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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에 한번도 안 가본 사람은 있어도 한번만 가본 사람은 없다고 한다. 오묘한 매력으로 갈 때마다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는 산. 이번에는 지리산 핵심 일주에 도전해 본다. 쉽지 않지만 일단 한번 산을 넘어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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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천년송. |
◆뱀사골 따라 와운마을까지
뱀사골은 수많은 지리산 골짜기 중에서 아름답기로 유명한 곳이다. 토끼봉과 삼도봉 사이의 화개재에서부터 남원시 산내면 반선리까지 12km나 이어지는 길고 깊은 지리산 계곡이다. 전 구간이 기암절벽에 너럭바위가 여럿 있는가 하면 크고 작은 폭포와 소가 걸음마다 나타난다. 선인대, 석실, 요룡대, 탁용소, 병소, 병풍소, 제승대, 간장소 등 명소마다 물이 많고, 맑고, 아름답다.
산에는 봄이 늦게 찾아온다. 뱀사골도 아직은 초록이 귀하다. 하지만 청량한 물소리를 들으며 움트는 봄을 느끼는 것도 이 계절만의 맛이다. 산행이 좋지만 완주가 어렵다면 핵심코스 신선길을 걸어보자. 신선길 탐방로를 따라 와운마을 지리산천년송까지 걷는 2.3km 구간은 가벼운 트레킹을 즐기기 좋다. 나무 데크와 작은 오솔길이 조성돼 걷기 편하고 걷는 내내 물소리가 기분 좋은 응원을 보낸다. 물이 어찌나 맑은지 초록의 투명함에 자꾸만 걸음을 멈추게 된다. 나무에 아직 녹음이 없는데 어떻게 그런 초록빛이 만들어지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물은 가는 줄기로 갈라져 내리다가, 깊은 소로 모였다가 작은 폭포가 되고, 한번씩 새가 날아와 자취를 만든다. 오래 전 송림사라는 절의 전설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라지만, 굽이굽이 길게 흘러내리는 골짜기 모양만 봐도 왜 여기가 뱀사골인지 알겠다.
마침내 와운마을 도착이다. ‘와운’(臥雲)은 구름이 쉬어간다는 뜻을 가졌으니 이쯤에서 쉬어 가는 게 도리다. 앉은 김에 점심을 먹는다면 메뉴는 산채정식, 이 맛에 산행하는 것 아닌가. 밥상의 끝에서 끝까지 모두 산나물이다. 한번씩만 맛봐도 밥 한그릇 뚝딱, 고소한 들기름에 손맛 살린 산나물과 시골맛 제대로 든 된장찌개는 그 자체가 산이다. 산을 걷고 산을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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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사골. |
식사 후에는 지리산 천년송을 보러 간다. 사실 신선길 위로 차로가 있어 와운마을까지는 차량이동이 가능하다. 하지만 천년송을 그리 쉽게 보고 간다면 무슨 재미일까. 계곡을 걷다가 산나물을 먹고 천년송을 보는 것까지가 이 코스의 정석이다. 마을 사람들이 ‘할머니 소나무’라 부르는 이 나무는 와운마을을 굽어본다. 아래서 올려다보면 혼자 정정하게 서 있는 모습이 마치 마을을 살피는 어르신 같다. 다른 나무의 방해를 받지 않은 잘생긴 나무다.
위에 올라가 보면 뒤에 나무 하나가 더 있다. 사람들은 할아버지 소나무라 부른다. 할아버지는 뒤에서 묵묵히 할머니를 지키듯 서 있다. 수백살 먹은 두 노송이 짱짱하게 서 있는 걸 보면 둘 사이에 무언가 보이지 않는 기운이 흐르는 것처럼 느껴진다.
◆지리산 여행 원스톱서비스
지리산 여행을 어떻게 시작할까. 등반가가 아니라면 조금 막막한 것이 사실이다. 보통 산에 간다고 하면 등산 자체를 즐기는 사람도 있지만 그 주변을 둘러보는 여행을 원하는 사람도 있다. 여기서는 후자를 말한다. 예컨대 설악산에 가려면 강원도에 가면 된다. 그리 복잡하지 않다. 그런데 지리산은 남원, 구례, 산청, 하동, 함양에 걸쳐 있으니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당황스러울 수 있다. 보통 문화관광사이트도 행정구역별로 만들어지므로 최적의 여행코스 짜기가 쉽지 않다. 각각의 정보를 통합하는 공부가 필요하다. 해외 배낭여행을 가면 여행자 거리에 현지투어 에이전시가 많은데 우리나라에도 이런 게 있으면 좋겠다. 마침 지리산 여행을 계획하다 좋은 정보를 찾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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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휴제작소. |
‘휴제작소’는 막연했던 지리산 여행의 해결사다. 지리산 여행자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숙소 예약도 대행한다. 물론 여행 프로그램도 있다. 1박2일 동안 지리산의 주요 여행지를 둘러보는 코스는 어르신·가족 여행으로 인기다. 3~8인까지 운영하는 소규모 프로그램으로 뚜벅이 여행자도 짧은 시간에 지리산의 핵심을 둘러볼 수 있다. 남원 뱀사골을 시작으로 성삼재를 넘어 구례 천은사, 운조루를 지나 화개장터, 화엄사, 평사리, 산청 동의보감촌까지 간다. 무엇보다 좋은 건 인솔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다. ‘알게 되면 보이는 것들’을 찾아가니 이미 다녀왔던 여행지도 새롭고 의미있게 다가온다.
등산객도 지리산공영버스터미널에 내려 바로 휴제작소로 온다. 이곳에서 등반 루트를 짜고 숙소를 예약한 뒤 지리산으로 출발한다. 와이파이가 연결되는 건 물론 커피도 한잔 할 수 있고 지리산 지도 수건도 얻을 수 있다. 여행 준비를 하면서 불안했던 부분이 해소되니 한결 맘 편한 여행이 된다.
◆구례에서 동의보감촌까지
휴제작소에서 얻은 여행 루트대로 몇군데 더 둘러보자. 천은사와 운조루는 갈 때마다 좋은 구례의 명소다. 꽃이 아직 떨어지지 않았다면 하동 십리벚꽃길로 방향을 정해도 좋겠다. 화개장터쯤에 가서 벚굴을 먹고 화엄사에 올라 홍매화가 폈나 보는 것도 이 계절의 볼거리다. 4월의 구례·하동은 어딜 가나 예쁘다. 옅은 초록이 슬며시 올라오고, 꽃이 조금 이르거나 늦더라도 다른 꽃들이 순서대로 피어나니 혹 꽃을 못 볼까 걱정할 일은 없다.
성삼재는 노고단으로 향하는 길목이다. 노고단까지 올라가면 더 좋겠지만 성삼재까지만 와도 전망이 기가 막히다. 전방에 보이는 곳은 구례. 발 아래 산수유마을은 벌써 꽃이 지고 있지만 산 위는 아직도 차가운 겨울 빛이다. 따스한 봄과 완전히 물러가지 않은 겨울의 중간에 있는 성삼재, 이곳에서의 커피는 맛이 없을 수가 없다.
성삼재에서 지리산을 넘으면 구례의 반대편인 산청이 있다. 산청의 동의보감촌에는 한방을 테마로 한 박물관, 숙소, 놀이공원, 휴양림, 한의원, 약초목욕장 등이 있다. 취향에 따라 한옥스테이나 호텔에 머물면서 한의원에서 처방을 받거나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해 보자. 약초물에 사우나를 하는 호사도 누려볼 수 있겠다. 가족단위로 와서 쉬어 가기 좋고 효도 여행으로도 제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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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솔가든. |
[여행 정보]
[대중교통으로 여행지 가는 법]
뱀사골 입구: 남원역에서 142번 버스 탑승 - 뱀사골공용터미널 정류장 하차
[주요 스팟 내비게이션 정보]
뱀사골: 검색어 ‘지리산북부관리사무소’ / 전라북도 남원시 산내면 와운길 10 뱀사골국립공원
휴제작소: 검색어 ‘휴제작소’ / 전라북도 남원시 인월면 인월로 73 2층
성삼재휴게소: 검색어 ‘성삼재휴게소’ / 전라남도 구례군 광의면 노고단로 1068
뱀사골
http://www.baemsagol.com
문의: 063-625-8911
지리산 휴제작소
http://brand.huemaker.com
문의: 070-7005-5266
운영시간: 오전 9시~오후 7시 (월요일 휴무)
1박 2일 지리산 완전정복: 7만 ~ 9만5000원 (자세한 사항 홈페이지 확인)
음식
큰솔가든: 와운마을에 있는 음식점으로 지리산천년송과 가장 가까이에 있다. 손맛 일품인 산채정식, 삼년 묵은 묵은지에 싸 먹는 토종돼지구이가 인기 메뉴다.
산채정식 1만원 / 토종돼지(200g) 1만2000원 / 산채백반 8000원
063-626-5587 / 전라북도 남원시 산내면 부운리 와운마을 318
숙박
산청한방가족호텔: 산청 동의보감촌에 위치한 한방 특화 호텔이다. 이웃한 ‘동의본가’에서 처방 받은 체질별 입욕제를 사우나에서 사용할 수 있고, 어메니티로 한방화장품이 제공된다. 가을에는 약초축제가 열린다.
예약문의: 055-972-7000 / 경상남도 산청군 금서면 동의보감로 479번길 43
마음호텔: 남원 광한루원 건너편에 위치한 이벤트 호텔이다. 콘셉트카 전시, 노래방, 포켓볼, 미끄럼틀 등 즐길거리가 있어 가족단위 여행자에게 좋다. 호텔 객실, 도미토리, 글램핑 등 다양한 숙박과 간단한 조식도 제공한다
예약문의: 063-631-9999 / 전라북도 남원시 신촌동 437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8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200년 된 고택, 쌍산재에서의 하룻밤
한때 서당으로 사용한 사락정의 불 밝힌 야경이 고즈넉하다. 구례 |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src="http://img.khan.co.kr/news/2016/05/04/l_2016050501000366200048021.jpg" width=600>
전남 구례군 사도리 상사마을이 자랑하는 고택 쌍산재에는 살림채와 별채, 서당채 등 부속건물과 울창한 대나무숲, 잔디밭이 있다. 한때 서당으로 사용한 사락정의 불 밝힌 야경이 고즈넉하다. 구례 |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가정의 달 5월이다. 올해는 어린이날, 어버이날에 임시공휴일까지 생겨서 어딘가 떠나지 않고는 배길 수 없게 되었다. 하지만 길 한번 잘못 들면 차에 치이고 사람에 치이기 십상이다. 이럴 때 지리산의 풀 내음과 맑은 새소리를 들으며 온 가족이 오래된 고택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것은 어떨까. 지리산은 지금 뭇 생명들이 뿜어내는 기운으로 온통 연둣빛이다. 섬진강 하늘에 걸린 구름이 바람결에 흔들리고, 너른 들판의 새싹들이 앞다퉈 고개를 내민다. 밤새 봄비 소리에 젖고 창호지 사이로 비추는 새벽빛에 눈을 뜨는 고택은 언제 가도 운치가 있다. 지리산 자락의 고택 쌍산재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지리산 고택에 머물다
지리산의 냄새를 맡기 위해 전남 구례군 마산면 사도리로 향한 날, 지리산은 어둑했다. 안개 자욱한 산을 따라 구름이 흩날리다가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가 싶더니 한바탕 비가 쏟아지고 오색 무지개가 걸린다. 이 종잡을 수 없는 날씨에서 지리산의 크기와 깊이를 실감한다.
쌍산재는 장수마을로 알려진 상사마을에 있다. 양반가옥이라고 하기엔 너무 소박하다. 좁고 작은 대문에 실망스러울 수도 있겠다.
안으로 들어서니 안채와 건너채가 올망졸망하다. 마당도 10평 정도나 될까 아담하다. 200년 넘게 쌍산재를 옛 모습 그대로 지키고 있다는 6대손 오모씨(51)가 감나무 아래 장독대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저희 집에서 햇볕이 가장 잘 들어오는 가장 좋은 자리에 장독대가 있습니다. 부엌 딸린 어머니들의 공간 안채에서 몇발자국 안되죠. 온 가족의 건강을 책임지는 밥상입니다.”
금방 날이 갠 탓인지 갖가지 꽃들이 장독대에서 한껏 자태를 뽐내고 있다. 앵두, 초롱, 오가피, 작약, 나리꽃들과 이름 모를 꽃들이 곱다.
한옥은 자연과 교감하는 집이다. 오랜 세월 달빛에 젖고 햇빛에 빛바랜 고택의 풀 한포기, 굴러다니는 돌멩이 하나도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다. 청록이 우거진 대나무숲 오솔길을 따라 천천히 올랐다. 한 사람이 걷기에 딱 좋은 돌계단이 나왔다. ‘솨~솨~’하는 대나무 소리가 청량하다. 저 멀리 까치 한마리가 날아오르자 놀란 장끼가 덩달아 퍼드득 날아오른다.
쌍산재에서 하루 쉬러 온 석세정씨 가족이 서당채에서 향기로운 봄기운을 느끼고 있다.
잠시 쉬어가기 위해 대나무 숲길에 자리 잡은 호서정 마루에 앉았다. 새소리가 얼마나 큰지 가슴이 쿵쿵거릴 정도였다. 책을 읽다가 큰 대(大)자로 누워 하늘을 올려보다 깜박 잠이 들어도 좋겠다. 다시 계단을 오르면서 발아래 떨어져 있는 붉은 동백꽃을 주워 한참을 들여다봤다. 동백은 가장 예쁠 때 후두둑 진다. 절정의 미학을 가르치기라도 하려는 것일까. 목을 꺾은 동백꽃잎은 여전히 서럽도록 붉었다.
갑자기 하늘이 뚫렸다. 좁디좁은 오솔길 끝에 600~700평이나 되는 푸른 초원이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푸르고 드넓은 잔디밭에 봄 햇살이 양탄자처럼 깔려 있었다. 밤이 되면 이 풀밭에 달빛이 쏟아질 것이다. 쌍산재의 비밀정원은 그렇게 병풍처럼 두른 숲에 몸을 감추고 있었다. 나무 넝쿨을 헤치고 가니 어디선가 천자문이며 논어 왈 맹자 왈 글 읽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서당 사락정이다. “몸가짐을 바로 하고 부모에 효도하라.” 기둥에 걸린 주련이 또렷하다.
서당에는 대청마루보다 높은 누마루가 있다. 아무리 진득한 학동이라도 마냥 무릎 꿇고 책을 읽을 수는 없는 법. 졸리거나 발이 저릴 때 한번쯤 심호흡을 하고 어깨를 쭉 펴줘야 한다. 학동들은 아마도 이 누마루에 걸터앉아 다리를 흔들며 재잘거렸을 것이고 훈장님은 그 모습을 바라보면서 흐뭇해했을 것이다.
지리산에서 흘러나온 당몰샘은 아무리 가물어도 마르지 않는다.
■지리산 자연에서 뛰놀다
“이 꽃이 뭐예요?”
서당을 나서는데 꼬마숙녀 연서(4)가 철쭉나무 앞에서 할아버지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전남 순천에서 3대가 경암당 독채를 빌려 하루를 쉰다고 했다. 할아버지 석세정씨(65)는 “아파트에서는 손주들에게 딱히 할 말이 없는데 여기 오니 나무와 꽃과 벌레 등 해줄 이야기가 많아 어깨가 으쓱해진다”고 말했다. 곁에 있던 송호진 할머니(61)가 “한옥은 집구조도 그렇고 모르는 것이 없어 좋다”고 거들었다.
아파트에 사는 아이들은 집안에서 뛰어다닐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한다. 잔디밭에도 절대 들어가선 안되는 곳이라고 배운다. 연서가 잔디밭 앞에서 쭈뼛거리자 엄마 현주씨(36)가 말했다. “연서야, 잔디밭에 들어가도 돼, 들어가서 뛰어놀아도 된대.” 그래도 연서가 선뜻 나서질 못하자 엄마는 보란 듯이 잔디밭으로 뛰어든다. 엄마 뒤꽁무니를 따라 달려가는 연서의 웃음소리가 마당 가득 환하다. 온 가족이 잔디밭에 둘러앉아 이야기꽃을 피우는 모습이 보기 좋다. 딸 현주씨는 “자연에 푹 빠져 부모님과 조용히 마음을 나누기 위해 고택을 택했는 데 정말 잘한 것 같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집 뒤로 난 죽노차밭길. 이 길을 따라 올라가다보면 아담한 정자 호서정도 만난다.
연서네 가족을 뒤로하고 천천히 걷는데 작은 쪽문이 보였다. 열어도 되나 고개를 빼꼼히 내미는데 ‘와~’ 탄성이 나왔다. 고요하면서도 푸른 저수지가 부채처럼 펼쳐져 있었다. 그림 같다. 가진 것이 있어도 자랑하지 않고, 지식이 있어도 뽐내지 않는 선비가 저만치 뒷짐을 지고 서 있는 듯하다. 선비는 날마다 이 조용한 호숫가를 산책하며 세상 이치를 깨달았으리라.
시골은 밤이 빨리 찾아온다. 달빛 그림자가 길어지면 새소리는 잦아들고 바람소리, 풀벌레 소리가 선명해진다. 지리산에도 금세 어둠이 내렸다. 방으로 들어서니 흙과 나무로 지은 집의 천장은 낮고 구들목은 따뜻하다. 창호지문 사이로 바람에 흔들리는 댓잎들이 쉴새 없이 속삭인다.
이른 새벽 눈을 떴지만 따듯한 방바닥이 좋아 한참을 뒹굴었다. 배를 깔고 누워 책을 읽다가 건너집 아기 울음소리에 벌떡 일어나 사랑채 너머 당몰샘으로 나갔다. 지리산에서 흘러내려 온 이 샘물은 아무리 가물어도 마르지 않는다. 이곳 사람들은 상사마을이 전국 1위 장수마을이 된 데는 이 영험한 샘물 때문이라고 여긴다.
지리산 자락 고택에서의 하룻밤은 너무 짧았지만 그 잔잔한 기쁨과 여운은 꽤 오래 갈 성싶다.
■유서 깊은 한옥 민박들… 곡식 나눠주던 ‘운조루’선녀 반지 같은 ‘곡전재’
■숙박
쌍산재(www.ssangsanje.com)에서 하룻밤 머물려면 인터넷이나 전화로 예약하면 된다. 총 6개 동인데 방은 2인실부터 있다. 한 가족이 대청마루 등 독채를 사용할 수도 있다. 가격은 1박에 8만~15만원. 취사는 금지다. 다만 전기밥솥과 식기류가 준비되어 있어 쌀과 반찬, 컵라면 등을 가져가면 밥을 해먹을 수 있다. 오후 2시 입실해 다음날 오전 11시쯤 퇴실한다. (061)782-5179.
쌍산재 외에도 민박이 가능한 한옥은 24곳이 더 있다. 토지면에 16곳으로 가장 많다. 조선시대 부자로 어려운 이웃에게 쌀을 무료로 나눠주던 ‘운조루(www.unjoru.net )’는 5개 동을 개방하고 있다. (061)781-2644. 하늘에서 떨어진 선녀의 반지 같다는 곡전재(www.gokjeonjae.com)는 5채 51칸 규모로 안채를 제외한 4채에서 민박할 수 있다. (010)5625-8444.
■가볼 만한 곳
구례 농업기술센터에 국내 유일의 압화전시관이 있다. 압화는 꽃, 잎, 줄기 등을 눌러서 건조시킨 후 회화적인 느낌을 강조해 액자 등 생활소품에 이용되는 조형예술이다. 지상 2층(면적 960㎡) 규모로 매일 오전 10시~오후 5시까지 개방한다. 압화전시관에는 현재 ‘대한민국 압화대전’ 수상작 600여점이 상설 전시돼 있다.
잠자리생태관도 둘러보자. 국내 최초로 잠자리 실품 표본, 모형, 사진 등 500여점과 지리산 곤충 표본, 곤충 사육법, 모형 만들기 체험공간으로 꾸며져 있다. 농경유물전시관에는 야생화, 허브, 수목 200종이 식재된 원예치료실과 함지박, 홍두깨 등 우리 고유의 농경유물 200점이 전시되어 있다. 40년간 지리산 야생화를 연구해온 ‘명강사’ 정연권 소장의 베란다 정원 조성 기법과 ‘힐링 마법사 야생화와 행복한 동행’이라는 강의도 들을 수 있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travel/khan_art_view.html?artid=201605042138005&code=350101&med=khan#csidx23e0d8ae29b4537a21738f3a26393b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