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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중반 연애 호구에서 벗어나고 시작했던 여성만나기 연습 들뜬 기대감과 새로운 세계에 대한 희망을 안고 출발했다.
지금 보다 더 멋진 사람이 되고, 정말 아름다운 여성들을 만날 수 있고, 행복한 나날이 펼쳐질 것만 같았다.
연애를 하기 위해선 우선 나 자신을 잘 꾸미고, 여성에게 다가가서 말을 거는 게 기본이라고 했다.
태어나 한 번도 제대로 꾸며본 적이 없는 나는 옷 가게에서 한껏 빼입어 입고, 미용실을 들려 멋지게 꾸몄다. 새로운 순간이었다.
그리고 길거리로 나섰다. 낯선 여성과 만나기 위해...
"길거리나 술집에서 낯선 여성을 만날 필요가 있어?", "낯선 여성들은 헌팅 하는 줄 알고 싫어할 텐데.."라고 생각했던 내 자신이었다.
하지만 내가 애써 부정해왔던 현실과 정면으로 마주하는 날이 온 것이다.
나는 20대 중반까지 여성들과의 관계에 실패한 사람이었다. 남녀공학을 나왔건만, 그 흔한 여사친 조차 없었고 연락처에는 친척과 회사 직원 이외는 없었다.
때문에, 새로운 여성과의 관계를 만드는 방법은 내가 직접 나서서 다가가는 수밖에 없었다.
태어나 처음으로 여성을 만나러 나온 곳은 '신촌번화가'
수많은 여성들이 지나다녔다. 귀엽기도 하고 이쁘기도 하고 스타일도 좋은.. 이 엄청난 기회에서 나는 움직여야만 한다.
이 사람들 중에 나의 옆에서 마음을 나눌 사람이 필요하다.
하지만... 내가 움직이려는 순간 이상한 느낌이 느껴졌다.
나의 동공은 커지고 심장이 더 빨리 뛰고, 식은땀 같은 것이 흘러나온다.
그와 동시에 나의 머리는 무거워지고 아랫배에 무언가 묵직함이 느껴졌다. 정신이 아득해지고 나의 이성이 마비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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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이것은 공포와 두려움을 느꼈을 때 나타나는 신체 증상이다.
나의 생체 에너지는 빠르게 고갈되기 시작했다. 나의 두뇌 속에는 내가 실패하는 이미지들과 내가 할 수 없는 이유들이 들려왔다.
'저 여자는 너무 이뻐', '너 말 잘못하잖아. 말이나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사람들이 비웃을 거야.'
그렇게 나는 나 자신이 만들어낸 '두려움'이라는 감정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에 빠졌다.
나중에 알았는데 남자들이 이렇게 낯선 여성에게 다가갈 때 느껴지는 두려움을 '접근 공포증'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 공포증은 많은 남자들의 발목을 잡는 족쇄 같은 것이었다.
그렇다면 접근 공포증은 왜 일어날까?
우리 남자 인류 조상들은 짝짓기에 있어 배우자를 선택할 때 불특정 여성을 선택하다. 족장의 여성이나 우월한 상대의 여성일 경우 죽임을 당하거나 목숨을 건 싸움을 했다고 한다. 그리하여 남자들이 여성에게 다가갈 때 선천적으로 공포와 불안감을 느껴 우리의 생명을 보호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21세기이고 한 남자가 처녀가 되었든 유부녀가 되었든 다가가 말을 나누는 행위는 아무런 제약이 없다.
우리가 태어날 때부터 유전적으로 생겨나는 접근 공포증이라면 해결 방법은 없는 것일까?
본론부터 말하자면 해결 방법은 충분히 있다. 그 방법은 '그 감정을 나의 일부분으로 받아들여, 충분히 받아들이고 수용한 뒤 친해지는 것'이다.
수많은 데이트 책이나 인터넷의 정보에 의하면 남자들이 여자한테 접근할 때는 당당하고 어깨를 펴고 자신감 있게 접근하라고 한다.
또한 멘트도 멋있게 해야 되고, 긴장하지 말고 자연스러운 느낌을 보여줘야 한다.
여기서 오류가 발생하는데, 여성을 보는 순간 동시에 접근 공포증이 일어나는 사람이 여성에게 다가가기 위해 자신이 배웠던 멘트, 자세, 표정을 의식적으로 구사하려고 애를 쓴다. 그와 동시에 아랫배에서부터 올라오는 두려움이라는 감정을 억누르고 통제통제하려 한다.
머리로는 자신이 원하는 행동을 취하려 하지만, 감정은 이미 자신을 고갈시키고 있다.
이런 복잡한 상태로 접근을 하게 되면 여성은 귀신같이 남자의 이상 징후를 포착하고, 거절 의사를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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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또한, 여자들에게 말 걸기를 연습하던 초창기에 그런 공포증이 좋지 않은 것이고, 없애버려야 할 감정으로 생각했다.
나는 자신감 있게 다가가야 돼, 가능한 밝은 표정을 짓고, 자세는 곧이 세우고, 미소를 머금고, 제스처도 큼직큼직하게 알파메일의 모습을 보여주자.
그리고 발음도 또박또박 멋진 바이브를 구사해야 돼.
머리로는 각종 테크닉과 멘트를 수도 없이 알고 있었고, 외모 관리 또한 준수했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계속되는 실패를 경험하면서 (200여 회 연속으로 퇴짜, 하물며 평범한 여성들에게까지) 쓴 고비를 맞았다.
'나는 해도 안되는 것인가...', '뭐가 문제지..', '왜 안되는 걸까.'
이런 이성적인 생각으로는 구체적인 원인을 찾을 수 없었다. 왜냐하면 마음에서 울려 나오는 신호를 계속 억누르려 했고 애써 무시해왔기 때문이다.
가슴 깊이부터 올라오는 두려움과 공포를 나의 의식으로 억누르려 하면 할수록 두려움에 해당하는 감정 에너지가 소모되므로, 여성에게 말을 걸려 하는 시도 횟수에 비례해서 나의 생체에너지는 빠르게 고갈되었다.
- 몸에서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감정 에너지를 이성과 사고로 억누르려 하면 그에 상응하는 에너지가 소모된다.
이 요점이 내가 길거리에 나와 여성들에게 말을 걸려 하면 쉽게 지치는 이유였다.
신체에 에너지가 고갈되기 시작하면, 원하는 행동을 달성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우리의 두뇌는 생산적인 사고를 제대로 구현해낼 수 없게 된다.
매번 금세 지치고 실패를 경험하고 나 자신을 비판하고 비하하는 부정적 패턴의 재생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서 채우지 못한 욕망이 폭파하여 스스로 위로하기를 반복
결국 완전히 지쳐버린 나는 나 자신에게 족쇄를 채우듯이 '나는 할 수 없어.'라는 믿음을 갖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대로 내가 멈춰버린다면 평생을 혼자 외로움에 사무쳐 살아가야만 했다.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이쁜 아이들도 낳고 자상한 아빠가 되어 살고 싶다.
조금만 더 해보자.
다시 일어나 또다시 길거리로 나왔다. 어김없이 나의 아랫배 아래서부터 스멀스멀 기어 나오는 두려움과 공포...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계속 너를 없애고 이기기 위해 애써왔는데, 오늘은 너와 친해져본다면 어떻게 될까?
나 자신을 엄습해오는 두려움과 마주했다. 그 속에 나 자신을 그대로 있게 했고, 있는 그대로 수용하기로 했다.
이런 행동은 처음이었다. 나가 그토록 없애고 싶었던 감정.. 두려움과 공존한다는 것.
처음에는 거부감이 느껴졌으나 이내 이것도 받아들이자는 마음에 생각과 통제를 내려놓았다.
시간이 조금 흐르자 오히려 몸이 가벼워졌다. 두려움이 느껴지고는 있지만 생각보다 '괴롭지 않다'라는 느낌이 받았다.
'너는 무엇을 원하니? 나에게 무엇을 전달하고자 하는 거야...'
두려움과 함께하고 '조건 없이' 받아들인 나는 문득 이 두려움이 나에게 무엇을 전달하려고 하는지 깨달았다.
'네가 처음부터 원하던 게 있었는데,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잖아. 너의 원래 마음을 찾아줘.'
두려움이 나를 계속 두드리고 있던 것은 나를 올바른 길로 인도하려고 계속 말을 걸기 위해 시도하고 있던 것이었다.
내가 여성들과 친해지고 관계를 맺기 위해 노력했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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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접근 공포증을 '행동 신호'라고 부르기로 했다. 나에게 올바른 행동을 취하라고 알려주는 내 마음의 멘토
사람마다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날 때가 있는데, 우리 수강생 중에 그 두려움 속에서 자신에게 '멘트를 더 연습해'라는 신호를 받았다고 한다.
결국은 내가 그토록 원망하고 억누르려 했던 접근 공포증은 나를 좋은 길로 이끌기 위해 나 자신에게 말을 걸었던 것이었다.
그것도 모른 채 밀어내기만 했던, 내 마음속 나 자신의 일부분..
여러분도 이제부터는 자신의 일부인 감정과 느낌 속에 함께하면서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친해져보면 어떨까?
여담이지만, 내가 나 자신의 두려움과 마주하고 친해지고 난 뒤 몇 차례 반복을 통해서 함께 있는 게 나쁘지 않다는 것을 알았을 때,
내가 여성들에게 다가가려는 순간은 잠깐 올라왔지만, 금세 나를 위해 자리를 내주는 기적이 일어났다.
두려움, 슬픔, 기쁨 모두 나 자신의 일부 나를 받아들이고 인정해야만 변화의 시작을 이룰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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