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우리밥상>
어디 하나 흠잡을 데 없는 밥상이다. 맛까지 실하게 갖춘 데다 가격도 저렴하다. 거기다 수승대라는 절경의 역사적 명소를 끼고 있다. 요수정은 또 어떠한가. 그야먈로 물좋고 정자좋은 곳에 음식까지 좋은 곳이다.
1. 식당
명칭 : 다우리밥상
주소 ; 경남 거창군 위천면 송계로 441
전화 :
주요음식 : 한식
2. 먹은날 ; 2023.5.16. 저녁
먹은음식 ; 다우리반상 15,000원 1인
3. 맛보기
소쿠리에 차려져 나오는 밥상이 시골 향토적인 맛을 진하게 풍긴다. 마치 농꾼들 샛밥 내오는 품새인데, 가짓수 많은 한정식같은 찬은 샛밥의 분위기만 빈 교잣상이다. 거기다 찬마다 정성을 더하고 솜씨를 더했다. 게다가 몇 가지는 향토성을 담은 창의력으로 훌륭한 오늘의 찬을 만들어내고 있다.
수송대(愁送臺), 수승대의 옛이름이다. 근심을 보낸다, 근심으로 보낸다 등등으로 읽어낼 수 있다. 신라에 온 백제 사신을 안타까이 돌려보낸다는 근심으로 보낸다가 적절하겠고, 백제사신을 보내는 것이 시원하다면 근심을 보낸다가 적절하겠다. 백제로 가는 신라 사신을 보내면서 돌아오지 못할 것을 근심했다고 본다면 근심하면서 보낸다가 되겠다. 이름에 얽힌 전설은 이렇게 여러가지다.
그러나 동일한 것은 이곳에서 사신을 보냈다는 것이다. 사신을 보내면서 의식 속에 밥 먹이는 행사가 없을 수 있겠는가. 임금이 사신에게 내리는 사찬상을 받고 어느 나라 사신이나 이곳에서 국경을 넘어 떠났다. 사신이 받은 밥상은 임금이 내린 사찬상, 내려받은 음식상이라는 사찬상이다.
그 사찬상의 재현을 의도한 밥상이 오늘의 밥상이다. 나랏님이 하사하신 상을 받는 기분으로 밥상을 다시 둘러본다. 사찬상이라도 가짓수에 솜씨에 정성에 영양이 부족함이 없는 상이다. 온전한 밥상에 역사적 의미까지 갖춘 밥상을 놀랍게도 오늘날 사신 시발지 옆에서 받는다. 역사적 의미까지 생각하니 밥상의 의미를 어찌 다 형용할까 싶다.
가자미구이. 구이에도 정성이 들어 있다.
다시마무침. 이것도 자주 보기 어려운 찬이다. 다시마의 쫀득한 식감이 맛을 돋운다.
곤약메추리조림. 곤약조림을 만나기도 쉽지 않다. 식재료와 조리법이 다양한데 조리에 정성이 들어 있다. 약간 달근한 맛에 쫄깃한 곤약이 일품이다. 짠맛을 좀 약화시키면 간식으로도 괜찮을 거 같은 찬이다.
무청물김치. 무청 맛이 그대로 들어와 앉았다. 마늘을 넣지 않은 거 같다는 느낌이 날 정도로 강렬하게 무청맛이 그대로 난다. 독특하다. 재료 본연의 맛으로 승부 보는, 그래도 조리사의 최소한의 관여 여지는 남겨놓은 한국 대표음식을 이런 모습으로도 만난다.
숙주나물. 모양새와 식감과 참기름향과 부족함없는 나물이다.
김치. 묵은지 느낌의 김치, 깊은 맛이 좋다. 익어도 사각거리는 김치 풍미가 김치의 품격을 보여준다.
청국장무침. 다른 곳에서 만나기 힘든 매우 특별한 찬이다. 청국장은 보통 떠서 뭉개진 콩을 생각하는데, 탱글탱글한 콩이 마치 콩자반처럼 생겼다. 먹어보니 청국장 맛이 진하게 난다. 콩은 자반 만큼은 아니어도 부드럽지만 탱탱한 식감이 그냥 밥반찬으로 할 만한 느낌이다.
계란찜 예쁘고 앙증맞다. 간이 적당하고 밀도 있는 계란이 식감도 좋다.
꽃게장. 적당히 짠 꽃게장. 깊은 맛은 덜하지만 먹을 만한 장이다.
새콤달콤한 도라지무침, 보기에도 침이 도는 그 기대가 실현된다.
돼지불고기. 양념을 최소화하고 돼지고기를 내세웠다. 쫄깃한 육질이 좋다. 건강을 먹는다는 낙인이 상큼하다.
황태미역국. 진한 국물이 미역국 본연의 맛이 난다. 늘 먹어왔던 그래서 늘 기대하는 그런 맛이다. 풍성하고 깊은 미역의 향이 잘 나는 국, 미역의 맛이 국물 속에 잘 녹아 있으면서 아직 톱톱한 미역의 식감은 살아 있는, 그런 맛. 밥 한그릇 말아 먹으면 딱 좋을 그런 국을 만났다. 황태보다 미역의 맛이 더 기억나는 국이다.
고추다짐장. 어떤 이름으로 불러야 할지 모르겠는데, 만나기 힘든 찬이다. 그냥 밥 비벼먹어도 매콤한 맛이 개운하고 뒤끝이 좋다.
곤약메추리알조림.
4. 먹은 후
수승대 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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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수승대와 식당 소개 감사합니다 저도 여려 차례 가 보았습니다만 이런 맛집이 있는 줄은 몰랐습니다. 다음에 가면 꼭 들러 보겠습니다.
인근에서는 유명한 맛집입니다. 명승지에서 사찬상을 받는 기분, 신선합니다. 명승지 식당은 맛없고 비싸다는 인식인데, 이곳은 맛있고 비싸지 않아서 위치에 따른 식당 이미지마저 바꾸고 있습니다. 다시 가실 기회 있으시면 들러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