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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식당 상호 : 토정 2) 전화 : 02-502-1374 3) 주소 : 경기 과천시 새술막길 38 (중앙동 40-5) 4) 주요 음식 : 한정식 |
2. 맛본 음식 : 한정식(1인당 30,000원)
3. 맛보기
1) 전체 : 여러 찬들이 나오지만 우선 여러 해물 요리가 반갑다. 코다리더덕구이, 전복, 피조개, 꼬막, 삼합 등 집에서 만들기 어려운 특별한 음식들이 친근한 맛까지 난다. 홍어까지 더하니 진한 남도 냄새가 훅 끼치는 기분이다. 역시 음식은 지역성을 가져야 족보 있는 제맛이 난다. 지역 사람들이 즐기면서 키워낸 맛을 이곳 낯선 곳에서도 누릴 수 있으니, 교통과 소통의 혜택을 제대로 보는 거 같다.
2) 주요음식 : 피조개의 그 옹골찬 맛을 무엇으로 형용하랴. 단지 이 맛을 보기 위해 서울에서 일부러 내려오는 사람도 많단다. 입안에 가득 차는 포만감과 즐거움은 혀끝으로만 누릴 수 없는 맛이다. 짜지 않고 육질이 부드러울 만큼 익었으며 진하지 않은 양념이 조개 살을 빛낸다. 살 안에 간직되었다가 입안에 톡 터지는 조개의 육즙맛이 황홀하다. 텀턱스럽게 커다란 조개 살을 육즙이 골고루 적시니 맛과 식감에 혀를 포함한 입안 구석구석이 호사를 한다. 이 맛을 보니 나도 다시 찾을 것 같다.
옛날에는 전주의 반야돌솥밥집에 가면 피조개를 제대로 맛볼 수 있었다. 얼마 전에 가보니 밥상에 오르지 않았다. 돌솥밥보다 피조개를 먹으러 가곤 했는데, 돌솥밥이 사라진 거같이 서운했다. 이 집에서는 이후에도 적어도 가을에 오면 피조개를 항상 먹을 수 있으면 좋겠다.
꼬막 또한 크지 않지만 오동통하게 살이 오른 게 전문가의 솜씨로 삶고 양념한 것이 한눈에 감지된다. 그러고 보니 지금이 바로 꼬막철, 벌교에서는 꼬막축제가 열리고 있을 것이다. 꼬막과 피조개에 어린 진한 남도 맛이 남도를 떠올리게 한다. 조정래 <태백산맥>이 아니어도 누구나 벌교 꼬막을 염원할진대 벌교에 가지 않고도 벌교 맛을 볼 수 있으니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전복찜도 좋다. 양념을 살짝 해서 전복 본연의 맛을 강조하였다. 거기에 버섯탕수도 버섯의 쫄깃한 맛과 향취가 특별하다.
보조음식 : 사소한 계란말이 부침도 제대로다. 누구나 자주 하는 음식이지만 사실 예쁘게 하면서 맛을 제대로 내기가 쉽지 않다. 영양을 생각해 거섶을 이것저것 넣으면 속이 안 익거나 타기 일쑤다. 또 제몸끼리 붙지 않아 모양이 망가지기도 하므로 모양이나 맛 중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 그런데 둘 다 잡았다.
전주 전일갑오, 가맥으로 유명한 수퍼집의 계란말이 맛이 이랬다. 두껍지만 속까지 제대로 익고 맛이 흐뭇하여 독립적 음식으로까지 격상되었다. 오죽하면 계란말이를 일부러 포장해갈까. 사소한 일상 음식이지만 우리가 이미 잊어버린 맛과 솜씨가 음식에 대한 신뢰를 더 높인다.
3) 반찬 특기사항 : 삼합이 나왔다. 홍어가 적절하게 삭아 있다. 삭은 홍어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까지 모두 즐길 수 있는 정도로만 삭았다. 사실 홍어는 좀 더 삭아 코끝으로 가스가 나오는 느낌이어야 맛이 제대로 난다. 홍어맛을 모르면 남도 맛을 아직 제대로 즐기지 못하는 것이다. 이렇게 연습해가며 홍어의 최고 맛에 도전해보자.
4) 들깻국 : 이집의 최대 비법은 들깻국에 담겨 있지 않나 싶다. 들깻국을 내오면서 남기지 말라고 특별히 신신당부한 것도 바로 그런 이유일 게다. 그럴 만하다. 여기 들어간 공력이 얼마인지, 엉겨있는 맛으로 짐작이 간다. 이 맛을 내려고 얼마나 애를 썼을까. 물려받은 입맛이 음식맛을 낸다는데, 물려받은 솜씨로만은 불가능한 맛이다. 솜씨에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드디어 이르렀을 맛이다. 진한 들깻국물에 청량고추와 약간의 시래기, 별거 아닌 거같은 재료가 어우러져 환상적인 맛을 낸다. 제법 진하게 들어간 들깨 외에 멸치 등 갖가지 재료맛이 감지된다. 남도의 맛이자 한국의 맛이다. 꼭 비싸고 특별한 재료라야 맛있는 음식이 되는 것이 아니다. 홍어 아니어도 남도의 맛을 낼 수 있다.
5) 김치 등 특징. 전체 맛 비결
물김치가 그만이다. 물김치라 하나 국물은 김치건더기를 채 잠기지 않게 하는 정도, 짜박짜박 흐뭇할 정도로만 잠겼다. 김치는 배추와 무청을 함께 썼는데, 둘 다 어찌 그리 사각사각한지. 생지도 신지도 아닐 만큼이다. 배추를 사각거리게 하고 국물이 설풋 익을 정도만큼의 신 맛이 난다.
거기다 삼삼하여 밥 아닌 다른 반찬과도 쉽게 어울린다. 피조개의 퉁퉁한 조갯살에 함께 얹었더니 둘 다 더 맛이 살아나는 기분이다. 참 사치스럽다, 피조개에 이렇게 맛있는 김치를 얹어 먹을 수 있다니. 김치는 시어머니쪽 솜씨란다.
4. 맛본 때 : 2018.11.
5. 음식 값 : 한정식 20,000원, 25,000원, 30,000원
6. 맛본 후
엄마도 할머니도 음식을 잘하셨단다. 본인은 이어받아 흉내를 내고 있다고 한다. 시어머니마저 음식을 잘하셨다니 양가의 가양 음식을 함께 먹고 있는 셈이다. 친정어머니와 시어머니의 맛을 물려받았으니 양수겹장이다. 요즘은 친정과의 관계가 더 돈독하니 친정엄마 솜씨 유산은 기본이다. 운이 좋아 솜씨 좋은 시어머니까지 만나 솜씨가 배가되었다.
지금은 거의 사라졌지만 전라도 세습무는 며느리로 가업이 전수되었다. 하지만 거의 끼리끼리 결혼인 경우가 많으므로 며느리도 결혼 전 친정에서 입문은 하고 온다. 하지만 제대로 배우는 선생님은 시어머니이므로 고부가 사제지간이다.
며느리가 집안 문화를 잇는 것은 지체가 낮으나 높으나 오랜 전통이다. 요새는 친정이 시집보다 더 가까우므로 결혼 전 입문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전수되므로 모녀가 사제지간이고 시어머니는 보조교사다.
중국 곡부(曲阜)에 가면 공자 가문에서 내려오는 공부가주(孔府家酒), 공부채(孔府菜)를 맛볼 수 있다. 공부가주(孔府家酒)는 중국 전역에서 포장된 술을 살 수 있고, 심지어 이제는 한국에서도 수입해 팔고 있다. 음식은 다른 곳에서는 쉽게 만나지 못하므로 곡부에 가면 먹어야 한다. 실제로 먹어보니 중국 음식 일반에 대한 조예가 깊지 않아선지 다른 중국 음식과의 변별성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오랜 기억을 더듬어보면 특별한 식재료가 있었던 거 같고, 두부의 조리법이 특별했던 것 같다.
이제 자료를 찾아보니 진귀한 식재료도 많이 쓰지만 그 지역 특산물인 향춘아(香椿芽, 샹춘야)라는 채소를 많이 쓴다 한다. 봄에 나는 이 나물을 수백 근을 사서 일년 내내 쓴다. 우리말로는 가죽나무순인데, 이것을 중국에서는 춘권(春捲)의 속으로 많이 쓴다. 춘권에는 봄채소가 들어가서 춘권이다. 향춘아는 봄을 상징하는 봄나물이므로 춘권의 속으로 많이 쓴다. 송나라 이래 시작되어온 공부채는 드디어 201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신청을 할 정도로 중국 음식문화의 대표로 성장하였다. 공자가 워낙 특별한 존재라서 그러려니 할 수도 있겠지만, 초점을 좁혀보면 한 집안의 음식이 일대를 풍미하는 음식문화가 된 경우이니 집안 음식을 물려받는 우리들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한 집안의 음식문화도 세계유산을 넘보는데, 여러 집안 문화가 어우러진 남도 음식문화가 그러지 말라는 법 없다.
음식은 맛 외에 문화로도 먹는다. 공자네 음식이라니, 아직까지 제대로 전해올까. 더구나 장손은 대만으로 가고 공산화 기간 특히 문화대혁명 기간에는 공자를 부정해서 유교문화가 한산한데 정말 공자집안 음식이 내려올까. 그래도 곡부까지 간 사람들은 대부분 공부채를 찾는다. 음식맛이 아닌 문화맛을 그리며 먹는 것이다.
남도음식이 맛있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남도 음식을 남도를 넘어 서울에서도 과천에서도 먹는 것은 음식맛과 문화맛을 동시에 찾는 것이다. 도심에서, 남도 원거리에서 남도맛과 음식문화를 찾는 것이다. 남도음식 문화는 높은 맛을 찾는 청중의 문화이기도 하지만 고향의 시원(始原)의 맛이다. 거기다 엄마표 음식이니 고향을 찾는 도시인의 허전한 마음을 위로해주는 맛이다.
그래서 서울에서 남도 음식은 호사다. 것도 11월 꼬막의 지방 음식이다. 거기다 남도 음식을 안안팎으로 제대로 전수받은 남도 사람 솜씨다. 맛이 아닌 문화로만도 먹을진대 제맛까지 즐기게 되었으니 정서의 사치를 넘어 입의 사치, 몸의 사치다. 경상도 집안 음식은 상업화시키지 않아 많아 사라졌다 한다. 맛과 전통성을 겸비한 남도, 전라도 음식을 지키는 것이 더 긴요한 일이 되었다.
토정은 모르긴 해도 토정(土亭)일 터. 토정(土亭) 이지함(李之菡)의 토정인지, 그냥 토정인지 몰라도 흙집, 흙정자임은 동일하다. 마포강변 土亭에 살던 土亭이 토정을 서울에서도 누렸듯이 우리 도시인, 고향 잃은 도시인에게 그리운 음식으로 마음의 고향이 되어주기 바란다.
음식은 종류가 고정되어 있지 않고 절기음식으로 절기에 따라 메뉴가 바뀐다. 가변적인 음식을 내는데도 손님이 몰려드는 것은 어떤 음식을 해도 잘 해낼 거라는, 어떤 음식을 해줘도 제값나는 음식을 해줄 거라는 맛과 값에 대한 신뢰가 있어서 가능하다. 토속맛이 사치인 시대가 하수상할 따름이어서 감사의 마음은 더 깊어진다.
<한국신명나라 http://cafe.daum.net/koreawonderland>
*서울의 가볼만한 남도음식 맛집 종로 인사동 <여자만> http://cafe.daum.net/koreawonderland/iVJW/22
7. 상차림 모습과 분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