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시문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제시문 (가) 하늘에서 타고난 재주와 기력은 사람의 지혜로 어찌할 수 없으므로 타고난 인품을 통일할 방법은 없지만, 모든 사람의 사람 된 도리와 권리를 하나로 통일시키기 위해서 국가의 대업과 정부의 법도가 세워졌다. 의롭지 못한 무리들은 과격한 기질로 그러한 질서를 파괴하고 자기들의 사사로운 욕심을 채우는 일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이성으로 힘을 제어하여 일정한 제도를 시행하게 되었으니, 이것이 정부가 만들어진 근본 뜻이다. 정부의 직분은 나라의 정치를 안정되고도 온전히 하여 국민으로 하여금 태평스러운 즐거움을 누리게 하는 것, 법치를 확립하여 국민으로 하여금 원통하거나 억울한 일이 없도록 하는 것, 외국과의 교제를 신의 있게 하여 나라가 분란의 우려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이다. 군대 양성과 도로 건설, 학교 설립과 같은 공공사업을 시행하지 않으면 한 나라의 안녕과 문명을 바랄 수 없을 것이다. 한 나라가 개화되었는지 미개한지의 구별은 정부가 공공사업을 시행하는지 아닌지에 달려있다. 군대가 없으면 외국의 침략이나 국내의 반란이 있을 때 무슨 방법으로 방어하며 진압하겠는가. 도로를 건설하지 않으면 국민들이 어찌 편리하게 이동하겠으며, 학교를 설립하지 않는다면 국민들이 어찌 윤리와 기강에 밝고 기술에도 정통하여 풍속이 문란해지거나 가난한 지경에 이르지 않기를 기약하겠는가. 이 밖에도 여러 가지 면에서 정부의 역할은 중요하다. 사람들이 어떠한 생업에 종사하든지 자신들의 생애를 편안히 하여, 집안에서는 부모를 봉양하고 형제 처자와 즐거움을 누리며, 집 밖에 나가서는 친구들을 따라다니며 재미있게 놀더라도, 도둑을 맞을 우려와 재앙을 만날 공포가 없는 것이 모두 정부의 덕택이다. 만약 사람들이 함께 사는 사회에 정부가 설립되지 않았다면 약한 자가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어디에 호소하며, 강폭한 자가 무도한 행위를 저지른들 누가 막아주겠는가.
제시문 (나) 좁은 의미에서 `공적`(公的)이라는 말은 `국가적`이라는 말과 동의어다. 이런 속성은 사법권의 규제와 정당한 강제력을 독점적으로 행사하는 국가기구의 기능과 연관된다. 국가기구의 권력에 맞서 생겨난 것이 시민사회다.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에 따르면,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의 근대적 관계는 `사회적인 것`의 등장으로 특징지을 수 있다. 이 때 그녀가 의미했던 것은 바로 사적 영역이 공적인 것과 연관성을 가진 그러한 사회의 영역이다. 즉, "단지 살기 위해서 상호 의존한다는 사실이 공적인 의미를 획득하고, 단순한 생존에 관련된 활동이 공적으로 등장하는 곳이 사회다. 시민사회의 사적 영역에 관한 공중(公衆)의 관심사가 더 이상 공권력에 의해 만들어지거나 제한되지 않고, 공중이 그 관심사를 자신의 문제로 여기면서 시민사회의 공적 영역은 더욱 발전했다. 한편으로 이제 국가에 맞서게 된 사회는 사적인 부문을 공권력에서 분명히 분리시켰고, 또 다른 한편으로 경제적 재생산의 문제를 사적인 가정의 범위를 넘어 공중의 이해관계와 직결된 문제로 끌어올렸다. 이에 따라 국가와 시민사회가 행정절차를 통해 지속적으로 접촉하는 지점에서 공중은 자신들의 이성을 사용하여 비판적 판단력을 키웠다. 시민사회의 공론장(公論場)은 개인들이 결집한 공중의 영역으로 파악될 수 있다. 공권력 그 자체에 대항하여 시민사회는 이제 국가에 의해 규제되어 온 공적인 영역을 차지하고자 했다. 그 결과 시민사회는, 기본적으로 사적 영역에 속하지만 공적으로 연관되어 있는 상품교환과 사회적 노동에 관한 관계들을 규제하는 일반적인 규칙을 놓고서 공권력과 논쟁을 벌였다. 정치적 대결의 매개가 시민들이 공적인 용도로 사용한 이성이었다는 점은 매우 특수하고 역사상 유례가 없는 것이었다. 정치적으로 기능하는 공론장은 18세기로 넘어가는 문턱의 영국에서 처음으로 발생했다. 잡지와 신문은 정치적인 문제를 논의하는 공중의 비판적 기구로 가장 먼저 자리 잡게 되었다. 이 시기에 『타임즈』(The Times)와 같은 새로운 거대 일간지와 더불어 정치적인 문제를 논의하는 공중의 다른 제도들도 출현했다. 공적 집회도 그 규모와 횟수가 증가했고 정치적 연합체 역시 많이 생겼다.
제시문 (다) 공리(utility)의 원리는 이해관계가 걸려있는 당사자의 행복을 증가시키거나 감소시키는 (또는 촉진시키거나 억누르는) 경향에 따라 모든 행위를 승인하거나 부인하는 원리를 의미한다. 또한 여기서 말하는 모든 행위란 개인의 사적인 모든 행위뿐 아니라 정부의 모든 정책까지도 포함하는 것이다. 공리는 어떤 것이든 이해관계가 걸린 당사자에게 혜택, 이점, 쾌락, 선, 행복(이 경우에 이 모든 어휘는 동일한 의미를 갖고, 그것은 고통의 경우도 마찬가지다)을 가져다주거나 불운, 고통, 악, 불행이 일어나는 것을 막아주는 그러한 속성을 의미한다. 여기서 당사자가 공동체 전체일 경우 행복은 공동체의 행복을 뜻하며 당사자가 특정 개인인 경우는 그 개인의 행복을 가리킨다. 공동체는 구성원으로 여겨지는 개인들로 이루어진 허구체다. 그렇다면 공동체의 이익이란 무엇인가? 그 이익이란 공동체를 구성하는 여러 개인들이 얻는 이익의 총합이다. 개인의 이익이 무엇인지를 염두에 두지 않고 공동체의 이익에 대해 말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어떤 일이 개인의 이익을 증진시키거나 그것을 위한 일이라고 하는 것은 그것이 그 개인의 쾌락의 합계를 증가시키거나 고통의 합계를 감소시킨다는 것을 의미한다. 마찬가지로 어떤 일이 공동체의 이익을 증진시킨다는 것은 그것이 구성원들의 쾌락의 합계를 증가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어떤 행위가 공동체의 행복을 증가시키는 경향이 그것을 감소시키는 경향보다도 큰 경우, 이는 공리의 원리에 상응한다고 할 수 있다. 어떤 행위에 대한 개인의 승인이나 부인이 공동체의 행복을 증가시키거나 감소시키는 경향에 따라 결정되는 경우, 다시 말해 공리의 법칙에 상응하는지 상응하지 않는지에 따라 결정되는 경우, 그 개인은 공리의 원리를 따른다고 할 수 있다. 제시문 (라) 다음과 같은 작은 마을이 있다고 상상해 보자. 마을 주민들은 삼림을 공유하며 거기서 나무를 베어 땔감으로 쓴다. 주민 개개인이 벨 수 있는 나무의 양은 제한되어 있지 않으나 전체 나무의 양은 제한되어 있다. 삼림 훼손에 의한 비용은 마을 주민 모두가 치러야 하기 때문에, 나무를 많이 베어 개인의 이익을 추구하는 주민들의 수가 늘어날수록 결국 개인의 이익에 해가 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주민 대다수가 나무를 적게 베는 데 반해 일부 개인들이 나무를 많이 베면 그 개인들은 큰 이익을 얻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개인들이 너무 많아져 삼림 훼손에 의한 집단적 비용이 지나치게 증가하게 되면, 결국 나무를 많이 벤 개인들의 이득은 마을 주민 모두와 협력해서 나무를 적게 벨 때보다 더 낮아지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마을의 주민들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 규칙에 따라 나무를 얼마나 벨지를 선택한다. 규칙 1: 주민들은 각자 나무를 얼마나 벨지를 동시에 선택한다. 규칙 2: 주민들은 각자가 선택한 후 마을 전체의 벌목량을 알 수 있다. 규칙 3: 주민들은 이러한 선택을 일주일 간격으로 반복한다.
이 마을에는 오랫동안 운영되어 온 마을 자치회가 있는데, 주민들은 회의를 통해 마을 전체의 벌목량을 확인한다. 정부도 삼림 자원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으며, 필요한 경우 행정적 조치를 취할 수 있다.
【문제1】 제시문 (가), (나), (다)는 공공성을 실현하는 주체가 누구인지에 대해 서로 다른 해석을 하고 있다. 그 차이점을 분석하시오. (800자 내외로 쓰시오. 30점) 【문제2】 아래에 소개된 공공성의 속성이 제시문 (가), (나) 각각에 제시된 공공성에서 구체적으로 실현될 수 있는가? 자신의 답변을 제시하고 그 근거를 밝히시오. (800자 내외로 쓰시오. 30점) ※ 공공성이란 공중에 관련된 모든 것을 누구나 보고 들을 수 있으며 누구에게나 공개해야 함을 의미한다. 【문제3】 제시문 (라)의 마을은 삼림 훼손을 막아 마을 전체의 이익을 높이고자 한다. 이를 위해 가장 적절한 입장을 제시문 (가), (나), (다) 가운데서 선택하여 그 선택의 근거를 설명하고, 어떤 구체적인 방안들을 도입할 수 있는지를 논의하시오. 그 방안들은 제시문 (라)에 나온 세 가지 규칙에 어긋나지 않아야 한다. (1,000자 내외로 쓰시오. 40점)
제시문 분석
1) 제시문 (가) 유길준이 1895년에 발간한 『서유견문』(西遊見聞)의 일부를 발췌ㆍ 편집한 것이다. 이 글에서 유길준은 근대 국가에서 정부가 정책이나 법을 통해 구현하는 공공성에 대해 말하고 있다. 국가는 국민들 모두에게 동일한 권리를 부여하며 이를 법과 제도 등을 통해 유지한다. 국가가 행정활동으로 시행하는 군대 양성, 도로 건설, 학교 설립 등은 어떤 특정한 지위나 신분에 속한 사람이 아니라 `국민 모두`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고 부와 지식을 증진시키기 위한 `공공사업`이다. 이상의 내용을 종합하면, 국가는 공공성을 구현하려는 의지와 그것을 효과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자원과 능력을 소유한, 근대세계에서 매우 중요한 공공성의 주체라고 할 수 있다.
2) 제시문 (나) 독일의 철학자이자 사회학자인 하버마스(J?gen Harbermas)의 『공론장의 구조변동』(Strukturwandel der ?fentlichkeit : Untersuchungen zu einer Kategorie der b?gerlich Gesellschaft, 1961)의 일부를 발췌ㆍ편집한 것이다. 하버마스는 국가가 구현하는 공공성과는 다른 성격의 공공성이 형성되는 과정을 설명하는데, 이는 (시민)사회의 등장과 관련되어 있다. 자본주의의 발전과 더불어 이전에는 사적인 영역으로 여겨졌던 경제적 영역이 공적인 것, 즉 공동의 문제로 대두하면서 성립된 것이 `(시민)사회`다. 시민사회는, 시민들이 자신들과 관련된 `모든 문제`에 대해 `누구나` 자신의 `이성`에 의거하여 자유롭게 토론하고 판단하는 것을 이상으로 삼는 `공론장(public sphere)`을 형성시킨다. 이러한 공론장에 참여하는 개인은 자신의 `이성`을 `공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능력, 즉 비판적 판단력을 가진 `공중`으로 간주된다.
3) 제시문 (다) 영국의 철학자인 벤담(Jeremy Bentham)의 『도덕과 입법의 원리』(Principles of Morals and Legislation, 1789)에서 발췌ㆍ편집한 것이다. 이 글에 따르면, 인간의 삶은 쾌락을 증진하고 고통 을 감소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제시문 (다)에는 어떤 행위의 옳음이 행복이나 쾌락을 유발하고 불행이나 고통을 막는 경향에 달려있다는 주장이 담겨 있다. 사람들 각자 자유로이 쾌락을 증진하고 고통을 감소시킬 수 있다면,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한편, 공동체는 구성원인 개인들의 총합과는 별개로 존재하는 어떤 실재가 아니라 허구체(fictitious body)일 뿐이다. 따라서 공동체 전체의 이익보다 개인의 이익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 각 개인의 이익을 측정하여 이를 합하여 계산해 낸다면 그것이 바로 공동체 전체의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4) 제시문 (라) World Development Vol. 28 (2000)에 실린 Cardenas & Stranlund의 "Local Environmental Control and Institutional Crowding-Out"에서 실행한 삼림자원 보호에 대한 가상의 실험을 문제의도에 맞게 수정한 것이다. 원문은 개인이 주어진 상황 속에서 어떤 방식으로 자기 이익을 추구하는 개인적 선택을 하며 이것이 공동체의 이익과 어떻게 연관되는 가를 검토하는 것인데 반해, 본 제시문은 개인적 선택과 함께 공동체 차원의 선택과 정부라는 공동체 외부자의 선택이 가능하도록 수정되었다. 땔감의 확보라는 개인의 이익추구와 삼림보호라는 공익의 추구가 일치하지 않을 때 어떻게 하면 개인들이 삼림이라는 공공재를 보호하도록 할 수 있을지가 이 글에서 다루는 핵심적인 문제다. 이 글은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에 있어 국가의 개입, 시민사회의 합의 형성, 개인들 사이의 반복되는 게임이라는 다양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문제 분석 및 예시 답안
▶ 문제1 분석 이 문제는 공공성의 주체와 속성에 대한 다양한 해석과 주장을 담은 제시문들을 분석하여 그 차이점을 읽어낼 수 있는 능력을 측정하는 데 목적이 있다. 공공성이란 일반적으로 공동체 전체의 이익과 연관된 성질을 일컫는다. 이러한 공공성을 실현하는 주체는 다양할 수 있다. 이 문제는 각 제시문에서 나타난 공공성 실현의 서로 다른 주체(국가, 시민사회, 개인)을 찾아내고, 각 주체가 구현하는 공공성의 차이를 논리적으로 설명하기를 요구한다.
▶ 문제1 예시답안 제시문들은 각각 공공성 실현의 주체로 국가, 시민사회, 개인을 꼽고 있다. 제시문 (가)는 공공성 실현의 주체로서 국가가 갖는 특징에 주목한다. 근대 국가에서 정부는 정책이나 법을 통해 공공성을 구현한다. 국가는 국민들 모두에게 동일한 권리를 부여하며 이를 법과 제도 등을 통해 유지한다. 국가가 행정활동으로 시행하는 군대 양성, 도로 건설, 학교 설립 등은 어떤 특정한 지위나 신분에 속한 사람이 아니라 `국민 모두`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고 부와 지식을 증진시키기 위한 `공공사업`이다. 국가는 공공성을 구현하려는 의지와 그것을 효과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자원과 능력을 소유한, 근대세계에서 매우 중요한 공공성의 주체라고 할 수 있다. 국가가 공공성 실현의 집행자로서 의미를 갖는다면 제시문 (다)에서 강조하는 개인은 공공성의 직접적인 이해 당사자로서의 의미를 갖는다. 공동체는 구성원인 개인들의 총합과는 별개로 존재하는 어떤 실재가 아니라 허구체일 뿐이다. 따라서 공동체 전체의 이익보다 개인의 이익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 각 개인의 이익을 측정하여 이를 합하여 계산해 낸다면 그것이 바로 공동체 전체의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제시문 (나)는 시민사회라는 개념을 통해 국가가 구현하는 공공성과는 다른 성격의 공공성이 형성되는 과정을 설명한다. 사적인 영역으로 여겨졌던 경제적 영역이 공적인 문제로 대두하면서 성립된 시민사회는, 시민들이 자신들과 관련된 `모든 문제`에 대해 `누구나` 자신의 `이성`에 의거하여 자유롭게 토론하고 판단하는 것을 이상으로 삼는 `공론장`을 형성시킨다. 이러한 공론장에 참여하는 개인은 자신의 `이성`을 `공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능력, 즉 비판적 판단력을 가진 `공중`으로 간주됨으로써 (다)에서 강조하는 개인과는 구별된다. (874자)
▶ 문제2 분석 공개성은 공공성의 중요한 속성 중 하나다. 여기서 공개성이란 공중과 관련된 정보 또는 혜택이 누구에게나 공개되고 접근 가능함을 의미한다. 정부와 시민사회는 공히 이러한 공개성의 원칙을 실현하기 위한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가지고 있다. 이 문제는 공공성이 국가에 의해 주도되는 경우 [제시문 (가)]와 시민사회에 의해 추구되는 경우 [제시문 (나)], 각각 공개성이 어떻게 실현가능 혹은 불가능한지를 분석하고 그러한 분석의 근거를 밝히도록 요구하는 것이다.
▶ 문제2 예시답안 공개성은 공공성의 중요한 속성 중 하나다. 여기서 공개성이란 공중과 관련된 정보 또는 혜택이 누구에게나 공개되고 접근 가능함을 의미한다. 정부와 시민사회는 모두 이러한 공개성의 원칙을 실현하기 위한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가지고 있다. 공공성이 국가에 의해 주도되는 경우 공개성은 공공정책이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얻기 위한 필수 요소가 된다. 정부는 공개성을 확보하기 위해 공청회 등의 다양한 의사수렴을 통한 공공정책의 마련, 다양한 공시제도를 통한 홍보, 국민의 정보공개청구권을 보장하는 등의 사후 보완 노력을 기울인다. 그러나 바로 이런 노력을 기울인다는 것이 역설적으로 공공정책의 주체로서 정부가 갖는 공개성의 한계를 보여준다. 정부의 공공정책이 모든 국민에게 공개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정책의 수립과 집행의 과정에서 지나친 시간과 노력의 낭비를 수반하기 때문이다. 국가가 주도하는 공개성에서 `누구에게나 공개해야 한다`는 원칙은 모든 국민이 알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원한다면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미로 축소하는 것이 타당한다. 시민사회가 추구하는 공공성에서 공개성은 필연적인 존재기반이다. 시민사회는 모든 시민들이 자유롭게 토론하고 판단하는 것을 이상으로 삼는 `공론장`을 추구한다. 공론장은 모든 시민들에게 공개된 공간이며 공개적으로 결정되고, 공개적으로 집행되는 것을 운영원리로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모든 공동체의 구성원들이 그 공론장에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없으며, 공개적으로 결정된다는 운영원리가 오히려 결과를 공개해야할 필요성을 약화시키기도 한다. 정부에 대한 `공개`요구는 분명한 대상과 근거가 존재하지만 `공론장`을 통해 이루어지는 공공성은 공개의 주체와 대상이 불분명 하다는 한계를 갖는다. (861자)
▶ 문제3 분석 이 문제는 개인의 이익과 공동체의 이익이 갈등을 일으키는 경우, 공공성을 실현하는 세 가지 주체 가운데 어떤 주체가 적합할지 밝히고 그러한 선택의 근거는 무엇인지, 그리고 그 주체에 의해 공동체의 이익을 추구하려고 할 때 구체적으로 어떤 방안이 도입될 수 있는지를 따져보도록 요구한다. 이 문제에서 중요한 점은 어떻게 하면 나무를 적절한 수준에서 베도록 하여 현재의 이익뿐만 아니라 장기적 관점에서 개인과 공동체의 이익도 보호할 수 있는가이다. 중요한 논리적 출발점은 제시문 (라)에 나와 있듯이 삼림 훼손에 의한 비용은 마을 주민 모두가 치러야 하기 때문에, 나무를 많이 베어 개인의 이익을 추구하는 주민들의 수가 늘어날수록 결국 개인의 이익에 해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또한 주어진 규칙들에 위배되지 않은 한에서, 창의적인 해결방안들을 모색하기를 요구한다.
▶ 문제3 예시답안 제시문 (라)는 표면적으로 땔감의 확보라는 개인의 이익추구와 삼림보호라는 공익의 추구가 갈등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본질은 개인의 지속적 이익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삼림 훼손에 의한 비용은 마을 주민 모두가 치러야 하기 때문에, 나무를 많이 베어 개인의 이익을 추구하는 주민들의 수가 늘어날수록 결국 개인의 이익에 해가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삼림 훼손을 막아 마을 전체의 이익을 높일 수 있는 궁극적인 해결책은 개인의 가치를 중시하는 (다)의 관점이다. 공동체의 이익이란 결국 공동체를 구성하는 여러 개인들이 얻는 이익의 총합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개인은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욕망을 갖는다. (가)에서 강조하는 국가의 법이나 제도에 의한 강제는 단기적 효과는 높을 수 있지만 지속성을 갖기 어렵고, 통제의 과정에서 불필요한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비해 (다)에서 강조하는 공리의 원리는 이해관계가 걸려있는 당사자의 행복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으므로 자발적이고 지속적인 참여를 가능하게 한다. 벌목량이 개별적인 선택의 총합으로 주어지는 상황이 개인적 이해를 중심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이유라면, 일주일 간격으로 반복된다는 규칙은 개인의 선택을 `공론장`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조건이 된다. 선택은 개인적 판단에 맞겨져 있지만 그 선택의 결과에 대해 토론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주어져 있고, 그 토론의 결과가 검증되는 선택의 반복이 이루어진다. 개인의 선택에 따른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조건이다. 자유로운 개인의 선택은 인정하지만 그 선택에 대한 책임을 지게 하는 것이 마을의 문제를 해결하는 원칙이다. 무분별한 벌채가 결국 자신들의 이익을 해친다는 사실, 즉 자신들에게 손해가 됨을 인정할 때 개인들은 자신들의 권리를 포기할 수 있다. 이 포기는 엄밀한 의미에서 나만의 희생이 아니라 타인의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기도 하다. 삼림훼손의 피해를 최소화하며 이익을 극대화하는 벌채량을 확정할 수 있다면 개인에게 허용되는 벌채량을 공평하게 분배할 수 있다. 여기에 개인에게 분배된 벌채량의 사적 거래를 허용 한다면 질병이나 사고 등으로 발생하는 개인적 사정에 따른 변수도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다. (1079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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