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림공원
생각이 많을 때나 온몸으로 외로움을 느낄 때 즐겨 찾는 곳이 있다. 키 작은 들꽃과 목청 고운 새들이 살고 있는 유년의 고향 같은 곳, 내 발자국 소리를 듣고 초입까지 뛰어나와 반겨주는 듯한 그 길을 걸을 때면 누구에게라도 말하지 못했던 속마음을 마음껏 털어놓고 싶어진다. 어머니의 품속같은 따뜻함을 느꼈기 때문일까?
바로 이곳은 서산시 명륜 1로 69에 위치한 곳이며, 서산문화회관 맞은편에 있는 도심 속의 작은 공원인 '명림공원'이다.
디지털 서산문화대전에 의하면 옛날 산 아래 향교가 있어 '명륜산'(明倫山 )으로 불리던 것을 '명림산'으로 바뀌어 불린 것으로 추측되며, 주민들은 '울음산'으로도 부른다고 한다. 명림산 밑으로 맑고 깨끗한 하천이 암석 위를 흐르고 있어서 아낙네들의 빨래터로 이용되어 왔는데 이곳에서 두드리는 빨래 방망이 소리가 메아리쳐서 마치 산이 우는 거 같이 들려 울음산이라고 불렸다고 한다.
유년을 명림산 근처에서 사셨던 지인의 이야기를 들으면 비가 오면 큰 바위 굴속에 들어가 비를 피했으며, 어머니를 따라 빨래터에서 빨래를 하던 기억이 생생하다고 했다. 서산팔경 중 명림산 골짜기 빨래 소리가 제3경이라고 한다.
1990년 초반에 도로, 확, 포장에 의해 골짜기가 메워졌으며 남은 공간을 소공원으로 조성하여 1991년 3월에 명림공원을 준공했다고 한다.
나중에야 공원 이름이 내 이름과 같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처음 이곳에 왔을 때 왠지 모르는 끌림 같은 것이 느껴졌는지 모르겠다. 지금은 詩에 나오는 음식점 이름도 바뀌고 강산도 두 번이나 변했지만, 여전히 나는 이곳에 오면 마음이 편하다.
#명림공원
우연처럼
버스를 타고 가다 보면
내가 매번 정우영 이라고 읽는
정우정 이란 음식점 간판이 있는데요
좁은 길가 맞은편엔
대나무 계단이 높이 올려다 보이고
나무벤치에 낙엽이 가득 쌓인
작고 아담한 공원도 있는데요
가끔, 정우영 시인이 멋진 모습으로
길가에 세워둔 車에서 내려
정우정으로 들어가는 상상을 하게 되는데요
어느 날,
내 글에 동백꽃 연등을 달아준
정우영 시인을 만나
서산 사람을 닮은
게국지*로 점심을 먹고
낮술도 살짝 한 잔 걸치고요
노란 은행잎 단체로 소풍 나온
나무 벤치에 앉아
마음이 따뜻한 커피를 마시면서
시詩 흥에 겨워 어깨까지 들썩인다면
이보다 더 좋은
무릉도원이 또 있을까요?
*서산의 토속음식
-김명림 詩