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목(喬木)
이육사
푸른 하늘에 닿을 듯이
세월에 불타고 우뚝 남아서서
차라리 봄도 꽃피진 말아라.
낡은 거미집 휘두르고
끝없는 꿈길에 혼자 설레이는
마음은 아예 뉘우침 아니라.
검은 그림자 쓸쓸하면
마침내 호수(湖水) 속 깊이 거꾸러져
참아 바람도 흔들진 못해라.
ㅡ
이육사님의 시를 읽다보면 그 기상
이 하늘에 닿고 싶었던 핏발이 보인다. 세월은 이육사에게 무엇이었을까. 세월의 무심한 흐름조차 육사님은 견딜 수 없었지 않았을까. 겨울 가고 어느 날 문득 다가선 봄날의 아지랑이를 육사는 잠시 멈추라 하지 않았던가 교(喬)가 높이 솟는다는 뜻을 가졌으니, 喬木은 하늘 높이 치 솟아 오른 큰 나무의 이름이다. 중심되는 하나의 줄기가 뚜렸하고 키가 대략8m를 넘는 나무를 교목이라 한다 이와 대비해 키 작은 나무는 관목(灌木 )이라 부른다. 교목 가운데 비교적 낮은 키의 나무는 아교목 혹은 소교목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관목이라고 해서 볼품없는 건 아니지만, 광야의 이육사님은 교목의 늠름한 기운이 깃들어었으리라. 우리 문학사에, 혹은 일제 침략강점시의 우리의 역사의 지사로 교목처럼 우뚝 솟은 이육사님에게 교목은 자신의 뜻이자 이 민족의 염원이었을 것이다. 일제 식민 강점기시절, 그 정신의 검은 그림자는 쓸쓸히 깊은 호수 속에 거꾸러진 채 였겠지요. 그래도 시인은 세상의 어떤 바람도 그 정신의 한 가닥을 흔들 수 없으리라 노래하고 있습니다 오늘 날에도 역사는 뉘우침 없이 부끄러움도 없이 염치도 없이 볼성 사나운 일본국가는 있으나 민족은 없는 추악한 인종들의 마지막을 지켜보고 있으니 이 시대 우리민족은 그 뼈 아픈 역사 앞에서 우뚝 솟은 喬木처럼 당당히 서 있어야 하겠습니다
芝山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