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거리>
저자거리는 안 보이는데, 모양새는 저자거리 식당이다. 메뉴 선택 없다. 2인분 이상의 단위가 있을 뿐이다. 연탄불에 구운 돼지고기와 고등어가 메뉴의 내용이다. 선술집같은 분위기, 원형철제 식탁에 발도 못뻗고 둘러 앉아 식탁 가득히 올라오는 원형쟁반 안의 찬을 그대로 놓고 한끼를 때운다. 아니 맛있고 실한 밥상으로 한끼 식사를 즐긴다. 귀한 방풍나물장아찌도 나온다. 뚝배기보다 장맛의 저자식당이다.
1. 식당얼개
상호 : 저자거리
주소 : 경북 김천시 연화지2길 19-4
전화 : 054-437-2979
주요메뉴 : 불고기 고등어구이
2. 먹은날 : 2020.10.9.점심
먹은음식 : 2인분 23,000원
3. 맛보기
밖에서는 나간집 같다. 안에서 식당이 운영되는지 별로 훈김도 새어나오지 않아 눈치채기 힘든다.
안으로 들어서니 밖에서와 딴판인 온기가 가득하지만, 소박하기는 마찬가지다. 계속해서 밀려드는 손님들, 12시에서 2시까지만 영업이라는데, 12시를 넘기니 자리가 어지간히 찬다. 나만 모르는 동네 맛집, 사랑방같은 분위기다.
소박하고 은근한 맛은 음식에서도 그대로 펼쳐진다. 단순하지만 성의를 다하고 실속있는 차림새와 맛에서 상업성이 안 느껴진다. 집밥같은 상차림, 엄마밥상같은 소박한 맛, 그러나 꽉찬 인간냄새로 배인 밥상이 편안하다.
소박한 밥상은 어디서나 다르지 않다. 푸성귀 몇 가닥에 된장국만으로도 가득 담았던 솜씨와 애정이 그대로 담긴 밥상, 경상도에 와서 먹으니 경상도 밥상이지만, 전라도를 가든 충청도를 가든 이런 생활 밥상, 전통밥상은 별로 다르지 않다. 그래도 불고기와 고등어니, 엄청 호사스런 오늘날의 밥상임이 분명하다.
집에서 생선을 구워먹기 어려운 환경이 되었다. 프라이팬에 기름 두르고 구우면 아무래도 배인 기름에 개운치 않은 맛이 나고, 에어프라이어도 뭔가 빠져야 할 것을 안고 있는 맛이어서 밖에서 연기 피우며 구워 뭔가 쓸 데 없는 것은 빼버리고 맛만은 간직한 그 맛이 어렵다. 연탄에 굽는 이 맛은 그래서 벌써 고향의 맛이 되었다.
어디서 이렇게 큰 고등어를 구했을까, 하는 생각이 날 만큼, 크고 싱싱한 고등어 한 손이 노릇노릇, 꺼뭇꺼뭇하게 구워져 입맛을 돋군다. 맛도 보는 거 딱 그댈다.
불고기 맛이 좋다. 꼬들꼬들 쫀득쫀득하다. 짜지 않고 너무 맵지 않고, 느끼하지 않고 불맛으로 개운하기까지 하다.
옛날 불편하기만 한 한때의 난방이자 취사 연료, 추억이기만 했던, 때로는 가스의 추억을 가져다 준 불편한 기억이기만 했던 연탄이 이렇게 훌륭한 요리 연료인 줄을 그때는 몰랐던 거 같다.
가끔 연탄 음식을 먹게 되면 아픈 추억과 함께, 힘들었던 과거가 안고 있는 힘을 확인하게 된다. 이 불고기에서도 그런 힘을 기대하는지 모른다.
뜻하지 않은 방풍나물을 만났다. 바닷바람에 잘 자란다는 방풍나물, 여수 금오도에서 전국 80%를 생산한다는 바다나물이다. 놀랍게도 방풍나물장아찌에 그 바다냄새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짜지도 않고, 모양새는 생것 그대로 솜털까지 그대로 보일 듯 한 데다, 맛도 방풍의 향이 생것처럼 강하게 끼친다. 사근거리는 맛도 일품이다.
식당 근처에 문예회관이 있다.
소나무. 키낮은 소나무들이 도시 전체를 장악하고 있다. 도시 초입의 가로수 소나무들이 도시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소나무 가로수는 북쪽에서는 보기 힘들다. 전남에 가도 만날 수 있다. 남녘의 새로운 정서인가. 소나무로 하나되는 모습이다.
4.먹은후
영남관문 김천이다. 영남제일문, 편액에 문루가 당당하다. 영남제일문 앞에 늘어선 낮은 소나무길, 윤기 흐르는 솔잎가지 우산이 당당하면서도 품위 있다. 낮아서 정감도 있다. 도시의 상징으로 그만이다.
고등어과 돼지불고기 구이, 식생활의 대표와 나무의 대표가 제대로 만났다. 파란 가을하늘 상표도 한 몫한다.
어디서나 편안하게 보고 먹을 수 있는 곳, 어디서나 그곳의 상징이 한국의 대표 상징이 될 수 있는 곳, 알맞은 크기의 대한민국은 참 편안한 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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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지금까지 고등어자반만 먹다가 이번에 생물고등어를 냄비에 조려먹고 후라이팬에 구워먹었습니다. 포항죽도시장에서 싱싱한 생물고등어를 사왔거든요. 제가 사는 인천도 항구도시인데, 포항 어시장 생선의 질이 훨씬 낫다고 느꼈습니다. 고등어 비린내를 싫어해 평소 먹지 않는 아내가 맛있게 먹었을 정도입니다. 돼지고기 불고기가 아주 맛있어 보입니다. 우리집에서 해먹는 음식같아 더 친근합니다.
생선요리의 맛을 좌우하는 첫번째 요건은 신선도입니다. 신선하기만 하면 구워도 끓여도 튀겨도 다 맛있습니다. 내륙에서는 신선한 생선 먹기가 힘드니 생선 요리에 대해 다른 음식보다 좋은 추억을 갖기가 힘들 겁니다. 비린내도 대체로 신선도와 비례합니다. 아주 싱싱한 것은 비린내가 훨씬 덜하지요. 냉장차가 보편화되면서 이제는 어디서나 싱싱한 생선을 먹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집의 고등어구이가 맛있는 것도 우선 신선한 재료를 쓰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신선한 생선만 먹다보면 생선에 대한 이미지도 바뀔 수 있을 겁니다. 해물과 친해 보세요. 식탁 다양성의 비결은 해물인 거 같습니다. 이집은 불고기도 좋습니다. 연탄구이가 맛에 어떻게 작용하는지 모르겠으나, 일단 덜 기름지고 고기가 꼬들꼬들한 느낌이 더한 거 같습니다. 식당은 허술하지만 음식은 허술하지 않습니다. 지나는 길이 있으면 들러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