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번 야라강변 숲에는 유독 박쥐가 많다.
낮에는 나무에 꺼꾸로 매달려 잠을 자고 어둠이 내리면 먹이 사냥을 떠난다.
내 짧은 상식으로는 박쥐란 낮에는 동굴 속 같이 어둔 곳에 꺼꾸로 매달려 있다가 밤이면 활동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이 곳 박쥐는 낮에도 강변 나무에 매달려 지냈고, 한낮에도 강변을 날곤 했다.
처음에는 까마귀가 날고 있는 것으로 착각을 했었다.
크기도 상상을 초월했다.
손바닥 크기 정도로 알고 있는 것이 내 상식의 전부였는 데, 이 곳 박쥐는 큰 까마귀보다도 훨씬 컷다.
나무에 매달려 있는 박쥐가 죽은 나뭇잎 같이 보였다
- 박쥐는 더위 탓인지 나무에 매달려 수면중에도 부채질을 하듯 날개를 펄럭이곤 했다.
박쥐
약 900여 종(種)의 날아다니는 포유동물 무리. 박쥐는 날아다니게 진화된 유일한 포유동물이며, 대부분의 종들이 예민한 반향정위(echolocation) 체계를 가지고 있다.
대부분의 박쥐는 식충성(食蟲性)이고, 잡는 곤충의 양이 엄청나므로 곤충집단의 평형을 유지하는 데 상당히 중요하며, 몇몇 해로운 곤충을 구제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어떤 박쥐들은 열매·꽃가루·꿀을 먹기도 하는데, 열대 아메리카에 사는 흡혈박쥐류는 포유동물이나 큰 새들의 피를 먹고 산다. 이들 흡혈박쥐들은 광견병을 옮기기도 한다. 박쥐는 세계 각지에 분포하고 있다. 서양에서는 불길한 신화와 연관이 되어 있지만, 동양에서는 때로 행운을 가져다주는 상징으로 여겨진다. 열대지방에는 수가 특히 많아서 박쥐들의 시끄러운 소리, 배설물인 구아노 및 그 악취 때문에 특별히 관심의 대상이 되는데, 집이나 공공건물에 큰 무리를 지어 쉽게 만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박쥐가 이루는 익수목(翼手目 Chiroptera)은 2개의 아목(亞目)으로 나뉘는데, 대익수아목(大翼手亞目 Megachiroptera)에는 날여우박쥐류와 구세계과일먹이박쥐들이 있으며, 소익수아목(小翼手亞目 Microchiroptera)에 속하는 것들은 전세계에 분포한다. 대익수류는 시각에 의해서 방향을 잡는데, 단지 루셋큰박쥐속(Rousettus)만이 소리에 의한 방위결정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골격의 구조는 많은 면에서 원시적이다. 소익수류는 모두 소리에 의한 방위결정 능력을 가지고 있는데, 그들의 소리는 음향장치에 의해서 붙잡힌다. 이 두 무리가 공동조상으로부터 나왔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박쥐의 크기는 상당한 차이가 있어서 프테로푸스 밤피루스(Pteropus vampyrus) 중의 큰 개체는 날개를 편 길이가 1.5m나 되고, 틸로닉테리스 파키푸스 메이에리(Tylonycteris pachypus meyeri)는 날개를 편 길이가 단지 15㎜이다. 박쥐들은 빛깔, 털의 조성과 얼굴 모습에 있어서도 천차만별이다. 박쥐의 날개는 앞다리가 진화에 의해 변형된 것이다. 엄지손가락을 제외한 모든 손가락이 길어졌으며 비막(飛膜)에 의해서 서로 연결되는데, 비막은 앞팔에서부터 옆구리를 따라 뒷다리의 발목에까지 이른다. 엄지손가락 끝에는 발톱이 있다. 대부분의 박쥐들은 다리 사이에도 검은 색소가 있는 피부로 된 2겹의 비막을 가지고 있다. 박쥐의 주둥이는 설치류나 여우의 주둥이처럼 생겼다. 외이(外耳)는 앞으로 돌출해 있어 크며, 움직임이 상당히 자유롭다. 많은 박쥐들은 비엽(鼻葉)도 가지고 있는데 이는 피부와 결합조직으로 구성되며, 코를 둘러싸거나 코 위에 펄럭이게 된다. 비엽은 반향결정 체계를 위한 소리 생성에 영향을 준다고 한다. 박쥐의 목은 짧고, 가슴과 어깨는 근육질이면서 크고, 엉덩이와 다리는 가늘다. 비막을 제외한 부분은 털로 잘 덮여 있는데 등쪽은 회색·황갈색·갈색 및 흑색이고 배쪽은 그보다 색이 엷다. 개방된 지역에서 잠자는 종들에게는 얼룩 또는 반점이 있는 모피나 몸색깔의 변이(變異)가 흔하다. 박쥐는 포식활동뿐만 아니라 꽃가루받이나 씨의 분산 등으로도 자연질서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된다. 열대 아메리카의 흡혈박쥐류는 인간에게 심각한 해를 일으키는 유일한 박쥐인데, 소의 질병을 전파하며, 이들이 가축에 내는 작은 상처는 때로 쇠파리가 알을 낳는 장소가 된다. 식충성 박쥐들의 배설물인 구아노는 오래전부터 농사용 비료로 사용되어왔다.
전체 박쥐집단의 성주기가 서로 일치되므로 교미 행동은 2~3주일 안에 끝나게 된다. 임신 기간은 6~7주에서부터 5~6개월에 이른다. 많은 종에 있어서 임신한 박쥐들은 특수한 육아잠자리(nursery roost)로 이주한다. 일반적으로 1마리의 새끼를 낳지만 엡테시쿠스 푸스쿠스(Eptesicus fuscus)는 쌍둥이를, 붉은박쥐(Lasiurus borealis)는 1~4마리의 새끼를 낳는다. 새끼들은 털이 없거나 털이 약간 난 채로 태어나며, 태어난 후 짧은 기간 동안은 눈과 귀가 먹은 상태이다. 크기나 아목에 따라서 5~6주, 심지어는 5개월까지도 새끼를 돌보는 경우가 있다. 2개월쯤 되면 대부분의 소익수류는 성체의 크기가 된다. 거의 모든 박쥐들은 낮 동안에는 잠자리에 들고 밤에 먹이를 잡으러 돌아다닌다. 이러한 습성은 자고 있는 먹이를 먹는다는 점에서 육식성 박쥐, 흡혈성 박쥐 및 심지어는 물고기를 먹는 박쥐에게도 아주 유리한 조건이 되며, 또한 포식자·태양·고온으로부터 박쥐를 보호해주게 된다. 박쥐들은 일반적으로 동굴, 바위틈, 굴 속 및 빌딩 건물과 같은 격리된 잠자리를 좋아한다(→ 색인 : 홰). 그러나 어떤 박쥐들은 바깥에 있는 나무나 바위 같은 데서 잠을 자기도 한다. 박쥐들은 흔히 수십 마리에서부터 수백 수천에 이르는 밀집된 집단으로 발견된다. 박쥐에게는 잡아먹힌다는 것은 그리 큰 위협이 되지 않고, 질병·굶주림 및 사고에 의해서 약간씩 죽게 된다. 어떤 박쥐들은 20년 이상 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격리된 잠자리, 야행성 행동 및 군집생활이 박쥐들의 긴 수명에 기여하는 요인들이다. 반향정위를 이용하는 박쥐는 근처에 있는 물체로부터 반사되는 짧고 높은 파장의 소리를 듣게 된다. 박쥐들은 돌아오는 소리를 듣고, 먹이나 장애물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게 된다. 고도로 예민한 귀와 청각중추의 통합에 의해서 이러한 능력이 생기게 된다. 소리의 파동은 박쥐들 사이의 의사소통에도 이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