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퇴근할 때 학교 카드를 받아 근처 마트로 향했다.
오늘 아침, 한 달에 한 번 있는 학교에서 아침밥 먹기 행사가 있어 식재료를 구매해야 하기 때문이다.
요즘 학생들은 아침밥을 먹지 못하고 등교한다는 뉴스를 접하고 선생님들과 상의하여 “따뜻한 아침 한 끼 먹기” 행사를 기획하였다.
매번은 하지 못하고 한 달에 한 번 정한 수요일에(매달 셋째주 수요일) 하기로 했다.
예산은 학생회 및 학급비에서 지원한다.
이 행사는 내가 원해 도맡아 하기로 했다.
요리하는 것을 좋아하기도 하고 여러 선생님이 많은 일들로 애쓰고 있기에 이 정도는 내가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첫 행사가 내일 있기에 그전부터 심사숙고하여 메뉴를 정했다.
그래서 고민하여 결정한 메뉴가 떡국과 과일이었다.
떡국은 우리나라의 전통 음식이기도 하고 원푸드로 손이 많이 가지 않기 때문이다.
마트에 들러 떡국을 위한 떡국떡, 만두, 김가루, 대파, 간마늘, 동전육수, 계란을 사고 이에 곁들일 제철 과일은 딸기, 방울토마토, 오렌지, 바나나를 샀다.
평소보다 30분 일찍 출근하여 식재료를 옮기고 여학생들의 도움을 받아 8시부터 8시 30분까지 아침 한 끼를 준비한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딱 30분.
이 안에 떡국과 과일을 각 테이블에 준비해야 한다.
나는 떡국 육수를 끓이고 여학생들은 과일을 씻고 준비한다.
시간은 째깍째깍.
나는 특별히 요리에 대한 하나의 철칙이 있다.
바로, 하면서 치운다는 것이다.
하여 학생들에게 준비하면서 나오는 쓰레기 및 설거짓거리를 바로바로 치우고 정리할 수 있도록 독려한다.
요리를 다 마치고 쓰레기나 설거짓거리가 쌓인다면, 이는 큰 일거리가 되어 요리하는 사람을 힘들게 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리하는 사람은 재빨리 움직여야 하고 동선과 시간을 잘 이용해야 한다.
그래야 정해진 시간 안에 원하는 요리를 할 수 있다.
학생들과 나는 각자 맡겨진 역할을 다하며 손발도 착착 잘 맞았다.
8시 30분이 되어 학생과 선생님들에게 “따뜻한 아침 식사 드세요.”라고 방송하니 하나둘씩 급식실에 모여든다.
다들 반기며 뜨끈한 떡국을 받아 든다.
떡국 위에 솔솔 김가루를 뿌리고 찐만두도 한두 개 올린다.
학생들도 맛있나 보다.
벌써 다 먹고 와서 ‘한 그릇 더’를 외쳐댄다.
남을 줄 알았던 떡국이 어느새 바닥을 긁는다.
많은 수를 대상으로 떡국을 처음 끓여봐서 양을 얼마나 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는데 다행이다.
하나도 안 남아서...
더 배고픈 사람들은 과일로 배를 채우는 걸로...
그리고 자기 그릇은 자기가 꼭 설거지하는 걸로...
다들 맛있게 떡국과 과일을 먹으며 담소 나누는 모습을 보니 나는 아침을 먹지 않아도 배가 많이 부르다.
다음 달 아침은 뭘로 준비해 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