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가 우리병원에 처음 방문한 것이 2008년 초입니다. 현재 나이 74세, 캐나다에서 태어난 토종 백인입니다. 직업은 도서관 사서를 했었고 은퇴후 자원봉사자로 이민자에게 영어를 가르치기도 했었다고 하며, 나의 영어 발음을 종종 교정시켜 주기도 했습니다. 진료중 투병생활 중의 지켜야할 수칙을 안지켜 내가 약간 상기된 상태에서 “맴(마담의 줄인 표현)” 하고 말을 사작하면, “당신은 꼭 화가나면 말을 시작할때 ‘맴’ 하고 시작하더라” 하면서 핀잔을 주기도 했던 친구같은 환자입니다. 그러지요 2년을 넘게 매주 한번씩은 만났으니 서로 꽤 친해졌지요.
그녀의 병력은;
1) 1990년 12월 왼쪽발에 종양이 발견되서 수술을 받았습니다. 그리고는 10년이상을 별일없이건강하게 살았지요.
2) 그러다 2005년 내출혈이 몇개월동안 계속되어 치료를 받았으나 별 효과가 없었습니다.그러다가 갑자기 심해져서 응급실로 실려가 대수술을 받았습니다. 비장파열이었고 종합검사후 암종양 발견, 그리고 대수술(소장의 일부, 비장 전체 절제, 췌장 일부,횡격막 일부 그리고 간 20% 절제)
3) 그리고 한달뒤 간 에서 다수의 작은 암종양 발견 그래서 간의 80%를 절제했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자궁절제 수술도 받았습니다.
4) 2006년 12월 부터 2007년 5월까지 항암치료를 받고 정기적으로 CT scan 검사와 항암치료를 했고
5) 2008년 4월 다시 재생된 간 전체에서 많은 작은 암종양들 발견. 주치의로 부터 더이상 병원에서 해줄것이 없다는 통보받음
그리고 항암치료 후유증으로 생긴 다리의 통증을 줄이기위해 아침 저녁으로 진통제 처방 받았고 그리고 고혈압약( Adalat 30mg ), 콜레스테롤 (Crestor 20mg) 약 처방이 전부였고, 병원에서 더 이상 도와줄 것이 없으니, 집에가서 잘 요양(?) 하라는것이 마지막 처방이었습니다. 그때의 심정을 어떨게 표현할수 있을까요?
집으로 돌아가는길, 이대로는 포기 할수 없다는 생각에 병원옆에 있는 저희 Clinic에 들른 것이지요. 그녀와의 첫대화에서 그녀가 한 말은 “나는 암에서 벗어나고 싶다. ( I want to be cancer free.)” 이었습니다. 너무나 간단한 말이지만, 모든 암환자들의 소원이겠지요.
그녀의 몸을 진단해보니, 모든 말기 암환자들이 그러하듯이 그동안 항암치료로 온몸에 독소가 쌓여있어 몸에서 특유의 냄새가 나고 있었습니다.
(많은 한의학과 대체의학의 진단이 객관적인 검사수치와 영상사진이 아닌, 시술자(醫者)의 판단에 의존하는 소위 비과학적인 판단에 근거합니다. 그리고 저의 진단에서 상당부분도 오감과 직관에 의존합니다. 저는 보는것만 믿는 과학도 이었지만 수십년간을 기공과 국선도를 수련해오다, 눈에 보이지 않는 많은 경험을 하면서 제 인생관도 많이 달라 졌습니다. 초진 환자를 접할시 죽음의 그림자를 느낀 경험이나, 탁기에 가득찬 말기환자를 치료하다 그 탁기에 침범되어 며칠을 죽을것 처럼 고생한 경험등등... 논란의 대상이 되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정신의 존재를 무시하고 인체를 물질로만 보고치료한다면 완전한 의학이 될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항암 치료 후유증의 일부로 걸을때마다 내측 다리의 통증이 심했습니다. 그리고 몸 전체는 한의학적으로 보면 기허와 신양허가 심했습니다. 물론 혈액의 상태는 탁하고, 혈액검사상 대부분의 말기암 환자들이 그러듯이 헤모그로빈이 정상이하, 그리고 임파구등도 정상 이하로 면역력도 약하였습니다.
사지가 항상 추웠고 기운이 없었으며 그리고 흉협고만과 우협통이 심했습니다. 우선은 급한 증세를 침과 한약을 써서 치료한결과, 한달안에 피곤한 감이 훨씬 줄고, 전에는 담요를 몇장 덮어야 잘수있었느데 밤에 잘때도 춥지않고, 항암 치료후 깊은 잠을 잘 수 없었는데 편히 잘 수있다고 했습니다. 그 외에 여러가지 증세에 대한 불편을 동시에 호소하지만 치료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모든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할수 없으므로 냉정하게 가장 중요한 문제부터 단계적으로 해결해가야 했습니다. 그리고 다음 단계는 흉협고만과 우협통(간에 있는 종양 때문이라 생각됐습니다) , 그리고 간비조화를 생각해서 가감 소시호탕을 사용했습니다. (소시호탕은 상한론에 나오는 처방입니다. 상한론의 처방은 진단이 정확하면 잘 듣는 처방이나 흉협고만등의 증세로만 판단하여 잘못 처방하면 부작용도 그만큼 심해지므로 정확한 진단하에 사용하여야 합니다.) 약 2주일후 흉협고만에는 어느정도 진전이 있었고, 본인 느낌도 그 전에는 자주 배가 고팠는데, 지금은 적당히 먹어도 배가 예전같이 고프지 않고, 설사나 변비등 배변에도 전혀 지장이 없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심하통이 심했습니다. 아마 비장 전체와 위의 일부를 절제했기 때문에 오는 통증이라고 생각하여, 여러가지 복합치료를 거듭한끝에 3개월후 항암치료에 의한 후유증이 거의 잡히고, 이제는 제가 치료하는 암치료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무렵, 암센터에서 새로운 치료법이 도입됐으니 시도해 보라는 연락이 와서, 암센터에서 암치료와 동시에 우리병원에서의 치료를 하고 싶다고 부탁해 왔습니다. (새로운 치료법은 TheraSpear라는 치료법으로 수술할 수없는 간암 환자를 혈관을 통해 방사능 물질을 주입, 간에서 서서히 방출하도록 하여 간의 암세포를 제거해 가는 Brachytherapy의 일종입니다.) .
제가 좋아하는 치료방식은 아니지만, 간에 있는 종양의 크기를 줄이기 위해 꼭 시도해보고 싶다는 부탁을 냉정하게 거절하기는 어려웠읍니다. 그리고 6개월에 한번씩 3번의 TheraSpear치료를 받았으며, 매번 치료후마다 여러가지 후유증에 시달렸고, 위험한 순간도 많았지만 그때 그때 다시 건강을 되찾게해 시술을 받도록 도왔습니다. 그리고 1년반후 암센터에서의 최종 CT판독후 종양의 크기가 줄지않고 그대로 있다는 최종결과를 받고 , 암센터에서의 치료를 포기하고 본원의 치료에만 전념하기로 하였습니다(2009년 8월).
그러나 그동안 항암치료를 하면서 망가진 몸이나 극도로 약화된 면역력을 높이는 치료를 해야했고 2009년 9월의 혈액검사결과는 말기암 환자특유의 매우 낮은 면역 상태를 나타냈습니다. 우선적으로 몸 전체의 건강 상태와 면역력을 회복하는데 우선 순위를 두고 동시에 본원에서 개발한 암치료 전문약을 단계적으로 적용해서 치료 해가자, 그동안 암센터에서 치료중에도 최하 13.7 이하로는 내려가지 않던 암수치(Tumor Marker; Alpha Fetroprot.)가 2개월뒤 혈액 검사에서 7.6(정상치 0.6~6.6) 으로 내려가고 면역력도 제가 요구하는 수치의 가장 기본값까지 올라왔습니다. 그리고 12월의 CT검사에는 폐나 뼈에는 전이가 없는것으로 나타났습니다.그러나 아직은 안심할 단계가 아닌데도 천성이 자제력이 없던 사람이라 크리스마스등 연시파티에 너무 자제력이 없이 놀았던지 1월 검사에는 면역력이 다시 내려가, 투병생활중 지켜야할 사항을 철저히 지키도록 하고 다시한번 주지 시켰습니다. 그러나 남들이 보면 전혀 암환자같지않은 사람, 그동안 집도 팔아 이사도 2번이나 다니고, 해외여행도 잘다니고, 목소리도 나보다 우렁차고, 얼굴 색갈도 나보다 훨씬 좋은 J를 누가 말기 암환자라고 할까요.
그리고 12월 검사결과 에서 간부위의 종양크기가 약간 줄어들었다는 희망적인 결과와 췌장의 두부(Head of the pancreas) 가 5.2에서 5.8cm로 커져있다는 문항을 발견했습니다. 그 전에는 없던 내용이라 암센타에 가서 내용을 확인해 보기를 원했지요, 그 결과 2010년 5월, 췌장이 원발암( Primary Cancer)이고 나머지는 전이암이었다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본인도 그동안 암센터에서는 왜 원발암은 치료하지않고 전이된 간만 치료해 왔는지, 그리고 이런 내용을 환자 자신에게 설명을 안해주었는지 등의 사실에 열받았는지 저에게 와서 푸념했지만, 어차피 췌장암은 불가능한 암이었으니 수명 연장만을 위해 간만 치료 했을것이라고 대변해 줄수밖에 없었습니다. 애플 창시자 스티븐 잡스도 췌장암에서 간으로 전이되 간이식 수술을 받은 경우를 이야기 하며 ‘당신은 그보다 훨씬 경과가 좋은 경우입니다’ 하며 용기를 북돋아 주었지만 그동안 헛다리 긁은 세월이 안타깝습니다. 덕분에 저는 췌장암치료 보다는 간암 치료만 열심히 하고 있었고요. (처음부터 췌장암인중 알았으면, 저도 치료해 보겠다고 쉽게 대답하지 않았을지 모릅니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포기 할수도 없지요. 환자 자신도 계속 치료하기를 원하고요. 생존율, 치료율도 낮은 경우를 ‘당신은 희망이 없읍니다’고 말할수 없고 ‘우리 최선을 다해봅시다’라고 말할수 밖에 없는 제가 ‘혹시 사기치고 있지 않나?( 표현이 적절치 못해 사과 드립니다. '혹시 내가 뻥치고 있지 않나?' 가 더 적절한 표현일것 같습니다) ’ 하고 수없이 자문해 봅니다. 이것이 죄가 된다면 나중에 죽어서 지옥에가 많이 혼나고 있겠지요? )
(2009년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