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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남서원(道南書院)의 상량문 병오년(1606, 선조39)
많은 어진 이들이 영남(嶺南)에서 일어나 전 시대의 성인을 잇고 후대의 제생들을 틔워 주는 데 큰 공이 있었으며, 서원이 낙동강 가에 우뚝 솟아 성대한 세상의 선유(先儒)를 숭상하고 도학(道學)을 중히 여김이 드러났는바, 천지 사이에 풍성(風聲)을 수립하여 벼슬아치와 선비들의 이목을 놀라게 하였도다.
생각건대, 영남 한 지역은 해동(海東)에서 천고토록 일컬어졌도다. 모든 산들이 서북쪽에서 주위를 둘러싸고 솟아나 태백산(太白山)이 되고 맺혀져서 두류산(頭流山)이 되었으며, 모든 냇물이 좌우로 내달려 낙수(洛水)에 모이고 영해(瀛海)에 조알하는도다. 서려 있는 천지 사이의 맑고 신령스러운 기운이 호걸스러운 인재에게 축적되었도다. 공명(功名)을 세운 문한(文翰)의 신하가 왕왕 나와서 한때를 두루 다스려 사명(辭命)을 윤색하였고, 기절(氣節)을 떨친 충의(忠義)의 선비가 즐비하게 나와 천 길 높은 절벽처럼 우뚝 서서 인륜(人倫)을 부식(扶植)하였도다. 전후에 걸쳐 이름을 드날린 자를 비록 일일이 다 거론하기는 어렵지만, 도덕(道德)을 말함에 있어서는 우선 내 이런 사람들은 버려두리라.
공손히 생각건대 포은(圃隱) 정몽주(鄭夢周) 선생은, 늠름한 자태는 삼대(三代)의 인물이었고, 뛰어난 학문은 천성(千聖)의 아름다운 말이었도다. 이에 말을 하면 아름다운 문장을 이루었으니 선유들의 정미로운 견해와 계합(契合)하였고, 도(道)를 선(善)하게 하여 죽었으니 평소에 독실히 믿었던 마음을 징험하겠도다. 한훤당(寒暄堂) 김굉필(金宏弼) 선생은 학문은 연원(淵源)이 있고 공은 실천함에 있었도다. 노재(魯齋)가 죽은 뒤에 어찌 그런 사람이 없었다고 하겠는가. 《소학(小學)》 책 가운데에서 먼저 대의(大義)를 수립하였도다.
일두재(一蠹齋) 정여창(鄭汝昌) 선생은 산에 들어가 뜻을 구하고 붕우 간의 강습을 통하여 인(仁)을 자뢰(資賴)하였도다. 학문을 하고 행동을 함에 있어서는 오천(烏川)이 남긴 서업(緖業)을 이었고, 경황 중이거나 위급한 상황에서도 수사(洙泗)의 은미한 말씀을 가슴속에 간직하였도다. 회재(晦齋) 이언적(李彦迪) 선생은 치지거경(致知居敬)의 공부와 수사입성(修辭立誠)의 사업에 종사하였도다. 공자와 맹자를 닮을 수 있다고 여겼으니 오잠(五箴)은 젊은 시절에 뜻을 세운 것이고, 고난을 겪은 뒤로 더욱더 단단해졌으니 삼성(三省)은 유배지에서 덕을 분변한 것이도다.
퇴계(退溪) 이황(李滉) 선생은 한 시대의 제자(諸子)들을 집대성(集大成)하여 이 세상에 마침내 천 년 뒤의 회옹(晦翁 주희(朱熹))이 있게 하였도다. 깊이 탐구하고 신묘하게 계합(契合)한 지혜는 정밀하고 거친 것을 관통하고 안과 밖을 합치하여 결함이 없었고, 용감히 나아가고 힘써 행한 성과는 천지간에 세우고 귀신에게 물어봐도 의심할 것이 없었도다.
아, 빛나도다. 이 세상에 드문 뛰어난 기운이 모두 모였으니 어찌 하늘의 뜻이 아니겠는가. 수백 리 안에서 번갈아 일어났으며, 오백 년의 기간을 기다리지 않았도다. 군자가 거처하매 이 나라가 바로 추로(鄒魯)가 되었고, 오도(吾道)가 남쪽으로 왔으매 사람들이 혼미함에서 벗어날 수 있었도다. 잠시 동안 형통하고 막힘을 어찌 논하겠는가. 긴긴 밤의 해와 별이 여기에 있도다.
말씀은 모범이 되고 행실은 법칙이 되었으매 비록 온 나라 사람들이 종사(宗師)로 여기지 않음이 없었으나, 밥을 먹을 때는 국그릇에 나타나고 서 있을 때는 담장에 보이니 우리 무리들에게 의당 더욱 친절하도다. 어진 분들이 가까이 거처함이 이와 같기에 군자들의 은택을 입음이 더욱 깊도다. 이에 차탄(嗟歎)하고도 부족하므로 읊조리고 노래하니 상상하고 흠모한 지가 이미 오래되었고, 제사를 지내매 신령이 좌우에 계시는 듯하니 영향(影響)과 성취(聲臭)를 찾을 수가 있도다.
이에 도를 높이는 정성을 돈독히 하고, 이에 영령을 편안히 모실 전례(典禮)를 물었도다. 지역이 나의 처소와 가까우매 이 언덕을 좋아하고, 사람들이 떳떳한 본성을 가졌으매 이 아름다운 덕을 좋아하는도다. 방백(方伯)은 기강(紀綱)을 세우는 데 마음을 다하고, 지주(地主)는 서원(書院)을 짓는 데 힘을 다하였도다. 많은 선비들이 경전(經典)을 손에서 놓기를 꺼리지 않고 새벽부터 저녁까지 일을 부지런히 하였고, 서민들은 모두들 서로 권하여 부역에 나와 원근이 풍성(風聲)을 받들었도다.
이미 공인(工人)이 일을 잘하고 관리가 부지런한데, 또한 재목조차 아름답고 힘조차 넉넉하도다. 무성한 잡목이 베어지매 찬란히 산천이 면모를 일신한 듯하고, 시일이 얼마 안 되어 우뚝이 동우(棟宇)가 발돋움한 듯이 세워졌도다. 내묘(內廟)와 외당(外堂)을 튼튼하고 단단하게 새로 지었으니 대장괘(大壯卦)에서 취해 온 것이며, 대나무와 소나무가 주위에 무성한 듯하니 사간장(斯干章)에서 취해 온 것이도다.
계단의 층계가 준엄하니 차례를 따르고 등급을 뛰어넘음을 용납하지 않으며, 서원의 담장이 깊고 넓으니 여기에 들어오기를 바라는 자는 먼저 모름지기 문을 얻어야 할 것이도다. 수양하고 쉬기를 이곳에서 하니 집이 높아 아름답고 방이 많아 아름다우며, 오르내리고 술을 따라 올리는 데 자리가 있으니 그 법도를 얻었고 그 마땅함을 얻었도다.
긴 강과 큰 내가 동서쪽에 띠처럼 둘러 있으니 이는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근원이 있음을 취한 것이고, 빼어난 산악과 기이한 봉우리가 전후를 에워싸고 있으니 세운 바가 우뚝함을 보는 듯하도다. 하늘이 만들고 땅이 감추어 둔 산수 좋은 이름난 곳을 차지하고 있으며, 세대는 다르지만 부절처럼 똑같은 지극한 즐거움을 얻었도다.
아, 옛적에 선각(先覺)에게 받은 것이 있으니, 지금 뜻이 같고 도가 합치하는 이들에게 널리 묻고자 하노라. 하늘이 우리에게 부여한 것이 무엇인가? 성현이 되기를 바라는 것이 본디 본분이도다. 우물을 파되 샘에 이르지 못하면 자포자기하는 것이니, 이르러 갈 곳을 알고 끝날 데를 알아서 작은 이룸을 편안히 여기지 말라. 실(室)에 들어가는 경지가 능히 도달하기 어려움만을 괴로워하고, 제자의 예를 갖추는 데 미치지 못했음을 탄식하지 말라. 과연 시를 외우고 책을 읽어서 얻음이 있다면, 같은 자리에서 가르침을 받드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고생하여서 알고 억지로 힘써서 행하는 것은 그 성공함에 미쳐서는 똑같으니 기질은 학문으로 변화시킬 수 있고, 진실이 확립되고 밝음이 통하는 것은 반드시 마음을 길러서 이르는 것이니 성현이 어찌 모두 천성에서 나온 것이겠는가.
진실로 자신을 닦는 데 스스로 힘을 쓰지 않는다면, 말해 보라. 무슨 면목으로 이 자리에 앉아 있겠는가. 오늘 배우지 않아도 내일이 있다고 이르지 말라. 여러분들은 응당 짧은 시간을 아껴야 할 것이다. 작은 허물이 무슨 해가 되겠느냐고 말하지 말라. 작은 행실이 끝내 큰 덕에 누가 되는 법이다. 오직 조금씩 쌓아감을 게을리하지 말아야만 높은 산과 큰 길에 미칠 수 있는 법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들이 본디 도모해야 할 일이니, 제군들과 더불어 함께 힘쓰기를 바라노라. 이에 한마디 말로 힘쓰도록 권면하기 위하여 육위(六偉)를 펼치노라.
어기영차 들보 머리 동쪽으로 떡 던져라 兒郞偉抛梁東
넓고 넓은 천연대에 정맥이 통하였네 浩浩天淵正派通
여기 와서 진정으로 즐거움을 얻는다면 若到此中眞得樂
그대 친히 퇴도옹을 뵈었다고 허여하리 許君親見退陶翁
어기영차 들보 머리 서쪽으로 떡 던져라 兒郞偉抛梁西
만길 높은 병풍산이 검푸른 빛 드리웠네 萬丈屛山黛色低
구름과 비 어둑해도 아랑곳을 안 하나니 雲暗雨昏渾不管
우뚝 솟아 천년토록 은자 처소 호위하리 屹然千劫護巖棲
어기영차 들보 머리 남쪽으로 떡 던져라 兒郞偉抛梁南
천 이랑의 하늘 구름 한 거울에 잠겨 있네 千頃天雲一鏡涵
솔개 날고 고기 뛰는 뜻 제대로 안다면야 解到鳶魚飛躍處
책 속 계신 성현들을 고요 속에 뵈오리라 卷中賢聖靜中參
어기영차 들보 머리 북쪽으로 떡 던져라 兒郞偉抛梁北
두 고개 아득하여 북극성에 가까웁네 二嶺微茫隣紫極
홍교 쉬이 끊어지고 채색 구름 깊나니 虹橋易斷綵雲深
만고의 허튼 시름 다른 이는 모르리라 萬古閑愁人不識
어기영차 들보 머리 위쪽으로 떡 던져라 兒郞偉抛梁上
산달에다 강바람은 무진장의 보고로다 山月江風無盡藏
가슴속의 깨끗함을 그대 알고 싶거들랑 欲知胸次一般淸
모름지기 맘속 욕심 없애야만 할 것이리 須向靈臺除慾障
어기영차 들보 머리 아래로다 떡 던져라 兒郞偉抛梁下
문밖의 저 강나루는 넓은 들과 이어졌네 門外通津連大野
이리저리 오고 가는 사람들께 내 묻노니 試問南征北去人
길을 잃고 헤매이지 않는 사람 몇몇이뇨 幾人不是迷途者
삼가 들보를 올린 뒤에는 산골짜기의 교룡(蛟龍)은 멀리 달아나고 숲 속의 호표(虎豹)는 멀리 떠나라. 티끌 세상과 단절되어 물은 더욱 맑고 산은 더욱 높으며, 경사(經史)에 침잠하여 낮에는 학업을 익히고 밤에는 얻음이 있으라. 집집마다 마을마다 현송(絃誦)의 기풍이 진작되고, 집에 들어가서는 효도하고 나와서는 공경하는 풍속이 이루어지라. 정학(正學)이 밝아져서 사특함이 행해지지 않는 것이 해가 막 떠오르매 못된 무리가 자취를 감추는 것과 같고, 현재(賢才)가 흥기하여 치화(治化)하는 데 도움을 줌이 하늘이 장차 비를 내리고 산천이 구름을 내는 것과 같으라. 사도(斯道)가 여기에 있으니 소자(小子)들은 나아감이 있으리라. 세대에는 선후가 있고 지역에는 원근이 있으나 법도는 동이(東夷)건 서이(西夷)건 똑같고, 도(道)는 무한하여 끝이 없으며 이(理)는 드러나고 은미함이 없으매 북해(北海)든 남해(南海)든 이 세상 어디에 미루어도 준칙이 되리니, 천추(千秋)의 도맥(道脈)이 이 서원(書院)에 있으리라.
[주1] 도(道)를 …… 징험하겠도다 : 공자가 말하기를, “독실하게 믿고 배우기를 좋아하며 죽음으로써 지켜 도를 선하게 할 것이니라.〔篤信好學 守死善道〕” 하였는데, 이는 성인의 가르침을 돈독하게 믿고 배우기를 좋아하며, 죽기를 각오하고 자기가 가는 길을 올바르게 찾아가라는 뜻이다. 《論語 泰伯》 여기에서는 포은이 고려에 대한 절의를 지키다가 선죽교(善竹橋)에서 격살(擊殺)된 것을 말한다.
[주2] 노재(魯齋) : 원(元)나라 때의 학자인 허형(許衡)을 가리킨다. 허형은 하내(河內) 사람으로, 자가 중평(仲平)인데, 학자들이 흔히 노재선생(魯齋先生)이라고 칭하였으며, 시호는 문정(文正)이다. 경학(經學), 자사(子史), 예악(禮樂), 명물(名物), 성력(星曆), 병형(兵刑), 식화(食貨) 등에 박통(博通)하였으며, 특히 정자(程子)와 주자(朱子)의 학문을 떠받들어 유인(劉因)과 함께 원나라의 2대 학자(學者)로 칭해진다. 저서로는 《독역사언(讀易私言)》, 《노재심법(魯齋心法)》 등이 있다.
[주3] 오천(烏川) : 연일현(延日縣)의 고호(古號)로, 연일 정씨인 정몽주(鄭夢周)를 가리킨다.
[주4] 수사(洙泗) : 공자(孔子)와 그의 제자들을 가리킨다. 공자가 사수(泗水)와 수수(洙水) 사이에서 제자들을 가르쳤다.
[주5] 치지거경(致知居敬) : 치지는 지식을 궁구하여 사물의 이치를 통달하는 것을 말하고, 거경은 몸가짐을 조심하여 삼가는 것을 말한다.
[주6] 수사입성(修辭立誠) : 공자가 말하기를, “군자는 덕을 진취시키고 학업을 닦나니, 충과 신이 덕을 진취시키는 것이요, 말을 함에 있어서 그 성실함을 세움이 학업을 보유(保有)하는 것이다.〔君子進德修業 忠信 所以進德也 修辭立其誠 所以居業也〕” 하였다. 《周易 乾卦》
[주7] 오잠(五箴)은 …… 것이고 : 이언적은 27세 되던 해 정월 초하루에 사람의 도리를 다하여 하늘이 인간에게 부여해 준 바를 저버리지 않겠다는 각오를 피력하면서 〈원조오잠(元朝五箴)〉을 지었는데, 〈외천잠(畏天箴)〉, 〈양심잠(養心箴)〉, 〈경신잠(敬身箴)〉, 〈개과잠(改過箴)〉, 〈독지잠(篤志箴)〉으로 이루어져 있다. 《晦齋先生全集 卷6》
[주8] 삼성(三省)은 …… 것이도다 : 이언적이 정미사화(丁未士禍)에 연루되어 평안도(平安道) 강계(江界)로 유배를 가서 6, 7년의 세월을 오로지 학문에 전심하였는데, 그때 사용하던 책상머리에 “하늘을 섬김에 있어서 극진하지 못했던 점은 없었는가, 임금과 어버이를 위함에 있어서 지성스럽지 못했던 점은 없었는가, 마음가짐에 있어서 바르지 않았던 적은 없었는가?〔事天有未盡歟 爲君親有未誠歟 持心有未正歟〕”라는 세 가지 항목의 좌우명(座右銘)을 적어 두고 날마다 반성하였다. 《晦齋先生全集 卷49 行狀》
[주9] 오백 년의 기간 : 성인이 태어나는 간격을 말한다. 맹자(孟子)가 말하기를, “오백 년마다 반드시 왕자가 나오니, 그때에는 반드시 세상에 이름을 떨치는 훌륭한 인물이 있다.〔五百年 必有王者興 其間必有名世者〕” 하였는데, 오백 년마다 반드시 왕자가 나왔다는 것은 요순(堯舜)으로부터 탕(湯)까지가 오백 년이고, 탕으로부터 문왕(文王)ㆍ무왕(武王)까지가 오백 년임을 말하고, 훌륭한 인물이란 왕자를 보좌하는 자로 고요(皐陶), 이윤(伊尹), 태공망(太公望) 등을 말한다. 여기에서는 이를 차용하여 오백 년이 훌륭한 인물이 나오는 기간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포은, 한훤당, 일두, 회재, 퇴계가 오백 년이 되지 않았는데도 잇달아 나온 것을 말한다.
[주10] 추로(鄒魯) : 추(鄒)나라는 맹자(孟子)가 태어난 나라이고, 노(魯)나라는 공자(孔子)가 태어난 나라로, 어진 유현(儒賢)들이 사는 곳을 말한다.
[주11] 밥을 …… 보이니 : 돌아가신 스승을 우러러 사모하는 마음을 뜻하는 말로, 옛날에 요(堯) 임금이 죽자 순(舜) 임금이 3년 동안 우러러 사모하였는데, 앉아 있을 때면 요 임금의 모습이 담장에 나타나고, 밥을 먹을 때면 국그릇에 나타났다고 한 데서 온 말이다.
[주12] 내묘(內廟)와 …… 것이며 : 《주역》 계사 하(繫辭下)에 이르기를, “상고 시대에는 굴에서 살고 들판에서 거처하였는데, 후세에 성인이 실(室)로 바꾸어 위에는 대들보를 얹고 아래에는 서까래를 얹어 풍우(風雨)에 대비하였으니, 이는 대장괘(大壯卦)에서 취해 온 것이다.” 하였다.
[주13] 대나무와 …… 것이도다 : 《시경》 〈사간(斯干)〉에 이르기를 “질서정연한 이 물가요, 그윽하고 그윽한 남산이로다. 대나무가 빽빽한 듯하고, 소나무가 무성한 듯하도다.〔秩秩斯干 幽幽南山 如竹苞矣 如松茂矣〕”라 하였는데, 이에 대한 주(註)에 “이 집이 물을 굽어보고 산을 향하여 있어서, 그 아래의 견고함이 대나무가 빽빽하게 자라는 듯하고, 그 위의 치밀함이 소나무가 무성하게 자라는 듯한 것이다.” 하였다.
[주14] 세대는 …… 즐거움 : 주자의 〈백록동부(白鹿洞賦)〉에 이르기를, “산은 푸르게 집을 둘러싸고 있고, 물은 콸콸거리며 섬돌을 따라 흐르네. 옛사람이 이를 즐겼음을 믿겠나니, 세대는 다르지만 즐거움은 부절처럼 똑같으리라.〔山葱瓏而遶舍 水汨㶁而循除 諒昔人之樂此 羌異世而同符〕” 하였다.
[주15] 이르러 …… 알아서 : 정이천(程伊川)이 말하기를, “이르러 갈 데를 알고 이르러 가는 것은 치지(致知)이니, 이르러 갈 바를 알기를 구한 뒤에 이르러 가는 것인지라 알기를 먼저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더불어 기미를 분변할 수 있으니, 맹자가 말한 ‘시작의 조리는 지혜의 일이다.’라는 것이다. 끝낼 데를 알아서 끝냄은 역행(力行)이니, 이미 끝낼 바를 알고 힘써 나아가 끝내는 것인바, 이것은 지킴이 뒤에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의를 간직할 수 있으니, 맹자가 말한 ‘마침의 조리는 성인의 일이다.’라는 것이다. 이것이 학문의 처음과 끝이다.〔知至至之 致知也 求知所至而後 至之 知之在先 故可與幾 所謂始條理者 知之事也 知終終之 力行也 旣知所終則 力進而終之 守之在後 故可與存義 所謂終條理者 聖之事也 此學之始終也〕” 하였다. 《近思錄 卷2》
[주16] 실(室)에 들어가는 경지 : 학문이 아주 높은 경지에 이르는 것을 말한다. 공자의 문인들이 자로(子路)를 공경하지 않자, 공자가 말하기를, “유(由)는 당(堂)에는 올랐고 아직 실(室)에는 들어오지 못한 것이다.” 하면서 자로를 추켜 주었다. 《論語 先進》
[주17] 고생하여서 …… 똑같으니 : 애공(哀公)이 정사에 대해서 묻자 공자가 “혹은 태어나면서 알고, 혹은 배워서 알고, 혹은 고생하여서 아니, 아는 데에 이르러서는 다 똑같습니다. 혹은 편안히 여겨서 행하고, 혹은 이롭게 여겨서 행하고, 혹은 억지로 힘써서 행하니, 성공함에 이르러서는 다 똑같습니다.〔或生而知之 或學而知之 或困而知之 及其知之一也 或安而行之 或利而行之 或勉强而行之 及其成功一也〕”라고 하였다. 《中庸章句 第20章》
[주18] 진실이 …… 것이겠는가 : 주자(周子)의 〈양심설(養心說)〉에 이르기를, “마음을 기름은 욕심을 적게 하여 욕심이 남아 있는 데에 그쳐서는 안 된다. 욕심을 적게 하여 욕심이 없는 데에 이르도록 해야 한다. 욕심이 없으면 진실이 확립되고 밝음이 통한다. 진실이 확립됨은 현인이고 밝음이 통함은 성인이니, 이는 성현이 됨은 천성에서 나온 것이 아니고 반드시 마음을 길러서 이르는 것이다.〔養心 不止於寡而存耳 蓋寡焉 以至於無 無則誠立明通 誠立賢也 明通聖也 是聖賢非性生 必養心而至之〕” 하였다.
[주19] 높은 …… 길 : 고상한 덕행(德行)을 말한다. 《시경》 〈거할(車舝)〉에 이르기를, “높은 산을 우러러보며, 큰길을 다니는도다.〔高山仰止 景行行止〕” 한 데에서 온 말이다.
[주] 육위(六偉) : 상량문 안에 있는 여섯 편의 시 첫머리에 ‘아랑위(兒郞偉)’라는 상투어가 들어가기 때문에 붙인 이름으로, 이것 때문에 상량문을 육위송(六偉頌)이라 하기도 한다.
[주21] 떡 던져라〔抛梁〕 : 세속에서는 집을 지을 때 반드시 길일(吉日)을 택하여 상량식을 하는데, 이때 친지들이 떡이나 기타 잡물(雜物)을 싸 가지고 와서 축하하면서 이것을 장인(匠人)들에게 먹인다. 그러면 장인의 우두머리가 떡을 대들보에 던지면서 상량문을 읽고 축복을 한다. 《文體明辯附錄 卷13 上梁文》
[주22] 천연대(天淵臺) : 도산서원(陶山書院)에 있는 대(臺) 이름이다.
[주23] 솔개 …… 뜻 : 만물이 각자 대자연의 조화 속에서 제 살 곳을 얻어 잘 살아간다는 뜻이다. 《시경》 〈한록(旱麓)〉에 이르기를, “솔개는 날아 하늘에 이르고, 물고기는 못에서 뛰노는도다.〔鳶飛戾天 魚躍于淵〕” 하였다.
[주24] 두 고개 : 조령(鳥嶺)과 죽령(竹嶺)을 가리킨다.[주-D025] 홍교(虹橋) …… 깊나니 : 신선이 되어 세상을 떠났으므로 다시는 우러를 길이 없다는 뜻이다. 홍교는 무지개 모양으로 굽은 다리이다. 주자(朱子)의 〈무이도가(武夷棹歌)〉 일곡(一曲)에 “홍교가 한번 끊어진 뒤로 소식이 없으니, 만 골짜기 천 바위가 푸른 안개 속에 잠겨 있네.〔虹橋一斷無消息 萬壑千巖鎖翠煙〕” 하였다.
[주26] 산달에다 …… 보고로다 : 소식(蘇軾)의 〈전적벽부(前赤壁賦)〉에 이르기를, “천지 사이의 물건은 각각 주인이 있으니, 나의 소유가 아니거든 비록 털끝만큼도 취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오직 강 위에서 불어오는 맑은 바람과 산 사이로 떠오르는 밝은 달은 귀로 들으면 소리가 되고 눈으로 보면 색을 이루어, 취하여도 금하는 이가 없고 써도 다하지 않으니, 이는 조물주의 무궁무진한 보고요 나와 그대가 함께 즐기는 것이다.〔天地之間 物各有主 苟非吾之所有 雖一毫而莫取 惟江上之淸風與山間之明月 耳得之而爲聲 目寓之而成色 取之無禁 用之不竭 是造物者之無盡藏也 而吾與子之所共樂〕” 하였다.
[주27] 현송(絃誦)의 기풍 : 거문고를 타고 시를 읊는 기풍으로, 전하여 학문을 부지런히 하는 기풍을 뜻한다.
道南書院廟上樑文 丙午
群賢起南服。有大功於繼往開來。廈屋峙上游。表盛代之崇儒重道。樹風聲於天壤。聳瞻聆於冠紳。洪惟嶺南一邦。有稱海東千古。諸山西北乎環鎭。起爲太白結爲頭流。百川左右而奔趨。會于洛水朝于瀛海。扶輿淑靈之氣。亭育豪傑之才。功名文翰之臣。往往而能䌤綸一時潤色辭命。氣節忠義之士。斑斑乎其壁立千仞扶植彝倫。鳴前後者固難勝枚。語道德則請姑舍是。恭惟圃隱先生。英姿三代人物。絶學千聖音徽。出言成章。契先儒精詣之見。善道而死。驗平生篤信之心。寒暄堂先生。學有淵源。功在踐履。魯齋歿後豈無其人。小學書中先立大者。一蠹齋先生。入山求志。麗澤資仁。聚辨居行。接武烏川之遺緖。造次顚沛。服膺洙泗之微言。晦齋先生。致知居敬之功。修辭立誠之業。以孔孟爲可學。五箴植志於靑陽。歷險難而益堅。三省辨德於窮髮。退溪先生。集成一代諸子。世適千載晦翁。深探妙契之知。貫精粗合內外而靡欠。勇往力行之效。建天地質鬼神而無疑。於赫間氣之鍾。豈非上穹之意。迭興數百里之內。不待半千年之期。君子居之。是邦所以爲鄒魯。吾道南矣。斯人得免於盲聾。暫時之亨否寧論。長夜之日星有在。言爲法行爲則。雖擧國罔不宗師。食見羹立見墻。在吾黨宜益親切。近賢人之居若此。被君子之澤尤深。嗟嘆之不足。故詠歌想像欣慕者已久。祭祀而如在。其左右影響聲臭爲可尋。肆篤尊道之誠。乃諏妥靈之典。地與我所。樂哉斯丘。人有秉彝。好是懿德。方伯悉心以綱紀。地主殫力於經營。多士不憚釋經。晨夕敦事。庶民咸勸趨役。遠近承風。旣工善而吏勤。亦材良而力贍。荊榛初闢。怳爾山川之改觀。日月幾何。隆然棟宇之如跂。內廟外堂之大壯。竹苞松茂乎斯干。階級峻嚴。循序而未容躐等。宮墻深廣。覬入者先須得門。藏修息游之於斯。美哉輪美哉奐。登降灌薦之有位。得其度得其宜。長江大川襟帶東西。是取有本 之混混。秀嶽奇峯拱揖前後。如見所立之巍巍。占天作地藏之名區。得異世同符之至樂。嗟昔有受於先覺。請今廣諗于同人。天之所以與我者何如。希聖希賢自是本分。井而不能及泉則爲棄。知至知終勿安小成。但苦入室之難能。莫嘆摳衣之不逮。果誦詩讀書而有獲。卽合堂承誨之何殊。困知勉行其成功則同。氣質可以學變。誠立明通必養心而至。賢聖豈皆性生。苟不自力于治躬。且道何面於當坐。勿謂今日不學。衆人當惜分陰。毋曰小過何傷。細行終累大德。惟寸積銖累之不怠。或高山景行之可幾。是爲吾輩本圖。願與諸君共勉。一言相勖。六偉齊陳。兒郞偉抛梁東。浩浩天淵正派通。若到此中眞得樂。許君親見退陶翁。兒郞偉抛梁西。萬丈屛山黛色低。雲暗雨昏渾不管。屹然千劫護巖棲。兒郞偉抛梁南。千頃天雲一鏡涵。解到鳶魚飛躍處。卷中賢聖靜中參。兒郞偉抛梁北。二嶺微茫隣紫極。虹橋易斷綵雲深。萬古閑愁人不識。兒郞偉抛梁上。山月江風無盡藏。欲知胸次一般淸。須向靈臺除慾障。兒郞偉抛梁下。門外通津連大野。試問南征北去人。幾人不是迷途者。伏願上梁之後。壑遁蛟龍。林遠虎豹塵棼隔斷。水益淸而山益高。經史沈潛。晝有爲而宵有得。家絃戶誦之風作。入考出悌之俗成。正學明而邪詖不行。如日方昇而魑魅屛跡。賢才興而治化以賴。若天將雨而山川出雲。斯文在玆。小子有造。世有先後。地有遠近。揆則一於東夷 之人西夷之人。道無邊際。理無顯微。推以放諸北海而準南海而準。千秋道脈。一畝儒宮。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