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빨리, 잘 읽으려면?
수학능력 시험과 논술에 잘 대비하기 위해서는 우선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 폭넓은 독서는 논술고사 이외에도 교양을 높이고 또 다른 과목을 성적을 높이는 데도 크게 기여한다. - 예를 들면 영어의 통박 실력도 향상시킨다. - 그러므로 여기에서는 책을 더 잘 이해하며, 더 빨리 읽을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대부분의 중고등학생들은 10년 이상 책을 읽어왔다. 그러므로 ‘책을 잘 읽을 수 있느냐?’는 질문은 뜬금없어 보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독서를 효율적으로 하는 학생은 그리 많지 않다.
대부분 학생들의 책 읽는 습관 중 첫 번째 문제점은, 어떤 목적으로 어떤 책을 읽든, 항상 똑같은 방법과 똑 같은 속도로 읽는다는 것이다. 교과서만 공부할 때는 그것은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앞으로는 다양한 내용의 책을, 서로 다른 목적으로 읽어야 할 것이므로, 먼저 독서의 목적을 잘 알고 그 목적에 따라 적합한 독서방법을 선택해야 한다.
두 번째로 지적할 점은, 많은 학생들은 자신도 잘 모르는 독서의 장애 요인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장애 요인은 독서의 속도를 매우 느리게 한다. 여기에서는 그러한 장애 요인을 알아보고 그것을 제거하는 방법을 알려줌으로써 앞으로 좀 더 빨리 책을 읽을 수 있도록 돕고자 한다.
끝으로, 어휘력, 시력 등 독서에 영향을 주는 몇 가지 요인을 살펴보겠다.
1. 목적에 적합한 독서법
학생들은 어떤 책을 읽을 때, “이제부터 이걸 읽어야지!” 하면서 첫 페이지, 첫 문장부터 읽어나가기 시작한다. 똑같은 방식으로 영어책도 읽고, 국사책도 읽고, 소설책도 읽고, 화학책도 읽는다. 이렇게 모든 종류의 책을 똑같은 속도, 똑같은 방식으로 읽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독서의 속도와 방법은 독서의 목적에 따라 달라야 하는데, 특히 중고등학생의 경우는 같은 내용을 서로 다른 목적 하에 몇 번 씩 읽어야 할 때가 많다. 말하자면 읽기 전에 읽는 목적을 분명히 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물론 그 목적에 따라 매번 다른 방법과 다른 속도로 읽어야 한다.
이제부터 각기 다른 독서 목적과 그에 적합한 독서 방법을 설명하겠다. 숙달된 독서가는 그 독서물의 내용과 독서 목적에 따라 매우 다양한 방법으로 책을 읽는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1) 훑어 읽기
훑어읽기는 읽어야 할 독서물을 매우 빠른 속도로 드문드문 보아나가는 것을 말한다. 한 단락, 한 페이지에서 중요한 문장을 하나 정도씩 골라 읽어서 책 전체를 빨리 훑어보는 것이다. 훑어읽기는 주로 다음과 같은 목적이 있을 때 한다.
① 특정한 질문의 답을 찾고자 할 때. 예를 들면 어떤 역사적 사건이 일어난 연대나, 그 사건과 관련된 사람의 이름, 그 사건이 일어난 장소 등을 알아보고자 할 때 훑어 읽기를 한다. 시험을 보고 난 후 교과서에서 답을 찾아보는 경우가 그 예이다.
② 그 독서물의 전체적인 윤곽을 알아보고자 할 때. 예를 들면 어떤 주제에 대한 저자의 기본적인 견해를 알아보려고 그 견해를 요약해 주는 핵심적인 한 두 단락을 찾을 때나, 또한 이 책이 전반적으로 어떤 방향으로 쓰여졌는지, 그리고 이 책은 읽기에 얼마나 어려운지 등을 알아보고자 할 때도 훑어 읽기가 편리하다.
(2) 빨리 읽기
빨리 읽기는, 비록 간혹 가다가 건너뛰면서 읽기는 하지만, 모든 글줄을 거의 다 읽는다는 점에서 훑어보기보다는 훨씬 더 꼼꼼히 읽는 방법이다. 빨리 읽기는 다음과 같은 경우에 사용된다.
① 잡지나 소설 등의 흥미 위주의 독서물
② 자세한 모든 정보가 요구되지 않을 때, 즉 학교 숙제를 할 때처럼 전반적이고 기본적인 생각을 찾아보아야 할 때
(3) 교과서 읽기
교과서를 공부할 때는 앞의 2 가지 방법보다는 훨씬 더 꼼꼼히 책을 보아야만 한다. 먼저 책을 전체적으로 훑어보아야 하고, 그 다음에 알아보고자 하는 의문과 호기심을 갖고, 그 의문의 답을 찾기 위해 책을 꼼꼼히 읽어야 하며, 또 그 답을 요약해 보고 전체적으로 체계를 잡아야 한다. 교과서 읽기는 다음과 같은 경우에 한다.
① 중심적인 생각을 찾아내고, 그 중심적인 생각을 뒷받침하는 여러 가지 증거를 알아보아야 할 때
② 사건의 진행 순서를 외워야만 할 때
③ 책의 중심적인 생각을 요약하고, 그것을 시험을 위해 기억해야만 할 때
(4) 꼼꼼히 읽기
꼼꼼히 읽기는 그 독서물의 모든 세부 사항에 주의를 집중하고 읽는 방법을 말한다. 다음과 같은 경우에는 꼼꼼히 읽어야 한다.
① 수학 문제를 푸는 방법이나 화학 반응식을 공부할 때처럼 그 지시나 순서를 정확히 따라야 할 경우
② 외국어를 읽고 번역할 때
(5) 판단하면서 읽기
어떤 경우에는 책을 읽으면서 평가와 판단을 할 것이 요구된다. 이런 경우에는 내용의 단순한 기억이나 이해만으로는 충분치 못하다. 읽으면서 생각을 많이 해야 하는 것이다. 논술이 대표적인 예가 되겠다. 다음과 같은 경우에 특히 판단을 하면서 읽기가 요구된다.
① 사건의 진행으로 보아 다음에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가를 예측해야 할 경우
② 다른 저자들의 상반된 의견을 비교 검토해야 할 경우
③ 제시된 증거에 비추어 저자의 결론을 평가하고, 그의 결론의 타당성을 판단해야 할 경우
지금까지는 독서 목적에 따른 다양한 독서 방법에 대하여 설명했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것으로서 앞으로 독서할 때는 먼저 독서 목적을 잘 알아 그에 적합한 방법을 선택하고 사용하는 일에 익숙해져야 할 것이다.
2. 빨리 읽는 방법
이제부터는 같은 내용이라도 좀 더 빨리 읽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하여 간략히 설명하겠다. 학생들은 일반적으로 몇 가지 빨리 읽는 것을 방해하는 요인을 가지고 있는데 그것을 없애야 한다.
(1) 소리를 내지 말고 읽어야 한다.
소리를 내면서 읽을 경우 1분에 100 ∼ 125 개의 단어를 읽을 수 있으나, 소리를 내지 않고 묵독을 할 경우 어려운 교과서는 1분에 240 단어 이상, 쉬운 책은 1분에 600 단어까지 읽을 수 있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은 크게 소리는 내지 않더라도 소리를 내고 읽을 때와 마찬가지로 입속에서 중얼거리거나, 입술이 오물오물 움직이거나, 목청이 떨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빨리 읽으려면 이러한 모든 움직임을 제거해야 한다. 그러려면 독서할 때 입술에 손가락을 대서 입술이 움직이는가를 알아보고 만약 움직인다면 계속 손가락을 입술에 대고 독서하여 그러한 움직임을 억눌러야 한다. 또 혀를 위, 아래 이로 가볍게 물고 독서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이러한 장애 요인을 없애야만 읽는 속도가 빨라지니 스스로 그러한 현상을 제거하려고 계속 노력해야 한다.
(2) 손가락, 연필 등으로 글줄을 추적하지 말라.
간혹 책을 읽을 때 글줄을 어길까 염려해서 손가락이나 연필 등으로 글줄을 따라 짚어가며 읽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은 속독에 방해가 된다. 눈의 움직임은 손의 움직임보다 훨씬 빠르기 때문에, 눈이 손의 움직임을 따라가려면 자연히 독서의 속도가 늦어진다. 그러므로 이러한 행동도 하지 말아야 한다.
(3) 머리를 움직이지 말고 눈동자로만 따라 읽는다.
문장을 따라 머리를 좌우로 움직이게 되면 안구운동이 늦어지므로 독서 속도도 그만큼 늦어진다. 그러므로 책의 페이지의 중간에 시선을 고정시키고 눈동자만 움직여야 한다.
(4) 눈을 자주 멈추거나 한 곳에 너무 오래 멈추지 말라.
우리는 책을 읽을 때 자신의 눈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알 수 없다. 그러나 아이 카메라(eye camera)로 독서 때의 안구운동을 찍어보면, 우리의 눈은 글줄을 따라 옆으로 움직여 나가다가 잠시 멈추고, 또 움직이다가 멈추고 하는 동작을 반복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학자들에 연구에 의해, 눈은 멈추어 있을 때만 대상물을 볼 수 있고, 움직일 때는 볼 수 없다는 것이 밝혀졌다. 최소한 책을 보고 이해하려면 한번 멈추어 1/5초의 시간이 필요하다. 한번 멈추어 1/5초 이전에 다시 움직여서도 안 되지만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너무 자주 멈출 뿐 아니라, 필요 이상으로 너무 오랫동안 멈추어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렇게 눈동자가 한 군데에 오래 머물러 시간을 낭비하는 것을 교정해야 한다. 이럴 경우 독서 시간의 1/3이상을 줄일 수 있다.
(5) 한번 읽은 곳에 다시 눈을 돌리지 말라.
독서 중의 안구운동을 아이 카메라(eye camera)로 찍어보면 글줄을 따라 앞으로 움직여 나가다가 수시로 이미 읽었던 앞부분으로 되돌아가는 것을 발견한다. 독서를 잘 못하는 사람은 앞으로 되돌아가는 일이 매우 잦다. 이러한 회귀현상이 일어나는 이유는, 뚜렷한 목적을 가지지 않고 독서를 하기 때문에 주의집중이 되지 않아서이다. 글씨는 보지만 그 단어의 의미는 파악하지 못하고 안구운동만을 계속하므로 이러한 회귀현상이 일어난다. 이러한 나쁜 습관은, 독서하기 전에 미리 목적을 분명히 하고, 주의를 집중하여 읽고, 스스로 그러한 현상을 없애려고 노력하면 제거할 수 있다.
(6) 인지의 폭(Recognition Span)을 넓혀야 한다.
한 눈에 볼 수 있는 단어의 수를 인지의 폭이라고 하는데 한 눈에 단어를 하나씩만 본다면 인지의 폭은 한 단어가 되며, 두 개, 세 개를 본다면 폭이 그만큼 넓게 되는 것이다. 책을 잘 읽는 사람들은 대개 인지의 폭이 넓다. 단어를 하나 하나 본다면 눈이 멈추는 시간이 길어진다. 그러나 인지의 폭이 두 단어라면 독서의 시간이 반으로 준다. 바꾸어 말하면 같은 시간에 두 배를 읽을 수 있다. 인지의 폭과 더불어 알아야 할 것은 몇 개의 낱말을 아무렇게나 뭉쳐서 보는 것이 아니라 ‘사고의 단위’로 잘라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사고의 단위란 이를테면 ‘형용사 + 명사’, ‘명사 + 동사’, 또는 ‘명사구’ 등과 같이 하나의 생각을 표현하기 위해 두 세 개의 단어가 결합되어서 이루어진 단어군을 말한다. 사고 단위 별로 인지의 폭을 넓히려면 의식적으로 의미가 통하는 몇 개의 단어를 한꺼번에 읽는 훈련을 계속 쌓아야 한다. 그러나, 대개는 좋아하는 책을 많이 읽기만 하면 이런 훈련은 저절로 되기 마련이다.
(7) 모르는 용어는 문맥에서 이해하도록 한다.
책을 읽어 나가다가 모르는 단어와 용어가 나오면 그것을 일일이 사전에서 찾아보려고 하지 말고, 일단 문맥을 통해서 이해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 문맥을 통해서도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없고, 또 그것이 아주 중요한 것일 때에는 물론 그냥 넘기지 말고 반드시 사전을 찾아 정확한 뜻을 알아두어야 하지만, 모르는 용어가 나왔다고 해서 그 뒤를 더 읽어볼 생각도 하지 않고 곧장 사전을 찾으면 그만큼 읽는 속도가 느려진다.
(8) 중요하지 않은 것은 대충 보아 넘겨라.
앞에서도 이미 자세히 언급한 내용이지만, 읽는 목적이나 내용에 따라 읽는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 잡지나 대중 소설을 읽는다거나 혹은 대략적인 정보를 얻으려고 할 때에는 책에 쓰여 있는 것을 일일이 다 읽을 필요가 없다. 이럴 때는 정성들여 차근차근 읽기보다는 문맥을 이해할 정도로 대충 읽거나, 혹은 중요한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을 가려서 필요한 것만 읽어 가는 것이 좋다.
3. 독서에 영향을 주는 기타 요인
지금까지 빨리 읽는 데 방해가 되는 요인을 중심으로, 그 방해요인의 제거를 통한 속독의 방법을 알아보았다. 이제부터는 역시 독서에 영향을 주는 기타의 요인들을 간단히 살펴봄으로써 이 장을 마칠까 한다.
첫째, 어휘력을 늘리는 것이 필요하다. 보다 많은 단어와 용어의 의미를 보다 정확하게 알고 있으면 그만큼 빠르고 정확하게 글을 읽어 나갈 수가 있다. 성적이 좋은 학생들은 그렇지 못한 학생들에 비해서 어휘력이 풍부한 편이다. 그러므로 여러분은 항상 사전을 곁에 두고 새로운 단어나 애매한 어휘에 부딪치면 그 뜻을 찾아서 잘 기억해 두는 것이 좋겠다. 전문용어의 경우에는 특히 그러하다. 전문용어란 각각 분야에서 사용하는 특수한 의미를 표현하는 어휘들이다. 생물, 화학, 물리 등의 과학 분야에 특히 많으나, 문학, 역사, 사회, 지리 등의 사회 과목에도 그 분야마다의 전문 용어가 있기 마련이다. 자주 사용되지 않는 전문 용어들은 도서관에 있는 큰사전에서 그 뜻을 찾아 볼 수 있다.
둘째, 책의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읽고 있는 내용의 바탕이 되는 사회문화적 배경에 대해서도 이해가 있어야 한다. 특히 외국인이 쓴 글을 읽거나, 외국말을 들을 때는 특히 이 점에 유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 어떤 글이든 필자가 속해 있는 사회문화적 배경의 토대 위에서 쓰여지기 마련이다. 특히 이러한 영향을 많이 받게 되는 인문, 사회과학 분야의 글이나 말은 그러한 배경적인 사실이나 여건을 이해하지 못하면 내용을 겉핥기로 밖에 이해하지 못하는 수가 많다.
마지막으로 지적하고 싶은 것은 시력을 검사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시력은 독서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조건이다. 그러므로 여러분은 혹시 안경이 필요 없는지, 또는 지금 쓰고 있는 안경이 과연 시력에 맞는 것인지 전문의에게 가서 종종 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 만일 안경을 쓸 필요가 있는데도 안 쓴다거나 또는 도수가 맞지 않는 안경을 쓰고 있으면 독서 시에 쉽사리 피곤을 느껴 싫증이 나게 되고 그 결과로 자연히 독서능률도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경남대 김원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