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기 국제문단 신인상 심사평
<심사평>아름다운 추억이 삶의 의욕을 살린다
시인, 본지 심사위원 조남선
흔히 영화나 소설 속에서의 주인공을 모델로 삼아 간접적으로 주인공이 되어 멋지고 아름다운 감동의 대리만족을 간직할 수도 있겠지만, 몸소 실제의 체험을 통해 겪는 추억은 세상을 다할 때까지도 아슴아슴 잊혀 지지 않을 것이며, 특히 시골에서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성장해온 사람들일수록 간직한 에피소드와 추억들이 많을 것이다. 감수성이 예민했던 그 시절 경험했던 이야기들을 세월이 어지간히 흘러간 지금쯤 다정한 사람과 마주 앉아 진한커피 향 맡으며 한 폭의 수채화를 그리는 그런 추억들이 많을수록 새로운 삶의 의욕을 북돋우며, 더구나 문학세계에 매료되기 위해서는 매우 유리한 조건을 갖추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2018.국제문단 겨울 호에 응모한 유성열 님의 시,‟추억을 담은 여울목” 에서는흰 학이란 시어를 써서 읽는 이로 하여금 추억을 더듬어 지난 시절의 연정(戀情)을 추억하기에 충분하다.
추억을 담은 여울목
유성열
/“동구 밖 푸른 뚝 길을 손잡고/시냇가 여울목에서/황혼이 물든 저녁노을 덮고 앉아/하늘을 본다/..../이 여울목에서 흰 학을 잡았다/나는 흰 학과 함께 무시로/푸른 뚝 길을 걸으며 눈으로 말을 했다/..../하늘의 푸른 구름도 긴 뚝도/옛날 그대로인데 그 구름은 보이지 않아/.../흰 학이 날아올 것만 같아/.../어둠을 뚫는 가로등 빛에/살갗이 너무도 시려온다.”/
그때는 다 말하지 못해 아쉬웠던 철부지 첫사랑의 연정을 노래함이 분명한 듯하다. 시어의 선택에 있어서 흰 학과살갗이란 두 단어는 시 창작에 신선함을 주고 있다. 고고한 자태의 학은 장수와 선비의 높은 품격을 상징하기도 한다. 상대를 그렇게 비유한 것이리라. 그리고 온몸이 너무도 시려온다.하지 않고 굳이 살갗이 너무도 시려온다.라고 작시를 했다. 읽는 이의 느낌에 따라서는 더욱 소름끼치도록 실감이 날 수 있는 효과를 노린 것이리라고 생각한다. 문학적 감각과 소양이 풍부하다 할 것이다.
망상 앞바다
유성열
/“멀리 보이는 수평선 물마루/잔잔한 파도/모래를 덮치네/.....황혼에 물든/망상 앞바다 황금빛 물들어/태양이 내일을 잉태하니/내가 오던 오솔길 캄캄하구./ 새날이 되면/아침의 붉은 태양/사람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리라.”/
인간의 관념적 감성은 환경에 따라 찰나, 찰나 시작도 끝도 없이 변화무쌍하다. 자연의 사물을 보고 접하면서 희로애락을 감각한다. 작가는 일몰의 순간을태양이 내일을 잉태하니라는 다분히 문학적이고 창의적인 표현을 하고 있다. 오던 오솔길은 이미 과거임에 어둠으로, 아침의 붉은 태양은 앞으로 일어날 새로운 희망과 용기로 승화시키고 있음은 작가의 문학적 기법인 것이다.
달구지
유성열
/“왈가닥 덜거덕/마차바퀴 돌아가는 소리/ 재 너머 초가집/멀게마s 보이는 시골길/인적 없어 바람소리만/이랴, 이랴 음매음매/인적 없는 시골길.../원앙소리 멀리도 날아간다/..../시골길 석양에 황혼이 잠드니/초승달이 아스라이/
/산 밑 마을 초가집 이정표를 만든다/흰 연기 모락모락/밤하늘에 구름 꽃 초승달을 감춘다.”/
도회지에서는 달구지를 보기가 쉽지 않다. 요즘에는 시골에서도 경운기는 쉽게 접해도 소가 끄는 달구지를 만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유성열 님의 시를 통해 보면 60, 70년대를 연상케 한다. 제격은 비포장 길에서의 달구지를 연상해야 할 것이다. 어두운 밤길에 이정표라면 별님, 달님이 이정표요, 원앙소리가 또한 이정표인 시절이 있었다.
고갯길 올라서면 내려다보이는 초가집 굴뚝 연기가 최종 이정표였을 것이며 외양간에서 음매∼∼ 원앙 소리와 소의 되새김질 소리가 가까워지면 농촌의 하루 일과가 끝난다.
작가는 그 옛 추억을 위에서처럼 시상을 떠올려 아주 감칠맛 나게 시를 썼다. 유 성열님의 여러 편의 응모작 중에서 “추억을 담은 여울목”, “망상 앞바다”, “달구지” 이상 세 편을 2018년도 “겨울 호”(제18기)시 부문 신인상 당선작으로 선정하였다. 풍부한 경험과 창작력을 발휘하여 더 많은 훌륭한 작품을 기대하며, 등단의 영광으로 함께 문단활동을 하게 됨을 진심으로 환영하며 축하하는 바이다.
심사위원: 시인 이상진, 소설가 윤형복, 시인 조남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