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했던 로스토프의 15/16 시즌.
16/17 시즌 챔스를 열심히 챙겨본 축구 팬이라면 아마 'FK 로스토프'의 이름을 들어보았을 것이다. 조별리그에서 비록 탈락하였으나 바이에른 뮌헨을 3대 2로 잡는 등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던 팀이다. K리그 득점왕 출신인 유병수가 뛰었던 것으로 이미 한국 팬들에게도 이름을 알린 적 있다.
사실 로스토프가 챔스에 꾸준히 출석 도장을 찍는 그런 팀은 아니다. 대부분 챔스에 참가하는 러시아 팀 하면 한 때 바르샤를 상대로 좋은 모습을 보였던 루빈 카잔이나, 전통의 강호 CSKA 모스크바, 스파르타크 모스크바, 제니트 상트페테르부르크 정도를 기억할 것이다.
그렇다. 로스토프는 '깜짝' 팀이었다. 15/16 시즌 리그에서 2위를 차지했던 그들은 타 팀들에 비해 싼 선수들의 몸값으로 좋은 성적을 냈기에 러시아의 레스터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하였다. 하지만 이 돌풍이 오래 가진 못할 것 같다. 16/17 시즌도 6위로 한 순간에 몰락하지는 않았으나, 유럽대회를 나갈 수 없는 이 순위로는 더 이상 그들의 선수진을 지킬 수 없게 되었다.
(번외의 얘기이지만 유병수도 로스토프의 저 돌풍의 '약간'의 도움을 주었다. 7경기에 출장하여 1골을 넣은 후 방출되었다.)
이유는 바로 재정 문제이다. 로스토프의 재정 문제는 꽤 이전에 언급되었음에도 불구, 더 이상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14/15 시즌 진행 중 팀의 주장이자 크로아티아의 레전드 골키퍼 스티페 플레티코사가 직접적으로 본인의 임금이 체불되고 있음을 얘기하며 드러난 로스토프의 재정난은 팀을 서서히 나락의 늪으로 빠트리고 있다. 마치 이전의 명문 구단 알라니 블라디캅카스가 재정 문제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채 이번 시즌을 마지막으로 해체의 길을 걸은 것 처럼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스토프가 선수를 데리고 있을 수 있던 원동력은 바로 유럽 대회 출전에 있었다. 물론 유럽 대회 출전에도 불구하고, 챔피언스 플레이오프 경기를 1일 앞두고 라치오로 '탈출'하듯이 팀을 떠난 바스토스의 경우도 있지만. 이 특이한 케이스 정도를 제외하면 로스토프는 클럽이 매번 발표하였던 '재정에는 문제가 없다'를 자랑이라도 하듯이 오히려 스쿼드를 늘렸다. 루빈 카잔에서 좋은 활약을 보이던 세자르 나바스, 콜롬비아 국가대표 크리스티안 노보아, 임대로 활약하던 사르다르 아즈문 등을 완전영입에 성공하였다.
성적도 나쁘지 않았다. 챔피언스 리그에선 비록 조 3위로 탈락하였으나 유로파리그에서는 무리뉴가 이끄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만나기 전 까지 순항하며 16/17 시즌 러시아 클럽 중 가장 많은 UEFA 포인트를 벌어다 준 팀이 되었다.
그러나 현 로스토프의 상황을 보면 16/17 시즌을 앞두고 진행되었던 영입들은 아무래도 백조가 죽기 전 딱 한번 들을 수 있다던 스완 송이 아니었는가라는 생각이 든다. 유로파 리그를 승점 단 1점 차이로 놓친 그들은 대대적인 선수 방출을 시작하였다. 아직 이적 시장이 시작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1군 선수단 11명을 자유 계약, 또는 리그 내 타 팀으로 이적시켰다.
로스토프의 공식 홈페이지에 소개된 1군 로스터.
불어났던 스쿼드는 온데간데 없고 오직 12명만이 팀을 지키고 있다.
로스토프의 재정난으로 팀의 주축들이 대부분 떠난 가운데, 아직 행보가 결정되지 않은 한 선수가 있다. 바로 '사르다르 아즈문' 이다. 아마 대한민국 축구팬이라면 한번쯤은 이름을 들어본 이란 대표팀의 그 선수 맞다. 15/16 시즌 임대생 신분으로 로스토프의 돌풍 한가운데 있던 그는 16/17 시즌 챔피언스리그 출장의 꿈을 품고 로스토프로 완전이적하였고 괜찮은 활약을 보였으나 재정난에 빠진 현 상황에서 아즈문은 이제 빠르게 처분해야할 선수가 되어버렸다.
그러던 중 아즈문의 의외의 장소에서 발견되었다. 바로 그의 친정팀 루빈 카잔이 훈련을 펼치고 있는 곳에서다.
알렉스 송(루빈 카잔)의 인스타 라이브에 등장한 아즈문.
아직 공식적으로 로스토프가 어떤 발표도 하지 않았기에 그는 로스토프의 선수이지만, 루빈 카잔 소속 선수 알렉스 송의 인스타 라이브에서 그가 루빈 카잔의 트레이닝복을 입고 등장하였다!
동그라미 안 키가 작고 피부가 흰 선수가 아즈문, 엄청난 키를 자랑하는 선수가 세자르 나바스.
아즈문은 이 경기에서 카잔 시절 등번호인 69번 유니폼을 부여받은 채로 경기에 뛰었다.
게다가 어제 펼쳐진 오스트리아 빈과의 연습경기에서 로스토프에서 방출이 확정된 前 루빈 선수 세자르 나바스와 함께 경기장에 있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하였다. 아즈문은 구단 공식 트위터를 통해 이 경기에 교체로 출장하였음을 알리기도 하였다. 루빈 카잔의 팬들은 본인 팀에서 데뷔한 뛰어난 유망주가 다시 돌아온다는 것에 큰 기대감을 나타내며 기뻐하였다. 몇몇 이적 전문 매체도 아즈문의 이적이 공식적으로 마무리되었음을 알리기도 하였다.
하지만 밤새 불청객이 등장하였다. 칼치오메르카토, 라 레푸블리카, 디마르지오, 풋볼 이탈리아 등 이탈리아 전문 매체에서 아즈문의 라치오 이적설을 동시다발적으로 보도하였다. 라치오가 이번 시즌 최악의 모습을 보여준 필립 조르제비치를 판매하고 그 대체자로 아즈문을 원한다는 것이었다.
사실 재정난에 처해있는 로스토프의 입장에서도 아즈문의 라치오 이적은 대환영이다. 물론 바스토스 이적 건에서 두 클럽간에 사이가 안 좋아질 수 있었으나 단 한푼이라도 더 챙겨야 하는 현 상황에서는 3m 유로의 바이백 조항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루빈으로의 이적보다는 라치오로의 이적이 돈을 더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아즈문 본인에게도 조금 더에서는 매력적일 수 있다. 아즈문의 자리는 라치오에서는 임모빌레 말고는 그렇다 할 경쟁자가 없고, 유로파리그도 출전할 수 있다. 하지만 카잔에서는 호나타스, 카눈니코프, 레스티엔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으며 로스토프보다 낮은 순위로 시즌을 마쳤다.
아직 세 클럽중 어떤 클럽도 공식적인 발표를 낸 곳은 없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아즈문은 곧 로스토프를 떠나 새 클럽에 도전할 것이다. 예상치 못한 일로 팀을 떠나게 되고, 그 과정에서도 계속해서 예상치 못할 일에 휘말리는 아즈문이 과연 어느 팀을 택할 지를 지켜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