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Golf)
골프는 운동경기의 일종이다. 일주일 내내 사무실에 매여 일하는 사람들에게 주말 골프는 좋은 운동이다. 요사이는 카터를 타고 이동하기 때문에 걷는 시간과 거리가 많이 줄었지만, 5km 내외를 잔디를 밟으며 클럽을 휘두르면 운동이 되는 것이다. 잘 모르는 사람과도 한 라운드를 하게 되면 쉽게 가까워질 수 있다. 친구들과는 이런저런 이야기도 하며, 같이 목욕하고 밥도 먹고 우의를 다지면서 운동도 하는 즐거운 시간이다.
골프는 푸른 잔디밭을 걸으며(green), 몸에 좋은 산소를 호흡하며(oxygen), 햇볕을 쪼이고(light), 친구들을 만나는(friend) 즐거운 운동이라고 한다. 또한 한 번의 라운딩을 하는 것으로 인간이 얼마나 멋질 수 있는지 또는 얼마나 어리석을 수 있는지 알 수 있는 신사들의 운동이기도 하다.
내가 골프를 처음 시작한 것은 1985년 차장으로 승진하면서부터이다. 남들도 하니까 나도 해야 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돈은 들겠지만 주말이나 휴일에 운동을 하면서 사람들도 사귀게 되니 일거양득(一擧兩得)이라고 생각을 한 것이다. 그러나 주말마다 골프장으로 사라지는 바람에 식구들과 소원하게 된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요즈음도 한 달에 두어 번 골프장에 갈 때마다 내자에게 미안한 마음을 떨칠 수가 없다. 그렇지만 은퇴 후에도 친구들과 만나고 운동을 계속할 수 있는 것은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자위한다.
1980년대는 부킹 하기도 힘든 시절이라 골프장의 부킹 담당자에게 부탁도 해가며 동분서주했다. 전국에 골프장이 50여 개 정도가 있었으니 부킹 자체가 '하늘의 별 따기'이었다. 세월이 흐르면서 도깨비방망이를 휘두르며 뛰어다녔더니, 어쩌다가 싱글 스코어를 기록하기도 하고 우승 트로피나 기념패를 받기도 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전국에 520개(세계 5위) 정도의 골프장이 있고, 골퍼의 수는 480만 명(세계 8위) 정도가 된다. 이제는 우리나라에서도 골프는 보편화된 운동경기가 된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골프는 사치스럽고 부자들의 운동이라는 눈총을 받기도 한다.
한 사람이 한 번의 라운딩을 하는데 드는 비용은 골프장에 따라서 약 15만 원에서 30만 원까지 들기도 한다. 따라서 골프는 노는데 돈이 많이 드는 운동이기도 하다. 이러한 비용은 골프장 그린피와 특별소비세, 일 인당 카트 비용 2만 원, 캐디 피 3만 원과 식비가 포함된 금액이다. 그동안 30여 년간 골프에 들어간 돈이 소형 아파트 한 채 값은 족히 될 것이다. 골프는 프로골퍼처럼 돈을 벌며 일하는 시간이기도 하지만, 아마추어에게는 돈을 소비하는 대신에 건강을 챙길 수 있는 운동으로 생각하면서 비용을 감수한다.
푸른 잔디밭에서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는 공을 바라보면 통쾌한 마음은 무엇과 비교할 수 없다. 맑은 공기와 따스한 햇볕 속에서 친구들과 노닥거리는 시간은 세월 가는 줄 모른다.
내기 골프라도 한다면 재미를 더한다. 돈내기에서 천 원짜리 한 장이라도 따면 횡재를 한 것 같지만, 잃으면 강탈당한 기분이다. 내기 골프에는 단짝인 호구(虎口)가 있다. 상수(上手)에게 번번이 내기를 걸지만, 언제나 이기지 못한다. 이기려고 악을 쓸수록 지는 것이 골프다. 상대가 OB를 내면 '진짜 친구'가 되지만, 잘 맞으면 '의리 없는 친구'라고 한다. 이렇게 옥신각신하다가 보면 18홀이 끝난다. 경기가 끝나고 목욕 후에 마시는 생맥주 한 잔은 시원하기가 그지없다. 내내 억울한 마음도 즐거운 마음도 맥주 거품과 함께 사라진다.
70대 중반을 넘어선 나이에도 친구들의 골프 치러가자는 연락은 반갑다. 결전의 날을 손꼽아 기다리지만, 여러 가지 걱정도 많아진다.
골프를 꾸준하게 잘 치는 사람들은 운동신경이 남다르다. 야구 선수와 같은 운동선수 출신들이 침착하고 순발력이 있어 골프를 잘 친다. 나처럼 성질이 급하고 감정에 약한 사람은 공을 잘 칠 수가 없다. 따라서 언제나 수준 이하의 스코어를 기록하는데 만족할 수밖에 없다. 나이가 들면서 이러한 약점은 확연해진다. 스코어보다는 운동효과에 주력하면서 골프 실력은 날이 갈수록 죽을 쑤게 된다. 아직도 공을 잘 치는 친구들이 있지만, 아마도 그들은 남다른 노력을 하고 있을 것이다.
금년 들어 경기가 끝난 뒤에 내 스코어를 확인해보니 100 주위를 맴돌며, 클럽마다 비거리는 사정없이 줄어들었다. 이제는 언제 골프를 그만둘 것인가 하는 문제를 고민하게 되었다. 내자가 수영장 가는데 운전수 노릇하면서 헬스클럽에서 러닝머신을 잠깐씩 하는 운동보다 골프는 강도(强度)가 센 운동이다. 덕분에 고혈압, 당뇨와 고지혈증이 약간씩 개선되기도 한다. 그래도 골프를 당장 그만두지 못하는 이유는 또 있다. 골프화를 새로 샀는데 또는 골프모임에 연회비를 냈다는 구차한 변명도 한다.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고 운동도 하면서 공을 잘 치는 방법은 따로 없다. 잘 치고자 하면 더 안 되는 것이 골프다. 딴 생각하지 말고 즐겁게 치면 된다는 것을 알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공이 안 맞는 이유는 수없이 많지만, 샷 감각을 잃지 않도록 자주 치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이것도 마음대로 안 된다. 처음부터 잘 치는 사람은 없다. '70대에 코치를 받으며, 아직도 연습장에 나가느냐'라는 소리를 듣기 싫으면, 골프장에서 똑바로 잘 걷기만 해도 그린 피 값을 할 수 있다.
아마추어들은 프로들처럼 공을 잘 칠 수는 없다. 프로들은 골프를 직업으로 하는 사람이다. 아마추어 골퍼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아마추어는 아마답게 재미있게 치면 된다. 샷 하나 잘 맞았다고 으쓱거리거나, 뒤땅을 치거나 토핑을 했다고 기가 죽을 필요는 없다. 운동경기에는 우열(優劣)이 있기 마련이다. 골프는 운동일 뿐이다.
젊을 때는 백 티에서도 티샷을 해보았지만, 나이가 들면서 레귤러 티에서 이제는 실버 티에서 티샷을 한다. 그곳이 마지막 팅 그라운드다. 평생 골프를 같이 쳤던 친구들이 나이가 들면서 하나씩 골프장에서 사라진다.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체력이 따라가지 못하거나 또는 병이 나면 어느 날 조용히 골프장에서 퇴장하게 된다. 나도 멀지 않아 눈이 쌓인 페어웨이를 산책하는 그런 날이 올 것이다.
"노병은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질 뿐이다. (Old soldiers never die; they just fade away.)"라고 중얼거리며 북쪽 하늘을 날아가는 여름 철새를 바라보는데, 친구는 나를 다그친다. “퍼팅이나 하시지, 뭐 하고 있노!”
첫댓글 웃음으로 단숨에 읽은 김 형의 골프 스토리 감사합니다.
크고 적은 대회에서 우승도 여러번 하시고....
미쳐 몰랐습니다.
아마, 90년대 초쯤 레이크 사이드 동 코스,우리 동기 골프모임에서
소생도 그 날따라 무척 잘 맞아 오늘의 우승은 내 차지라고
은근히 기뻐했댔는데, 그 즐거음을 2 타차로 김 형에게 빼앗긴
아픔이 아직도 내 가슴에 남아 있답니다...ㅎㅎㅎ
이 글 우리 동기 골프 모임 단톡 방에도 올려 주시구려~~~~
인터넷의 글을 카카오톡에 올리는 방법을 몰라서 .....
대신 좀 해줄수 없는가?
Yes,Si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