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요즘 즐거움
이 종 주
나무는 제자리에서 아무것도 하지않고 그냥 그대로 늘
있는 줄 알았다
하늘보면서 달구경도 하고 눈 비 맟으며 많은 생각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었을텐데…
작년 이맘때 쯤 가을 내내 유튜브로 전지하는 방법을 보면서 쑥 자란 가지들을 잘라 주었다
어려서부터 난 가위질 하는걸 좋아해서 이것 저것 만들어 벽에다 장식하고 종이나 헝겁을 오려 붙여 인형 만들고 하면서 놀았다
내 앞머리는 실습대상 1호로 언제나 짧게 자르고 심지어 언니 동생 머리까지 잘못 잘라놔 어머니한테 많이 야단 맟았던 기억이 난다
아버지 약 넣어 두던 서랍에 있던 미제가위와 어머니 바느질 할 때 쓰시던 크고 투박한 가위는 절대 만지지 못하게 하셨어도 내가 가장 좋아하던 장난감 이었다
아직 과거를 밝히진 않았지만 날 닮아선지 큰 손녀도 막내 손녀도 가위로 뭘 만드는 걸 좋아하고 제법 잘해 칭찬받는걸 보면 나 어릴적 생각이 든다
종이도 귀했던 시절 팍팍한 살림살이 울 엄마 생각이 난다
뭐든지 못 하게만 하셨고 칭찬 안 해주셨어도 요양원 가신 울엄마 너무 보고 싶고 그 시절 많이 그립다
그런 내가 잘라주는 대로 가만히 서 있는 나무들을 보는 것이 요즘 즐거움 이다
나무의 수형을 예쁘게 만드는 전지는 정말 어렵다
이제는 나무만 보면 어디를 잘라야 할지 수형을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그런 생각만 떠 오른다
숲을 보아야 하는데 나무만 보고 있다
귀촌 3년차인데 회상 해 보니 이사 오던 그 해 여름 복숭아는 많이 열렸고 맛도 좋았다 가을엔 감도 대추도 열리고
당연한 줄 알았다
그 후로 우리집의 과일나무는 모두 열매를 맻지 않고 있다
과일가게서 파는 그렇게 많은 과일들~ 사과 복숭아 대추 감을 열리게 하는 건 굉장한 노력과 기술이 필요 하다는 것을 알았다
과일 뿐 아니라 고추도 배추도 마늘도 양파도 마찬 가지다
아직 나와 친해질 생각도 없는데 마음에 안들게 전지까지 해서 그런가 보다
친환경 유기농만 좋다고 게으름을 피운 방치농업을 한 거 같다
그래도 내년엔 꼭 예쁜 열매를 주렁주렁 달아 줄거라 믿는다
어디가 아픈지 풀도 자주 뽑아주고 물주고 거름주고 꽃이 피고 난 후 살펴 볼 것이다 살살 달래 주고 소통 할 것이다
마치 미장원에 다녀온 듯 키 작은 소나무 단풍나무 은행나무가 예쁘게 서 있다
가을 하늘이 푸르고 바람 선선하다 황금 들녁에 아름다운 노을이 지고 어둠이 깔린다
오늘 하루도 잘 지냈는지 쌍둥이 외손녀들과 화상통화로
즐거운 시간이다
일찍 집을 떠난 자녀들에게 하루멀다 먹을것 챙겨 보내던 시절도 까마득 하다
이제는 자녀들이 자꾸 나이 먹어 가는 바쁜 엄마에게 골고루 챙겨 택배로 보낸다
무엇이 들었을까 궁금해하며 열어보는것도 요즘 즐거움이다
일찍 밤이 찿아 오니 얼른 저녁 해 먹고 면사무소 장구수업 요가수업도 가아한다
적당히 익어 버린나 —후딱 가버린 세월이지만—
충분하다 요즘 즐거움
맥문동 핀 송림에서
이 종 주
자꾸 수수해져 가는 내모습을
맥문동 보라꽃은 신비함으로 나를 설레이게 한다
바닷물 밀려나간 해변-
짙은 초록의 송림아래 피어나
꼳꼳한 자존감으로 하늘 거린다
올여름 많은 이들이 다녀갔을 철 지난 바닷가—
맥문동 보라꽃은 무리지어 피어 꽃향기를 흩날린다
우리의 추억은 꽃이 되고 열매가 되어 매년 피어 날 것이다
하늘 맑고 고운날 맥문동 핀 송림에서
그 옛날 백제인 되어 한참을 노닐다
맥문동 핀 송림은 검이불루 화이불치다
이 앓이
이 종주
볼살이 쏙 빠졌다
몇날 며칠을 울어
엄마 지쳐갈 무렵-
아래 위로 어금니 4개 가
하얗게 올라오고 있었다
낯가림
엄마 얼굴이 아니다
엄마 목소리도 아니다
엄마 냄새도 달라 무섭다
긴 손가락으로 따뜻하고 포근하게
안아주는 내 엄마이어야 한다
웃음으로 눈맟춤하는 내 엄마만 좋다
그래야만 울음 뚝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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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령문협 수필분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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