가루를 일컫는다. 이것은 변색하지 않으며 그 성분의 고유한 결정 때문에 알갱이들이 예각을 형성하고 있어 투명하고 품위있는 색에 광택까지 있다.(그림8) 천연광물 속에 다양한 불순물이 섞이기도 하고 안료의 결정상이 다양하므로 색이 아주 미묘하다. 그러나 산지가 한정되어 있고, 소량 채굴되기 때문에 다양한 색상을 모두 얻을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석채의 이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하여 개발된 대체용 인공석채(그림9)를 신암채라 한다. 수간안료보다는 색상이 선명하고 피복력이 높다. 안료의 입자가 크고 굵으며 형태가 불규칙하여 같은 색이라도 빛 반사가 선명하고 다양하므로 보는 이의 시각을 자극하여 아름답게 발색한다
.
염료물감 : 남색 등은 본래 염색물감으로 쓰던 것을 그림물감으로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염료이므로 안료와는 달리 물에 풀리고 투명하며 삼투력이 좋으나 피복력은 매우 약하다.(그림10) 봉채와 접시들이 튜브들이로 만들고 있다.
화합물 안료 : 주황색의 주는 수은과 유황의 화합물로 만들어서 천연석채인 군청, 녹청과 함께 동양에서 기원전 3천년 전부터 가장 널리 사용된 전형적인 화합물 안료이다. 비중이 크고 입자가 가늘어서 전색성이 높으므로 물감에 이용한다. 그러나 화합물이기 때문에 단독으로는 불변한다 해도 결합되어 있는 상태보다 더 친화력이 있는 상대를 만나면 변해버리고 만다. 주를 은박 위에 쓰면 은이 검게 변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러나 알고 쓴다면 특수한 효과를 위해서는 해볼 만한 일이다.
조색용 접시
채색화에서는 색을 여러 번 겹쳐 칠하게 되므로 쓸 색을 한꺼번에 많이 만들어 놓고 여러 차례 쓸 수 있는 각 색마다의 접시가 필요하다. 따라서 접시는 많을수록 좋다. 적어도 직경 20cm 정도의 큰 것이 한개, 15cm 정도의 중간 것이 세개, 7-8cm 정도의 작은 것이 열 개 정도는 있어야 된다. 접시의 색은 물감색이 정확하게 드러나는 흰색이 좋다.
물그릇
아교로 갠 물감을 용해시키거나 붓을 씻어낼 때 등 항상 물이 필요하다. 물을 담아 놓는 물그릇으로는 요즘 시판되는 그룻 하나를 세 칸 정도로 나누어 놓은 도자기제가 편리하게 쓰인다.
막자사발과 막자
막자사발과 막자는 호분, 황토 등의 안료를 곱게 빻을 때 필요하다. 크기는 쓰는 물감의 양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
사용할 일이 많지는 않으나 호분 등을 갈 때 필요하므로 갖추고 있는 편이 좋다.
2) 먹
소나무나 식물유를 태워 얻은 그을음 가루를 갓풀에 섞어 반죽하여 굳힌 검은 물감을 말한다. 소나무를 태워서 만든 먹을 송연목이라고 하고 식물유를 태워서 만든 묵을 유연묵이라 하는데 현재는 광물성 그을음을 사용하여 만든다. 중국에서는 옛날에 천연 광물성 석묵을 사용하였는데 이는 요즘의 흑연이다. 현재 연필심으로 많이 사용되는 것으로 흑색 또는 회색이며 손으로 만져보면 미끈미끈하고 석탄이나 금광석과 같은 순수한 탄소이다. 이 석묵을 물에 녹이든지 옻칠을 혼합하여 사용한 것이 먹의 시초라고도 한다. 또다른 방식으로는 옻칠을 불에 태워서 그을음을 만들고, 또 소나무를 태워서도 그을음을 만들어 이 두 가지 연기의 검댕을 혼합하여 굳혀서 먹을 제조하였다는 기록이 있는데 이 제조방법은 오늘날 탄소분말에 아교액을 섞어서 단단한 먹으로 제조하는 방법과 흡사하다.
610년 담징이 일본에 파견될 때 종이와 먹을 전하면서 그 제조법도 가르쳐주었다는 기록이 <일본서기>에 전하고 있어 우리의 먹 역사를 짐작케 한다.
먹은 원료에 따라 송연묵, 유연묵, 색상에 따라 담묵, 자묵, 고묵등으로 나눌 수 있다. 좋은 먹에는 카본 블랙(Carbon Black)이 잘 섞여 있다. 연대가 70년, 100년 정도 되는 묵은 광택이 없고 아주 깊은 색감이 나는데 이를 고묵이라 한다. 먹의 수명은 200년 이상 지속된다고 한다. 먹을 갈 때는 40도 정도의 각도로 눕혀 벼루 위에서 힘을 주지 않고 서서히 갈아야 한다. 물은 화학약품이 첨가되지 않은 증류수 같은 것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송연묵 : 소나무 그을음 먹의 제조법은 한대에 발명되었으며 한말 삼국시대에는 고송을 태워 만든 그을음에다 녹교 혹은 식물유를 섞어서 송연묵을 만들었다고 한다. 당대 이후에는 먹을 만들 때 넣는 약재가 다양해졌고 오래된 가볍고 맑은 동물 아교로 먹을 만들었다. 그을음의 좋고 나쁨은 먹빛의 우열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그을음은 대개 가마를 이용해서 태워 만드는데 불의 원근에 의하여 좋고 나쁨이 정해진다. 불과 가까운 곳에 형성된 것이 하품으로 신연이라 한다. 가마의 중간에 있는 것을 향연이라 하고 중품에 속한다. 불과 가장 멀리 떨어져 네 구석에 있는 것을 상연 혹은 두연, 정연이라 하는 데 이것이 가정 좋은 순연이며 상품에 속한다.
유연묵 : 송대에는 송연을 쓰기도 했으나 주로 유연을 사용해서 먹을 만들었다. 이것은 동유를 태운 그을음으로 원료를 만든다. 그을음 외에도 생칠, 우각태, 이어담, 오배자, 황연, 자초, 흑두, 목단피, 청대, 주사 등의 재료를 섞는다. 원 명대에는 모두 유연으로 그을음을 만들었고 동유 외에도 또한 마유, 저유, 역청 등을 하용하기도 했다. 청유(유채기름)와 콩기름도 그을음을 얻는 데 사용되었다. 유연을 얻을 때는 기름을 넣은 등잔의 심지에 불을 붙이고 그 위에 그을음이 부착될 잔을 얹어두는데 이때 잔과 심지와의 거리가 유연의 연소과정을 좌우한다. 그을음은 푸른빛을 띤 흑색이 가장 좋은 것이라 한다.
칠연묵 : 원 명대에는 동유, 청유, 마유, 저유로 만든 그을음 뿐만 아니라 패칠을 태워 칠연묵을 만들었다. 칠연묵의 성질은 먹빛이 좋고 광택이 있어서 이것으로 눈동자를 그리면 특별한 생동감이 난다. 요즘 작가들이 많이 쓰는 중국의 후카이원(胡開文)먹은 이 유연과 칠연을 섞어서 만든 것이 많다. 송연묵은 암흑무광의 특성이 있어 영모나 나비 등을 그리기에 좋고 칠연은 색이 짙고 광택이 있으므로 눈동자를 그릴 때 쓰이는데 이 두가지의 그을음과 유연을 섞어 쓰면 검기도 하고 또한 선명하며 선염을 잘 받아내어 뒤섞이거나 번지지 않고 농담을 제대로 드러내주므로 맑은 먹빛이 신비하고, 종이 안에 배어 들어간 느낌을 준다.
백묵 : 흰색먹으로 일본의 쇼소인에 남아있다. 연분으로 추정된다.
안색묵 : 청대 건륭 연간에 만들어진 오향이 있고, 가경에 만들어진 명화십우가 있다. 오향은 석청, 석록, 주사, 석황, 백의 다섯 가지 색으로 이루어졌고 명화십우는 주사, 석황, 석청, 석록, 거거백, 자류, 황단, 웅항, 자석, 주표의 열 가지 색으로 이루어졌다. 안색묵은 원래 서적에 시문 비평용으로 쓰던 것인데 회화의 안료로 사용하여도 좋다.
묵즙 : 교와 송연 혹은 카본 블랙이 주성분인데 방부제와 보수제를 넣어 딱딱하지 않게 처리한 것이다. 교 대신 폴리비닐 알코올을 사용하기도 하는 데 조막성은 놓으나 신장률은 교수만큼 좋지 않다. 물을 많이 쓰면 얼룩이 형성된다.
최근 일본에서는 유연묵을 갈아서 만든 액체상의 마묵이 나오는데 먹을 직접 간 상태와 같으므로 굳이 묵즙을 사용해야 한다면 이러한 제품을 쓰는 것이 좋다.
먹의 종류는 위와 같이 다양한데, 먹은 고를 때에는 남색이나 자주빛 광택이 나는 것이 가장 좋고 가볍게 쳤을 때 맑고 청아한 소리가 나며, 촉감이 부드럽고 묵직한 느낌이 드는 것이 좋다. 간혹 먹을 갈았을 때 회암색이고 모래알과 같은 침전물이 보이게 되면 이는 폐차의 타이어를 태워서 만든 그을음을 사용한 교연묵으로 서화에는 사용할 수가 없다.
벼루
벼루 중에는 중국의 단계연, 용미연, 등니연들이 대단한 명품으로 알려져 있다. 벼루는 강도가 중요한데 먹보다는 강해야 한다. 먹이 갈리지 않고 벼루가 갈아지면 먹물이 탁해지기 때문이다. 또한 수분을 적당히 흡수하는 것이 좋은데 벼루에 물방울을 떨어뜨려서 그 물방울이 몇 분동안이면 마르는지를 보고 벼루의 질을 알 수도 있다.
벼루는 석제여서 수분이 있는 것이 좋으므로 보관할 물을 부어두는 것이 좋다. 도자기로 된 벼루나 한번 구운(열처리한) 기와벼루를 사용하기도 한다
위로
3) 종이
종이는 한지 돗침을 한 종이가 좋다. 고려지의 맥을 이은 조선종이를 이용하는데, 조선 종이는 지면에 나뭇결이 있고 식물 섬유가 그대로 남아 있기도 하여 대체로 지면이 거칠다. 하지만 그것은 종이의 원료를 갈지 않고 두들기기만 하여 직접 체에 걸러서 만들었기 때문에 생긴 결과로 매우 질긴 이점이 있다. 동양화에 쓰이는 종이 바탕은 마지(삼베), 저지(닥종이), 죽지(대나무) 나아가 견지등 여러 종류가 있다. 먹을 잘 흡수하는 종이도 있고 먹을 흡수하지 않는 종이도 있다, 동양화에 사용되는 종이를 보통 화선지라 하는데, 옛날 중국 선주지방의 종이가 질이 좋고 유명하여 이렇게 이름하게 된 것이다.
그리는 주제에 따라 종이의 선택도 달라야 하는데, 화조화에는 먹을 적게 흡수하는 종이가 좋고, 산수화용은 먹을 잘 흡수하는 종이가 좋다. 닥종이는 지질이 질겨 글을 쓰는 서화에 알맞으며, 마지는 두터워 채색화에 좋다. 서양의 와트만지는 바로 이 마지에 해당한다. 죽지는 담황색으로 얇고 빳빳한 지질이어서 채색에 좋다. 면지라는 것도 있는데 이것은 목면으로 만든 종이가 아니라 선지 중에서 마치 목면처럼 부드러운 종이를 일컫는 말이다.
수묵화는 화선지에 먹이나 염료성 안료 등의 입자가 고운 물감을 써서 스며들고 번지는 선염법을 이용하여 그린다. 그러나 채색화를 그릴 때는 물감이 스며들거나 번질 수 없도록 화선지에 호분과 아교물, 명반을 혼합한 바탕막을 씌우는 처리를 한위에 그린다. 이처럼 채색화를 그릴 때 바탕에 잘 흡수되지 않도록 처리를 하는 이유는 크기와 성분이 다양한 안료의 알갱이들을 화면에 잘 고착시켜 발색저하를 막고 색상을 정확히 하며 안료를 보다 안정적으로 고착시키기 위해서이다. 만약 처리되지 않은 흡수력이 큰 화선지에 그대로 물감을 칠하면 안료의 작은 입자와 성분, 아교 등의 고착제까지 함께 흡수되어 버리고 안료의 굵은 입자와 성분만이 표면에 남아 표면 난반사로 인해 발색이 저하되고 선택적 흡수로 인한 색상 저하, 고착제 부족으로 인한 채색층의 박리가 일어나기 쉽다. 이것은 유화를 그릴 때의 가공처리된 캔버스 표면에 그림을 그리는 것과도 같은 원리이다.
중국 옛 문헌에 선지 중 최상품은 닥종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그림용으로 뛰어나다는 옥판전지도 닥종이 계이다. 중국의 기록에 의하면 종이는 중국 후한시대(104년)에 채륜이라는 사람이 발명하였다. <일본서기>에 의하면 610년에 이 제지법이 우리 나라를 거쳐서 당시 고구려의 담징이 일본에 먹과 더불어 그 기법을 전해준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한지의 종류는 원료에 따라 나뉘어지는데 소나무 속 껍질을 닥나무에 섞어서 만든 송피지, 버드나무 잎과 닥나무를 섞어 만든 유엽지,뽕나무에 닥나무를 섞어 만든 상지, 황마를 닥나무에 섞어 만든 황마지, 등나무 원료로 만든 등지, 짚을 닥나무에 섞어 만든 마분지,해조를 닥나무에 섞어 만든 태장지등이 있다.
좋은 장지는 약간의 미색을 띠며 색이 명징하여 윤기가 흐르며 조직이 단단하고 치밀하여 쉽게 찢어지지 않는다. 손으로 만졌을 때의 촉감은 어린아이의 살결과도 같이 부드러우면서 질기다.
화선지가 단피나 뽕나무 등을 이용하는데 반해 장지는 닥을 원료로 쓰기 때문에 매우 질기다. 장지는 닥으로 만든 순지 중에서도 크고 두터운 종이를 이르는 말로써 옛사람들은 이것을 도침(搗砧)하여 사용하였다. 원료는 순지와 마찬가지로 닥섬유를 쓰지만 순지에 비해 크고 견고하여 장지라 이름한 것이다. 도침을 하게 되면 종이의 밀도가 더욱 치밀해져서 안료나 전색제를 올렸을 때 일부만 스며들고 번지는 정도가 낮다.
채색화용 장지는 얇은 것보다 2-3장을 합지한 것이 적당하다. 배채기법을 적용하려면 얇은 순지를 쓰고, 채색뿐 아니라 찢기, 긁기와 콜라주 등 특수 효과를 내고자 한다면 두꺼운 것을 쓴다. 작업의 성격에 맞게 종이의 두께를 결정해야 한다. 가능한 표백지보다 표백하지 않은 것으로 쓰고 수입닥이 들어간 값싼 종이는 피하도록 한다. 종이 표면이 거칠거나 팍팍해 보이지 않고 단단하며 윤기가 나는 것이 좋다. 점이나 티가 있는 것, 촛농 같은 얼룩이 있는 것은 셀룰로오스 외에 불순물이 들어간 것이므로 쓰지 말아야 한다. 종이의 질을 알아보는 좋은 방법은 직접 먹을 칠해서 발색을 보거나 천연 염색을 해보는 것이다. 발묵 효과가 좋거나 염색했을 때 쉽게 찢어지지 않고, 맑고 깊이 있는 선명한 염색이 이뤄지면 좋은 종이라고 믿어도 된다. 또 종이의 색과 빛깔로도 구분할 수 있다. 순수한 백피만 사용한 것은 경쾌하면서 안정된 옅은 황색을 띠지만 흑피가 섞이면 조금 탁한 황색이 된다. 또한 투명한 느낌이나 깔깔한 촉감, 파득파득한 종이의 소리로도 판별이 가능하다. 이러한 오감을 통한 종이 선택이 기준은 무엇보다 다양한 종류의 종이를 많이 접해보면서 경험을 쌓아야 얻어진다. 모든 나무는 셀룰로오스를 지니고 있으므로 어떤 종류의 나무라도 종이의 원료로 쓸 수는 있다. 대체로 뽕나무과에 속하는 나무들이 셀룰로오스의 함량이 높지만, 그 중에서도 닥은 한반도 전역에서 자생하고 장섬유가 풍부하므로 유독 한지의 원료로 선택된 것이다. 최근에는 태국 등에서 들여온 수입닥이 많은데 섬유질이 현저히 떨어져 종이가 질기지 않고 열등하다. 조선닥은 백피만 삶아서 말린 후 나무방망이로 두들기면 놀라울 정도로 풍요롭고 윤택하여 마치 잘 짜여진 편직물과 같다. 나무에서 얻은 것이라고 여겨지지 않을 정도이다. 장지 곧 순지는 이러한 닥이라는 우수한 원재를 바탕으로 닥섬유의 고유한 장점을 최대한 살린 가공술을 더하여 세계 종이사에서 가장 질기고 강인한 종이가 되었다.
붓
붓은 축,수,초의 세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축은 죽관이 많으나 목봉이 사용되기도 한다. 수의 재료로는 양, 여우, 토끼, 호랑이, 사슴, 살쾡이, 이리, 개, 말등의 털이 사용되며 초는 붓의 덮개를 말한다. 모필에 사용한 동물의 모질은 토끼, 너구리(raccon), 양, 말, 고양이, 쥐, 담비(marten), 늑대, 다람쥐, 여우, 소, 물소, 곰, 돼지, 흰돼지, 닭, 학, 백조(swan,현재 백조털로 된 붓은 일명 학모필이라고도 한다. 인태발(사람의 머리털인데 태어나서 한번도 자르지 않은 원래의 털끝이 보존된 머리털) 등을 붓 원료로 사용하였으며, 이 밖의 털도 많이 사용하였다.(흰 돼지털은 유화 붓으로 많이 쓰고 담비털은 수채화 붓으로 많이 쓴다). 또한 레드 세이블(red sable)은 소련의 시베리아에서 나는 붉은 밍크의 털인데 이것이 가장 좋은 수채화 붓으로 이름났으며 일명 콜린스키(kolinsky)붓이라고도 한다.
백양모붓을 감정할 때에는 붓의 봉(붓끝)이 좋아야 하며 붓 끝부분이 일직선이 되어야 하고 끝이 순백색이 아닌 약간 회색빛이 나며 붓털 하나하나가 가늘수록 좋다. 곧 같은 크기의 붓이라면 털이 400개로 된 것보다 600개로 된 것이 더 좋은 붓이라고 할 수 있다.
붓털은 동물의 단백질로 된 것이므로 병충해의 피해가 많다. 고급붓이라고 아끼다가 해를 입는 예가 허다하다. 붓은 통풍이 좋고, 습기가 적은 곳에 두어야 병충해나 곰팡이의 해를 받지 않고 잘 보존할 수 있다. 장뇌(나프탈렌) 등을 넣어두거나 방충제를 뿌려두는 것도 괜찮다. 한번 사용한 붓은 반드시 물로 씻어서 두는 것이 좋다. 또 보관할 때에는 붓털을 반듯하게 잘 다듬어서 두어야 한다.
붓은 털의 품질이 가장 중요한데 털이 뻣뻣하고 뾰족한 것, 털이 많으며 가지런한 것 ,털 윗부분이 끈으로 잘 묶여서 둥근 것, 오래 써도 털에 힘이 있는 것이 기본 조건이다.
위로
(2) 용제 및 정착제
용제 및 정착제로 아교가 가장 많이 쓰이는데, 화면에서의 기능에 따라 바인더(binder)가 되기도 하고 미디엄(medium)이나 바니시(varmish)가 되기도 한다.
1) 아교
일반적으로 쓰이는 아교는 단청이나 나무등을 붙일 때 쓰는 용도로는 몰라도 회화용으로는 사용하기가 용이하지 않다. 아교는 소 가죽을 물에 넣고 끓여서 끈적끈적한 성분을 우려 내어 굳힌 것이다.
사용법 : 사용전에 4-5℃ 정도의 찬물에 담가 불린다. 4℃와 18℃의 팽창정도가 2배 이상 차이가 나기 때문에 농후액이 필요한 경우라면 냉장고에서 불리는 것이 편리하다. 그런 다음 열을 가하면 액화하고 식으면 응고한다. 고온에서 장시간 가열하면 접착력과 점도가 나빠지는데 단백질이 가수분해되어 용액이 산성화하기 때문이다. 중탕하는 것이 좋다.
종류 : 회화에서는 우교와 토끼교 등이 쓰이며, 가죽을 쓰느냐 뼈를 쓰느냐에 따라 가죽교와 연골교로 나뉜다. 연골교는 접착력은 좋으나 유연성이 떨어지므로 가죽교를 주로 쓴다. 어교는 회화용으로 부적당하며, 부레풀은 석채에 쓰기도 하지만 주로 공예품의 제작에 쓰인다. 모양에 따라 막대교, 판교, 입교(알아교), 녹교, 병아교가 있는데(그림11), 입교가 사용하기에 편하여 가장 많이 쓰인다. 막대교에 비해 순수하고 접착력도 강한데 막대교 보다 방부제가 많이 들어있다. 녹교는 원래 녹각에서 추출했던 것이나 지금은 우교 중의 상품을 녹교라 하여 판매한다. 일본산 녹교는 네모난 모양인데 접착력은 뛰어나지만 이것만 쓰면 딱딱하므로 모통 막대교와 섞어서 사용한다.
마른아교를 3시간 이상 찬물에 담가 충분히 불게 한후 70-80℃ 정도의 온도에 아교를 녹인다. 채색에 사용하는 교수보다 훨씬 묽게 하는데 물이 아교의 40-50배 정도 되도록 한다. 완전히 녹으면 백반을 따로 미지근한 물에 녹혀 교수와 섞어 교반수를 만든다. 이때 백반의 양은 아교량에 대하여 5분의 1 전후로 사용하면 된다.
위로
백반은 생지(투수지)를 숙지로 만들 때 쓴다. 생지 위에 교반수를 바르면 먹이나 안료를 칠해도 스미들거나 번지지 않게 된다. 생견으로 숙견(회견)을 만들 때도 이와 같이 교반수를 쓰는데 이것을 아교포수라고 한다.그러나 백반을 많이 쓰게 되면 주위물질이 산성화하므로 적합한 양을 조절하여 써야 한다. 채색화에서 색채를 고정할 때 모두 백반을 용해시킨 반수를 사용한다. 한겹 채색 후 연한 반수를 칠한 다음 다른 채색을 입히면 먼저 칠한 안료가 묻어 나오지 않게 되는데, 예를 들어 주사를 칠하고 나서 다시 연지색을 칠할 때 주사에 쓴 아교의 농담과 상관없이 반수를 한 층 올려야 주사가 연지와 섞이지 않게 된다. 이는 반수가 얇은 피막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특성 : 아교는 고체 상태로 만들어 보관이 간편하고 물에 넣으면 쉽게 팽창하고 여기에 열을 가하면 녹아서 콜로이드 상태의 졸이 되며 또 이를 냉각시켰을 때 함량 2-3% 이상의 것이면 실온에서도 겔(gel) 상태가 되고 이것은 쉽게 건조하여 화학적으로 그 성분은 변화하지 않으면서도 계속 같은 성질을 유지하는 특성이 있다.(그림12) 채색화에서는 이러한 아교의 특성을 이용해서 그려왔기 때문에 습기에 취약하다는 점을 빼고는 아직까지 가장 좋은 고착제로 평가받고 있다. 다른 고착제들은 안료입자를 둘러싸서 굳어버리는데(그림13) 반하여 건조할 때 부피가 줄어 극히 적게 되는 아교는 안료입자를 최소한 얇게 피복하고 그 결정의 돌출부에서 실모양으로 다른 입자들과 결합시켜 마치 철골구조의 건축물처럼 안전하게 도색면(塗色面)을 지켜주므로 작품의 채도가 보다 높아지게 된다.(그림14)
2) 콩즙
여러날 불린콩을 갈아서 즙을 짠후 사용하면 전색제로 쓸수 있다. 유상액에 속하며 포수 및 안료의 정착액으로 매우 적절하다. 수용성 기름이 물에 녹아 균일하게 분포되며 건조후 비수용성으로 변한다. 그러나 종이에 직접 콩즙을 쓰면 황변 현상이 일어나거나 종이가 탄력을 잃을수도 있으므로 아교로 포수한 후 콩즙을 올리도록 한다. 그러면 종이의 황변도 막고 콩즙의 광택과 독특한 성질을 잘 이용할 수 있다.
2. 과거의 재료와 현재 사용하는 재료의 차이점
과거에는 먹과 화선지, 튜브들이 물감을 주로 사용하여 먹물의 습윤함과 색의 은은한 번짐을 살린 수묵담채화로 작업을 하였었다. 현재는 두꺼운 3합장지와 분채를 사용하여 두터운 채색작업을 하고 있다. 과거의 작업에서는 덧칠하면 색이 탁해지고, 조악해져서 화선지를 뜯어내고 다시 작업해야 했었는데, 현재의 채색위주 작업에서는, 덧칠을 할수록 오히려 밑색의 은은하게 받쳐주는 효과가 살아나 보다 깊이 있는 작품이 되므로 그점에서 재료적인 차이를 많이 느낄 수가 있었다. 그리고 현재의 작업은 과거와는 달리 오히려 종이에 물감이 스며들지 않도록 반수처리를 여러번 하여 장지 위에 얇은 도막을 형성한 후 작업하는 것이 많이 달랐다. 물감사용은 과거의 튜브들이 물감의 경우, 소량의 물감에 물을 많이 타서 연하게 사용했으나, 현재의 분채는 다량의 물감을 끈적한 아교물로 개어서 진하게 덧칠하는 방법이 많은 차이를 느끼게 했다.
위로
3. 현재 사용하는 재료의 특성 및 효과
(1) 감각적 특성
두터운 채색위주로 작업을 하고 있는데, 주로 사용되는 재료는 장지와 분채이다. 3합장지 위에 아교 포수를 한 후 분채와 아교물을 혼합하여 채색하고 있다. 뒷면은 맑은 교반수로 한번 칠하고, 앞면은 밑색을 교반수에 섞어 묽게 4 - 5회 정도 칠한 후 밑그림을 옮긴다. 교반수는 미디엄으로 쓰이는 교수보다 아교량을 적게하여 농도를 묽게 하고, 종이에 물감이나 물이 스며들지 않도록 백반을 함께 넣어 만드는데, 백반은 종이 표면에 얇은 막을 형성하여 안료가 종이 속으로 스며 번지는 것을 막아준다. 이렇게 하면 채색이 쉽고 발색도 좋아진다. 아교가 종이속으로 스며 없어지지 않으므로, 안료 역시 종이 위에 잘 고착된다. 그러나 백반은 산성을 띄므로 작품보존을 고려할 때 많이 넣지 않는 것이 좋다. 배채법은 얇은 종이나 비단 등 직물 위에 그릴 때 효과가 있으므로, 현 작업에서는 사용하지 않고 있다. 대신 밑색 내지는 채도가 강한 색을 먼저 칠한 후 그 위에 원하는 색으로 겹쳐 칠해가며 여러층의 색감들에서 배어나오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분채는 수간물감으로 용제가 섞여있지 않은 순수한 안료인데, 가루가 잘게 덩어리져 있으므로, 유발에 갈은 다음 접시에 옮겨 아교물에 개어서 사용한다. 유발로는 아주 곱게 갈아지지 않기 때문에 접시 위에서 손가락을 이용 문지르듯 곱게 개어주어야 한다. 흙에서 추출된 갈색계통의 물감은 잘 풀어지지만, 간혹 잘 풀어지지 않는 물감이 있다. 손가락으로 오랫동안 문질러서 곱게 풀은 후 사용해야 채색 후 견고하게 안착시킬 수 있다. 물감마다 비중이 다른데, 연지는 비중이 너무 낮아서 물 표면 위로 안료가루가 뜬다. 이때 알코올을 몇방울 떨어뜨려 주면 물과 잘 섞인다. 채색 할때 아교의 농도는 처음엔 강하게, 나중으로 갈수록 약하게 한다. 반대로 하면 물감의 박락이 생기므로, 작품보관상 문제가 있다. 편채를 분채와 섞어서 사용하면 피복력은 떨어지지만, 맑고 반투명한 효과를 만들 수 있다. 그러나 보편적으로 사용하기엔 부적절하므로, 부분적으로 필요한 색감을 원할때만 사용하였다.
위로
미술발생 초기의 양식은 색깔을 사용하여 그린 채색화였다. 모든 그림이 그랬던 것처럼 실제의 사물을 대신하는 기능으로 대상을 묘사하다 보니 자연 대상물이 지닌 고유의 색을 표현하기 위해 색깔을 사용하게 되었던 것이다.
동양화는 크게 두 가지 양식으로 나뉘는데 물과 먹물이 화선지에 스며들고 번지는 효과를 이용한 수묵화와 안료를 주로 사용해서 그리는 채색화이다. 옛날에는 주로 먹이나 물감이 스미거나 번지지 않도록 호분은 개어(그림25) 교반수와 섞은 후 바탕을 하얗게 반수처리한 후 그렸는데 공자 생존 당시에도 그런식으로 그림이 그려졌음을 논어(論語)를 통해 엿볼 수 있다. 그러면 왜 흰색 도막을 칠한 위에 그림을 그리게 되었을까? 그것은 동양화 안료의 입자가 굵다는 특성 때문이다. 채색화에서는 대개 자연 상태의 광물이나 식물에서 얻은 안료 또는 염료를 물감으로 사용하는데, 특히 광물질인 안료의 경우 성분과 입자의 굵기가 서로 다른 복합물인 것이 많고 더 잘게 빻으면 색상이 연해지기 때문에 채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굵은 알갱이를 그대로 쓸 수 밖에 없는 경우가 있다. 따라서 이 물감을 그대로 흡수력이 놓은 바탕에 칠하게 되면 수분과 함께 아교물까지 모두 빨아들여서 접착상태가 좋지 않게 된다. 또 흡수력이 높은 바탕에서는 물감접시 위의 색상이 나오지 않고 발색이 떨어지게 되어 물감을 쓴 효과가 저하된다. 왜냐하면 성분과 입자의 굵기가 복합적인 동양화 안료는 회벽 등 흡수력이 높은 바탕에 칠할 경우 물에 잘 용해되는 성분이나, 작은 입자들은 성근 회벽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표면에는 굵은 알갱이들만 남아 거칠게 붙어있게 되므로 조색 때 의도한 색이 나오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그림26) 더욱이 표면의 굵은 입자에서는 난반사를 일으켜 색이 뿌옇게 되어 채도마저 떨어지게 된다. 또한 흡수력이 높은 바탕은 붓을 흡착시켜 운필이 자유스럽지 못하여 선묘에까지 제한을 준다.
이런 문제는 흡수력을 저하시키거나 없애버리면 해결될 수 있으므로 채색화에서는 흰색도막처리를 하게 되었고, 그것을 아교반수처리 또는 아교포수라고 한다. 처음에는 벽화나 단청 그리고 비단에 사용되었으나 종이를 쓰면서도 적용되었다
장지를 선호한 전통 채색화는 서양의 유화나 수채화에 대하여 교화(膠畵)라 하기도 하는데 중앙아시아와 극동아시아에서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 회화 형태이다. 템페라 기법도 교화의 하나이다. 교화를 다른 회화 형태와 차별화하는 점은 안료와 전색제에 있다. 교화에는 주로 광물성과 식물성 안료가 쓰인다. 광물성 안료는 다른 가공 없이 원석을 그대로 부수어 만든 것이므로 천연 광물이 지닌 아름답고도 미묘한 색감을 그대로 즐길 수 있다. 깨진 단면에서 반사되는 빛 파장은 다른 안료에서는 도저히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색감을 연출한다. 같은 색이라도 입자의 크기가 클수록 색이 진하고 가늘수록 색이 연하다. 예를 들어 녹색은 같은 공작석에서 얻는데 같은 원석을 갈아서 만든 녹색이라 하여도 짙고 연한 정도가 다른 것은 입자 크기 때문이다. 식물성 안료는 광물성 안료를 보조하여 더 깊이 있는 색감을 유도하거나 광물 안료의 채도와 명도를 조절하고 나아가 피막을 형성하는 방법으로 안료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광물질은 기름과 같은 전색제보다는 아교와 아주 잘 어울려서 아름답고 깊이 있는 색감을 유도해낸다.
먼저 석채나 수간 안료를 유발로 간다. 이때 간다는 의미는 안료입자를 부수어 잘게 쪼개는 것이 아니라 작은 입자들이 들러붙어서 형성된 굵은 안료입자를 작은 입자로 분리하는 것이다. 주사나 연분과 같은 비중이 높은 안료는 교수를 부우면 아주 잘 섞이지만 남이나 연지, 양홍 등 동식물에서 추출한 안료는 비중이 낮아서 교수와 잘 섞이지 않으므로 알코올 등을 사용하고 완전히 섞인 후에 교수를 붓는다.
채색화는 덧칠할수록 깊은 색을 띤다. 같은 조성의 색깔이라 할지라도 화면에 진하게 한 번 칠한 것보다는 이 분량을 10회분 이상으로 나누어 여러 번 겹칠하는 편이 더 깊고 우아한 색을 만든다.
채색화 안료인 천연석채나 일본의 신암채물감이 덧칠의 효과를 최대한 거두는 재료이며, 일본화에서 흔히 말하는 중색효과(그림33)가 이를 의도적으로 노린 것으로 녹색잎을 표현할 때는 심지어 보색인 빨간색을 밑에 깔고 얹어 놓기도 하는데 모두 도색층에서 빛의 굴절과 산란으로 인한 다양한 파장의 반사를 얻기 위함이다. 천연석채는 복합성분으로서 유리질의 비교적 투명한 입자이기 때문에 다른 색과 혼합되지 않은 채 각기 자기 색의 파장을 반사한다. 그래서 가산혼합에 의한 영롱한 느낌을 받는다. 이것은 마치 신인상파의 점묘화와 같은 효과로서 눈에서 혼합되는 색으로 카메라 사진이나 인쇄로는 효과를 낼 수 없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가 통상 쓰는 광물질 성분의 수간안료는 입자가 아주 작고 투명성이 적기 때문에 감산혼합이 생기기 쉽고 도색층도 얇으므로 빛의 굴절과 산란이 적어 표면의 난반사와 파장만이 우리 눈에 들어오게 된다. 그래서 채도도 떨어져 색이 선명하지 않고 색조도 단순하게 보인다. 이점을 보완하기 위해서 같은 색상이라도 여러번 반복해서 칠한다. 될 수 있으면 혼색은 피하고, 한두 가지나 그 이상의 원색을 한층 한층 쌓아가면서 칠하는 것이 좋다. 그러면 결과적으로 여러 층이 겹쳐져 의도한 색을 만들게 된다. 이 여러층 사이에 보색이나 다른 색채의 단층을 삽입함으로써 같은 색이라도 명도와 채도가 다른 천차만별의 색감을 표현할 수 있다. 마치 투명한 색판이 여러 층 쌓여서 하나의 색을 형성하는 것과 같은 효과이다. 화면에 칠해진 이후에 안료는 전색제의 도막층을 통하여 보이므로 원래 가루 상태의 색감보다 좀더 짙어 보인다.
위로
1. 보존
(1) 장지
종이는 시간이 지나면 일반적으로 산성화하기 마련인데 한지는 이 점에서 매우 우수하다. 배접용 종이도 가능한 한 닥으로 만든 순지를 사용하고 풀도 정제하여 써야한다. 표백제 찌꺼기, 백반, 젤라틴 같은 산성아교, 송진수지 등은 종이자체의 산성요인이 된다. 종이의 수명에 영향을 주는 요소로는 습도, 열, 산 그리고 벌레와 곰팡이 등을 들 수 있다. 70% 이상의 습도에서는 곰팡이에 의해 회복불능의 손상을 입게된다. 종이의 적합한 상대습도는 40-60% 정도인데 30-40%의 건조한 상태에서 보관하는 것이 안전하다. 그러나 높은 습도 못지 않게 낮은 습도 즉 30% 미만의 건조함 역시 영구손상의 원인이 되는데 탄성을 넘을 정도로 수축하게 되면 갈라지거나 심하게 뒤틀리게 되고, 구김에 대한 저항력 역시 낮아져서, 외부의 자극이 없다 하여도 손상이 일어난다. 건조한 조건은 가끔씩 열과 함께 작용하여 종이를 부스러지기 쉬운 상태로 만든다. 열은 습기, 빛, 오염물질, 생물학적 요인들과 결합하여 화학적 퇴행을 일으키므로 온도는 가능한 한 낮게 하며 동일한 온도가 유지되는 것이 좋다. 한지의 경우에는 습기나 산성화보다 벌레에 의한 침해가 더 심각하다고 할 수 있다. 종이를 보관할 때 정향을 함께 넣어두면 효과가 있는데, 최근의 실험에 의하면 정향의 방충효과는 다른 어떤 약재보다 우수하다고 한다.
위로
분채사용 시 유의점으로는 유발에 갈 때 마른상태로 갈아야 한다. 물로 먼저 적시어 간 후에 아교액을 섞으면 물이 안료입자의 표면에 막을 형성한 상태이므로 안료끼리 강하게 접착될 수 없기 때문이다. 사용하고 남은 안료는 그대로 두지 말고 뜨거운 물을 몇 차례 부어내어 안료에 묻은 아교를 빼둔다. 건조시켜 두었다가 나중에 새 교수를 넣어서 쓴다. 아교액이 섞인채 오래도록 굳은 물감을 그냥 녹여서 사용하면 나중에 그림에서 물감이 떨어져 나가기 때문이다. 상한 아교물로 채색하여도 나중에 그림에서 물감이 떨어져 나가므로 주의해야 한다. 분채는 가루가 바람에 날리기 쉽고, 물기가 들어가면 안되므로 유리병에 마개를 하여 보관해야 한다. 직사광선은 피한다.
아교를 전색제로 사용하는 교화 기법은 우아한 색감과 더불어 보존에서도 장점이 많은데 유일한 단점이라면 습기에 약하다는 것이다. 아교는 습기로 인해 부풀어오르거나 녹아 나오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런 성질이 없다면 종이와 결합되어 있을 때 종이가 수분에 의해 팽창하고 수축하는 성질에 보조를 맞추지 못하게 되어 물감이 쉽게 종이에서 박리가 될 수도 있으므로 단순히 단점이라고만 하기도 어렵다. 습기에 약한 성질은 보관할 때 제습기능을 강화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상한 아교는 물감 박락의 원인이 되므로, 사용하지 않도록 주의한다. 아교물은 냉장고에 보관하면 일주일 정도 사용할 수 있으며 판매되고 있는 액체안료의 경우 방부제가 섞여서 나오기 때문에 부패가 빨리 일어나지는 않는다.
전시할 때의 유의점 몇가지를 들어보면, 먼저 포장하거나 운반할 때 그림 가운데에 힘이 가해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장지가 질기다고는 하나 그림 속이 비어있는 상태이므로며 누르면 그림이 뚫릴 위험이 있다. 오염된 공기는 작품보존에 좋지 않으므로 환기는 적절히 이루어져야 하며, 강한 빛은 색상을 변색시킬 우려가 있어 강한 조명이나 직사광선은 피한다. 그림 표면의 물감가루가 묻어나기도 하므로 유리액자를 끼워 전시하거나, 그렇지 않을 경우 손으로 만지는 일이 없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너무 건조하거나 습하지 않도록 습도도 적절히 유지해 주어야 한다. 물감 박락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연한 수묵담채화와 짙은 채색위주의 그림은 모두 한국화이지만, 쓰여지는 재료상의 차이로 인해 작품 역시 크게 달라질 수 밖에 없었다. 표현기법상 중색의 그윽한 효과나 덧칠에서 오는 질감표현은 특이한 깊이감을 지녔으며, 또한 수묵담채에서 주로 쓰이는 먹, 등황, 편채를 분채에 섞었을 때의 효과도 매우 특이했다. 아주 세밀한 효과와 거칠은 질감, 강한 색감을 살릴 수 있는 반면, 안개 낀 것처럼 은은한 효과도 낼 수가 있었는데, 수묵담채에서 느껴지는 은은함과는 전혀 다른 효과였다. 재료별 특성을 잘 파악하여 사용하고, 그 위에 실험적으로 여러 재료를 혼합하여 사용해본다면 보다 폭넓은 작품을 제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단 보존상의 문제도 고려하면서 작품제작에 임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