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렁이던 파도도 많이 잔잔해졌다.
뱃전을 두둘기던 파도소리도 이제는 얌점해진 느낌이다.
저멀리 동쪽 하늘이 붉어져 온다.
하지만 하늘에는 낮게 드리워진 구름으로 가려있다.

멀리보이는 해안선이 어디인지 알수 없다.
단지 강원도 수산항을 목적지로 하여 항해를 하며 나아갈 뿐이다.
기운도 없고 배도 고프고 새벽 공기가 차갑다.
제아강사에게 아침을 먹자고 이야기 하였다.
나도 지치고 동생도 지쳤지만 여자인 제이강사는 더 지쳤을 것이다.
집에서도 남편 밥 챙겨 먹이느라 고생하는데 이런 곳에서는 내가 해야 하는데 생각없이 밥달라고 말을 해 버린 것이다.
제이강사는 참치 김치찌개를 만들고,
여기에 밥을 넣어 끓여 뜨끈한 아침을 만들어 주었다.
다들 너무 긴장하고 추위에 떨었으며, 어제 아무것도 먹지를 못했을테니 밥보다는 죽이 더 부담이 없을 것이라는 배려다.
우리는 교대로 뜨끈한 참치김치죽을 두그릇씩 먹어치웠다.
뜨거운 음식이 배속으로 들어가니 이제야 허리도 펴지고, 몸에 온기가 돈다.
바다는 이제 잔잔해졌다.
하늘에서는 해도 비친다.
어제 까지의 높은 파도와 차가운 바람은 어디에도 찾을수가 없다.


연료 게이지를 확인하니 남은 연료가 1/5정도이다.
남은 예비연료를 다 넣어도 1/4를 넘지 않는다.
항해를 계속하기 위하여는 연료를 보충해야 한다.
지도를 보면서 계산하니 남은 연료로는 삼척항까지 간신이 갈 정도다.
하지만 그리하려면 엔진 알피엠을 1600정도에 맞추어야 하고,
그러면 속도는 4노트 내외로 내려간다.
지도를 펴고 확안하니 정 서쪽에 작은 어항인 초곡항이 있다.
무전기를 이용하여 해경을 불러보았으나 대답이 없다.
초곡항에 대한 정보가 없어 포항해경에 전화를 하여 문의하였다.
포항해경에서는 초곡항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았으나 관할구역 밖이라 정보가 없다고 미안하다고 회신을 해온다.
그러면서 122번으로 전화하면 관할 해경으로 연결되니 도움을 청해 보라고 하였다.
122번으로 전화하니 동해해경이다.
동해해경에 상황을 이야기하고, 초곡항에서 연료를 보급받을수 있는지 물었다.
그리고 요트가 정박하기 위해서는 최소 수심이 2.5m 확보되어야 한다고 이야기 하였다.
동해해경에서는 초곡항에서 연료보급이 가능하고, 수심도 가능하다고 하였다.
초곡항으로 들어가다보니 수심이 불안하다.
항구도 너무 작은 항구이다.
낮은 곳은 수심이 1.8m 정도 나온다.
다행이 해저는 모래처럼 보여 다행이다.
간신이 요트를 정박하고 나서 해경파출소에 가서 도움을 요청 하였다.
연료를 보급받을수 있는 방법을 물으니 주유소에서 사라고 한다.
주유소는 약 4km정도 떨어져 있단다.
차타고 가면 쉽게 살수 있단다.
요트를 타고와서 차가 없다고 사정이야기를 하고, 혹시 다른 차량이 없느냐고 물으니 없단다.
주변 회집사장에게 부탁해 보라고만 한다.
이번 향해를 하면서 만나본 해경들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어렵게 주유소 전화번호를 알아내어 경유배달을 부탁해보니 안된단다.
내일이 명절이라서 일하는 사람이 자기혼자라서 배달이 안된단다.
오늘도 일이 꼬인다.
이리저리 알아보다 보니 한분이 차를 타고 나가려고 하신다.
염치를 무릎쓰고 차를 새우고 사정이야기를 하였다.
그분은 흔쾌히 우리의 부탁을 들어주셨고 제이강사와 동생은 기름통 3통을 들고 그분 차를 타고 주유소를 찾아갔다.
그분은 전직 마도로스로 이제는 은퇴하여 지내고 있다고 하셨다고 한다.
명절을 맞이하여 딸이 고향으로 오기에 고기를 잡으로 왔는데 허탕치고 돌아가는 길이라고 하셨다고 한다.
우리 요트에 대하여 이것저것 물의시고 엔진이 43마력이라고 하니
요트에 그런 큰 엔진을 달았느냐고 하셨다고 한다.
통상 요트는 10마력 전후의 엔진을 달고 있다.
그에 비하면 씨엘제이호의 엔진은 큰 편이다.
기름을 사 가지고 와서 사례를 하기위하여 점심값을 드리니 사양하신다.
그리고 즐거운 항해를 하라고 하면서 돌아가셨다. 정말 고마운 분이다.
기름도 채우고 나니 생리현상이 찾아온다.
교대로 해결하고 바다물이 찌든 얼굴도 민물로 깨끗하게 씻었다.
배에도 민물이 있는데 항해중에 사용할 기회가 없었다.
배에있는 화장실은 어제 선저가 부딛치면서 생긴 충격에 마린변기가 깨지고 말았다.
충격이 크기는 컷나보다.
임시로 수리를 해두기는 했는데 아직 사용할수는 없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 나니 아침 10시다.
다시 초곡항를 빠져나와서 북쪽을 향해 달린다.
이제는 연료가 여유있고 시간이 없다.
엔진 알피엠을 2400까지 올린다.
배의 속도는 8노트를 넘어선다.
볼보엔진이 믿음직 스럽다.
동해안은 정치망이 유독 많은 곳이다.
해안 2km까지는 정치망 지뢰 밭이다.
우리는 해안에서 3마일 정도 멀리 나와서 항해를 한다.
그렇지만 그곳까지 나와있는 그물들도 있다.
동해안 항해가 생각보다 더 어렵다.
그간 스쿠버 다이빙하면서 나와본 바다와 요트를 타고 나와본 바다는 완전이 다른 바다다.
이제 안정이 되어 교대로 조타를 하면서 배를 정리한다.
어제 트롤링으로 잡아올린 50cm이 넘는 삼치가 말라 가고 있다.
어제는 경황이 없어 치워두었는데 아까운 생각이 든다.
오늘같은 날씨였다면 맛있는 회를 한점 먹을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
바다에서 올라온 삼치를 다시 바다로 돌려보냈다.
우리대신 바다의 물고기에게 좋은 식사감이 될것이다.
오후 3시가 넘어가니 수산항 해경출장소에서 전화가 온다. 입항예정시간이 언제인지 물어온다.
우리의 계획은 오후 5시 입항 예정이였는데 조근 늦을것 같다고 이야기 하였다.
좌측으로 삼척항이 지나고
동해항을 지나
해안 언덕에 올라있는 썬크루즈를 바라보며 정동진 지나갔다.
강릉항을 지나, 경포대를 멀리 바라보고 올라갔다.
주문진과 하조대를 넘어서니 이제 목적지인 수산항이 가까워 진다.
시간은 어느덧 5시를 넘어 6시를 향해 숨가프게 달려가고 있다.
수산항에 입항하기 위해서는
솔비치 리조트가 살짝 보이는 곳까지 올라간 후 300도 방향으로 접근하다가 수산항 등대를 보고 접근하는 것이 좋다고 알고 있었다.
수산항 앞바다는 정치망이 입구 좌우로 펼펴져 있어 특히나 입출항시 주의가 필요한 항이다.

씨엘제이호가 수산항에 입항하려고 접근하니 하늘에서 태양이 우리를 반겨 주고 있다.
항 입구에서는 몇치때가 수면을 박차고 올라오며 우리를 환영해 주는 듯하였다.
오후 6시 안전하게 요트를 마리나 폰툰에 정박했다.
해경 파출소에 전화하여 입항신고를 하고 지친 몸을 배에서 내렸다.
24일 출발부터 45시간 항해,
어제 아침부터 장장 36시간 휴식없이 항해를 한 것이다.
택시를 타고 속초로 와서 늦은 저녁을 먹고 밤 8시 30분차를 타고 서울로 돌아왔다.
집에오니 12시 직전이다.
이번 항해를 위하여 23일 밤 10시에 나섰으니 74시간만에 집으로 돌아왔다.
아이들이 걱정하며 우리를 반겨주었다.
3일간의 항해가 마무리 되었다.
경주에서 달려와 도와준 김선생님과
경황없이 끌려와서 수고한 동생.
나의 영원한 보호자 제이강사의 수고에 머리숙여 감사를 전한다.
우리의 요트 선명은
CLJAY 호다
CLJAY 는
CHOI LOVE JAY 줄임말이다.
첫댓글 고생많으셨습니다^^
다음에 요트여행에 대해서 여행담을 듣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