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의 주식은 ‘달밧’이다. 옛날 우리의 소박한 백반정식을 닮았다. ‘달(녹두 등 콩류로 만든 된장국 비슷한 수프)’과 ‘밧(쌀밥)’이 주라 달밧으로 불리며 나물류(떠르까리)와 장아찌(어짜르)가 곁들여 나온다. 애피타이저와 디저트로 간간한 과자류와 싱싱한 야채 및 달달한 요거트도 빠지지 않는다. 식당에서는 고객들의 기호에 따라 닭고기나 물소고기 등 육류조림을 추가해 팔기도 하지만 현지인들의 일상끼니는 특별한 날을 빼고는 채식이 기본이다. 고기가 추가되면 종류에 따라 ‘치킨달밧’ ‘머튼달밧’ 등으로 불리며 가격이 올라간다.
이 모든 음식이 둥근 접시 하나에 함께 담겨져 나온다. 1인 1상이다. 달과 밧 및 기본 찬은 대개 무한 리필이다. 단순 소박하지만 포만감으로나 영양소로나 부족함 없는 든든한 한 끼다. 히말라야 트레킹을 가면 가이드들이 맨 먼저 체크하는 것이 달밧에 대한 트레커들의 적응력이다. 달밧만 잘 먹을 수 있으면 힘든 일정을 소화하는데 무리가 없다고 보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밥심’이라고 하는 것처럼 그들도 ‘달밧의 힘으로 걷는다.’는 표현을 쓴다,
달밧은 지역에 따라서, 만드는 재료와 만드는 손길에 따라 맛이 조금씩 다르다. 우리의 집밥이 집집마다 제각기 다른 것과 마찬가지다. 손님이 많지 않은 시골 지역에서는 달밧을 주문하면 밭에 가는 것으로부터 요리가 시작된다. 전기사정이 열악하고 냉장고도 없으니 식자재를 미리 다듬어 보관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때그때 필요한 것을 텃밭에서 조달해다 쓴다. 당연히 ‘Very slow food’가 될 수밖에 없다. 처음에는 주문 후에 두어 시간씩 참고 기다리는 것이 적응이 잘 안되었다. 이력이 쌓이다 보니 이제는 텃밭에 따라가서 식자재 조달작업을 돕기도 하고 불을 때서 조리하는 아궁이 앞에 앉아 네팔 전통술인 ‘창’이나 ‘럭시’를 마시며 조리과정을 구경하는 여유가 생겼다.
조리하는 모습은 정성스럽고 진지하다. 긴 조리과정을 거쳐 음식이 나오고 밥에 달을 부어 골고루 비벼서 수저를 쓰지 않고 손으로 먹는다. 오른손으로는 음식을 먹고 화장실 뒤처리는 왼손으로 함으로써 두 손의 역할을 엄격하게 구분한다. 손으로 달밧을 먹는 모습은 진지함을 넘어 사뭇 경건해 보이기까지 하다. 정성을 다해 만들고 정성을 들여 먹는다. 소박한 음식이지만 감사와 사랑이 몸에 깊이 배어 있다. 그래서 네팔에 가면 나는 특별한 경우 외에는 한국에서 집밥을 먹듯 달밧을 즐겨 먹는다.
달밧 외에도 우리 입맛에 맞는 현지음식들이 여럿 있다. 주요 트레킹코스 주변의 롯지나 식당에서는 세계 각국의 대표음식들을 다양하게 팔지만 나는 주로 현지음식인 ‘뗀뚝’과 ‘뚝바’를 즐긴다. 뗀뚝은 우리의 수제비다. 끓는 육수에 밀가루 반죽을 뚝뚝 떼어서 넣어 만드는 이 음식의 이름은 우리말에서 생겨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가끔 든다. 여기에 갖은 야채와 향신료까지 곁들이면 고급 수제비로서 손색이 없다. 뚝바도 비슷한 음식인데 수제비 대신 국수를 넣기에 우리의 칼국수에 가깝다. 둘 다 내가 아침에 해장국 대신 즐기는 음식들인데 메뉴판에는 ‘세르파 스튜’로 적혀있다.
이밖에 특별히 기억나는 네팔의 전통음식으로 우리의 감자 옹심이 요리를 닮은 ‘릴두’가 있다. 감자의 전분을 새알처럼 빚어서 갖은 야채와 향신료를 넣고 끓여낸 부드럽고 쫄깃한 식감의 이 음식은 워낙 손이 많이 가서 이제는 만드는 집을 찾기 힘들다. 몇 년 전 남체의 한 세르파족 롯지에서 세 시간이나 기다려 먹었던 릴두의 감칠맛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세르파족의 소울푸드와도 같은 그 릴두를 먹기 위해 그 집에 다시 갈 날을 꿈꾸어 보기도 한다.
롯지 마다 언제부터인가 한국의 신라면을 파는데 갈수록 늘어나는 한국인 트레커들을 겨냥한 듯하다. 주문하면 금방 나오는 라면의 가격이 앞에 열거한 현지 음식들보다 훨씬 비싸다. 재료인 라면을 한국으로부터 수입해오는 까닭일 터이다. 나는 한 번도 시켜보지 않았고 사람들의 취향을 탓할 수는 없지만 신라면이 마치 한국인의 대표음식 내지 소울푸드처럼 인식되는 것에는 조금 거시기한 면이 있다.
네팔의 음식은 단순 소박한 그들의 삶을 표상한다. 소위 미니멀 라이프의 전형이다. 비록 소박한 음식이지만 최소한의 신체기능을 유지하면서 맑은 정신으로 자족하며 사는 데는 부족함이 없다. 음식에 절도가 있고 비록 수저 없이 손으로 먹지만 금수저로 먹는 것보다 품위가 있다. 공자가 말한 ‘식무구포(食無求飽 ; 먹는데 배부름을 구하지 않고)’를 제대로 실천하고 있는 셈이다. 우리의 음식문화는 어떠한가. 세상은 온통 화려하고 자극적인 음식으로 넘쳐나고 TV채널마다 먹방 프로그램으로 도배를 하여 식도락을 부추긴다. 1인당 육류소비량이 쌀 소비량을 넘어섰다는 뉴스도 들린다. 그 결과로 우리의 체형은 서양인들을 닮아 점점 뚱뚱해져 가지만 몸도 마음도 건강함으로부터는 더욱 멀어져 가는 느낌이다. 네팔인들은 우리의 어린 시절처럼 삼시세끼 고봉밥을 먹는데도 배나온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다. 지구 한편에서는 영양실조로 죽어가지만 반대편에서는 음식쓰레기가 넘쳐나는 현실에서 성찰해 봐야할 대목이다.
음식과 더불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술이다. 참새가 어찌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겠는가. 네팔을 대표하는 술은 ‘창’과 ‘럭시’다, 이 둘은 네팔의 어디를 가나 대중들이 즐겨 마시는 술이다. 창은 목마름과 배고픔을 동시에 해결하는 음료로 우리의 막걸리와 비슷하다. 도수는 막걸리보다 조금 낮지만 인공감미료를 쓰지 않아 덜 달고 약간 시큼한 맛이다. 럭시는 창을 증류하여 만들며 우리의 증류식 소주와 흡사하다. 창은 꼬도(밀레, 기장류) 쌀 보리 밀 옥수수 등의 곡류로 만드는데 개인적으로 꼬도로 만든 창을 가장 좋아한다. 양조장이 따로 없고 가양주로 담그기 때문에 집집마다 술맛이 조금씩 다르다. 네팔의 전통술은 소박한 달밧과 함께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조합이고 사치다.
특이한 술로 ‘똥바’가 있는데 발효시킨 꼬도에 뜨거운 물을 부어 빨대로 빨아 마신다. 다 마시면 다시 뜨거운 물을 부어 차마시듯 여러 번 우려 마시는데 도수는 낮지만 몸을 덥혀주기 때문에 겨울철에 마시기에 좋다. 보통 보름에서 한달 정도 숙성시켜 먹는데 1년 이상 숙성시킨 것은 보약취급을 받는다. 도수가 낮고 부드러워 여성들이 해산 후 미역국 대신 먹는다는 얘기도 들었다.
트레킹 중에 가장 즐겨 마시는 맥주도 고르카, 에베레스트 등 네팔산 브랜드만도 서너 종이 있다. 히말라야 산중의 사과와 살구로 만든 브랜디도 품질이 우수하고 네팔산 위스키 또한 서양의 위스키와 비교하여 손색이 없다. 이들은 가성비가 높아서 여행이 끝난 후 귀국선물로도 무난하다. 다만 다른 나라와는 달리 공항의 면세점보다 시내의 마트에서 사는 것이 훨씬 저렴하다는 것을 기억해둘 필요가 있다.
이렇게 다양한 술이 있다 보니 산에 가서도 술은 빠질 수 없다. 특히 트레킹이 끝나고 산중의 소수민족 마을에서 주민들이 직접 담근 술을 그들과 함께 마시는 일은 무척 흥겨운 일이다. 재작년 솔로쿰부 지역의 라이족 마을인 ‘구델’에 며칠 머물 때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원주민들과 마을 구경을 다니던 중에 전망좋은 아담한 농가를 방문했다. 마침 그 집에선 나이든 처녀가 직접 담근 창을 체에 거르고 있던 참이었다. 이끄는 대로 그 집의 양지바른 툇마루에 앉아 처녀가 즉석에서 무쳐낸 나물을 안주로 창을 즐겼다. 멀리 설산이 보이는 농가의 툇마루에서 예전의 우리네 이웃 같이 정겨운 원주민들과 함께한 한나절의 유쾌한 술자리는 아직도 머릿속에 한 폭의 그림으로 남아있다.
첫댓글 느림의 미학 멋집니다
히말라야님 글 속에 풍덩빠져 시간여행 한 것 같습니다
겨울이 기다려 집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히말라야님 감사합니다.
네팔음식,술이야기에 우리의 옛 모습이 담아 있는 것 같아
마음이 따뜻해 집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어린시절 여름 노을이 질즘
툇마루에 시원함을 만끽했
던..... 추억이 생각납니다 그때 그시절이 무척이나 그립습니다. 생각만해도
힐링이 절로 됩니다
히말라야 원주민들의 생활사 공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불이님~
여행의 둔자인 저는 그저 부럽습니다.
벌써 2년전이네요.
추억해보며 달밧 사진이 있어 공유해봅니다.
불이님 덕분에 미리 경험해 봅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오,, 달밧, 이름도 근사하네요
히말라야님이 네팔의 음식과 풍경들을
애정을 담아 너무도 생생하고 정겹게 그려주셔서
네팔이 왠지 옆동네처럼 가깝고 친숙하게 느껴집니다
달밧, 릴두도 먹어보고 싶고
그곳에 가보고 싶어지네요
아름다운 글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모든걸 체험해보는 시간이 기다려집니다
자연의 풍경에 취하고 밤하늘 맑은 달과 별빛에도 취하는 시간속으로~~~^^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가보진 못했지만 어린시절의 우리나라와 비슷한 모습이 그려집니다.
마음 또한 따뜻해집니다.
그곳에서 꼬도 한잔하고 싶습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글을 읽으니 이미 달밧을 먹은 듯 포만감이 느껴집니다.
감사합니다~
어릴적 우리의 시골과 닮았다는 느낌이 들어 정겹고 경건해집니다
식탁에 오기까지의 모든 인연에 감사합니다
소박하고 순수한 네팔...
마음의 고향인듯 합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히말라야 고문님 감사합니다
이미 달밧을 먹어본 느낌입니다
설레이고 기다려집니다
불이님 사진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두 사랑합니다 💜
감사합니다♡
히말라야 고문님처럼
진솔하고 담백한 글 감사드립니다.
눈에 선합니다.
참 오랜만에
설레입니다.
고문님이 계셔서
항상 든든합니다.
준비 잘하겠습니다.
함께할 수 있어서 영광입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히말리아고문님
히말리아 글 생생한 글 감사합니다
미안합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히말라야님
네팔 다양한 체험글 공유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네팔의 음식 문화등 조금 알게 되었고 네팔의 풍경이
tv에서 보듯이 그려집니다
하늘님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히말라야님
그나라의 귀함이 뭔지
주어진 나에게 귀함을
알아갑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히말라야님
체험글 감사드립니다
네팔 가보고 싶네요
응원합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히말라야님
감사합니다
이미네팔에가있는듯 합니다
네팔에대한 문화 전통 알러주셔서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히말라야님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좋은 글 덕분에 가보지 않아도 그곳에 있는 듯 생생합니다 히말라야원정 축하드리고 응원합니다 미안합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
히말라야 고문님
옛날 어릴적 시골에 살던 느낌이 가슴으로 점점 스며들면서 묻어납니다. 소박하고 순수한 네팔 기회가 된다면 가보고 싶습니다.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희말라야 고문님 감사합니다.생생합니다
옛날 어릴적 고향 모습도 보이고요
이미 아마다블람 어느계곡에 있읍니다.
미안합니다.고맙습니다.사랑합니다.
히말라야님!
귀한 글 감사합니다.
아침부터 네팔의 가정집을 방문한 느낌이 정겹습니다.
하늘님 감사합니다.
미안합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희말라야고문님 감사합니다
아침부터 히말라야 다녀온 기분님니다
응원합니다 고맙습니다 미안합니다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히말라야님!
귀한 글 감사합니다.
히말라야에 가보고 싶다는 꿈만 꾸다
가기엔 무리인 몸이 되었는데
이렇게 세세한 표현으로 인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밥짓는 표정과 손짓 굴뚝의 연기 냄새
술맛과 향, 잔을 나누는 사람들의 표정까지 그려집니다
고맙습니다
하늘님 감사합니다
미안합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미안합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히말라야님
정겹게 느껴지는 그곳에 간듯합니다
생생한글 감사드리며 한번 가고 싶습니다
설레임의 글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히말랴야님 새삼 느끼지만 글 솜시가 대단하삽니다.
표현력이 좋으시어 글이 눈에 속속 들어오네요.
히말라야님
네팔의 모습을 진솔하게
담아주시니 넘 감사합니다.
자연에 순응하면서
살아가는 모습에 차마고도 보면서
깊은 감동을 받은 기억이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한 편의 에세이를 읽습니다.
고문님~
여행에 대한 동경과 느림의 철학을 사색하게 하십니다.
우리도 릴두처럼....
천천히 익어가는 중이 아닐까요?
거기에 '창' 한 잔 곁들이듯 서로의 情이 묻어나는 하늘동그라미 기통수련원입니다.
히말라야님 흥미롭게 글 잘 읽었습니다.
든든한 한 끼 맞네요.
한번도 가보지 않았지만 여행하고 싶은 곳이네요!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편안하고 여유로움이 느껴지는
내용입니다
사랑과 평화로움이 있는곳~~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히말라야님
감사합니다
히말라야 시골에서의 반찬과 수제비 칼국수 같은 음식에 막걸리 소주같은 한잔을 연상케하는 맛난 한상 차림이었습니다
마음으로만 맛나게 먹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만년설을 바라보며
마시는 술 한잔
생각만으로도
설레입니다
감사합니다
히말라야님
소중하고 생생한 네팔 기행문 감사합니다.
함께 그곳에 간 듯
합니다.
감사합니다.
미안합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
히말라야님
히말라야 ~~
진--짜 가고 싶어요
차도 없겠다!!
한잔 끌리는대요^^
히말라야님!
네팔여행기를 꼼꼼하게 기록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나라 옛날모습이랑 많이 비슷한거 같습니다.
소박하고 정겨운 모습들이
눈에 그려집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히말라야님
감사합니다 글 읽는 내내 빨려드는 느낌 !
생생모습이 마치 제가 체험한것 처럼 느껴집니다 감동적이고 신선합니다
한번 가보고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히말라야님
덕분에 자연의 향기를 느낄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마음 가는곳에 몸이 갑니다
감사함입니다
마음 내어 주신 글. 감사합니다^^
히말라야님!
얼굴을 떠올리며 글 읽으니
느낌이 다르게 와 닿습니다.
미지의 세계,
네팔의 순수한 사람들과
문화를 느껴 보고 싶어집니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