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09. 일요일
고향 철원의 ‘소이산 생태숲 녹색길’을 걸었다.
동창들과 노동당사 주차장에서 만나 걷기 시작했다. 이 길은 철원한여울길 6개 코스 중 하나인 ‘5코스’로 노동당사에서 출발해서 소이산 둘레를 한 바퀴 돌고 정상까지 올랐다가 내려오는 코스인데, 2011년 행정안전부 공모사업에 선정되어 조성된 길이라고 한다.
노동당사 앞 벌판에 큰 토목공사가 진행 중이서 녹색길 입구로 들어서는 과정이 좀 깔끔하지 않았다. 노동당사 길 건너편에 있는 ‘빛의 사원’의 안내원의 도움을 받아 쉽게 입구를 찾을 수 있었다.
지뢰지대 철조망 옆을 따라 산 아래를 한 바퀴 천천히 걷다가 정상으로 오르는 ‘봉수대 오름길’로 들어섰다.
먼저 계단이 설치된 봉수대전망대로 올라가 주변을 조망했다.
계단을 내려와 바로 옆에 있는 ‘소이산 평화마루공원’으로 들어섰다. 철제 대문은 닫혀 있고, 그 옆의 쪽문만 열려 있었다. 깔끔하게 계단이 설치된 봉수대전망대 오르는 길과는 달리 거친 콘크리트 언덕길과 을씨년스러운 모습의 옛 미군 막사가 굳게 닫힌 철제 대문 너머로 보이기에 까딱 잘못하면 이 공원을 흘려버리고 그냥 발길을 돌릴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쪽문 안으로 들어섰다. 소이산 정상임을 알리는 안내판을 공원 철문 앞에 세우면 방문객에게 큰 도움을 주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미군 막사 조금 위에 있는 콘크리트 지하 벙커는 철의 삼각지 소이산 전투에 대한 전시관으로 변해 있었다. 벙커 위의 소이산 정상 전망대에 섰다. 백마고지, 김일성고지, 아이스크림고지 등이 선명히 보였다. 짙은 갈색의 DMZ 벨트가 철원평야를 동서로 가로지르고 있었고, 그 너머로 북녘의 산과 들이 펼쳐져 있었다. 멀리 동쪽으로는 고향 김화의 오성산과 대성산, 복주산, 복계산 등 봉우리들이 늘어서 있었고, 남쪽으로는 금학산과 고대산이 우뚝 솟아 있었다.
소이산(362m)은 고려시대부터 외적의 출연을 알리던 제1로 봉수대가 위치한 공간으로 한국전쟁 이전 화려했던 구 철원의 역사를 기억하고 있을 철원역사의 중심이다. 한국전쟁 때는 물론이었거니와 앞으로도 군사전략적 요충지로 존재할 산이라 하겠다.
산책을 마치고 점심을 먹기 위해 동송 금학산 아래에 자리 잡은 식당으로 향했다. 산 아래 외진 곳이라서 그런지 내비게이션이 200여 m를 남기고 안내를 멈추어 좀 당황하였지만 제대로 찾아가긴 했다. 능이백숙을 시켜서 맛있게 먹으며 동창들과 이야기꽃을 피웠다. 손수 만든 먹거리 등을 서로 나누어주기도 했다.
아주 즐거운 하루였다.
* 노동당사 주차장 → (공사장을 가로질러) → 지뢰꽃길 입구 → 파고라 → 지뢰꽃 시비 → 의자 전망대 → 생태숲길 → 봉수대 오름길 → 봉수대 전망대 → (계단 내려와서) → 소이산 정상(평화마루공원) → 봉수대 오름길 → 노동당사 주차장
* 5.93km, 2시간 40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