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와 땅콩 심기
유튜버 활동으로 꽤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 분이다. 그 분이 휴대폰 문자로 물었다.
“땅콩과 고추를 심어보려고 하는데 개구리 그대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 알고 싶다?”
아는 대로 적기로 한다.
(고추)
고추는 기르기 가장 어려운 작물 가운데 하나다. 자연농에서도 그렇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무엇보다도 직파가 가진 한계 때문이고, 둘째는 병충해다.
고추 심기는 직파와 모를 길러 심는 길이 있는데, 잘 아시겠지만 열에 아홉 농가는, 아니 백에 아흔아홉 농가는 모를 길러 심는다. 혹은 모를 사다 심는다. 후자가 더 많을 거다. 아마도 전업으로 고추 농사를 짓는 않는 사람이라면 다 그렇게 하지 않을까? 왜 그럴까? 왜 모를 기르거나 기른 모를 사다 심는 것일까?
첫째는 직파, 곧 바로 뿌리기는 시작이 늦고, 그만큼 익은 고추 수확량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풋고추 수확량 또한 같다. 이런 까닭에 직파는 모 길러 심기보다 서너 배, 혹은 그 이상을 심어야 비슷한 양을 거둘 수 있다. 이런 이유로 붉은 고추 수확은 아예 포기하고 직파 고추 농사를 짓는 자연농 농가조차 있다. 고추장은 물론 고춧가루가 들어가는 모든 요리를 포기하기로 하고 말이다.
그럼 모를 길러 심으면 되지 않나? 그게 그렇게 쉽지 않다. 육묘에 오래 걸리고 비닐하우스 같은 보온 시설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육묘 기간이 자그마치 80일에서 90일이다. 우리 마을에서는 2월 초부터 시작한다.
이와 같아서 되도록 자연 안에서 살고 싶어하는 자연농 농가로서는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다. 우리는 거실에서 모를 길러보기도 하고, 직파도 해보고 있는데, 아직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 올해는 직파와 모 사다 심기를 병행할 계획이다.
고추는 특히 병충해 피해가 많은 작물이다. 우리도 오육 년이 지나서야 벗어나게(병이나 벌레가 생겨도 퍼지지 않는 상태) 됐다. 무경운, 풀 두고 가꾸기, 무비료(무투입), 무농약 등으로 먹이사슬을 건강하게 만든 덕분이리라. 자연농에서는 친환경 농약도 쓰지 않는다.
고춧가루는 한 해에 얼마나 있어야 할까?
5인 가구라고 하자. 거기에 고춧가루가 가장 많이 들어가는 김장은 물론 고추장도 만들어 먹는다고 하자.
30근은 가져야 할 것이다. 고춧가루 한 근은 600그램이다. 그러므로 30근은 18킬로그램이다. 고춧가루 한 근을 얻기 위해서는 물고추 한 관이 필요하다. 물고추 한 관은 4킬로그램이다. 물고추란 막 딴, 말리기 전의 붉은 고추를 말한다.
고춧가루 30근을 얻기 위해서는 고추를 몇 포기나 심어야 할까? 내 경우는 다섯 포기에 한 근을 잡고 있다. 일반 농가에서는 두 포기에 한 근을 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닐하우스 속에서 재배하는 경우는 한 포기에 한 근을 따기도 한다고 들었다.
다섯 포기에 한 근이라면 150포기를 심어야 30근이다. 40근이 필요하다면 200포기다.
물고추 한 개의 무게는 20그램에서 30그램 정도다. 20그램으로 계산하면 4킬로 한 관은 물고추 200개다. 200개라면 한 포기 당 40개다. 한 포기 당 물고추 40개는 따야 다섯 포기에서 고춧가루 한 근을 얻을 수 있다. 30개밖에 못 딴 다면 7그루에 고추 한 근이다. 20개밖에 못 딴다면 10그루가 있어야 한 근이다. 100포기를 심어도 고춧가루를 10근밖에 못 얻는다.
가지과(가지, 토마토 등) 채소를 심었던 곳을 피하고, 비옥한 땅에 심는 게 좋다. 가을걷이가 끝나면 다음 해의 고추밭을 정하고, 그곳에 겨울에 퇴비장의 퇴비, 음식물 찌꺼기, 쌀 찧을 때 나오는 등겨 따위를 가져다 뿌려두는 것도 좋다.
모 기르기는 벌써 늦었으니 직파와 모를 구해 심는 길만을 소개하기로 한다.
-바로 뿌리기
*아시겠지만 파종 적기는 지역에 따라 다르다. 이곳은 4월 중순이 좋은 거 같다. 그 까닭은 이곳은 5월 8일 이후가 돼야 서리로부터 안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아래와 같이 하고 있다.
*밭을 정하고, 못줄을 친다.
*삼각괭이나 톱낫으로 20센티 폭으로 풀을 벤다.
*포기 간격은 30에서 50cm 내외로 하고, 줄 간격은 50에서 100cm 내외로 한다(땅의 비옥도에 따라 달라진다). 간격에 맞춰 구덩이를 파고 서너 알씩 고추 씨앗을 뿌린다. (발아가 되면 한 그루만 남기고 나머지는 뽑아버린다.)
*베어놓은 풀, 혹은 주변의 볏과 풀을 2,3cm 길이로 잘라 덮어준다.
*손으로 가볍게 눌러준다.
*땅이 마르지 않도록 해야 한다. 자주 가보며 살펴보아야 한다.
*참고로 발아를 앞당기고 싶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
하룻밤 미지근한 물에 고추 씨앗을 넣어 놓는다. 아침에 건져서 물에 젖은 천에 싸서 그릇에 담고, 수분 증발을 막기 위해 그릇을 비닐 봉지로 통째로 봉한 뒤 따뜻한 곳에 둔다.
파종 적기는 씨눈이 부풀어 오른, 싹이 뜨기 바로 전 상태가 가장 좋다. 잘 살펴보고 그때 심고, 땅이 마르지 않도록 조심하면 발아를 앞당길 수 있다.
*서리 피해를 조심해야 한다.
-모 심기
*고추밭을 정하고, 못줄을 친다.
*못줄을 따라 삼각괭이, 혹은 톱낫으로 풀을 벤다. 20센티 폭이면 된다.줄 간격은 1미터 내외로 한다.
*포기 간격은 50센티 내외로 한다. 간격에 맞춰 구덩이를 판다.
*구덩이에 고추 모를 놓는다.
*물뿌리개 등으로 물을 준다.
*심는다. 뿌리가 완전히 묻혀야 한다. 뿌리가 완전히 땅속으로 들어가고, 줄기가 슬쩍 덮이는 정도가 좋다.
*비 오기 전이나 비 온 뒤가 좋다.
*베어놓은 풀로 고춧모 주변을 잘 덮어주어 건조로 인해 피해를 막아준다.
(땅콩)
껍질을 벗긴다.
1)내가 사는 강원도 홍천에서는 4월 하순에 심는다.
2)일기예보를 보고 비 오기 전이나 비 온 뒤에 심는다. 물론 비 오기 전이 좋다.
3)심을 곳을 정하고, 못줄을 친다.
4)못줄을 따라 톱낫이나 삼각괭이로 20cm폭으로 풀을 벤다.
5)벤 풀은 바깥으로 내지 않고, 그 자리에 펴놓는다.
6)포기 간격을 정하고, 거기에 맞춰 씨앗을 심는다. 한 알 심기가 있고, 두 알 심기가 있다. 비옥한 밭이라면 한 알 심기로, 그렇지 못한 밭이라면 두 알을 심는다. 거기에 따라 포기 간격도 달라진다. 30센티에서 50센티까지 여러 가지를 고려하여 정한다. 나는 폭 35cm(톱낫1 길이)에 줄 간격 50cm(톱낫1.5 길이)로 심고 있다.
7)뾰족한 곳이 아래로 가도록 심는다. 뾰족한 쪽에서 뿌리가 나기 때문이다. 반대로 심으면 땅콩이 고생을 많이 한다. 다리와 상체를 바꾸려고 말이다. 눕혀 심는 것은 괜찮지만, 절대로 둥근 쪽이 아래로 가게 심으면 안 된다.
8)흙을 덮는다. 2,3cm쯤이 좋다.
8)베어놓은 풀을 덮는다. 그 풀이 부족하면 밭가나 둑의 풀을 베어 덮는다. 그 풀에는 개밀, 그령, 바랭이와 같은 볏과의 풀이 좋다. 장기 일기예보에 비소식이 없으면 풀을 그만큼 두껍게 덮는다.
9)손바닥이나 진압판, 혹은 삼각괭이 등을 써서 가볍게 눌러준다. 비어 있는 공간이 있으면 땅콩이 마르며 싹을 못 틔운다.
10)자주 가서 살펴본다. 땅이 마르지 않도록 해야 한다. 밭이 마르면 싹이 트지 않는다. 혹은 적게 튼다. 새나 들쥐의 움직임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11)모판을 이용한 모 기르기도 함께 한다. 여러 가지 이유로 싹이 안 튼 곳이 생기게 마련이고, 그곳에 심기 위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