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수 단풍에 믿음의 향기가
스텔라 장
이른 아침 새벽 기도 후 커튼을 열어 본다. 비가 내린다. 역시 시애틀… 나는 15년 전 엔 시애틀의 가을 날씨와 단풍들이 아름답고 운치 있음을 몰랐었다.
지금과 똑같은 아침을 맞이하면서도 그때는 “왜 또 비가 오는 거야. 으 ~시애틀 날씨 정말 짜증이 나…” 불만 가득함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아이들을 찾기 위해 변호사를 만나고 법원으로 향하는 나의 발걸음은 마치 시애틀의 날씨와도 같았다. 언제 그칠지도 모를 비와 내 얼굴에 흐르는 물이 빗물인지 눈물인지 뒤범벅이 된 내 모습과 심정이 마치 시애틀의 우중충한 날씨와 같았다.
잠들기 전 매일 같은 기도를 드렸다. 내일의 아침이 나에게 없기를 바라는 기도. 그렇게 내 삶은 치열했고 전쟁과도 같았다. 그 누구도 의지할 수 없고, 나를 모르는 이들에게 나의 상황을 설명하고 호소하는 일을 6년 동안 해야 했다.
그러던 중에 나는 주님과의 대화를 선택했다. 아니 솔직히 나에겐 선택권이 없었다. 그 당시에는 사람들을 믿을 수가 없었고 그 누구도 믿어서는 안 되는 것이 나의 현실이었다.
오직 창밖 넘어 해가 뜨고 해가 지고, 새 떼들이 창공을 나르는 광경들을 우두커니 앉아서 멍하니 바라보며 24 시간을 잘 보내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나만의 위로였다.
그때 기차가 지나가는 소리는 마치 주님의 음성 같았다. “괜찮아, 괜찮게 질거야, 내가 너와 함께 있단다…” 긴 기차가 지나가고 나면 기적처럼 나에게 평안이 찾아왔다. 실은 기차가 지나가는 소리에 박자를 맞추어 찬송가를 흥얼거리며 불렀었다.
"태산을 넘어 험곡에 가도 빛 가운데로 걸어가면 주께서 항상 지키시기로 약속한 말씀 변치 않네” 그렇게 난, 처절하게 영적 패배자가 되지 않을 것임을 속으로 다짐하고 또 다짐하며 주님께 나를 간곡히 부탁드렸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나의 간절함은 기적으로 바뀌었고 나에게 하나님의 전신 갑주인 믿음의 갑옷을 입혀 주셨으며, 주님과 같이 나에게 무한한 사랑을 주시는 영적 부모님과 믿음의 동역자들을 보내 주셨다. 그리고 나는 당당하게 아이들과 함께 합류하게 되었고 그 아이들 역시 하나님의 축복과 기적과 믿음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벌써 내 나이 54세, 그리고 또 맞이하는 시애틀의 가을, 출근길에 바라보는 똑같은 시애틀의 가을 날씨와, 길게 느껴졌던 기찻길과, 단풍 가득한 가로수 풍경들이 15년 전과 전혀 다를 게 없는데… 오늘을 바라보는 나의 인생은 치열한 여름을 묵묵히 견디어 내고 선선한 가을에 곱게 물들인 단풍처럼 느껴진다.
신실하시고 거룩하신 나의 하나님 아버지, 내가 힘들 때 통곡하며 원망했음에도 불구하고 늘 날 지켜 주시고 일으켜 주시니 감사합니다. 어리석게도, 나는 무더운 여름 한가운데 땡 볕을 받고 외롭게 홀로 서 있는 나무인 줄로 알았었는데, 좋으신 하나님께서는 마치 아버지의 사랑을 받다가 형제들의 시기와 질투로 억울하게 애굽으로 팔려갔던 요셉이 입고 있었던 채색 옷같이 단풍나무의 아름다운 색깔로 바꿔주시는 가을을 나에게 선물로 주신 것을 깊이 깨닫고 회개한다.
전지전능하시며 은혜와 자비가 풍성하신 좋으신 하나님 아버지께서 창조해 주신 이 아름다운 가을 계절을 즐거워하며 그분께 찬양을 드린다. 이 ‘가로수 단풍의 믿음의 향기’ 글이 아름답게 널리 퍼져, 영육 간에 지치고 힘든 자들에게 작은 위로가 되었으면 한다. 모든 영광을 하나님 아버지께! 할렐루야!
스텔라 장/워싱턴주 기독문인협회 회원 2024년 알곡문학 신인상 수상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