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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보고 싶은 영화 ‘동주’
영화 ‘동주’, 난생 처음으로 필봉문학회 회원들과 단체관람을 하자고 권유한 영화다. 한 시인의 삶을 그린 영화가 만들어 지고 극장에서 상영한다는 소식이 문학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얼마나 큰 행복인지 모른다. 드디어 영화를 보러 가기로 약속한 날, 2월 28일이 되었다. 13명의 회원들이 함께 극장에 도란도란 앉아서 ‘동주’를 관람하게 되었지만 개인 사정으로 동행하지 못한 회원들이 있어서 못내 아쉬웠다. 저마다 중년의 나이를 넘어선 회원들이 문학소년, 소녀마냥 순수해 보였다.
영화는 일제 감정기를 배경으로 하였다. 우리말과 이름, 글과 꿈조차도 허락되지 않았던 그 시대에 오로지 시를 쓰려고 했던 윤동주 시인, 그의 친척이며 평생의 친구이자 경쟁자였던 독립운동가 송몽규, 두 청춘의 삶을 다룬 영화였다. 영화는 흑백화면으로 이어졌지만 그 어느 영화장면보다 몰입도가 높았고 스크린 속으로 쉬이 빨려들었다. 송몽규는 일찍이 신춘문예에 당선이 될 만큼 문학적인 재주가 많았다. 하지만 그는 동주가 좋아하는 정지용 시집을 구해다 줄 정도로 동주를 아끼고 언제나 사이좋게 지냈다. 두 사람은 지금의 연세대학교인 연희전문대에 입학을 하였고 동주의 시집을 출간하려 준비하였으나 이루지 못하였다. 내향적인 윤동주 시인에 비해 송몽규는 외향적이었다. 송몽규는 졸업식에서 대표로 상과 책을 받게 되었는데 그 책이 일본을 찬양하는 책이라 졸업식장에서 책을 내던지고 나가버렸다.
영화 속에서 주인공의 목소리로 윤동주의 시가 여러 편이 낭송 되었는데 여진이와 밤길을 걸을 때 ‘별 헤는 밤’이 낭송되었다. 화면에서는 밤하늘의 별이 쏟아질듯 하였다. 내가 자주 낭송하던 이 시가 마치 처음 듣는 시처럼 신선하게 다가왔다. 별 하나에 추억과 사랑, 쓸쓸함과 동경, 시와 어머니, 이 모든 그리움을 시에 담았나보다. 영화를 보는 내내 가슴이 답답해지며 쓸쓸함을 넘어 눈물이 차올랐다. 내가 저 시대 사람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어쩔 수 없이 창시개명을 했을 때는 ‘참회록’이란 시가 낭송되었다. 자화상이 낭송될 때는 따라 읊조려 보았다. 이외도, ‘새로운 길’ 외 주옥같은 시가 낭송되니 마치 시낭송 공연장에 와 있는 착각이 들었다. 앞으로 시낭송을 할 때 더욱더 진정성을 담아야겠다는 생각이 밀려왔다.
졸업 후, 그들은 26살 나이에 일본 유학을 하게 되었다. 일본에게 주권을 빼앗긴 시대에 우리말과 글을 억압당하고 창시개명을 강요하게 되자 주위 친구들은 목숨을 걸고 독립운동에 참여하였다. 송몽규 역시 임시정부요원이 되어 활동하였다. 그럼에도 자신은 육첩 방 남의 나라에서 쉽게 시를 쓰다니 스스로를 부끄러워했다. 부끄러움을 아는 것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며 부끄러움을 모르는 것이 부끄러운 것이라고 정지용 시인이 말했듯이 시인은 부끄러워 할 줄 알고 성찰할 줄 알았다. ‘쉽게 씌어진 시’의 내용에도 ‘창밖에는 밤비가 속살거려 육첩방은 남의 나라---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이처럼 그의 진심이 시어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었다.
결국 송몽규는 독립운동을 주도하다가 체포되었고 윤동주도 시의 내용이 불온하다고 하여 체포되어 심한 고문에 시달렸다. 두 사람은 징역형을 선고받고 후쿠호카 형무소로 이송되었다. 일본경관은 그들에게 서명을 요구하였다. 송몽규는 일본어가 아닌 한글로 자신의 이름을 적었고 윤동주시인은 끝까지 서명을 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그곳에서 생체실험을 당하다가 1945년 29살의 젊은 나이로 목숨을 잃었다. 제대로 꽃을 피우지도 못하고 그들은 떠났다. 하지만 우리들의 가슴에는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별이 되었다.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는 그가 옥사한지 3년 뒤에 발간 된 유고 시집이다. 이 시집의 시를 육촌형인 윤형주 가수가 노래로 만들려고 했을 때, 윤동주 시인의 아버지는 반대하며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시는 그 자체가 하나의 노래다. 시가 가지는 아름다운 선율과 리듬을 왜 깨뜨리려고 하느냐?” 이 말의 뜻을 이제야 알 것 같았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암울한 시대의 삶을 시로 승화시킨 윤동주 시인의 시 한편은 암송해야 하지 않겠는가? 윤동주 시인 역을 맡은 ‘강하늘’이라는 영화배우는 시를 읽으며 많이 울었다고 하였다. 마지막에 ‘서시’가 극장 안으로 울려 퍼지는데 또다시 가슴이 떨리며 울컥했다. 우리 회원들은 영화가 끝났는데도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였다. 회원님의 배려로 저녁을 먹고 찻집에서 담소를 나누었다.
이 밤, 다시 보고 싶은 영화 ‘동주’를 추억하며, 시를 써야 하는 이유와 시를 낭송해야 하는 이유를 붙들고 베란다 창가에 홀로 앉았다. 밤하늘의 별들을 초대하여 단군 이래 가장 인기 있다는 윤동주 시인의 ‘서시’를 조용히 낭송해 본다.
서시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첫댓글 처음으로 회원님들과 함께 본 영화 '동주'
극장에서 시낭송까지 보너스로 감상 할 수 있는 영화다
아~~다시 보고 싶어지는 이유~~
저도 영화관에서 본 그날의 감동이 다시 생각나네요.. 쌤...정말 다시 보고 싶은 영화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