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2월 21일
저는 떡국을 먹지 않아서 나이도 먹지 않을 것 같습니다.ㅎㅎ
중국 사람들은 춘절이라고 자기네 나라로 가버리고, 남아있던 몇 명도 카트만두 대사관에 초청행사가 있다고 17일에 모두 떠나서 아직도(21일) 오지 않았습니다.
네팔 협력업체는 365일 쉬지 않고 일하겠다고 큰소리를 치고 일한다고 하고, 감리원들은 모두 무슨 핑계를 대고 사라지고 없어서 저는 당연히 쉴 계획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17일은 힌두의 중요한 신인 시바신의 탄생일이라고 근로자들은 반드시 쉬어야 한다고 하는군요, 그래도 업체는 밀린 업무 때문에 쉴 수가 없다고 나를 붙잡고 시공계획 작성 등을 도와 달라고 해서 기꺼이 도와주었습니다.
문제는 18일에 정상으로 일한다고 큰소리를 치더니 막노동 인부들이 반 밖에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한 달 일해서 받은 임금이 있으니까 돈 떨어질 때 까지 일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는 겁니다.
장비를 움직이는 토공 현장은 열심히 돌아가는데 가설건물을 짓는 현장은 벽돌을 쌓는 기술자들만 덩그러니 앉아서 몇 명 안되는 인부가 날라다 주는 벽돌로 아주 천천히 일을 하고 있습니다.(오늘 21일까지도)
가설건물이 왜 벽돌이냐구요? 처음에 프리휍이라는 조립식 건물을 계획했었는데 인도에서 생산/제단해서 운반/설치 하는데 3개월이 걸린다고 하니까 그냥 네팔에서 붉은 벽돌로 짓고 있습니다.
기술자들이야 임금이 높으니까 쉴 이유가 없지만, 운반을 담당하는 막 노동자들은 돈을 많이 주는 것도 아니고 무거운 것을 계속 나르는 일이니까 힘도 많이 들고, 이 일을 하지 않아도 다음에 아무데나 가서 일을 해도 똑 같으니까 돈 있을 때는 쉬고 돈 떨어지고 답답해지면 슬근슬근 나타날거라고 합니다.
제가 리어카를 만들어서 사용하라고 지시를 했더니 나중에 인부들 일감 뺏었다고 불평을 할거라는데, 본 건물 공사 때는 머리로 이고 나르는 운반은 위험해서 안되고 공사 진도도 느려서 안되니까 미리 준비를 하라고 강요를 했습니다.
19일 설날에는 오전에 현장을 챙기고 점심을 먹자마자 오렌지와 땅콩 11봉지(11명분, 3300원어치)를 사서 치트완(국립공원지역)으로 달려갔습니다. 사관학교 동기인 윤우 장군이 와이프의 의료 봉사활동에 동행해서 왔다가 치트완에서 관광겸 휴양을 한다고 왔기 때문에 만나러 간겁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9907A7435CF2928506)
네팔의 세쌍둥이 땅콩입니다. 작지만 맛은 아주 좋습니다
120키로미터를 세시간 동안 달려서 갔습니다. 만나자마자 윤장군은 낮에 탄 옥스카트(숫소가 끄는 수레) 동영상을 보여 주더군요, 신기해서가 아니라 이게 무슨 대단한 관광인가? 하는 의문이었지요... 우리가 보면 정말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런데 이 나라에서는 신처럼 모시는 소가 끄는 수레를 태웠으니까 대단한 관광이라고 봐야지요ㅎㅎ
7시에 세미나를 시작한다는데 그전까지 쉴 틈 없이 떠들었습니다. 딱 한달만에 만난 한국 사람이니까요, 매일 중국어와 네팔말에 치이고 영어에 스트레스를 받다가 모처럼 한국말로 스트레스를 풀었습니다.
일부러 호텔식을 하지 않고 돌아오는 길에 치트완 도심(룸비니보다 훨씬 큰 도시임)에서 피자집을 찾았는데 없더군요, 헤매다가 건물 꼭대기에 네온사인이 번쩍번쩍하는 고급 레스토랑을 찾아서 들어갔는데 제대로 된 레스토랑이었습니다. (네온사인을 켠다는 것이 아주 고급이라는 의미이지요)
그곳에서 저는 피자를 시키고 운전기사는 칠리치킨을, 통역사는(길찾기 할떄 기사가 영어를 못해서 데려감) 우리 짬뽕 같은 것을 시키더군요, 저도 사진을 보고 구미가 당겼는데 아무래도 커리가 들어 있을 것 같아서 나중에 라면을 끓여 먹는게 나을거라고 생각하고 피자로 결정했습니다.
맨 먼저 짬뽕이 나왔는데 통역사가 한 숟갈 먹더니 못 먹겠다고 하면서 나보고 맛을 보라는데 긴장을 하면서 맛을 보았더니 우리나라 해물짬봉 맛이 었습니다.(커리는 아주 약간) 잽싸게 뺏어서 제가 다 먹었습니다.
그리고 그 친구는 모모라고 우리나라 만두 같은 것을 다시 시켰는데 이것도 우리 맛이었습니다. 칠리 치킨도 우리 고춧가루 맛이었구요...결국 제일 기대했던 피자는 운전기사의 아기 몫으로 패킹을 했습니다.
해물맛만 빼고 다른 것들은 네팔인들도 맛있다고 해서 칠리치킨도 추가하고 배를 두드리게 먹었는데 한국돈으로 만육천원(서비스팁 포함)이 들어갔습니다.(여기 기준으로는 16만원의 가치로 봐야합니다)
저는 설날에 한국말로 스트레스도 풀고, 떡국 대신에 제대로 된 한국식 음식도 실컨 먹었습니다. 게다가 땅콩을 드신 분들이 너무맛있다고 감사를 보내와서 더 기쁨이 컸습니다.
오늘도 토요일이라 현장을 대충 챙기고 낮에는 짜파게티를, 저녁에는 타조고기 요리를 했습니다. 타조고기 250그램과 마늘 두통, 양파 두통, 신라면 스프 두 개, 고춧가루 한 스푼, 미역 조금을 합성했는데 제대로된 소고기 국 맛이 났습니다. 타조고기는 붉은 소고기와 비슷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