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5일째, 아침에 일찍 한시간 운동하면서 땀을 빼고 남아 있는 사그레스 보헤미아 맥주를 한캔 던지니 행복해 진다. 07:00 호텔에서 출발, 모로코는 우리와는 9시간 늦다. 고대 도시 페스로 5시간이 더 걸린다고 한다. 주택은 노후해 보이고 탕해르 외각에 7~8층 정도 아파트 건설이 많이 보였다. 모로코는 국가 재산의 80%가 국유이고 경찰과 공무원이 월 200불 정도의 임금이라고 한다. 가죽 염색 종사자가 500불 정도의 고임이지만 지독한 냄새와 힘든 노동으로 인해 많은 것도 아니란다.
모로코는 북 아프리카의 보석으로 넓고 비옥한 땅과 다양한 농산물로 수출한단다. 그런데 국민들은 왜 힘들게 살겠는가, 결국은 왕정 정치로 정치와 관료들의 부패로 부가 집중되고 힘없는 서민들은 어렵게 하루하루 연명하는 모양새가 아니겠는가. 대서양 바다를 오른쪽에 끼고 버스는 힘차게 달린다. 완만한 능선형의 밀밭이 끝없이 펼쳐저 있고 소나무가 보이고 백년초 올리브 나무가 보인다. 스페인과 포루투칼과 비교해도 하나도 꿀릴것 없는 비옥한 땅을 가지고도 국민은 헐벗고 굶주림에 시달려야 하는 모습은 안타까움 그 자체다.
스페인과 포르투칼에 비해 다른점이 있다면 두 나라는 양과 소를 방목하는 모습에 비해 모로코에서 양 10~30마리에 양치기 사람이 한명씩 꼭 따라붙는 모습이다. 이 모습을 보면서 잘 살고 못사는 단적인 예가 아닌가 생각된다. 구멍가계와 기업의 차이라고나 할까. 밀밭과 군데군데 갈아 엎어놓은 흑과의 색대비가 아름다운 곡선으로 하여금 한층 더 아름다운 모습이다. 이동하는 버스 속에서 아름다운 바깥 풍경을 보면서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누르면서 여행자로서 행복감에 사로잡혀 본다.
12:00 고대 도시 페스에 도착, 점심은 ‘꾸시꾸시’로 밥과 닭 야체와 함께 먹는 전통음식이다. 다른 분들이 갖고 온 소주를 겯들여 먹으니 시장끼가 있어 그런지 맛있게 먹었다. 걸어서 미로도시 페스로 이동하였다. 동굴같은 골목이 끝없이 이어져 있고 좁은 골목길 양편에 가계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어 여기 사는 사람들도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길을 잊어 먹기 십상이겠다. 9,400개의 미로가 연결되어 있는 페스는 유네스코에 지정되어 있으며, 인구 50만명이 살고 있는 1200년 전에 만들어진 고대 도시이다.
어느 정도 미로인가는 우리가 페스 입구에 도달하니 페스 현지 가이드 두 사람이 한 사람은 앞장을 서고 한 사람은 중간에서 방향을 제시해 주기도 하고 수정해 주었다. 어쩌다 마차와 마주치면 벽으로 붙어야 하고 사람과 마주쳐도 한쪽으로 비켜서면서 지나가야 한다. 어떻게 이런 곳에서 50만명이 1200년전의 주거 환경에서 지금까지 살고 있는지 궁금중과 함께 이네들의 사고방식을 추론해 볼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빨리빨리 문화에 익숙한 우리네 사고방식으로는 이해가 불가능한 부분이 있기도 하다.
하여튼 이런 문화를 보존해 온 이 사람들의 노고에 찬사를 보내고 앞으로 이네들이 불편함을 감수하고 이어온 부분에 대해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충분히 보상을 받았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였다. 잠시 들렀다가 둘러보는 이방인들이야 생소한 문화에 호기심으로 잠시 바라보는 것이지만, 한결 같은 마음은 이곳이 변하지 않고 앞으로도 이어 갔으면 하는 마음은 모두가 같으리라 생각된다. 아주머니가 바닥에 쭈구리고 앉아 아르간 오일을 얻기 위해 돌멩이로 열매를 깨고 있는 모습에 무턱대고 카메라를 들이대 사진 찍기에 몰두한 나.
(아르간 열매를 깨고 있는 모습)
(가죽염색 하는 모습)
페스에서 나와 버스를 타고 이동한다. 사실 이곳 모로코에 와서 깨달은 것은 나에 대한 무지를 반성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아프리카 하면 사막과 함께 굶주리며 어렵게 사는 흑인들을 생각하였지만 모르코는 비옥한 땅을 가지고 어마어마하게 넓은 대지에 밀밭과 과일 나무 초지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이런 땅을 가지고 이들이 풍요롭게 살지 못하는데는 결국 왕정 국가로 인해 부가 권력을 쥐고 있는 일부만이 소유함이라. 그리고 넓은 밀밭이 완만한 능선형이라 아마도 하늘이 풍작과 흉년을 결정할 것 같다.
하염없이 달려서 모로코의 수도 라바트에 도착하였다. 이곳은 왕이 살고 있으며 인구 200만명이 살고 있는 정치 행정의 신도시라고 한다. 이곳에 오다보니 길가에 희귀한 송로 버섯을 좌판을 펴고 팔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kg당 500유로 하는 송로 버섯을, 아마도 송로 버섯은 이들에게 황금과 같은 것일 것이다. 라바트에서 왕족들 무덤이 있고 만들다만 탑이 있는 곳에서 30분간 머물렀다. 마침 국기 하강식이 거행되기에 여러 사람들이 몰려 있어 우리도 가서 잠깐 구경하였다.
17:17분 카사불랑카로 출발이다. 버스속에서 지루함을 달래려고 뽀루투 와인과 사그레스 맥주와 섞어 나누어 마셨다. 뽀루투 와인은 달달한 와인이라 맥주와 섞어도 훌륭한 맛을 나타내는 것 같았다. 사실 뽀루투 와인에 대한 정보를 얻다가 맥주와 섞어도 좋다는 말을 듣고 섞어 마셔보니 내 입에도 괜찮았다. 술 냄새가 난건지 앞에 앉아 있던 인솔가이드가 와서 술 드시다 화장실 가고 싶어도 못 간다고 엄포를 놓는다. 술꾼이 화장실 무서버 좋아하는 술을 마다하겠는가.
17:50분, 바다가 보이기 시작하고 바다를 끼고 버스는 열심히 달린다. 차창 밖에서 들어오는 석양빛이 강하게 들어와 우측 얼굴이 화끈거린다. 조금있다 석양빛이 바다속으로 자취를 감추고 우측에 도시가 두둥 나타난다. 500만명이 살고 있고 주변에 700만 명이 살고 있는 모로코 경제의 70% 점유하고 있는 카사불랑카다. 호텔에 도착, 식사후 아내와 시내 쇼핑을 나가게 되었다. 시내를 걷고 있는데 내가 카메라를 손에 들고 흔들면서 걷는 모습을 보고 젊은 친구 한명이 카메라를 그렇게 들고 가면 누군가 나꿔챈다는 모션으로 경고를 하였다.
너무 늦은 시간에 카사불랑카 시내를 다닐려니 가이드의 경고와 집사람이 너무 멀리 가지말자고 재촉을 하기에 두 불럭 정도 갔다가 좌측으로 꺽어 걷다가 슈퍼에 들러 이것저것 둘러보고 아르간 오일이 있어 가격을 물어보니, 가이드가 말한 금액과는 엄청난 차이가 있었다. 초콜렛도 가격이 싸다고 구입하자고 하니 믿을 수 없다고 그냥가자고 한다. 사실 모로코를 떠나면서 후회를 하였음이다. 포르투칼이나 스페인보다 경제력이 훨씬 떨어져 생필품 가격에 차이가 많을 것이기 때문이였다.
조그마한 가계에 더 들어가 보았지만 내 관심사인 술은 어디에도 없었다. 모로코는 이슬람 국가이기에 술을 아무곳에서나 팔지 않는 모양이였다. 조금만 일찍 카사불랑카 시내를 둘러볼 수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치안이 불안하다는 말과 카메라 조심하라고 한 현지인의 경고에 주눅이 들어 여기저기 헤집고 다닐 형편도 안됐다. 호텔에 돌아와 비축해 놓은 와인 한 병을 던질려니 집사람이 핀잔을 주었지만, 이번 여행의 주 관심사인 와인 시음은 나만의 행복감에 잠시 젖어 들다가 내일을 위해 잠자리에 들었다.
첫댓글 다음 일정이 기대됩니다...
썬그라스가 멋지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