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기實紀의 발문跋文
장현광張顯光
선현(先賢)은 도(道)와 덕(德)을 이미 스스로 다하고 스스로 터득하였으니, 그분들이 하신 좋은 말씀과 그분들이 행한 훌륭한 행실이 비록 후세에 전해지지 못하더라도 그분들의 스스로 다한 도와 스스로 터득한 덕에 무슨 손상이 있겠는가. 그러나 후인들이 선현에 대해 그 이름을 듣고서 존경하고 사모하는 것은, 모두 아름다운 덕을 좋아하도록 천성으로 타고난 양심인데, 혹시라도 그 좋은 말씀과 훌륭한 행실을 한두 가지라도 듣지 못한다면, 또한 어떻게 그 당시의 스스로 다하고 스스로 터득한 실상을 잘 알아서 존경하고 사모하는 정성을 극진히 할 수가 있겠는가. 이것이 예로부터 군자들이 선현과 선정(先正)의 말씀과 행실에 대해 반드시 상세히 갖추어 기록하여 후학들의 마음과 눈을 환히 뜨이게 해 주려고 했던 까닭이다.
아, 일두(一蠹) 정 선생(鄭先生)은 곧 우리 동방(東方)의 선현이다. 이미 사현(四賢)과 나란히 문묘(文廟)의 별채에 종사(從祀)하였으니, 나라의 여론이 이미 확정된 것이다. 다만 선생이 불행을 만난 탓으로, 세상을 뜨실 때에 집안의 문적(文籍)이 함께 없어져서 전해지는 것이 없으니, 어찌 선생의 불행일 뿐이겠는가. 또한 후학들 모두의 불행이다.
근래에 한강(寒岡) 선생이 그 말씀과 행실이 전해지는 것이 없음을 매우 안타깝게 여겨, 드디어 망실되고 남은 것들을 수습하여 이 한 책을 완성하였으니, 또한 후인들이 이 책을 보고 추모하는 마음을 일으킬 수가 있을 것이다. 함양군은 바로 선생의 고향이다. 일찍이 선생을 위해 서원을 창건하여 제사를 올리고 있다. 이 군의 선비들이 이 책을 간행하고서 나에게 발문을 써 달라고 요청하였다.
나는 생각건대, 선생의 덕업(德業)은 한 지방의 사표(師表)가 될 뿐 아니라 사방(四方)의 사표가 되고, 한 시대의 사표가 될 뿐 아니라 백세(百世)의 사표가 되며, 책에 실린 글들은 또한 충분히 선생의 체용(體用)의 학문을 미루어 헤아릴 수 있게 하리라 여긴다. 어찌 우리 모두 함께 독실히 믿고 높여 숭상하지 아니하랴.
實紀跋
[張顯光]
先賢之於道德。夫旣自盡自得焉。則其所言之嘉言。所行之懿行。雖不能傳於後。其於自盡之道。自得之德。有何損焉哉。然而後人之於先賢。聞其名而尊慕之者。莫非秉彝好德之良心也。而其或不獲聞其嘉言懿行之一二。則又何以審知其當時自盡自得之實。而能有以致尊慕之誠哉。此自古君子人之於先賢先正之言行。必欲詳錄而備記之。用賁後學之心目者此也。嗚呼。一蠹鄭先生。卽我東方之先賢也。旣幷列於四賢。祀諸文廟之廡。則國論已定矣。第以先生遭不幸。於其終也。家籍竝爲之莫傳矣。則豈但先生之不幸哉。亦後學之皆不幸也。近有寒岡先生。甚惜其言行之無傳。遂收拾於亡失之餘。成此一冊。亦可以起後人之追想矣。咸郡乃先生鄕也。曾爲先生創書院而祀之矣。郡儒旣刊是冊。索跋於余。余以爲先生德業。不惟師表一方。有以師表四方。不惟師表一世。有以師表百世。而冊中所載。亦足以推測先生之體用之學。盍相與篤信而宗尙之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