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가드너라면 누구나 꽃이 피지 않는 ‘깻잎 수국’의 원인이 겨울 추위라는 것을 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겨울추위’라는 것도 세분화할 필요가 있는데....
다음 해 수국의 개화에 영향을 미치는 겨울 추위 관련 요소는 다음과 같다.
1) 늦가을에서 겨울로 접어들 때의 갑작스런 기온 저하
2) 겨울 동안의 최저 기온과 건조한 겨울바람
3) 봄철의 꽃샘추위
위 세 가지 요소 가운데 어느 하나에서만이라도 문제가 생기면 이듬해 꽃이 피지 않거나 피더라도 제대로 된 개화를 맞지 못하게 된다.
늦가을에서 겨울로 접어들 때의 갑작스러운 기온 저하
수국이나 장미뿐 아니라 대부분의 온대지방 활엽수들은 겨울이 다가오면 스스로 추운 계절을 보낼 준비를 하는데,
중부지방의 경우 11월 중순경이 그때가 된다.
가장 대표적인 행동이 낙엽을 떨어뜨리는 것이다.
겨울철에는 식물체 내에 수분이 남아있으면 세포 조직이 얼어터지게 되므로 서서히 수분이 빠져나가면서 휴면에 들어가게 된다.
휴면에 들어간 식물은 광합성을 하지 않으므로 잎이 필요 없다.
겨울을 앞두고 필요가 없게 된 잎을 스스로 떼어내는 것이 바로 낙엽이다.
식물들이 추운 계절이 다가오고 있음을 감지하는 두 가지 요소는 점점 낮아지는 기온과 점점 짧아지는 ‘낮의 길이’이다.
햇빛이 비치는 ‘낮의 길이’를 ‘광주기’라고 하며, 추분이 지나면 그 주기가 점점 짧아지는 ‘단일조건’으로 들어간다.
단일조건이 되면 수국은 다른 모든 온대식물들과 같이 줄기와 잎의 성장을 중지시키고 휴면에 들어갈 준비를 한다.
지표면의 새벽 최저 기온이 빙점 이하가 되면 서리가 발생하기 시작한다.
초기에 생기는 서리는 ‘무서리’라고 하여 수국에 큰 피해를 입히지는 않는다.
그러다가 늦가을의 어느 날, 된서리가 내린다.
된서리를 맞게 되면 수국 잎은 끓는 물에 데친 것처럼 축 늘어지게 된다.
가을철에 서서히 온도가 떨어지면서 수국이 자연스럽게 겨울에 대비할 시간을 갖출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그런데 올해처럼 가을철에 높은 기온이 유지되다가 반짝 추위가 찾아와 갑자기 영하에 가까워지면서 서리를 맞으면 비록 된서리가 아닐지라도 수국이 치명상을 입기도 한다.
수국 체내에 미처 빠져나가지 못하고 남아있던 수분이 얼어버리면서 세포막이 손상을 입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따뜻한 가을 동안 생장 중이던 수국이 이른 추위를 겪게 될 것으로 예상되면 수국 위에 부직포나 비닐, 아니면 신문지라도 씌워주는 것이 좋다.
가을철 이른 추위로 인해 동해를 입은 수국
겨울 동안의 최저 기온과 건조한 겨울바람
수국 체내에서 수분이 빠져나간 후 확실한 휴면기에 일단 들어가고 나면 (낙엽이 지는 것을 기준으로 삼으면 된다) 기온이 꽤 낮아져도 수국은 견뎌낼 수 있다.
이때부터는 수국 품종별로 내한성에 따라 수국의 생사가 결정된다.
일반적으로 영하 20도 정도까지는 대부분의 수국이 별문제 없이 견딘다. (내한성이 약한 일본 원예 수국은 제외)
내한성에 관해 한 가지 중요한 점은 백엽상 온도뿐만 아니라 체감온도도 수국의 생사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그때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이 차갑고 건조한 겨울바람이다.
장미는 접목부위를 우선적으로 보온해야 하지만 수국은 가을철에 생겨난 겨울눈이 얼지 않도록 보호해야 이듬해 꽃을 피울 수 있게 된다.
하지만 겨울눈을 잘 보호했는데도 차가운 겨울바람으로 인해 가지가 동해를 입는 경우도 생긴다.
이때에는 봄까지 겨울눈이 살아남아도 가지가 뿌리에서 수분을 제대로 올리지 못해 결국은 꽃눈을 말려버리게 된다.
낮은 기온보다 더 무서운 것은 건조하고 차가운 바람이라는 것을 반드시 기억하자.
겨울철 강추위와 건조한 북풍으로 인해 꽃눈이 거의 사라졌고 가지 일부도 동해를 입었다.
봄철의 꽃샘추위
수분이 제대로 빠져나간 수국은 휴면기의 겨울눈 상태에서 영하 10도의 기온이라도 세찬 바람이 불지 않으면 그런대로 견딘다.
겨울 동안 고생스러운 보온을 해서 꽃눈과 가지를 살려내고 3월을 맞으면 수국은 잠에서 깨면서 가지로 물을 올리고 잎을 틔우게 된다.
이렇게 봄이 되어 일단 눈이 트고 나면 상황이 달라진다.
서리가 살짝만 내려도 꽃눈이 얼면서 꽃을 못 피우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꽃샘추위가 완전히 물러갈 때까지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것이 수국 가드너의 숙명이다.
수국 월동을 위해 보온재로 감싸준 멀칭은 3월 중순 경 걷어내는 게 좋다.
멀칭을 너무 늦게 걷으면 수국 하단부가 짓무르기도 하기 때문이다.
멀칭을 걷어낸 후 꽃샘추위가 찾아올 때 수국 꽃눈이 얼지 않도록 무엇인가를 덮을 수 있는 대비책을 세워둬야 한다.
월동 보온으로 겨울철을 잘 났으나 3월 초 보온재를 걷어냈다가 꽃샘추위로 동해를 입은 모습
일반적으로 우리가 수국의 월동에 대해 말할 때는 위에 열거한 세 가지 요소 가운데 두 번째 경우만 떠올리게 마련이다.
그러나 셋 중 어느 하나라도 문제가 생기면 다음 시즌에 제대로 된 꽃은 보기 어렵다.
[출처] 수국 월동 #2 – 깻잎수국 벗어나기|작성자 탕춘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