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암산(寶岩山 695.6m)은 예전에는 부암산으로 불리던 산으로, 2002년 국립지리원이 산청군의 요청을 받아들여 보암산(寶岩山)으로 명칭이 변경됐다. 하지만 아직도 이 지역의 도로 안내판에는 부암산으로 표기돼 있는 곳이 많다. 초행길에는 헷갈릴 수 있으니 기억해두는 것이 좋겠다. 많은 이들이 보암산과 황매산은 별개의 봉우리로 생각한다.
하지만 두 산은 능선길로 완벽하게 이어지며 아주 준수한 산행이 가능하다. 게다가 능선상에는 많은 암봉이 솟아 있어 조망이 뛰어나다. ‘한 부분만 떼어놓고 보면 작은 금강산 같다’고 할 정도로 화려한 산세를 자랑한다. 위험한 암벽 구간에는 밧줄과 계단, 철봉 등을 설치해 산행에 큰 어려움도 없다.
황매산~보암산 코스는 이미 경남권에서는 ‘유명인사’ 대접을 받고 있다. 안전시설과 중요 기점의 이정표까지 세워뒀다. 영화주제공원으로 오르는 도로는 철쭉 시즌을 대비해 공사가 한창이었다. 새빨간 철쭉꽃이 피는 황매산만 아름다운 것이 아니다. 산에 오르면서 보니 철쭉 개화를 한 달여 앞둔 시기라 서두르는 듯했다.
산길을 따라 조금 오르니 자그마한 연못과 정자가 있는 공터에 도착했다. 황매산이 바라보이는 곳에 차황청년회에서 만든 풍년제단과 차가운 물이 흘러나오는 ‘돌팍샘’이 자리하고 있다. 경치 좋고 분위기 좋은 쉼터다. 주능선에 올라서니 탐방로의 데크 공사가 한창이다. 이 나무판 길은 황매산 정상으로 오르는 긴 계단과 연결돼 있다.
앞으로는 흙을 밟지 않고도 황매산에 오를 수 있을 것이다. 아쉽지만 사람들이 몰려들며 산길이 훼손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그래도 이 데크 덕분에 탐방로가 높아지며 주변의 철쭉 꽃밭을 구경하기는 좋아졌다. 베틀봉으로 올라서는 능선부터는 흙길이다. 베틀봉을 살짝 돌아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전망대로 올랐다.
합천 방면의 조망이 시원스레 터지는 장소다. 남쪽으로 뻗은 능선 주변의 넓은 철쭉 군락도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철쭉꽃이 피면 환상적인 조망이 펼쳐질 장소다. 지붕까지 있어 그늘 한 조각 없는 철쭉 밭의 뙤약볕을 피하기 좋았다. 철쭉이 가득한 능선을 따라 진행하다 무덤 한 기를 지나면 산길은 소나무 숲으로 잦아든다.
잠시 뒤 평탄한 흙길을 통과하면 분위기는 급변해 바위지대가 앞을 가로막는다. 비단덤이라는 곳이다. 바위들이 긴 벽을 형성하며 늘어서 있는 모습이 아름답다. 하지만 길을 가는 사람들에게 암벽지대는 그저 보기 좋은 장소가 아니다. 위험을 감수하고 돌파해야 할 대상이다. 그래도 비단덤에는 철제 난간이 설치돼 있어 안심할 수 있었다.
급경사 아래로 천황재가 손에 잡힐 듯 가깝다. 순식간에 고갯마루로 내려서니 왼쪽에 합천 대기마을로 갈려 나가는 산길이 나타난다. 이정표에는 ‘대기까지 2.3km, 감암산은 1.2km’라고 표기돼 있다. 천황재에서 곧바로 828m봉을 향해 올라섰다. 꾸준하게 이어지는 경사길을 20분 정도 치고 오르니 희미한 봉우리에 이정표가 서 있는 삼거리에 닿았다.
이 봉우리에서 누룩덤과 보암산 방면의 산길이 나뉜다. 합천 방면으로 뻗은 누룩덤 능선은 인기 코스다. 누룩을 쌓아 놓은 것처럼 보이는 커다란 바위를 타고 넘는 재미가 남다른 곳이다. 전망도 뛰어나다. 대기마을을 기점으로 원점회귀할 수 있어 자가용을 이용한 산행도 불편함이 없다. 계속 능선을 타고 직진했다.
숲을 통과해 5분쯤 가면 오른쪽으로 상법리로 내려서는 갈림길이 보이고 잠시 후 감암산(834m) 정상이다. 여기서 남쪽으로 조금만 내려서면 절벽 끝의 조망대에 도착한다. 남쪽 멀리 바위로 병풍을 두른 듯한 수리봉과 보암산이 사이좋게 솟아 있다. 전망대를 지나면 산길이 곤두박질친다. 급경사 나무계단을 통과해 커다란 바위 하나를 돌아서면 헐벗은 듯한 느낌이 드는 능선이 나타난다.
엉덩이 모양의 재미있는 바위들이 도열해 있는 곳을 지나가면 완만한 사면에 밧줄이 매어져 있다. 이곳을 지나쳐 숲으로 접어들면 만나는 이정표에서 이교마을 방면으로 표기된 왼쪽 길을 탄다. 바위벽들이 주변을 둘러싼 듯한 분위기의 산길이 한동안 계속된다. 봉우리 하나를 넘어 바람흔적미술관 방면의 이정표를 지나면 짙은 소나무 숲이 느리재까지 계속된다.
느리재를 지나 30분 가량 오르막을 치면 수리봉 정상이다. 등산로는 정상에서 동쪽으로 조금 떨어진 곳으로 지나간다. 표지석이 있는 정상부는 서쪽 방면의 조망이 아주 뛰어나다. 패러글라이더를 타고 산 위를 비행하는 듯한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장소다. 특히 정면에 보이는 보암산과 수리봉 사이에 형성된 깊은 바위 계곡의 풍광이 압권이다.
배넘이재를 지나 철계단을 타고 보암산 정상에 오르면 ‘이름 없는 산악회’에서 세운 ‘부암산 695m’ 표지석이 보인다. 산 이름은 보암산으로 바뀌었지만 시설물의 표기는 거의 부암산이라고 돼 있다. 정상부의 공터 한쪽 구석에는 평상이 놓여 있다. 보암산 정상에서 곧바로 동남쪽 능선을 타면 이교마을로 내려갈 수 있다.
하지만 경치는 서쪽의 전망바위를 거쳐 내려서는 산길이 더 좋다. 아찔한 수직 절벽으로 둘러싸인 보암산 서봉을 거쳐 급경사를 내려서면 능선은 서서히 고도를 낮춘다. 바위들이 도드라진 지형도 금방 수더분한 숲으로 바뀐다. 산길 주변에 붉게 핀 진달래가 지천이다. 소나무 숲과 진달래의 조화도 색다른 아름다움이다.
차분한 마음으로 걷기 좋은 오솔길을 따라 1시간 정도 내려오니 이교마을 방향을 알리는 이정표가 보인다. 오른쪽 아래 손항저수지 방면으로 내려서는 산길은 찾지 못했다. 사람이 잘 다니지 않아 희미해진 모양이다. 계속 능선을 따라 가다 이교마을 방면으로 내려섰다. 이교마을은 전형적인 농촌의 한적함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산으로 둘러싸인 조용한 시골로 4월 초에 철쭉이 한창이다. 고도가 낮아 황매산보다 한 달 먼저 꽃소식이 찾아오기 때문이다. 이교마을은 보암산 덕분에 최근 방문객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황매산~보암산 능선의 뛰어남으로 미루어 앞으로 더 많은 이들이 이 마을을 찾을 것이 확실하다. 주민들을 위해서라도 등산객들의 양식 있는 행동이 필요하다.
황매산에 오르려면 산청군 차황면 법평리 신촌마을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마을에서 황매평전 아래 영화주제공원까지 오르는 도로가 나 있고 주차장도 마련돼 있다. 하지만 철쭉 만개 시기에는 교통량이 많아 차를 몰고 오르기가 쉽지 않다. 영화주제공원에서 시작할 경우, 주능선의 철쭉 군락까지 오르는 데는 30분이면 족하다.
여기서 남쪽의 베틀봉과 산불감시초소를 거처 비단덤 부근까지 계속 철쭉밭이 이어진다. 비단덤부터는 바위 타기의 시작이다. 하지만 천황재에서 누룩덤으로 갈라지는 828m봉의 삼거리까지는 별다른 특징이 없는 산길이다. 이후 감암산에서 느리재로 이어지는 능선은 굴곡도 크고 경관도 수려해 재미가 남다른 구간이다.
독특한 모양의 바위들이 사방으로 둘러선 모습이 장관이다. 느리재에서 수리봉까지는 다시 평범한 오르막길. 하지만 수리봉 정상은 아찔한 고도감을 느낄 수 있는 근사한 전망대 역할을 한다. 수리봉에서 배넘이재를 거쳐 보암산과 서쪽의 전망바위까지 연결된 바위 능선은 규모와 세밀함이 일품이다.
특히 수리봉과 보암산 사이에 형성된 바위 골짜기의 아찔함이 눈길을 끈다. 보암산에서 서쪽 전망바위를 거쳐 능선을 타고 이교마을까지 하산하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다. 뚜렷한 숲길을 따라 1시간 남짓이면 마을 상단의 사찰인 부암사에 닿는다. 능선상에는 식수를 구할 곳이 없으므로 영화주제공원 근처의 샘터에서 수통을 충분히 채우도록 한다.
주능선 곳곳에 합천과 산청 방면으로 내려설 수 있는 길이 있으나 이 코스의 하이라이트인 수리봉과 보암산을 보기 위해서는 남쪽 끝까지 산행하길 권한다. 영화주제공원에서 황매평전으로 올라 비단덤과 감암산을 거쳐 수리봉~보암산~전망바위~이교마을로 하산하는 코스는 총 산행거리 8.5km 가량으로 산행시간만 5시간30분 정도 소요된다.
※ 산행코스
• 영화주제공원~황매평전~비단덤~감암산~수리봉~보암사~전망바위~이교마을(8.5km, 5시간30분) ※ 교통정보
• 황매산~보암산 산행은 시작 지점과 종점의 거리가 10km 넘게 떨어져 있고 노선버스가 없어 교통이 불편하다. 영화주제공원에 자가용 차량을 주차하고 산행을 마친 뒤 이교마을로 하산했다면 신등면 택시(055-972-3127)를 불러 산행 시작 지점으로 돌아가야 한다. 요금은 출발지(신등면)에서 미터기대로 받는데, 이교마을에서 영화주제공원까지 갈 경우 2만5,000원 가량이다. 만암이나 신촌마을에 차를 대고 차황면의 택시(055-972-7959)를 이용해 이교마을까지 이동해도 비슷한 거리다.
• 대전통영HW→단성나들목→(5km)→원지면→(5km)→문대삼거리→(3km)→신등면→(3km)→가회면→(6km)→모산재
• 남해고속국도→의령군북나들목→대의면→삼가면→가회면→모산재
• 88올림픽고속국도→고령나들목→합천읍→합천댐→모산재
• 서울 서초동 남부시외버스터미널에서 산청행 직행버스 1일 8회(08:30~19:30), 심야버스 1일 1회(23:00) 운행. 요금 1만9,500원. 심야버스 요금 2만1,500원. 3시간10분 소요.
• 진주 시외버스터미널에서 5~10분 간격(06:00~21:30)으로 운행하는 산청행 버스 이용. 요금 3,700원. 40분 소요.
• 대전·전주·광주지역은 거창을 경유해 산청으로 연계한다. 거창에서 1일 29회(06:10~20:00) 운행하는 진주행 버스 이용, 산청에서 하차. 요금 5,200원. 1시간5분 소요.
• 산청(군내버스 055-973-5191)에서 차황 경유 영화주제공원 입구 신촌행 버스 1일 2회(08:30, 13:40) 운행. 30분 소요.
출처: http://mtno1.tistory.com/280 [아름다운 산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