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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라는 말의 의미를 되새긴다. 끝은 또 다른 시작을 낳고 (14구간)
1. 일자: 2016. 10. 29 (토)
2. 봉우리: 복계산(1057m), 복주산(1152m)
3. 행로/시간
[수피령(10:25, 780m) -> 촛대봉(11:07, 1010m) -> 칼바위/940봉(11:37) -> (중식 13:00~13:50) -> 1070봉(15:00, 복주산 2.63km) -> (임도) -> 헬기장(15:40~50) -> 삼각점(16:03) -> 복주산(16:20, 1057m) -> 하오현(17:10,742m) -> 도로(17:30)]
4. 동행: 바람님, 해운님, 산거북님, 산수담님, 다리님, 청한님, 까막바위님, 옥혜님,
아이넷님, 아카님, 명동, + 황구
< 한북정맥 14구간 산행을 준비하여 >
‘장도(長途)의 또 다른 서(序)’라는 마음으로 파주 장명산에 오른 지 어느덧 6개월이 지났다.‘‘함께’라는 힘이 결단을 가능케 했고, 4월 초반 두 구간을 해 치우고 나면 한결 여유가 생기고, 그 탄력으로 여름을 이겨내면 초가을에 상대적으로 먼 구간을 넘을 수 있으리라. 부지런히 진행해 10월 초면 한북정맥 종주가 가능하다.’돌이켜보면 조금 늦었지만 시작 때 목표처럼 종주를 눈 앞에 두고 있다. 초반 같이 길을 나섰던 멤버들 대부분이 마지막을 함께 한다. 복이 아닐 수 없다.
마지막 구간은 수피령에서 시작한다. 정맥에서 조금 벗어나 있지만 복계산 지나 복주산 넘어 하오고개로 떨어지는 15km 남짓, 7시간 산행을 예상한다. 세부 구간을 살피면, 해발 780m 수피령에서 고도를 높여 1010m 촛대봉까지 오른 후 1085봉 임도 삼거리까지 900미터 대의 봉우리 10여 개를 넘어야 한다. 지도에 표기된 비고는 크지 않으나 봉우리 표시가 있다는 건 높낮이를 분명하게 느낀다는 말이니 쉽게 봐서는 안 된다. 도처에 있는 헬기장이 쉼터 역할을 하리라 본다. 1085봉 임도 갈림 지나 복주산으로 길게 치고 오른 후 하오현까지는 내리막이다.
들머리를 하오현으로 바꿔도 등로의 난이도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다만 후반 힘이 달리면 복계산에 오르는 걸 포기할까 걱정된다. 선답자는 무리해서라도 복계산행을 추천한다. 수피령에서 멀지 않은 해발 1000고지 삼거리에서 우회전해 1008봉을 넘어 20분 정도 진행하면 매월당 김시습의 전설이 깃든 복계산에 닿는다. 왕복 1.4km 거리다. 이곳에 서면 대성산은 물론 적근산과 북한 땅 오성산까지 조망된다. 40분을 더 투자해 다녀오는 게 바람직하다. 이건 순전히 내 생각이다. 언제나 그랬듯이 판단은 현장에서 한다.
< 희망사항 >
밴드에 공지를 올리고 참석자를 모으고 25인승 버스를 대절하고, 나름 이번 구간을 위해 공을 많이 들였다. 최종 참석자는 11명, 새 손님으로 산수담님이 참석하고, 창설 멤버 송암님과 유박사님은 못 오신다. 버스 탑승 장소를 조율하고 아침 식사용 김밥 준비까지 마치고 나니 금요일이다. 무언가를 이를 열심히 준비하기도 오랜만이다. 늘 어렵다 하고 사회적 갈등이 극으로 치닫는 세상에, 내 뜻대로 준비해 실행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게 행복하다.
백두대간 종주를 마치며 역시 그랬지만, 길 끝에 서면 성취에 대한 감동과 함께한 추억이 떠올라 미소 짓고, 아쉬워하고 또한 다가올 변화와 엄습할 허탈감이 두렵기도 해, 기대와 아쉬움이 공존하게 마련이다. 정맥을 종주했다고 달라질 건 별로 없다. 다만 좀더 많은 산을 경험했으니 산꾼으로서 보는 눈이 조금 넓어질 게다. 그걸로 만족한다.
(여기까지는 산행 준비 과정을 기록한 것이다. 실제 산행은 이와는 달랐다.)
< 수피령 가는 길에 >
참석자가 11명으로 확정되었다. (산행 전 참석자를 11+라 했는데 + 없어 섭섭했으나 길에서 누렁이를 만나 함께 산행을 했다. +가 맞다.) 복정, 송파, 동서울, 노원 순으로 일행을 태운다. 대간을 할 때, 늘 가장 일찍 타서 제일 늦게 내린다고 불만이던 노원파들이 모처럼 여유를 가졌다 한다. 대절 25인승 버스가 꽉 차는 느낌이다. 버스 좌석은 기대만큼 편하지는 않았다.
바람님께서 프로폴리스를 두 박스나 선물로 주시고, 아카님은 빨간 도시락 가방을 나눠준다. 산수담님이 준비하신 김밥으로 아침을 먹는다. 감사한 따듯한 마음들이 전해지고 버스 안이 훈훈하다. 수피령으로 가는 내내 버스 안에는 이야기와 웃음이 멈추지 않았다. 우리만의 대절 버스의 매력이다.
철원 김화읍을 지나자 군부대가 보이고 휴전선이 멀지 않다는 느낌을 주는 군 시설물들이 늘어난다. 버스가 가파른 고개를 힘겹게 오르더니 이내 눈에 익은 수피령 비석이 있는 들머리에 도착한다. 시간은 10시 20분, 대성산 전적비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것으로 한북정맥 마지막 구간 산행은 시작된다.
< 수피령에서 1070봉 >
어제까지 따듯하던 날씨가 자고 나니 추워졌다. 북녘 땅 800고지는 벌써 초겨울의 을씨년스러움이 느껴진다. 11명의 전사들이 가파른 흙 길을 치고 오른다. 프로폴리스가 경찰만 먹는 약이 아니냐는 아이넷님의 썰렁한 개그가 웃음을 불러온다. 못 보던 사이 익살이 늘었다. 자꾸 듣다 보면 은근한 중독성이 있다. ㅎㅎ
30분쯤 걷자 헬기장이 나타난다. 멀리 대성산이 목격된다. 잿빛 하늘 밑으로 정상 군시설물과 바로 밑 하얀 막사가 선명하다. 지난번 걸었던 군용 도로가 구불구불 연결된 모습도 보인다. 당초 복계산을 가려는 이유가 대성산 조망이었으니, 굳이 복계산을 가지 않아도 된다는 구실을 찾았다. 모두가 동의한다. 40분의 시간 여유가 마음을 편하게 해 준다. 인간은 참 간사하다. 틈만 나면 편해지려는 꾀를 내니 말이다.
복계산 갈림에서 직진해 촛대봉으로 바로 향한다. 올 여름 이곳을 다녀간 분의 산행기에서 복계산 이정표를 보았는데 무슨 이유인진 모르겠으나 없어졌다. 아마도 복계산행을 권하고 싶지 않나 보다. 암릉을 오른다. 낙엽이 많아 길이 미끄럽다. 늦은 단풍을 기대했지만 대부분의 나무의 잎은 지난 비에 떨어져 숲은 겨울 준비를 하고 있다. 11:05 촛대봉에 도착했다. 사방으로 조망이 시원하다. 주위에 가리는 게 없어지니 대성산이 더 선명하다. 날이 맑았으면 하고 바래 보지만 이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잿빛 하늘이 만들어 주는 분위기가 싫지만은 않다. 가지 않은 복계산을 배경으로 까막바위님, 청한님 그리고‘인물이 바쳐주는’산수담님의 모습을 사진에 담고는 본격적으로 정맥 능선에 올라탄다.
< 수피령에서 / 촛대봉에서 본 대성산 >
생각보다 길이 험하다. 높낮이는 심하기 않지만 낙엽이 짙고 바위가 간간이 있어 위험 하다. 도토리를 잘못 밟아 몇 번을 미끄러졌다. 다행히 배낭이 보호대 역할을 해 주었다. 다리님은 스틱 없이도 잘 만 간다. 길가에서 쉬고 있는 부부 산꾼을 만난다. 누런 개 한 마리가 곁에 있다. 처음엔 데려온 애완견인지 알았는데 아니란다. 누렁이는 우리를 보자 부부를 버리고 따라 나선다. 지 딴엔 사람이 많으니 얻어 먹을 게 더 있으리라 판단이겠지. 백구를 잊지 못하는 일행은 황구를 반갑게 맞는다. 개는 이 길에 익숙한지 앞장서 걷는다. 꼭 길 안내견 같다.
단조로운 길에 황구는 화제의 중심에 선다. 가파른 오르막도 낙엽 쌓인 내리막도 척척이다. 황구 보는 재미에 큰 힘 들이지 않고 칼바위가 있는 940봉에 오른다. 멀리 가야 할 정맥길이 구불거린다. 잠시 쉬어 간다.
긴 로프가 메어져 있는 험로를 내려선다. 조심 또 조심을 외친다. 오늘따라 난 균형감각이 무디다. 좁은 길에서 삐끗해 굴러 떨어질 뻔 했다. 바위를 내려서는데 선두 일행이 후미를 기다리며 모여 있는 모습이 잡힌다. 구도가 기가 막히다. 불러 세우고 여기를 보라 외친다. 길게 늘어선 동지들의 멋진 포즈를 카메라라 담는다. 직감적으로 근사한 사진이 되리라 확신했다.
< 복주산으로 향하는 정맥 길에선 동지들 >
주위에 볼만한 풍경이 없으니 길은 더 단조롭게 느껴진다. 간간이 동지들을 불러 세워 사진 찍는 재미로 길을 이어간다. 잎이 진 신갈나무 숲을 걷는 바람님과 산거북님의 모습이 다정스러워 보여 셔터를 누른다. 잘 나왔다. 평소 느끼던 내면의 모습이 사진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오늘 베스트 사진이다. 사실 이 두 분이 아니었으면 한북의 오늘은 없었을 게다. 한 분을 게으르던 나를 자극해 한북 시작을 낳게 했고, 또 한 분은 묵묵한 리더의 모습을 늘 보여주셨다. 감사하고 또 감사 드린다.
12시가 지난다. 길은 조금 순해졌다. 4km 넘게 걸었다. 배는 고팠지만 1시간만 더 가서 식사를 하기로 마음먹는다. 하산 후 노원에서 뒤풀이를 하기로 했으니 저녁 식사가 많이 늦을걸 대비해야 한다. 평이해진 등로는 걸음에 힘을 준다. 속도가 빨라진다. 작은 봉우리는 넘지만 비고가 크지 않다. 기억으로는 머지 않아 헬기장이 있을 걸 같다. 지도상으론 장곡리와 안부 갈림 표시가 있지만 이정표는 없다. 6km 지점을 통과한다. 1시가 가까워 온다. 걸음을 멈춘다. 식사를 해야겠다.
버너가 4개, 라면과 김치와 오뎅 등이 쏟아져 나온다. 푸짐하다. 물이 끊고 라면이 투하된다. 불이 많다 보니 음식도 빨리 조리된다. 막걸리 한 잔에 알딸딸해진다. 뜨끈한 국물이 속을 덥혀준다. 바로 이 맛이야. 사람 좋고 분위기 좋고 음식 맛나고. 산에서 만이 느낄 수 있는 호사를 제대로 누린다. 후식 커피까지 오늘도 호강한다.
식사시간으로 50분을 썼다. 무거운 배와 다리를 끌고 길에 나선다. 이제 복주산까지는 5km 남짓이다. 일단 1070봉 까지만 가면 임도가 나오니 시간 단축이 가능하다. 950봉으로 추정되는 봉우리를 오른다. 산객을 만난다. 복주산 자연휴양림에서 올랐다 한다. 작은 오르내림이 지루하게 반복된다. 진행 방향으로 높다란 봉우리가 보이고 뒤로 부드러운 능선이 이어진다. 저기가 1070봉이다. 그 뒤로 뾰족이 보이는 봉우리가 복주산이다. 어서 가자.
긴 오르막을 치고 오른다. 등에서 땀이 난다. 3시 정각이다. 널찍한 1070봉우리에는 군시설물이 있다. 한 고비 넘겼다. 예상대로 임도가 이어진다. 황구에게 물을 주자 헐떡거리며 마신다. 사람이건 동물이건 물은 생명과도 같다. 산 생활에 마실 물 구하기가 어디 쉽겠는가? 마시는 폼이 오래 기다린 듯하다. 후미들이 오르는 모습을 사진에 담는다. 지친 표정 속에서도 희망을 읽는다. 산이란 게 참 묘하다. 죽을 똥 살 똥 올라야 하는 그 무언가가 모두의 마음 속에 있는 듯하다. 아니면 걷는 행위 자체는 인간의 숙명인지로 모르겠다. 길에 나서야 사냥을 하든 채집을 하든 할 것이니 말이다.
< 1070봉에서 하오현 >
남은 간식을 나눠 먹는다. 달콤한 맛의 빵이 식욕을 돋운다. 복주산까지는 2.63km다. 소수점 두 자리까지 표기한 것으로 봐서 정확하단 말이리라. 좌측으로 실내고개 하산로가 이어진다. 예상대로 임도다. 당초 지난 산행의 목적지는 여기까지였다. 하오현까지의 남은 거리는 5km가 넘는다. 멀다. 당시의 선택은 현명했다. 산에서 무리해선 안 된다는 선 진리다.
푹신한 융단 같은 낙엽이 깔린 임도를 걷는 기분이 상쾌하다. 이 길이 아주 길게 이어지길 바래본다. 청한님이 갑자기 걸음을 멈춘다. 새로 산 모자가 없단다. 1070봉에서 벗어 둔 것 같단다. 까막바위님이 뛴다. 배낭은 벗어 두고 가란 말도 듣지 않고 냅다 뛰어간다. 잠시 후 옷 속에서 모자가 발견된다. 얼른 가 소리친다. 그런데 벌써 갔는지 보이지 않는다. 참 빠르기도 해라. 산악 마라토너로서의 면모가 확실히 발휘된다. 잠시 후 내려온 까막님, 군소리 없이 다시 길을 나선다. 상남자다. ㅎㅎ
< 1070봉에서 복주산을 향하며 / 헬기장에서 >
임도는 40여분 이어진다. 만추라는 이미지와 너무 잘 어울리는 길이다. 조용한 숲에 낙엽 밟는 소리만이 들린다. 행복하다. 6개월 넘게 벗들과 함께 걸어온 길들이 꿈만 같다. ‘함께 라는 말’의 의미를 되새겨 본다. 며칠 전 회사에서 들은 김용학 교수의 ‘연결’을 주제로 한 강연에서 한 말들이 기억된다. 회사나 학교, 가족이 아닌 낯 선 이들과의 만남과 연결이 세상을 보다 값하게 살아갈 ‘끈’이 되어준다는 내용이었다. 공감이 간다. 내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끈이 있어 감사하다. 그 연결이 아무 이해관계가 없어 더욱 좋다. 좋아하는 행위를 함께 한다는 순수한 마음이 굵은 끈이 되어 준다. 내 인생 황금기는 바로 지금이라 믿는다. 내 의지로 내 길을 가는 이 시간이. 오래 계속 되길 바래본다.
< 헬기장에서 본 북녘 하늘과 산 / 억새 >
널찍한 헬기장에 도착했다. 바닥에 콘크리트까지 깔려 있다. 퍼질러 앉는다. 하늘을 본다. 어둠이 내려 앉고 있다. 회색 빛 북녘 하늘에 붉은 기운이 감지된다. 저 멀리 솟은 봉우리가 대성산 일지어다. 아득하고 멀다. 산들이 너울지며 흘러가는 모습이 애잔하다. 겨울의 이미지가 그려진다. 산거북님이 카메라를 달라 하더니 억새와 개망초를 근접 촬영한다. 억새가 흐드러지게 피어 있다. 내 인물사진을 찍어 달라 한다. 잘 나왔다. 멋지다. ㅎㅎ
남은 과일들이 꺼내진다. 무거운 배낭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무게를 조금이라도 줄여보려고 머리를 굴리던 지난 밤의 내가 미안해진다. 아삭한 사과 맛이 일품이다. 위에 솟은 봉우리가 복주산 일 게다. 4시가 가까워진다. 급한 마음에 길을 나선다. 누렁이가 우리와 다른 길로 간다. 의아함은 잠시 후 풀린다. 황구가 간 길이 맞다. 잠시 알바를 한다. 개가 사람보다 낫다. 황구는 우쭐한 표정으로 나를 본다. 알았다. 이제부턴 니가 갑이다. ㅎㅎ
< 복주산 헬기장에서 >
거친 암릉을 기어 오른다. 밧줄까지 메어져 있는 험로다. 끙끙대며 오르니 삼각점이 보인다. 16:03, 때마침 트랭글 부저가 울린다. 이곳이 진짜 복주산 정상이다. 높이가 2m 더 높다. 예상대로 정상석은 없었다. 다시 험한 내리막이 길게 이어진다. 네 발로 기어가듯 내려선다. 겨울에는 무척 위험하겠다. 오전에 복계산에 들리지 않은 건 현명한 판단이었다. 더 늦어지면 자칫 위험할 뻔 했다. 산허리 길을 15분 넘게 걸어 정상석이 있는 복주산에 도착했다. 화천 방면 조망이 시원하다. 단체사진을 찍는다. 한북정맥에서는 마지막 산이다. 이제 하오현으로 내려가면 오늘 산행, 아니 한북정맥 종주가 마무리된다. 하오현까지는 1.8km 남짓이다. 어두워지기 전에 하산이 가능하리라. 힘찬 발걸음을 내딛는다.
< 복주산에서 / 하오현에서 >
하산 초반 내리막은 역시 거칠다. 두터운 낙엽이 속도를 늦춘다. 아카님이 넘어진다. 걱정이 되면서도 마음에도 없는 농담을 하고는 이내 후회한다. 다치지 말아야 한다. 귀한 몸들이다. 끝을 향해 나아가는 길은 그리 멀지 않았다. 옥혜님이 뒤풀이 음식을 선택하란다. 삼겹살이 먹고 싶다 했더니 그리로 예약하겠다 한다. 고마운 마음들이다. 내가 무어라고 내 뜻을 존중해준다.
지글지글 불 판에 달궈지는 삼겹살 생각을 하다 보니 어느덧 하오현이다. 낯익은 표지판과 길이 날 반긴다. 일행 모두가 나의 정맥 종주를 축하해 준다. 고마울 따름이다. 만감이 교차한다. 그 끝은 하나로 귀결된다. 행복하다.!!
< 에필로그 >
170km 한북정맥의 종지부를 찍었다. 자유란 자기의 이유로 걸어가는 것이라 했다. 지난 6개월 순수 내 의지로 정맥을 걸어왔다. 여러 사연들이 교차한다. 막연하게만 느껴지던 대중교통 이용 산행이 이젠 해 볼만 한 게 되었고, 처음엔 몇 번을 쓰고 고치던 밴드 공지도 이젠 순식간에 해치운다. 길 없는 하산 길 가시덩굴은 여전히 트라우마로 남고, 한 여름 폭염 속 산행의 위험을 깨달았고, 여러 분들의 배려에 감사하며 더불어 살아야 하는 이유도 확인했다.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산행이었다면 이리 공들여 정맥 길에 나서지 않았을 것이다. 홀로 때론 같이 걸었던 길에서 추억을 만들었다. 그 기억을 소중히 여기며 살겠다.
멀 길을 달려 뒤풀이 장소에 왔다. 산삼주와 막걸리 그리고 지글지글 삼겹살을 앞에 두고 술 잔이 기울여진다. 깜작 선물이 등장한다. 청한님이 나를 위해 패를 준비했다. 서프라이즈다. 예상치 못했기에, 그리고 오래도록 글귀를 다듬었을 마음이 전해져 더 고마웠다. 아픈 다리에 함께 나서 준 것만으로도 감사한데….
함께라는 말의 의미를 되새겨 본다. 더불어 살아야겠다. 끝은 또 다른 시작을 낳을지어다. 꿈 같은 시간들이었다. 행복하다.!!
< 한북정맥 14구간 궤적 >
첫댓글 명동님의 한북정맥 종주에 함께 해서 행복 했습니다
짧다면 짧을 수 있지만 6개월의 긴 기간 동안 있었던 산행의 추억을 잠시 생각해 봅니다
비를 맞으며 걷기도 하고 혹시나 국공에게 걸릴 까 조심하기도 하며 걷고 또 걸은 시간 이었네요.
분명 시간은 흘러 가지만 우리들의 추억과 명동님의 멋진 글은 오랜기간 동안 남을 것입니다.
즐거웠습니다
행복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또 다시 산에서 봐요 ^♡^
예, 제가 감사합니다.
산에서 자주 뵙겠습니다.^^
헬기장에서 찍은 사진이 특히 맘에 들어, 명동님 한북정맥 종주를 다시한번 축하하고. 또 다른 산행기를 난 기다리겠소.
헬기장 사진은 산거북님 작품.
또 갑시다.~~~
이렇게 멋진 분이 누구신가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