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으로 건강 지키기, 필요하고 가능한가?
(오키나와의료생협, 고령자협동조합 연수 소감)
남미희(함께살이성북사회적협동조합 이사)
오키나와의료생협은 조합원 9만3천, 출자금 17억엔 규모로 3개의 병원과, 6개의 진료소 및 노인건강시설을 포함해 8개의 복지개호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40년이 넘는 그들의 역사는 ‘건강만들기, 평화만들기, 생명이 빛나는 사회 만들기’라는 이념을 조합원의 실천으로 어떻게 사업화, 지역밀착형 운동화하고 있는지 현실 속에서 보여주고 있다.
사진설명: 오키나와생협 조합원 소모임 근육트레이닝 - 조합부에서 나온 트레이너가 시범을 보이고 조합원들이 따라함. 웃고 떠들고 즐겁게 운동하는 것이 목표이다.
반모임이라고 불리우는 건강활동 소그룹이 지부를 형성하고 대의원을 구성하는 기반이 된다. 조직의 기초가 튼튼히 형성될 때 조합원이 참여하고 운영하는 협동조합이 성공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개인의 건강을 지키는 것은 사회복지 비용을 줄이고 지역사회를 지키는 것이다. 또한 지역의 평화를 위한 활동을 조합원 운동으로 전개하는 것은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건강할 수 없다는 것이다. 개인은 하나하나의 생명으로 빛나되 지역 사회 속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라는 아름다운 명제를 협동조합을 통해 실현시키는 것, 그것이 내가 본 일본의 의료생협이었다.
사진설명: 야자 그룹홈 - 초기 치매어르신들이 생활하는 곳, 수건을 개고 있던 할머니가 방문한 사람들을 친근하게 안아주셨다.
그렇다면 서울이라는 도시 속에서 협동조합으로 공동체를 형성하는 것은 과연 가능할까? 오랜기간 정주하지는 못하더라도 사는 동안에는 자기가 사는 곳을 중심으로 편안한 관계를 갖고 싶은 것은 대개의 소망이리라. 바로 옆집은 아니어도 비슷한 사람들이 모여 안부를 묻고 함께 건강활동을 할 수 있으며 우리가 고용한 의사에게서 나의 건강상태를 쉬운 말로 친절히 설명받을 수 있는 곳을 만들고 싶은데 나는 그 그릇으로 ‘의료사협’ 밖에 안 떠오른다. 일본생협같은 종합병원은 준비 중인 우리에게는 너무 먼 이야기라 실감이 나지 않았으나 단 한개의 의원을 운영하더라도 ‘편의점처럼 손쉽게 의료기관을 방문하도록 하자’는 일본생협 정신을 의료사협 운영원칙으로 삼을 수는 있을 것이다. ‘의료소셜워커’가 지역과 병원 연계 활동 하는 것도 지역에서 준비해야할 커뮤니티케어의 한 영역이리라.
사진설명: 나하민주진료소의 그룹홈 - 씹을 수 있을 때까지만 먹겠다고 서명한 사람들이 자기 쓰던 물건을 가져와 생활한다. 거동이 불편한 사람도 함께 낮활동에 참여한다.
일본생협 병원 입구 휠체어에 길게 누워있던 환자분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긴 시간을 같은 자세로 입을 벌리고 허공을 응시하고 있으신 것으로 봐서 중증환자 같았는데 묶여서 갇혀 있지 않고 햇볕과 바람을 쐬며 오가는 사람들을 느낄 권리를 보장받는 그 모습이 인상적이고 감동적이었다. 아~ 살던 동네에서 늙고, 의료사협 병원에서 보호받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