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千字文(천자문) - 15
愛 사랑 애
育 기를 육
黎 검을 려
首 머리 수
■ 愛育黎首(애육여수) : 백성을 사랑으로 육성(育成)하니,
臣 신하 신
伏 엎드릴 복
戎 융족 융
羌 강족 강
■ 臣伏戎羌(신복융강) : 융(戎)과 강(羌)도 신하로서 복종했도다.
15. 愛育黎首 臣伏戎羌(애육여수 신복융강)
: 백성을 친자식처럼 아껴 기르면, 모든 오랑캐들도 신하가 되어 엎드린다‘이다
애육(愛育)이란 사랑으로 기른다는 뜻입니다.
여수(黎首)란 검은머리 백성을 말합니다.
당시 농민들은 관을 쓰지 않기 때문에, 논과 밭에서 일하면서 햇볕에 그대로 노출되었으므로, 검을 려(黎)자를 써서 표현한 것입니다. 백성은 나라의 근본이니 마땅히 군왕(君王)은 백성을 위무(慰撫)하고 그들을 육성해 나가는 것이 군왕의 일입니다.
신(臣)이란 신하를 말하는데, 임금을 섬기는 자라는 뜻입니다.
신복(臣伏)은 복종한다는 의미로, 신복(臣服)과 같은 뜻입니다.
융(戎)과 강(羌)은 서방종족(西方種族)입니다.
융(戎)은 서융(西戎)이라고 하며, 강(羌)은 티베트족 계통입니다.
신복융강(臣伏戎羌)은 융(戎)과 강(羌) 족속이 신하로 복종했다는 말입니다.
왜 그들이 신하로서 복종했는냐 하면, 애육여수(愛育黎首)했기 때문입니다.
군왕(君王)이 덕화(德化)로써 백성을 품어 안고 위엄으로 다스리면, 그 덕화가 국경 밖의 이민족(異民族)에게도 미쳐 신하로써 복속해 온다는 겁니다.
춘추전국시대 여러 나라들은 영토를 넓히고 인구를 늘리는 것이 주요 관심사었으며, 애육여수(愛育黎首)가 무척 중요했습니다. 그리고, 이민족을 포용하는 것이 나라를 키우는 길이였으며, 나중에 통일제국을 이룩했던 진(秦)나라는 변방의 나라였는데, 이민족의 비율이 상당히 높았다고 합니다.
■ 愛育黎首(애육여수) [愛(사랑 애) 育(기를 육) 黎(검을 려) 首(머리 수) ]
: 여수 즉 백성을 임금이 사랑하고 양육함을 말한다
解說
서경(書經) 홍범(洪範)에 작민부모(作民父母)라 이른바와 같이 성왕(聖王)은 만백성의 부모로서 인민(人民)을 자식처럼 대하고 아낀다. 애육(愛育)은 사랑하여 길러줌. 여민(黎民)과 같은 뜻인 여수(黎首)는 모인 군중의 검은 머리털 색을 일컫는 것으로 일반 백성을 뜻한다. 대개 새벽녘의 동틈을 여명(黎明)으로 일컬으니 어둠에서 밝음으로 넘어오는 때이다.
'여수(黎首)'는 검은 머리라는 뜻이다. 논과 밭에서 일하느라 살갗이 그을려 까맣게 된 백성들을 상징하는 말이다. 고대 중국에서는 소수의 귀족 계층을 제외한 일반 백성들은 모두 농노와 노예의 신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들은 춘추시대 제후국들의 제후(諸侯)들이 추구한 부국(富國)정책을 위해서 농업 생산에 매달려야 했고, 강병(强兵)정책을 위해서는 전쟁에 '화살받이'로 동원되었다.
춘추시대의 제후들에게 영토와 더불어 인구는 침략과 정복 전쟁의 한복판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었다. 많은 영토와 많은 인구를 가진 제후일수록 농업생산과 전쟁에서 우위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제후들은 영토와 함께 인구를 늘릴 수 있는 방법을 찾는 데 혈안이 될 수밖에 없었다. '애육여수(愛育黎首)'라는 생각 역시 이러한 시대적 필요성 때문에 나오지 않았을까 추측해 본다. 그러나 실제로 제후들에게 일반 백성은 농업 생산과 정복 전쟁을 위해 필요한 존재였을 뿐이었다.
字義
愛(사랑 애)
愛는 爪(손톱 조)와 冖(덮을 멱). 心(마음 심)과 夊(천천히 걸을 쇠)로 구성되며, '손톱 조(爪)'는 어루만지는 손을 뜻하는데, 즉 아기를 손으로 감싸 어루만지며 사랑하는 마음으로 천천히 걸어간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모든 생명은 부모의 사랑을 받아 나오며 진실로 나를 비워 상대를 받아들임이 사람이다. 愛의 자형도 受(받을 수)와 통한다. 受(수)의 한 가운데에 心(심)이 박혀있는데, 글자 아래의 획이 又(또 우)에서 夊(천천히 걸을 쇠)로 바꾼 형태이다. 사람이 은혜를 베푸는 마음을 나타낸 글자다. 모(皃)는 얼굴의 모양(白)에 ‘사람 인(儿)’을 더하여 사람의 생김새를 그린 글자로 '모양 모(貌)'와 동자다. 쇠(夊)는 질질 끌며 느릿느릿 간다는 뜻이다. 따라서 애(愛)는 어떤 것을 사랑하고 귀중히 여겨 사람이 애가 타는 심정을 말한다.
育(기를 육)
育은 充(가득할 충. 채울 충) 아래 儿(어진사람 인. 걸을 인)대신 月(肉육달 월)을 더하여 어미가 어린 생명이 다 자랄 때까지 열 달동안 충실히 몸을 기름을 뜻한다. 초승달로부터 보름달로 커지는 과정(盈:찰 영)으로도 볼수 있다. 充은 태아(儿)가 자궁(厶)속에서 완전히 자라서(一)밖으로 배출되어 나오는 만삭(滿朔)을 가리킨다. '기를 양(養)'은 웃어른을 모시어 음식 이바지를 한다는 말이다. 肉(고기 육 = 月) 변에 아이가 거꾸로 매달려 있는 형태의 글자이다. 고기 육(月)이 부수인 글자는 거의 동물(動物)과 관련이 있고, 그 가운데서도 사람의 신체(身體)를 가리키는 글자가 많다.
맹자(孟子) 이루(離婁) 편에서 이르기를 "올바른 사람은 올바르지 못한 사람을 길러 주고, 재능이 있는 사람은 재능이 없는 사람을 기른다."라고 하는 말이 나온다. 육(育)의 머리 부분은 '아들 자(子)'가 거꾸로 된 모양이다. 이는 거꾸로 갑자기 나온다는 뜻으로 아이가 태어나는 형상이다. 따라서 육(育)은 아이를 낳아서 가르치어 기른다는 의미다. 이아(爾雅) 석고(釋詁)에도 육(育)은 백(伯)과 함께 우두머리 곧 윗사람을 가리키고, 또 기른다는 의미라고 했다.
黎(검을 려)
黎는 두 가지 설로 대별된다.① 漆(옻 칠)에서 따온 것으로 칠흑(漆黑)같이 검은 색. 옻칠을 하면 검은 빛이 반짝반짝 광(윤)이 나는데다가 기장(黍)의 까그라기가 어두운 밤중에 빛나는 데에서 “동트다”는 뜻도된다. ② 黍(기장 서)에다 利(이로울 리)를 줄인 형태. 발음도 利에서 취하였다고 한다. 글자받침인 水는 방위상으로 어두운 북방에 속하므로 검은색으로 표현한다. 사신도(四神圖)에서 북방을 주관하는 신수(神獸)도 현무(玄武)이다. 부수인 黍는 禾(벼 화)와 入(들 입)과 水(물 수) 물을 들이부어 술을 빚는데 가장 좋은 벼과(禾)식물인 기장을 뜻한다. 黎 '검을 려' 신발접착제다. '기장 서(黍)'로 구성됐다. 옛날에는 신발을 만들어 붙이는 데 사용하던 접착제를 기장(黍)으로 만들었다. 따라서 려(黎)는 기장으로 만든 풀이라는 뜻이다. 이아(爾雅) 석고(釋詁)에 려(黎)는 많다는 의미라고 했다. 여기서 많은 사람을 가리키는 백성을 뜻하는 말로 신발접착제(履黏)라는 뜻이 없어졌다. 서경 요전(堯典)에 백성이 평안(平安)을 누렸다는 대목이 나온다. 검다는 의미는 소리가 같은 낱말인 '검은 말 려(驪)' 자에서 가차하여 쓰였다. 주자(朱子)의 맹자집주(孟子集註) 양혜왕(梁惠王) 편에 보면 "려(黎)는 검은 것이다. 여민(黎民)은 머리카락이 검은 사람을 말하는데, 진나라 말의 검은 갈기와 같은 것이다."라고 했다. 검다는 것은 암황색(黧黑)을 일컫는다.
首(머리 수)
首 '머리 수' 머리카락의 모양(巛)을 상형한 글자이다. 이는 틀어 올린 머리의 형태(鬊)를 말한다. 이러한 형상이 바로 천(巛)이다. 首(수) 안에는 自(스스로 자)가 있다. 원래 自(자)는 사람의 코를 가리키는 글자였다. 사람들이 자신을 지칭할 때 손가락으로 자기 코를 가리키기 때문에 나중에 '스스로 자'가 되었다.
순(鬊)은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뜻한다.
순(鬊)과 발(髮)은 분별없이 같이 쓴다.
천(巛)은 산천(山川)의 천(川)이다.
천(巛)은 춘(春)과 소리가 같아서 천(巛)을 빌려와 순(鬊)으로 썼다고 했으니 순(鬊)은 회의문자인 셈이다. 머리는 몸의 맨 위에 있어 '우두머리', '처음'의 뜻으로도 쓰인다.
首는 신체상부의 머리를 본뜬 글자이다. 위의 八을 뒤집은 형태는 머리털 중간의 一은 하나뿐인 머리를 나타낸다. 自(스스로 자)는 얼굴 중심에 자리한데다 가장 긴요한 생명활동인 호흡(呼吸)을 하는 기관인 코를 본뜬 것이다.
■ 臣伏戎羌(신복융강) [臣(신하 신) 伏(숨을 복.엎드릴 북) 戎(되 융. 오랑캐 융) 羌(오랑캐 강.종족이름 강)]
: 위와 같이 나라를 다스리면 그 덕이 굴복하여 오랑캐들까지도 신하로서 복종하게 된다.
解說
앞의 愛育黎首(애육여수)로 인한 대동평치(大同平治)를 설명한 문구이다. 성왕(聖王)이 애민(愛民)정치를하면 이민족들도 이에 감복(感服)하여 상국(上國)으로 섬겨 조공(朝貢)을 바치는 제후국(諸侯國)이 된다는 것이다. 신복(臣伏)은 신하로 자처하여 엎드린다는 뜻이다. 융강(戎羌)은 중원 서쪽의 창을 잘 쓰고 호전적인 융족.양을 치는 유목생활을 한 강족을 말한다.
'융강(戎羌)'은 고대 중국 대륙의 서북쪽에 살았던 유목민족인 융족(戎族)과 강족(羌族)을 말한다. 여기에서는 중국 주변의 모든 오랑캐를 상징하는 말이다.
중국의 세계관은 잘 알다시피, 화이관(華夷觀)이다. 곧 고대 중국이 생각한 세계란, 세상의 중심을 지배하는 한족(漢族)과 한족의 지배를 받아 복종하는 주변의 오랑캐들로 이루어져 있는 세계였다. 이와 같은 세계관의 존재는 신화시대로까지 거슬러 올라가 확인해볼 수 있다.
한족(漢族)의 시조신(始祖神)인 황제(黃帝)는 신(神) 중의 신(神)으로 세상의 중심을 지배하는 중앙신(中央神)이다. 그는 남방(南方)의 신(神)인 염제를 물리치고 또 동쪽 오랑캐의 신(神)인 치우(蚩尤)를 무찔러 천상과 지상 모두를 지배하는 신으로 묘사되고 있다. 한족(漢族)의 신인 황제가 주변의 신들을 제압하고 세상을 지배한다는 신화는 철저하게 중국의 세계관과 닮아 있다.
중국사 특히 황하를 중심으로 발전한 한족(漢族)의 역사는 예로부터 문화나 부족이 자신들과 조금만 달라도 오랑캐로 취급해 왔다. 예를 들어 춘추전국시대 당시 황하에 위치한 중원의 제후국들은 우리가 당연히 고대 중국의 일부라고 생각하고 있는 진(秦)나라를 서쪽의 오랑캐로, 또 초(楚)나라를 남쪽의 오랑캐로 무시해 왔다. 그렇다면 진(秦)나라는 오랑캐로서 중국 대륙을 정복한 최초의 국가가 되는 셈이다.
※참고
예로부터 늦여름 6월(未月)인 소서(小暑), 대서(大暑)와 초가을 7월(申月)의 입추(立秋)절기를 전후로 세 차례 경일(庚日)을 정하여 초복,중복,말복 즉 삼복(三伏)이라 하였다. 가을 금기운이 여름 불기운에 맞닥뜨림(火克金)을 피하고자 坤土(땅 속)에다 庚金을 세차례 은복(隱伏)시키는 것이다.(火生土, 土生金). 오행으로 볼 때 경(庚)은 단단하게 여문 곡정(穀精)으로서 양금(陽金)에 속하며, 부드러운 음토인 未와 강한 양금인 申은 서남방의 坤(=未土+申金)을 지칭한다. 선가(仙家)의 금단(金丹)도 ‘삼복경금(三伏庚金)’의 혁성(革成)과 관계된다.
字意
臣(신하 신)
臣은 임금 앞에서 무릎을 꿇은 신하의 모습으로서 임금을 도와 정사를 논의하고 백성을 위해서 노력하는 벼슬아치를 말한다. 巨(클 거)의 상하에 丨을 끼운 형태이므로 지붕을 받치는 큰 동량(棟梁;용마루와 들보) 즉 국가를 떠받치는 막중한 역할을 맡은 이가 신하라는 뜻도 된다. 巨는 직각자(자 막대기)와 그 손잡이를 본뜬 것으로 본래는 목수가 잣대를 이용하여 큰 물건을 만들어낸다는 뜻이다. 그 부수도 만듦을 뜻하는 工(만들 공, 장인 공)이다. 臣 '신하 신' ‘끌다’라는 뜻이다. 군왕(君王)을 섬기는 사람을 말하며, 사람이 꿇어 엎드려 복종하는 모양을 상형했다.
중국 후한(後漢) 때에 유학의 경서에 관한 해석을 정리하여 엮은 ‘백호통의(白虎通義)’에서는 "신(臣)은 단단하게 묶는다는 뜻인바, 뜻을 품고 스스로 굳게 지키는 것이다."라고 했다. 예전에는 싸움에서 이겨 포로를 잡으면 묶어서 데리고 와 노비로 삼았다. 따라서 고대에서 사용한 신(臣)의 의미는 피지배(被支配) 계층을 가리키는 말이었으나, 뒤에 신하라는 뜻으로 활용됐다.
伏(숨을 복.엎드릴 북).
伏은 人과 犬(개 견). 주인 곁에 개가 납작 엎드린 모습인데, 자신을 낮추고 주인에게 충심으로 순종함을 뜻한다. 그 발음과 의미가 服(옷 복 ? 따를 복, 복종할 복)과 상통한다.
伏 '엎드릴 복' 살핀다는 뜻이다. '사람 인(人)'과 '개 견(犬)'으로 구성됐다. 개가 사람 옆에 붙어서 살피는 형상을 나타냈다. 사(司)는 밖에서 일을 맡아 관리하는 신하를 말한다. 자형은 후(后)를 좌우로 뒤집은 모양이다. 외(外)는 군주와 견주어 하는 말이다. 군(君)은 안에 있고, 신(臣)은 밖(四方)에서 일을 애써 주선한다. 따라서 사(司)는 후(后)를 좌우로 뒤집은 모양을 띤다.
시경 정풍(鄭風)에 "나랏일을 올바르게 주관하네."라는 데서 사(司)는 어떤 일을 주재한다는 말이다. 어떤 일의 중심이 되어 주재하면 꼭 후과를 생각하여 자세히 살펴보기 마련이다. 예전에는 '살필 사(伺)' 자가 없었으므로 사(司)가 바로 사(伺)다. 따라서 복(伏)은 살핀다는 뜻이다. 그리고 후(后)는 국가의 통치를 이어가는 군주라는 뜻이다. 사람의 모양을 그렸다. 고문헌(古文獻)에 보면 원래 복(伏)은 제사를 가리키는 말이었다. 사기(史記) 봉선서(封禪書)에 이러한 구절이 있다. “진 덕공 2년에 복사를 지냈다.”
戎(되 융. 오랑캐 융)
戎은 戈(창 과)와 十(열 십). 창을 들고 있는 여러 사람 즉 군사를 의미하며, 창을 잘 쓰고 중원 땅을 자주 침범하였던 서쪽 이민족을 이른다. 관련글자로 十대신에 卄(스물 입)을 넣은 戒(경계 계)가 있다.
戎 '오랑캐 융' 손에 무기를 들고 있는 병사를 나타낸 글자이다. '창 과(戈)'와 '갑옷 갑(甲)'으로 구성됐다. 따라서 사람이 사용하는 병기라는 뜻으로 쓰였다. 과(戈)와 극(戟)은 구부러진 모양의 무기(句兵),
모(矛)는 찌르는 무기(刺兵), 수(?)는 내리치는 무기(?兵)를 뜻한다. 극(戟)은 찌르고 당길 수 있는 무기이다. 당기고 내리칠 수 있는 무기는 과(戈)다. 따라서 융(戎)은 창을 잘 쓰는 종족이라는 뜻이다. 이아(爾雅) 석고(釋詁)에 융(戎)은 홍(弘)과 같이 크다는 뜻이며, 석언(釋言)에는 서로 돕는다는 의미라고 했다. 戎(융)이라는 민족은 몽고지방의 유목민(遊牧民)으로 고대로부터 끊임없이 한족(漢族)을 괴롭혔다.
羌(오랑캐 강.종족이름 강)
羌은 羊(양 양)과 ?(걸을 인). 양치는 목동. 양을 치는 서쪽의 유목민족을 일컫는다. '양 양(羊)'과 '어진 사람 인(儿)'으로 구성됐다. 羌族(강족)도 중국 서쪽에 살던 유목민으로 戎族(융족)과 마찬가지로 한족(漢族)을 괴롭혔다. 이 오랑캐들을 평정하는 왕이 나타나길 늘 고대(苦待)했다. 따라서 이상향(理想鄕)이었던 고대(古代)의 선군(善君)들은 이들 오랑캐를 잘 다스려 마음으로 승복(承服)하게 했다는 뜻입니다.
인류의 역사는 진정 이미 정해진 궤도에 따라 발전하는가?
실증사학(實證史學)을 넘어 지금까지 전해오는 수많은 신화와 전설이 말하는 역사의 진실은 무엇인가? 모르면 몰라도 지난 역사를 되돌아보면 지금까지 수많은 선철(先哲)들이 말한 예언은 그대로 역사적인 사실로 실현됐다. 사람들은 신화와 전설을 믿으려 하지 않지만 오늘날 과거의 인류가 남긴 많은 문물과 전적(典籍)은 이를 넉넉하게 증거하고도 남는다. 반고(盤古)가 천지를 개벽하고, 세상에 만물이 생겨난 후 천상의 신들이 내려와 자신을 모방하여 사람을 만들었다. 그러나 막 만들어 낸 이러한 사람은 우주와 생명과 인간세상을 감당하는 인식능력이 전혀 없었을 뿐만 아니라 더구나 지금의 사람과 같은 논리적인 사상은 상상할 수조차 없었다. 따라서 사람들이 삶의 지혜를 지니고 세상을 올바르게 살아갈 수 있도록 각종 지식과 문화를 가르치기 위해 천상에서 신이 내려와 인간과 공존했던 것이다. 이러한 고대의 삼황오제(三皇五帝)시대에 신(神)과 인간은 서로 군신(君臣)과 신민(臣民)의 관계를 맺으면서 함께 각종 문화를 일구었던 것이다. 그런즉 신처럼 초인적인 능력을 지닌 임금이 백성을 소중히 여겨 양육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고대인들이 신(神)을 믿고 공경하며, 신이 가르쳐준 사람의 도리를 지키는 일은 지극히 마땅한 것이다. 다만 신화의 내포를 이해할 수 없는 현대인들이 신화를 단지 원시인들의 소박한 상상세계로 치부할 뿐이다. 하지만 사람이 믿지 않는다고 해서 진실이 왜곡될 수는 없는 노릇이라는 것만은 분명하다.
천자문(千字文) 제15연(聯)의 愛育黎首 臣伏戎羌(애육여수 신복융강)는 중국의 同和(동화) 정책을 널리 알리는 내용이다. 애육여수(愛育黎首)에서 黎首(여수)는 사람들의 머리라고 해석된다. 사람들이라면 일반 백성(百姓)들을 말하는 것이다. 愛育(애육)은 아끼면서 기른다는 뜻이다. 人民(인민)을 사랑하며 기르니 그 덕화는 온 누리에 미쳐 이민족까지 신하로서 복종한다는 것이다. 신복융강(臣伏戎羌)은 그 원수(怨讐) 같은 戎族(융족)과 羌族(강족)도 선한 정치를 베푸는 왕들 앞에서 다투어 무릎을 꿇고 신하(臣下)가 되기를 자청했다는 것이다. 明君(명군)이 천하를 다스릴 때에는 백성들을 사랑하고 기르기 때문에 德化(덕화)가 널리 미쳐 국경 밖의 蠻族(만족)들까지도 신하로서 스스로 복종하게 된다는 말이다. 덕화가 미치면 이민족이 무더기로 이사를 와서 살기도 한 역사가 바로 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