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회의 시가 있는 아침 24.04.26」
박대묵/김성신
매일매일 벗겨지는 생이 있다
무시로 떨어져 나가는 생이 있다
질긴 시간의 등에
위에서 아래로 그어지는 칼자국
몸과 껍질 사이
비, 바람, 파도, 낱낱의 비늘과
아가미에 들러붙던 기침 소리
흔적 없는 계절의 비린내처럼 풀어진다
껍질과 살로 나뉘는 감정은 가까운 듯 멀다
마치 관습으로 친밀한 우리처럼
숨어있는 파도,
거품으로 떠다니는 너와 나
언제든 포말로 부서져 뒤엉킬 나와 너
내뱉지 못하고 돌아서던 말
뜨겁게 고아져 뼈 녹아내린다
흐물흐물해진 벽
갈매기 소리가 부풀어 오르는 민무늬
혀의 장력을 따라 밀려갔다 밀려오는
검은 내 두 눈 혹은 민낯의 갱생
참기름 간장에 찍는
칼날에 잘린 길 위로 모서리들이 피어난다
(시감상)
박대묵이라는 음식은 박대라는 생선의 껍질을 모아 묵처럼 만든 콜라겐 덩어리다. 오래전 어머니가 집에서 해 주던 기억이 어렴풋하다. 시인은 그 오래된 기억에서 시의 발화점을 찾았다. 박대를 보며, 박대 껍질을 보며, 껍질과 살을 나뉘는 감정이라고 한다. 내뱉지 못하고 돌아서던 말이 뜨겁게 고아져 뼈 녹아내린다고 한다. 어쩌면 우리의 생애 모든 것이 뜨겁게 고아져 녹아내리는 기로에 서 있는지도 모른다. 말은 감정이다. 상처 주는 말을 함부로 하다 묵이 될지도 모른다. 시인의 시적 상상력이 웅숭깊다. (글/ 김부회 시인, 문학평론가)
(김성신 프로필)
전남 장흥, 불교신문 신춘문예, 문학박사, 2023 아르코 문학나눔 선정, 해양문학상, 시집[동그랗게 날아야 빠져나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