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푸나무>를
드디어 만들어 보려 합니다.
* 거창하거나 세세하면 아무 일도 되지 않겠기에, 밑그림이 될만한 몇
가지 큰 줄기만을 생각하며 잡지 기획을 시작하려 합니다.
1.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잡지를 만든다.
물론, 가난하다는게
싸구려를 의미하지 않습니다. 부유함의 어둠에 잠긴 세상에 <친정>과 <푸나무>가
지닌 가난의 빛을 전달하기 위해 ‘현명한’ 가난을 전략적으로
부려보는 일에 힘써야 하겠습니다.
2.
다른 권위는 없다. 우리가 권위가 된다.
누군가의 눈치를 보거나, 세상의
인정을 기다리기엔, 이제 우리 나이 조금 깊지 싶습니다. 눈치
볼 것 없이, 인정받기를 기다릴 것 없이, 우리가 먼저 좋은
권위가 되어 다른 이들을 도울 수 있는 잡지가 되도록 ‘도발’해
보려는 마음이 중요하겠습니다. <친정>사람들을
찾아내고, <푸나무>같은 이들을 도울 수 있는
장소로 하나의 매체가 성장할 수 있도록 여러 모로 궁리를 해야 하겠습니다.
3.
그저 은은하게, 그저 오래.
인상적인 잡지 한 번 내고 숨을 헉헉대다가 마는 꼴이 되기보다는, 민망하리만치 허술한 모양새로라도 좀 길게 가보면 좋겠습니다. 그러자면, 정신적, 육체적, 재정적
면에서 힘을 잘 배분하여 하겠고요. ‘일’이라고 생각하면
부담도 되고 기운도 빠지니, 평생 동안 쉬엄쉬엄 놀이삼아 할 수 있는 소일거리 하나 잡았다고 여기는
정도에서 ‘조금만’ 기운을 썼으면 좋겠습니다. 옛 공부의 말로 해보자면, 영화적 특수성보다는 연극적 충실성에 기반한
공부의 한 갈래로서 이 잡지가 별 탈 없이, 무리 없이 태어나고 자라갔으면 좋겠습니다.
* 앞으로의 일들, 일정들.
지금 현재 친정에서 활동 중인 고월과 부용 그리고 저, 세 사람의
공부를 우선 모으려 합니다.
‘고월의 그림과 부용의 시와 저의 글’이라는 도식에 갇힐 필요는 없겠습니다. ‘고월의 시, 부용의 글, 저의 그림’도
좋고, ‘고월의 글, 부용의 그림, 저의 시’도 좋겠지요. 그
모든 매체가 아닌 제4,5,6의 매체여도 좋겠고요. 무엇이 되었든, 어떤 방식이든, 지금 각자의 형편에서 가장 수월하게 잡을 수 있는 매체를 통해 소통하는
편이 좋다는 생각이 듭니다.
5월까지 한분마다 3~7편의
‘무언가’를 이곳 친정에 전해 주시면,
그것을 토대로 6월에 짧은 편집을 거쳐 올 상반기 안에
<푸나무>창간호가 나올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현재의 계획입니다. <푸나무> 창간호를 위해 새로이 작업을 진행하시기 보다는, 기존 작업이나 작품들을 <푸나무>라는 이름으로 회집시켜보는 방식을 통해 부담을 최소화 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세부사항이나 구체적인 진행사항은 이곳 게시판을 통해 차차 이야기 나누시기로 하지요.
전적으로 저의 제안일 뿐이니, 이 거칠고 무모한 제안을 다른 말씀들로
매끄럽게 만들어 주십시오. 이메일 소통이 번거로우시면 카톡이나 전화로 의견주셔도 좋습니다. 제가 갈무리 하여 이곳에 다시 올려놓겠습니다.
‘첫 술에 배부르랴’는
말이 있지만, 우리의 경우, 첫술에 배가 부를 것임을 믿습니다.
<친정>, <푸나무> 화이팅!
첫댓글 모퉁이극장 대표이신 려장은 부러 호출하지 않았습니다. 모퉁이가 우선 잘 살아야 친정도 잘 살겠으니, 모퉁이의 바쁜 일상에 더 큰 짐을 지울 수 없음입니다. 그럼에도 친정의 모퉁이, 려장의 개입과 조언이 어디선가 오신다면 그야말로 가뭄의 단비마냥 큰 기다림이자 반가움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