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영화를 보기 전 날에 잠을 많이 못자서 보면서 머리를 좀 돌렸다. 기본적으로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속도도 빠르지 않고, 생각보다 빠른 레미의 죽음 이전까지는 좀 루즈하게 봤던 것 같다. 그다지 기억력이 좋지도 않은 내가 감상을 적고 있는 날이 영화를 본 후 시간이 좀 지난터라 기억이 조각조각이지만 인상 깊었던 조각들로 써본다.
우선 영화 제목이 왜 '클로즈'일까 하는 생각부터 들었다. 가까운이라는 뜻을 가진 단어. 무슨 의도를 담은 것일까. 그냥 막연한 내 예상으로는 동성애 성향을 가진 사람, 그들이 고민하는 문제 등이 모두 우리와 멀지 않은 이야기라는 뜻인 것 같다.
레미를 잃기 전까지 영화에서는 레오와 레미가 함께 달리는 장면이 여러번 나온다. 기억으로는 좀 밝은 색감으로 온전히 둘만의 시간을 마음껏 누리는 것으로 나에게 다가왔던 장면들이다. 하지만 이후 레미가 죽고 레오가 혼자 달리는 장면들이 나온다. 비교적 어둡고 푸르스름한 색감으로 표현하고, 비가 오기도 한다. 함께 달리던 장면들과 대비되면서 그때 레오의 감정이 어떤 지를 잘 보여주는 것 같다. 그래서 그런가 내 머리에는 둘이 함께 달리던 모습이 참 순수하고 아름답게 남아있다.
영화를 보고 배우들끼리 이야기를 하면서 공통적으로 나왔던 말은 무슨 애들이 연기를 저렇게 잘하냐는 말이었다. 짧은 대사 혹은 눈빛 만으로 서로에 대한 애정과 자신의 고민들을 너무 잘 연기했던 것 같다. 이번에 내가 맡은 인우도 지훈이와 감정을 나누는 장면에서 비교적 짧은 대사로 감정을 잘 전달해야만 하는 부분이 있다. 아직 걸음마도 떼지 못한 내 연기에서 가장 큰 산처럼 느끼는 부분이다. 레오와 레미를 연기한 배우들은 과연 영화에서 보여주고자 하는 감정들을 충분히 이해하고 표현한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래서 나이를 찾아봤더니 레오역을 맡은 에덴 담브린은 2007년 생이었다. (더 어릴 줄 알았는데.. 그래도 아직 중학생이긴 하네) 인우만큼 온 마음을 다해 상대방을 사랑하고, 그런 상대방을 잃을 지도 모른다는 불안과 공포의 감정들을 나는 느껴본 적이 없기에 최대한 상상하고 거기에 공감해서 연기하려고 한다. 예능에 나온 어떤 배우가 지나가는 말로 그랬다. 죽어본 적 없지만 죽는 연기한다고.
또 기억에 남는 장면은 레미가 죽고 얼마의 시간이 지난 후 레오 가족과 레미의 부모님이 함께 식사를 하는 장면이다. 한 순간에 그 식사 자리가 성사되기까지의 양쪽이 겪어왔던 시간과 저녁 약속을 잡는 과정들까지 머리 속에 그려졌다. 양쪽 모두 아픔을 참고 용기를 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가족들이 모였을 때 으레하는 일상 대화를 레미의 부모님은 일상으로 받아들일 수 없게 되었다. 그들은 레미의 형이 하는 말들을 잘 들어주었지만 이미 표정에서 모든 걸 보여주고 있었다. 그리고 레미의 아버지가 먼저 참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렸다. 어머니가 아닌 아버지가 먼저 터뜨리는 그 울음이 왜 이렇게 기억에 남는 지 잘 모르겠다. 어쩄든 나는 그 부분이 같은 선상에서 자식을 잃은 부모의 슬픔과 자식을 잃지는 않았지만 함께 아파하는 사람들의 모습까지 복합적으로 잘 보여준 것 같아서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
영화의 인물들이 인우와 지훈 캐릭터 연구에 직접적인 연결이 되진 않는 것 같다. 하지만 분명 청소년극, 퀴어극을 올리는 배우로서 도움이 될 수 있는 영화임에는 틀림 없는 것 같다.
첫댓글 클로즈는 가까운, 친한, 아슬아슬한.. 등등의 뜻이 있는데 저는 이 영화가 그 모든 뜻을 다 갖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