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 백의종군길 이음 도보 대행군 참가기(9)
17. 순후한 인정의 고장, 순천의 여러 고을 지나서(구례구역 – 순천 선평삼거리 32km)
8월 30일(수), 구름이 많이 끼고 선선한 날씨다. 아침 6시 반, 모텔 인근의 식당(강변맛집)에서 조반(제첩국 백반)을 들고 구례구역으로 향하였다. 역에 도착하니 체육진흥회 전남지부 양창승 사무국장이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다. 구례구역은 순천시 황전면 선변리로 행정구역은 순천이지만 구례로 들어가는 입구(구례군민은 이곳에서 기차를 타고 내린다)라서 붙여진 이름이다. 광장의 홍보 판에는 황전면이 한우와 매실의 특산지, 인심이 순후한 고장이라 안내한다.
오전 7시, 구례구역을 출발하여 천변을 따라 황전면소재지 쪽으로 향하였다. 한 시간여 걸으니 선변교에 이른다. 기차가 다니는 철길 건너서 주변을 한 바퀴 돌아 외구마을 당산나무 아래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였다.
외구마을에서 잡풀 무성한 천변 따라 한참 걸으니 월산교, 남도 이순신 백의종군로의 표지판이 풀숲 우거진 곳으로 화살표가 표시되어 있다. 이 길을 잘 아는 양 국장이 앞장서 풀숲을 헤치며 나아가고 일행은 그 뒤를 좇는다. 백의종군로로 지정한 이후 사후관리가 제대로 안 되어 위험한 길, 집행부에서도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다.
비포장의 발산마을, 황학마을, 죽동마을 천변 길을 따라 걸어서 첫 출발 후 세 시간 넘어 10시 20분 경 황전면사무소 주변의 공터에서 휴식을 취한 후 천변으로 나아가니 다시 거친 풀숲 길이다. 풀밭 끝부분에 매실 농원이 나타난다. 인심 좋은 농장주가 평상에서 쉬어가라며 마당 호스로 연결된 물맛이 좋다고 마셔보란다.
걷기 위험한 천변 풀숲 길
매실 농장을 나서니 11시 20분, 농장 건너 옛 국도로 들어서니 길게 이어지는 오르막길이다. 오르막길을 굽이굽이 돌아 한 시간여 만에 정상에 이르니 순천시 월등면에서 서면에 들어선다. 정상의 표고는 280m, 평지에서 오르느라 그런지 꽤 힘들다. 반대편 차선으로 달리던 트럭 운전자가 멈춰서며 얼음냉수 2병을 건넨다. 힘겹게 언덕길 오르는 모습이 걸렸나보다. 아무튼 감사, 각박한 사회가 이처럼 순박한 인심을 닮으면 좋으리라.
정상에서 내리막길 30여분 걸어서 도착한 식당은 송치골 가든, 우거지탕과 장어탕으로 점심을 들고 2시에 오후 걷기에 나섰다. 30여분 걸어 도착한 학구삼거리, 마을회관에 충무공이 복권된 후 세 번이나 이곳을 다녀갔다는 기록 판이 있다.
‘순천 학구삼거리 신촌마을회관은 송치고개에서 내려오는 길과 마주한다. 예부터 이곳에는 관리들이 쉬어가는 객관(승원)이 있었다. 객관은 순천부로 들어가는 주요 길목에 위치하고 있다. 순천부로부터 27리(10.8km) 떨어져 있다. 지금은 국도와 철도가 지나가서 옛 흔적을 찾기 어렵다.1597년 4월 27일 백의종군 중인 이순신은 송치를 넘어 이곳에 이르러 구례현감 이원춘이 보낸 점심을 먹기도 하였다. 또 순천 객관인 승원에서 옛 군관 이득종과 정신을 만나 따뜻한 환영을 받았다. 5월 14일 이순신은 체찰사 이원익을 만나기 위해 군관 정사준, 정사립, 양정언을 대동하고 이곳을 거쳐 가기도 하였다. 1597년 8월 8일 삼도수군통제사 이순신은 신분이 복권되어 또 다시 이 길을 지나게 된다. 순천 학구삼거리는 세 번이나 이순신이 거쳐 간 유서 깊은 곳이다.’
송치재부터 이곳을 흐르는 서천의 둔대교와 운평교 지나 서천 산책로 길 따라 큰 도로변에 이르니 서면 우체국, 그 앞의 삼거리가 오늘의 목적지 선평삼거리다. 도착시간은 오후 4시 반, 32km(남도 백의종군로 중 4코스, 5코스 및 6코스 일부)를 걸었다. 양창승 전남지부 사무국장이 재빨리 준비해온 플래카드를 펼쳐들고 기념촬영을 요청한다. 그 시간에 취재 차 온 지방신문기자가 선뜻 촬영을 도와주고 선상규 회장과 잠시 이야기를 나눈다. 대행군의 내용을 인터넷으로 파악하여 도착장면을 화면에 담으려는 듯.
곧 이어 승합차에 올라 선평삼거리에서 자동차로 5분 거리의 하얏트모텔에 여장을 풀었다. 저녁식사는 한국체육진흥회 전남지부의 초청만찬, 걸어서 5분 거리의 홍천뚝베기집에서 맥주와 막걸리를 곁들인 뼈다귀 탕이 푸짐하다. 장계주 전남지부장이 여러 날 힘든 행군하여 순천에 온것을 환영하고 무사히 완주할 것을 기원하며 건배하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다. 순천은 지명에서부터 순박하고 넉넉함이 베어나는 지역, 걸으면서 만난 주민들과 관계자들 모두 순수하고 선량하게 대해 주어 감사하다. 아쉬운 점은 남도 이순신 백의종군로의 사후관리가 철저하지 못한 것, 관계자들의 적절한 관심과 올바른 대응이 뒤따랐으면 하는 바람이다.
오늘로 백의종군로 대행군 16일째, 어느새 총 일정의 3분의 2가 지났다. 남은 일정 더욱 알차고 충실하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